정보[지구와 우주 이야기]/영성지성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실미원장명숙 2024. 9. 10. 08:08

 

 

신선들의 공동체 삶

 

샤르별은 빛의 나라요, 신선들이 살아가는 선경세상이었다. 우주첨단문명을 창조하여 살아가는 샤르별의 존재들은 인간의 몸을 입고 신선으로 살아가는 불로장생의 존재들이었고, 그들의 수명은 우주나이 350세로 마감하지만, 결국은 빛의 화신이 되어 영생의 길을 걷고 있었다.
우주나이 350세는 지구나이로 환산해서 길고 긴 수명이었다.
인간의 영은 본래 빛의 존재요 우주와 함께 영원한 수명을 가진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육신의 몸을 입고 있는 현실에서는 유한한 삶을 마감해야 하는 운명을 안고 있다.
인간의 영들은 우주와 함께 영원한 삶을 살아 온 존재들이기 때문에 본래는 우주천하에 대해서 모르는 이치가 없지만 육신의 몸을 입고 현실의 의식이 가로막고 있어 무지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 살다보면 저절로 육신의 장막이 무너지고 영이 열리어 세상만물의 이치를 터득하여 초월자의 경지에 오르게 되며 그 초월자의 경지가 신선인 것이다.
샤르별의 인류들은 무한이론이라고 하는 우주첨단문명을 창조하여 불로장생의 존재들로 탈바꿈하게 되었고, 불로장생의 삶을 통해 육신의 장막을 무너뜨려 신선의 경지에 오르게 되었으니, 그러한 연고에 의해서 샤르별에 선경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샤르별의 인류들은 350 세를 불로장생한 후 영과 육의 경계를 초월한 빛의 몸으로 화신하여 살아가는 쇼시 신선들이 또 다른 영역을 이루며 육신의 신선들과 어울려 상생하고 있다.
신선은 본래 아선과 쇼시로 구분하는데 육신의 몸을 입은 신선을 아선이라 하고, 빛으로 화신한 신선을 쇼시라 부른다. 엄밀히 따져서 진짜 신선이 쇼시이고 예비 신선이 아선일 것이다.
결국 신선이 되는 비결은 불로장생이며 아무리 신선의 삶을 꿈꾸어도 병들고 단명하면 신선의 길은 멀리 있는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산 인간은 동방 신선나라의 단군이었고, 단군은 1,500년을 불로장생한 후 신선으로 화신한 후 1,908년 동안 인간세상에 머물다 환인 할아버지의 고향인 하늘로 떠났던 것이다.
1 2천 년 전 하늘의 신선 3천 명이 지구의 동방으로 내려가 신선나라를 세우고 인간세상을 다스렸고, 그 후로 신선의 도가 인간세상에서 펼쳐졌으나, 짐승의 혈통을 가진 인류들의 방해로 무산되고 말았다.
그 신선도의 전통이 우주 빛의 나라 샤르별에서 펼쳐지고 있었으니, 신선도의 본래 뿌리는 샤르별의 선경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선의 나라 샤르별에도 온 인류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전통적인 명절이 해마다 찾아오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온 인류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준다는 달맞이 축제가 유명했다.

 

샤르별은 1년이 144개월이고 1개월은 48일인데 달맞이 축제는 12개월마다 열렸다. 지구의 달은 하나이지만 샤르별의 달은 세 개인데, 세 개의 달이 한꺼번에 뜨는 날이 곧 달맞이 축제의 날이었던 것이다.
달맞이 축제의 날에는 샤르별에 살고 있는 193억의 신선들이 함께 잔치를 열고 화려한 신선놀음의 삼매경에 빠지는데, 과히 천상의 잔치라고 이름을 붙여도 좋을 만큼 볼거리가 풍부했다.
달맞이 축제를 '루미부츠'라 불렀다.
지구에는 성탄절이 있다면 샤르별에는 루미부츠가 있는 셈이었다.
샤르별에 살고 있는 193억의 신선들은 루미부츠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고 미리부터 기다려지는 날이기도 했다.
축제날이 다가오면 샤르별의 이곳저곳에서는 벌써부터 들뜬 분위기들이 조성되고, 축제를 준비하는 부산한 움직임들을 엿볼 수 있게 된다.
샤르별의 잔치는 지구처럼 음식이나 술판을 벌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신선놀음들로 구성되어 볼거리들이 풍만한 것이 특징이다.
곧 샤르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잔치에는 입을 즐겁게 하거나 배를 불리게 하는 행사는 일체 필요하지 않으며, 오로지 마음을 불리게 하고 눈을 즐겁게 하는 행사만 중요한 과제였던 것이다.
샤르별에는 4차원 영상장치인 포스머스가 가정마다 설치되어 있는데, 포스머스 장치에는 샤르별이나 우주광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볼거리들을 시청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포스머스 영상장치는 가상공간을 만들어 다양한 세상을 불러오기도 하고 찾아갈 수도 있는 신물이었다.

 

즉 포스머스 영상장치만 앞에 있으면 샤르별이든 우주광역 어디든 모든 소식을 들을 수도 있고 구경도 가능했다.
샤르비네와 나의 침실인 츠나음이 연구소에도 포스머스 영상장치가 설치되어 있고, 포스머스 영상장치를 통해 샤르별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달맞이 축제날이 다가오고 있을 즈음 샤르별의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분위기들은 들뜨고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포스머스 화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축제는 보름 정도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포스머스 화면에는 온통달맞이 축제에 관한 이야기들로 술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작년에 치러졌던 축제내용이 자료화면으로 재방영되기도 하면서 시민들에게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나와 샤르비네도 벌써부터 축제분위기에 들떠 그날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재방영된 작년의 축제모습을 보니 그 규모는 엄청난 것 같았다. 축제장의 거대한 무대며, 무한이론의 초첨단 기술을 응용한 행사진행의 프로그램들, 그리고 축제장을 가득 매운 신선들의 인파들이며, 축제객들이 몰고 온 춘우셔시의 행렬 등 무엇 하나 그 엄청난 규모에 두 눈을 놀라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루미부츠란 무엇인가? 바로 샤르별 193억 신선들의 화합의 축제를 의미했는데, 이날이 바로 샤르별의 위성인 세 개의 달이 한꺼번에 보름달로 떠오르는 날이었다.

 

샤르별에는 공교롭게도 3대륙 9대섬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3개의 위성은 3대륙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래서 세 개의 달이 동시에 보름달로 뜨는 날을 택하여 3대륙 9대 섬에 흩어져 살고 있는 신선인류들이 하나 되는 화합의 날인 루미부츠 축제를 마련하고 있었던 것이다.
샤르별의 밤하늘에 뜨는 세 개의 달이 모두 동시에 보름달로 떠서 밤하늘을 밝히는 날은 일 년의 144개월 중 열두 번이라고 했다. 바로 그날의 하루를 화합의 축제날로 정하여 샤르별의 모든 신선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마음의 문을 다 열고 축제를 벌이는 것이다.
루미부츠를 화합의 축제날로 의미를 부여한 것은, 이날의 축제를 통해 지난날 이웃과 맺힌 감정들을 다 청산하고 어떤 미움이라도 다 용서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로운 출발을 시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샤르별의 신선인류들은 루미부츠 달맞이 축제를 통해 마음의 앙금을 남김없이 떨쳐버린다고 했다.
신선들도 육신의 몸을 입고 있을 때는 서운한 감정도 생기고 미움의 감정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러한 감정을 모두 털어버리기 전에는 아무리 오래 불로장생하여도 빛의 몸으로 화신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샤르별의 신선인류들은 마음속에 감정 쌓기를 두려워하고, 특히 달맞이 축제를 통해서 마음속에 쌓여 있는 작은 앙금까지 모두 털어버린다고 하니, 샤르별 신선인류들의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샤르비네는 벌써 그 날을 대비하여 축제준비를 틈틈이 서두르고 있었다. 그날에 입을 축제복도 미리 준비하고 그날에 추는 화합의 춤도 미리 연습하고 있었다.
나도 그날 샤르비네와 함께 추게 될 축제의 춤을 그녀로부터 배우고 연습하며 미리부터 들뜬 기분으로 지내고 있었다.
이런 축제준비의 기분으로 들떠 있던 어느 날 우리들에게 또 한 가지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들이 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하늘자동차춘우셔시를 루미부츠 축제에 맞춰 출하한다는 신선공동체 전갈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연구소 소속의 춘우셔시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그 후부터는 남의 것을 빌려 쓰는 불편을 덜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는 광활한 세상의 샤르별에서 살아가는데 필수품이요, 먼 곳을 자유롭게 왕래하는 발이었기 때문에,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는 곧 샤르별 신선들의 분신과도 같았다.
지구에서는 왕이나 소유할만한 전용기를 샤르별에서는 모든 존재들이 평등하게 개인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 특혜가 아닐 수 없었다.
지구에서 찾아온 이방인인 나도 이제부터 전용기를 소유하고 광속으로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다는 기대가 마음을 설레게 했다.
샤르비네는 춘우셔시 외에도 우리들이 사용할 다른 생필품들도 신선공동체에 배급을 신청해 둔 상태였다. 신선공동체를 찾아가 춘우셔시를 인계 받으면서 그런 생필품도 함께 지급받아 올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배급받을 생필품들 중에는 새로 지어 입을 의상의 옷감이나 옷을 만드는 재료를 비롯해서, 글을 쓸 때 필요한 필기구며 여러 가지 물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샤르별에서는 이렇듯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언제든지 신선공동체에 배급을 신청할 수 있었고, 공동체 당국에서도 특별한 사안이 없는 한 시민들의 요구대로 필요한 물건들을 차질 없이 지급하고 있었다.
이러한 공동체 생활제도에 의해서 샤르별 신선들은 의식주에 필요한 어떤 물건도 부족함이 없었고, 가난하거나 부자라는 신분이 필요 없는 세상이기도 했다.
재산을 불리기 위해 힘들게 노력할 필요도 없고 남보다 잘 살기 위해서 세상과 경쟁을 벌릴 필요도 없으니, 서로 싸우거나 다투어야 할 명분이 사라진 세상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신선놀음을 하면서 지구 인류들보다 몇 배나 여유롭게 살고 있지만, 부족하거나 불만을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샤르별 신선들의 삶이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즉 샤르별은 개인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경제 제도가 없었고, 그래서 화폐가 통용되는 사회도 아니었으며, 개인의 이름으로 땅과 집을 가지거나 재산을 가지는 제도도 없었다.
샤르별의 신선들은 무엇이나 공동으로 생산하고 소유하면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배급받고 필요 없는 물건은 다시 반납하니까 부족하지 않는 삶들을 살아갈 수 있었다.
이러한 무상공급제도는 샤르별의 3대륙 9대섬의 모든 도시에서 평등하게 실시되고 있었다. 어떤 도시에서는 더 좋은 대접을 받는다든가 어떤 도시에서는 더 나쁜 대접을 받는 등의 차별도 없었다.

 

샤르별은 여러 개의 나라가 갈라져 살거나 인종이나 민족을 따지지도 않았고, 도시와 도시를 행정적 구역으로 나누어 놓은 제도도 없었다.
국경이 없고 경계가 없고 그래서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 소속된 바도 없이, 오로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할 바만 다 하고 샤르별이라고 하는 거대한 공동체만 존재하는 세상이기도 했다.
그래서 샤르별의 신선인류들은 나라라든가 지역이라든가 따위의 소속됨이 없었고, 어느 도시 어느 지역의 공동체에서도 평등한 대우를 받으며 신선으로서의 평등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한마디로 샤르별은 국가도 없고 통치자도 없으며 권력과 계급도 없는 세상이기 때문에 누가 누구를 지배하고 지배를 받는 세상이 아니었으며, 샤르별의 모든 구성원들이 동등한 지위와 관계 속에서 자율적이고 자치적인 법과 질서를 지키며 4차원 문명세계의 주인공으로 살아간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이러한 훌륭한 제도 때문에 샤르별 존재들은 56세까지 무한이론의 우주학문을 마친 후 경륜과 식견을 겸비한 중견신선으로 거듭난 후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사회에 진출한 후로는 교육을 통해 익힌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매일 일정 시간씩 공동체를 위해 봉사한다.
우주나이 56년 동안 무한이론의 우주학문을 바탕으로 개별적 소양에 의한 전문지식을 몸에 익힌 후 200세가 될 때까지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데, 그 힘이 바로 샤르별에서 4차원 문명세계를 펼쳐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샤르별의 공동체 창고는 샤르별의 전 지역 대도시마다 거대한 단지에 조성되어 있었고, 샤르비네와 나는 우리들의 전용기로 사용할 춘우셔시와 생필품 등을 지급받기 위해 연구소에서 가까운 뵤디럿이 도시의 신선공동체를 방문했다.
뵤디럿이 신선공동체의 행정책임자는 루스추시였고, 그는 우리들의 내방을 받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루스추시의 집무실은 공동체 창고 단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고, 집무실의 안내판에는 공동창고에 저장되어 있는 생필품의 재고현황이 상세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가상 영상장치인 포스머스 채널의 단추만 누르면 공동체 창고의 내외부 전경이 가상공간처럼 나타나고, 가상공간에 접속하여 진입하면 저장된 생필품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며 품질을 확인할 수 있고 점검이 가능했다.
즉 직접 찾아가지 않고도 멀리 떨어진 장소의 가상공간에 진입하여 창고의 모든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루스추시 집무실에 설치되어 있었다.
루스추시는 안내판의 가상공간으로 우리를 직접 안내하여 진입한 후 우리들이 사용할 생필품을 점검하게 했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직접 골라서 선택했다.
가상공간의 선택작업이 끝난 후 우리들이 사용할 생필품 일체가 한 곳으로 집결됐고, 우리들이 전용기로 사용할 춘우셔시 하늘자동차에 실려 무인조종으로 루스추시 집무실의 앞마당 풀밭에 당도해 왔다.
샤르비네와 나는 새로 지급받은 춘우셔시 하늘자동차에 '아디' 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아디'는 우리들이 지구에서 타고왔던 UFO 이름이기도 했다.
'아디'를 지구언어로 해석하면 '순종' 이었다.
명령만 내리면 어디든지 단숨에 태워다주고 아무리 먼 거리도 발처럼 움직여주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붙여 주었다.
츠나음이 연구소에서 몰고 왔던 춘우셔시는 무인조종을 통해 돌려보내고 새로 지급받은 '아디' 춘우셔시에 올라타니 우리들이 앞으로 사용할 생필품들이 화물석에 가득 실려 있었다. 아무리 모든 것을 공짜로 받을 수 있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지구의 이방인인 나에게까지 큰 선물을 공짜로 안겨주는 샤르별의 공동체 당국에 깊은 감사의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루스추시 책임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자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감사를 받을 것은 우리 공동체가 아니라 우주 저편의 먼 곳에서 우리 샤르별을 찾아 준 샤르앙에게 더욱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네. 우리들에게 너무 소중한 우주의 선물이기 때문이지. 앞으로 샤르별에 머무는 동안 부족한 것이 있을 때는 지체 없이 연락을 주도록 하게.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의 배려를 아끼지 않겠네."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는 무인조종으로 운행되기 때문에 사람이 운전석에 앉아 조종할 필요는 없었다. 지구에서 처럼 비행기를 조종하는 면허도 필요 없고 하늘자동차를 몰고 다닐 기술도 필요 없었다. 선실에 눕거나 앉아서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선실 내부에는 무한이론의 첨단장비들이 갖추어져 있고, 4차원 프로그램이 작동하고 있어서 꿈의 궁전에 앉아 하늘을 나는 기분이기도 했다.
샤르비네가 새로 지급된 춘우셔시를 처음으로 운행하는 기념으로 선실의 통신장치에 접속해서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와 동시에 선실의 가상화면 영상장치가 켜지면서 친구들의 모습이 가상공간에 실물처럼 나타나 답신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가상공간에 나타난 친구들은 샤르비네와 포옹을 하기도 하고 손을 잡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했다.
선실의 소파에 편안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샤르비네는 가상영상으로 다가온 친구들의 수다를 재미있게 받아주었다. 그리고 곁에 앉아 있는 나를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기도 했다.
날개옷 같은 신선복장을 한 천상의 선녀처럼 생긴 젊은 여성들이 나에게도 주저 없이 포옹을 해주었고 입을 맞추거나 볼에 뽀뽀를 해주기도 했다.
가상영상으로 나타난 모습들이지만 실제처럼 선녀들의 몸에서 향기도 나고 기분 좋은 체향들이 묻어나기도 했다. 가상영상의 신체를 접촉해도 실제 몸을 만지는 것처럼 체온이나 살결의 감촉이 느껴졌다.
가상공간에 나타난 한 여성 친구가 샤르비네에게 즐거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바나시라고 하는 풀밭 공원에서 친구들과 무도회가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바나시 풀밭은 예쁜 꽃들이 만발해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샤르비네는 곧바로 춘우셔시를 바나시 풀밭의 상공을 향해 날개했고, 우리가 도착했을 때 삼삼오오 짝을 지은 젊은 남녀 신선들이 무도복장을 하고 모여서 무도회 진행을 서두르고 있었다.
우리들이 나타나자 친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나타나 반겼다. 그중에는 춘우셔시 선실의 가상화면에서 만났던 샤르비네의 친구도 있었다.
무도회가 시작되자 아름다운 우주음악이 흘러나오고 각각 짝을 이룬 젊은 신선과 선녀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빠른 음악이 나오면 빠르게 몸을 움직이고 느린 음악이 나오면 느리게 몸을 움직이면서 신선무에 열중했다.
구름처럼 가벼운 신선복을 걸치고 날아갈 듯, 구름 위를 걷듯, 때로는 학이고 때로는 나비처럼, 남녀 신선들이 어울려 추는 신선무는 황홀함 자체였다.
신선무를 추다가 기분을 북돋기 위해서 신선주를 한 잔씩 마시기도 했다. 신선주를 한 잔 마시면 하늘을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아졌다.
신선주의 취기가 오른 신선이나 선녀들은 얼굴에 홍조가 나타나고 잘 익은 복숭아처럼 변하기도 했다.
풀밭에는 온갖 향기를 뿜어내는 꽃송이들이 만발하고, 기분 좋게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옷자락과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무도회의 분위기를 북돋아주곤 했다.
맑고 드높은 하늘엔 태양이 빛나고 지나가는 새들도 무도회에 반한 듯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놀다가 사라지곤 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선무도회를 즐기다 보니 온몸은 땀으로 젖어있었다.

 

무도회를 마치고 젊은 신선과 선녀들은 숲 속의 호수로 향했다. 호수의 물은 거울처럼 맑고 시원했다. 온몸이 땀으로 젖은 젊은 신선과 선녀들은 모두 옷을 벗고 알몸이 되어 물 속으로 들어갔다.
알몸으로 물 속에 들어간 신선과 선녀들은 다시 물장난을 치면서 깔깔대고 즐기며 좋아했다. 땀에 젖은 신선복들은 잠자리 날개처럼 가볍고 부드러워서 맑은 물에 넣고 휘저어서 툴툴 털어버리자 금세 새 옷처럼 깨끗해졌다.
나와 샤르비네도 다른 신선이나 선녀들처럼 알몸으로 물장난을 즐기다 돌아왔다. 무도회를 즐기고 맑은 물에 목욕을 하고나니 몸은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매우 기분 좋은 하루가 아닐 수 없었다.
연구소 침실에 돌아와 푹신한 침대에 누우니 곧바로 수면을 유도하는 자장가가 귓가에 들려오고,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주는 향기가 방안에 퍼지면서 깊은 잠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3m 거인들의 섬 노스디러

 

샤르별의 바다는 지표면적의 6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거대한 넓이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고, 그래서 거대한 대륙마저 섬처럼 보일 정도로 바다의 면적이 넓어 보이는 세상이기도 했다.
그렇게 넓은 바다 위에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고립된 세상처럼 보이는 작은 섬들이 널려 있었는데, 그러한 작은 섬에서 살아가는 미개화족들은 다른 섬에서 살고 있는 미개화족들과의 접촉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각각 독특한 문명과 생존환경을 이어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문명인들은 고립되어 살아가는 미개화족들의 삶을 가급적 원래의 모습대로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있었으며, 억지로 개화를 시키거나 현대문명을 주입시키려는 시도는 삼가고 있었다.
지구에서는 문명인들이 미개화 원주민들의 살아가는 터전을 빼앗아 만행을 저지르는 현상과는 대조적이었다.
어쨌든 샤르별의 넓은 바다 위에 흩어져 있는 섬들에는 다양한 미개화족들이 흩어져서 독특한 문화를 꽃피우며 별별 가지의 세상들을 살아가고 있었다.
우주는 어찌하여 그처럼 고립된 섬들마다 서로 색다른 인종의 씨앗들을 뿌려놓고 우주의 섭리를 조화부리고 있는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섬에서 살고 있는 미개화족 중에 거인섬의 인종들은 더욱 유명했다. 노스디러란 이름을 가진 거인섬에는 자그마치 3미터가 넘는 키를 가진 거인들이 살고 있었다. 거인섬에 살고 있는 거인들의 숫자는 수만명에 이르렀고, 그 섬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나 풀들도 키가 매우 컸다.
거인들의 문화는 다른 미개화족들에 비하여 원형적으로 잘 발달되어 있는 상태였으며, 주거환경들도 깨끗하게 잘 가꾸고 살아가는 편이었다. 그리고 4차원 문명세계의 선진 문화도 일부씩 수용하여 그들 나름대로 삶의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인들이 먹고 살아가는 식량들은 대부분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생선이나 해물들, 그리고 육지에서 기른 동물들의 고기. 그 외 농사를 지어서 수확한 곡식들이나 나무 열매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식생활은 지구 인류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행이 노스디러 섬에는 해산물도 풍부하고 동물들도 잘 자라며 농사도 잘되기 때문에 거인들이 식량을 마련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거인들이 먹고 살기에는 식량이 넉넉한 섬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는데, 그렇다고 해도 거인 한 사람이 매일 먹는 식량은 엄청난 양이었다.
웬만한 거인들은 일반 인간들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의 거의 20배에 달하는 양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소가 먹는 사료의 양과 거인들이 먹는 식사의 양이 비슷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엄청난 식량이 필요한 거인들이기 때문에 노스디러 섬에서 가장 큰 재난이라면 식량의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노스디러 섬이라고 항상 거인들에게 자비롭지만 못하여 가끔씩 식량의 위기라는 재난을 몰고 온다고 했다.
풍부하던 해산물이 갑자기 씨가 말라 버릴 때도 있고, 잘 자라던 동물들이 온갖 질병으로 전멸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잘 열리던 나무 열매도 열리지 않고 해마다 풍년이던 농사도 파농을 겪을 때가 가끔씩 있다고 했다.
결국 거인들의 세계에서 식량의 위기는 거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과 직결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거인들의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서 노스디러 섬의 한복판에는 거대한 식량창고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높이 100미터 가까운 초고층 피라미드였는데, 그 속에는 거인들의 식량난에 대비한 비축식량이 3년 치가 저장되어 있었다.
수만 명의 거인들이 3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의 양은 엄청났는데, 그 엄청난 양의 식량이 산처럼 높은 피라미드 속에 가득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피라미드 식량창고를 지어준 주인공이 우주첨단문명을 살아가는 스지스디 문명인(신선)들이었다.
이처럼 스지스디 문명인들의 손길은 샤르별에 흩어져 살아가는 모든 미개화족들의 삶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노스디러 거인들은 자신들의 생명을 지켜주기 위해서 모든 정성을 기울이는 스지스디 문명인들을 신처럼 받들고 존경했다.
샤르비네와 내가 노스디러 섬에 처음 도착하여 거인들을 만났을 때는 고릴라 사촌처럼 생긴 모습을 보고 두려운 생각이 먼저 앞섰다.
구리빛으로 빛나는 피부에 울퉁불퉁하고 우람한 근육들, 바위처럼 큰 주먹과 넓은 손바닥 등 첫눈에도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슈퍼맨으로 생각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노스디러 거인들은 생긴 외모와는 달리 너무 친절하고 순박한 존재들이 아닐 수 없었다.
샤르비네와 나의 작은 체구는 거인들에 비하면 어린이처럼 보였지만, 거인들은 우리 인간들에게 아주 겸손하고 친절한 행동으로 대해주었다.
노스디러 거인들은 단체생활을 했고 식사도 공동으로 해결하는 편이었으며 모든 물품도 공동으로 사용했다.
그들은 글자를 사용하고 있었고, 교육을 시키는 학교도 만들어져 있었다.
지구의 문명으로 비교하면 청동기시대의 수준으로 비교할 수 있었다. 의상은 걸치고 있었지만 거의 노출된 채로 살아가는 편이었다.
옷 한 벌을 짓는데 많은 옷감이 필요했고 그래서 벗고 지내는 편이 오히려 수월할 것 같았다.
거인들의 수명은 짧은 편이어서 지구의 나이로 40세를 넘기지 못한다고 하는데, 생긴 모습들은 어린이라도 나이 들어 보이고 추장은 지구나이로 치면 35세쯤 됐는데 70이 넘은 할아버지 같았다.
추장의 이름은 카추시라 했다.

 

추장 카추시는 매우 유식한 편이었는데 그와 만나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곁에서 대화의 내용만 들었고 샤르비네와 카추시가 대화를 이어 나갔다.
거인들의 언어는 샤르별 본토 언어와 혼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 샤르비네가 통역을 해주기 때문에 둘의 대화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샤르비네는 나를 대신해서 카추시에게 질문을 던졌다.
현재 노스디러 섬에 살고 있는 거인들의 숫자는 얼마나 돼나요?"
“7 8백 명쯤 될 거요."
"당신들의 인구 숫자는 늘어나는 편인가요?"
차츰 감소하고 있다오."
"감소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 노스디러 거인의 여성들은 수임기간이 4, 5년에 불과해서 한 여성이 평생 동안 아기 하나 갖기가 쉽지도 않을뿐더러 출산을 해도 딸보다 아들의 성비율이 높다보니 인구수가 차츰 감소하지 않을 수 없는 편이라오."
노스디러 거인들의 수명이 매우 짧은 편인데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질병이나 식량부족 등의 원인인가요?"
"우리 거인들은 평생 건강하게 살다가 생을 마칩니다. 본토의 신선님(스지스디인)들이 저희들을 극진하게 보살피기 때문에 병들어 죽거나 식량부족으로 죽는 일은 거의 없답니다. 다만 우리들 몸이 너무 거구이다 보니까 많이 먹고 몸을 많이 혹사시키는 생리적 기능 때문에 장수할 조건이 못되지요."
"단명하게 살다가 가는 것이 억울하지는 않나요?"

 

우리들은 그런 생각은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주어진 삶의 시간동안 건강하고 마음 편하게 살다가 가는 것으로 저희는 만족할 뿐이지요. 우리들은 평생 동안 신선님들의 도움으로 불행을 면하고 편하게 살다 가고 있으니 짧은 생애이기는 하지만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고 세상을 떠난다오.”
"좀 더 오래 살다가 세상을 떠나고 싶은 욕심은 없어요?"
태어난 운명대로 살다가 가면 되지 다른 욕심이 왜 필요한가요?"“노스디러 섬이 아닌 본토의 넓은 세상을 구경해 본 적이 있나요?"
가끔씩 본토의 신선님들이 우리들을 하늘자동차에 태워서 본토도 구경시키고 다른 세상들도 구경시켜 주곤 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샤르별이 얼마나 넓고 큰 세상인지 알고 있다오."
넓은 세상을 구경하면 다른 곳에서 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요?"
그래도 우리 거인들은 우리들 섬이 가장 살기 좋아요. 노스디러 섬은 하늘이 우리 거인들에게 준 낙원인 걸요."
샤르비네와 카추시 추장이 주고받은 대화를 들으면서, 노스디러 거인들은 순박하고 주어진 운명 앞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인종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기껏 40년 정도 살다가는 짧은 생애이긴 하지만, 부러움 없이 만족한 삶을 살다가는 거인들의 삶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샤르별의 넓은 바다에 떠 있는 고립된 섬들을 찾아다니며 저마다 독특한 삶들을 펼쳐 가는 미개화족들의 세상을 구경했는데, 그때마다 한 번도 난감한 일을 겪었던 기억은 없었다.
우리가 만나본 인종들 중에는 성격이 거칠고 야만적인 기질이 강한 인종들도 섞여 있었지만, 춘우셔시 비행체를 타고 하늘에서 나타나는 우리들에게는 한 번도 적대감을 나타내고 해롭게 하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가 찾아가 본 고립된 섬의 미개화족들은 한번이라도 스지스디 문명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아보지 못한 인종들은 없었으며, 그래서 춘우셔시 비행체를 타고 나타나는 스지스디 문명인들에 대한 태도는 매우 우호적이고 겸손하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스지스디 문명인들은 미개화족들보다 우세한 문명의 힘으로 그들을 굴복시킨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인류애와 우주정신으로 화합된 마음을 도출해내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이렇게 4차원 문명세계를 펼치며 선경세상이라고 하는 신인류문명세계를 활짝 꽃피워 가고 있는 스지스디 문명인들은, 그 땅에서 살고 있는 오지의 미개화족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으며 소중한 인류의 동족으로 알뜰히 보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샤르별은 어디에서나 공존과 상생이라는 평화의 이념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고, 반문명적인 미개화족들이라도 남의 영토를 침범하여 평화를 무너뜨리는 습관들은 가져보지 못하고 살고 있었다.
지구의 동방에는 일찍이 신선의 나라가 열렸고, 그 나라의 통치이념이 홍익인간 정신으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 였으니, 서로 상생하며 살아가는 샤르별의 모습과 일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著

야만인을 보듬고 사는 신선들

 

샤르별에는 푸스슈시, 루스구스, 긴이구스 등의 이름을 가진 큰 바다들이 거대한 해양천국을 이루고 있었는데, 해양천국의 넓은 바다에는 천억 개가 넘는 무수한 섬들이 떠 있었다.
그 중에는 육지와 가까운 곳에 떠 있어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섬들이 있는가 하면,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들은 넓은 세상과 단절된 채 고립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샤르별의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은 대륙에서 가까울수록 밀집되어 있고 먼 바다로 나갈수록 외톨이로 떨어져 있어 고도의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먼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망망대해 위에, 높은 파도에 가려 보일 듯 말 듯 점처럼 찍혀 있었다.
망망대해의 그 점처럼 작은 섬 위에서 인류들이 외부와의 교류를 단절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신기했다.
샤르비네와 나는 그 고립된 세상들을 방문하면서 육지에서 가까운 섬보다는 멀리 떨어진 고도들을 먼저 방문하고 여행했다.
세상과 동떨어진 외딴 섬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생활은 기이하고 기상천외한 삶들을 연출하고 있었다. 문명의 세계와는 완전히 담을 쌓고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었기에, 원시시대에나 존재했을 법한 본능적인 질서만이 그 고립된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샤르별이 비록 4차원 문명세계라는 초월적인 세상을 건설하여 고차원적인 삶과 고차원적인 정신세계를 추구한다고는 하지만, 그 세상의 밝은 이면에는 어두운 단면들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었다.
샤르별은 지구의 70배에 달하는 거대한 천체인 관계로 땅이 넓은 세계라고 설명할 수 있었으며, 그 넓은 땅에는 우주에서 가장 앞선 첨단문명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문명보다 낙후된 원시문명의 현상들도 얼마든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수수께끼였다.
샤르비네와 나는 춘우셔시를 이용해서 며칠에 한 번씩은 반드시 먼바다의 외로운 고도들을 찾았다. 그러한 고립된 세상을 찾아가면 인류의 근원들이 나타나고 문명사회에서 느낄 수 없는 우주의 섭리를 느낄 수 있어 유익한 여행이었다.
본래 그대로의 순수함을 잃지 않는 원시사회의 모습에서 영감이라고 하는 놀라운 지혜를 터득할 수 있었다.
확실히 원시사회는 문명의 스승이었고, 문명세계에서 지향할 삶의 근본들이 그 세상에서 커다란 교훈으로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시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위대한 교훈을 믿고 있었기에 샤르별의 문명인들은 오만방자하게 굴지 않고, 문명의 우월적인 힘만을 내세워 원시사회의 순수성을 오염시키는 행위는 삼가고 있었다.
자연 속에 존재하는 본래의 그 현상 그 상태를 소중히 여기면서, 그것들을 파괴하고 추방하려는 노력 대신에 정성을 다해 보살피고 보존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들이 아름다웠다.

 

4차원 문명세계라고 하는 우주첨단문명과 오지의 원시문명사회가 공존하고 있는 샤르별은, 모순의 법칙이 가장 현실감 있게 상존하는 세상이었다.
미개함을 바탕으로 개발의 힘이 탄생하고 악의 조련으로 선을 육성하며 추함을 바탕으로 미가 탄생하는 우주모순의 법칙은, 샤르별 인류들이 살아가는 모든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샤르별에서는 모순의 법칙을 버리려 하지 않고 지혜롭게 응용할 줄 알았다. 그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4차원 문명세계와 원시문명세계를 조화롭게 가꾸려는 의지가 원시사회를 방문할 때마다 발견됐다.
샤르별의 문명인들은 자주 오지들을 방문하고 고립된 섬들을 방문하지만, 그 목적은 원시를 현대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것들을 보존하고 돌보려는 것이 더 큰 목적이요 의도라고 했다.
한마디로 신선들은 야만인들을 사랑스럽게 보듬고 살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문명인들의 의도를 바르게 인식하고 있는 샤르별의 어떤 원시사회에서도, 문명인들의 접근이나 방문에 대해 배타적으로 대하는 사례는 발견할 수 없었다.
샤르비네와 내가 고립된 섬들을 수시로 방문하고 그들의 원시생활을 체험해 보았지만, 한 번도 원주민들로부터 위협을 받거나 행패를 당한 경우는 없었다.
멀리서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듯, 그들이 베풀 수 있는 정성을 다해주는 마음들이 그렇게 소중한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그만큼 샤르별의 신선문명인들이 원시사회에 대한 배려를 바르게 하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문명과 뒤떨어진 원시사회로 갈수록 힘의 논리와 본능적 질서가 그 사회를 통치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기 쉽지만, 아무리 원시사회라 해도 인간이기에 인간들만 통하는 이성과 철학이라는 기본적인 우주질서가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어떤 고등동물의 세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성과 철학이라는 힘, 그 고귀한 힘은 미개하고 깨어나지 못한 세상에서도 뚜렷한 빛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쁨으로 다가왔다.
인간은 본래부터 우주적 존재로 세상에 출현한 것이지 동물로 태어나 인간의 허물만 바꿔 쓴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그때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샤르비네와 함께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고립된 세상을 찾아다니면서도, 한편으로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류의 동족들이 반문명이라는 이름으로 불행한 운명을 맞이하지 않기를 빌었다.
고립된 원시세계는 문명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잘 보살펴야 할 대상들이었다.
원시사회에는 자립으로 방지할 수 없는 재난의 그림자들 앞에 속수무책으로 공격을 당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공격 앞에 자칫하면 원시사회 전체의 생사와 운명이 결정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래서 샤르별의 문명인들은 오지에서 살고 있는 미개화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구조지원본부가 설립되어 있었다.
구조지원본부에서는 주로 식량지원, 의료지원, 재난대책지원을 맡고 있었는데, 그러한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스지스디 문명인들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특히 구조지원부대 정예요원 대부분이 특수훈련을 받은 인조인간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훈련된 인조인간들은 어떤 악조건의 재난 속에서도 미개화족들을 무사히 구출할 수 있는 불사신과 같은 존재들이라고 했다.
샤르별의 구조지원부대는 임무를 충실히 하기 위해서 모든 오지에 정찰부대를 파견하고 미개화족들의 삶을 관찰, 주시했다.
정찰활동으로 발견하지 못한 재난은 오지를 여행하는 여행객들의 신고를 받고 해결하기도 했다.
미개화족을 보호하는 정책은 신속하고 철저했다.
아무리 오지에서도 미개화족들의 재난이 신고만 되면 구조지원부대가 신속히 출동해서 보호작전을 펼쳤다.
원시문명세계의 오지를 여행하다가 그러한 사례를 가금씩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사례 중 하나가 망망대해의 먼 바다에 떠 있는 고도 서츠를 방문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서츠 섬은 망망대해에 외롭게 떠 있는 고도이기는 하지만 무성한 삼림이 온 섬을 덮고 있었다.
서츠 섬 원주민의 숫자는 450명 정도였다.
서츠 섬 원주민들은 울창한 나무숲의 그늘에 원두막 같은 집을 짓고 살아가는데, 문을 달지 않은 개방식 주거형태들이었다. 원두막집들이 집이라기보다는 그늘막의 형태였다.
원두막들은 주로 높은 나무들을 이용해서 숲속에 띄엄띄엄 지어져 있었는데, 얼른 보아서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원주민의 숫자나 주거지를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려웠다.
이 섬을 방문했을 때 우리는 뜻하지 않게 밀림의 한 장소에서 산불을 발견했다. 이제 막 건조기로 접어든 계절이라 산불이 번지면 모든 섬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릴 것 같았다.
샤르비네는 즉시 그 내용을 육지의 구조대에 연락하고 우리는 불길이 치솟고 있는 장소로 향했다.
불행히도 화재가 발생한 곳은 섬 원주민들이 밀집해서 살고 있는 부근이었다. 아직 불길이 원주민들의 원두막까지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었다.
원주민들은 성난 불꽃을 멀리서 바라보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아무 손도 쓰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며 비명만 지르고 있었다.
화재현장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어린이들부터 춘우셔시에 태우고 안전한 장소로 날랐다. 두세 번 그러고 있는 사이 연락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구조지원부대의 구조활동이 시작됐다. 한편에서는 화재진압이 시작되고 한편에서는 원주민들을 대형 춘우셔시에 태워서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구조지원부대의 요원들은 인조인간들이었지만 신속하고 민첩한 행동들이 놀랍기만 했다. 뜨거운 불길이 치솟고 있는 위험한 장소에서도 불사신처럼 활동하는 모습이 믿음직스럽기만 했다.
인조인간 구조대의 출동이 조금만 지연되었더라도, 고립된 섬의 운명은 기로에 설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화재의 재난 앞에서 위기에 처한 미개화족들이 속수무책으로 아우성
을 치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던 내 가슴은 오랫동안 진정되지 않고 벌렁거렸다.
구경하던 우리도 놀랐는데 실제로 재난을 당한 원주민들의 가슴은 더욱 간이 콩알처럼 되었을 것이다.
겨우 화재의 재난으로부터 구조된 벌거숭이 미개화족들이 아직까지 겁에 질린 눈망울로 오돌오돌 떨고 있는 장면이 마음을 찡하게 했다.
그 가여운 미개화족들에게 먹을 것도 주고 다친 곳을 치료해 주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안심시키는 인조인간들의 구조활동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인조인간들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손으로 만들어 낸 모조생명체에 불과한데 인간의 따뜻한 감정을 미개화족의 인간들에게 전달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인조인간 구조대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위기에 처한 미개화족들을 따뜻한 인간애로 구조하는 그 순간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는 큰 감동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문명인들이 미개화족의 인류들을 업신여기지 않고 따뜻한 인류애로 보살피고 있는 장면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렇게 샤르별의 인류들은 문명과 원시의 공존 속에서 문명보다 더 아름다운 우주정신세계의 빛나는 이상을 실현시켜 나가고 있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바스디러 섬에 살고 있는 사람 소스디들

 

닙이누시 산의 날개신선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구경한 후 다음 일정은 바스디러 섬에 살고 있는 물사람들의 세상을 구경하는 일이었다.
물사람들은 인어처럼 거의 물 속에서만 생활하는 인간들인데, 몸에는 의상도 걸치지 않고 번들거리는 맨 몸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물사람들은 육지와 격리된 루스구스 대양의 먼 바다에 위치한 바스디러 섬에 살고 있었는데, 그 인종의 숫자는 대략 일백만 정도 된다고 했다.
바스디러 섬은 샤르별의 3대륙 9대섬에 속할 만큼 큰 섬인데, 사방이 큰 바다로 막혀서 육지와 고립된 세상이었다.
해변을 따라 험난한 바위들이 솟아 있고 또 한편에는 천혜의 백사장이 넓게 깔려 있으며, 섬 위에는 열대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넓은 섬이었다.
물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주로 바다에서 자라고 있는 해산물들인데, 살아 있는 물고기도 날것으로 먹는 습성을 지니고 있었기에 샤르별에서는 야만인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샤르별의 신선들은 날고기는커녕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과일들조차 입에 대지 않고 살아가는데, 살아 있는 물고기를 날 것으로 먹는 물 사람들을 야만인으로 분류하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샤르별에서 야만인 취급을 받는 인종은 물사람 외에도 몸에 털이 덮인 츠스디 털사람,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더스난이 농경족도 포함되어 있었다.
털사람들은 숲속에서 짐승을 잡아먹고 살아가고, 더스난이 농경족들은 농사를 지으며 원시적 생활을 하기 때문에 야만인종으로 분류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고기, 곤충, 벌레, 짐승, 식물 등으로 배를 채우며 살아가는 잡식성의 지구 인류들도, 샤르별에서 바라볼 때는 당연히 야만인종으로 분류되고 있을 것이다.
물사람들이 야만인종으로 분류되고는 있지만 그들의 성질이 난폭하거나 못되지는 않았다. 순수하고 소박한 성격들이 오히려 친근감도 있었다.
물사람들이 바스디러 섬에 살게 된 것은 1 5천만 년 전부터라고 했으며, 그 유구한 역사 동안 육지 인종들과 피가 섞이지 않고 단일 혈통을 유지하며 현재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바스디러 섬이 옛날에는 육지와 맞닿을 정도로 큰 대륙의 섬이었지만 차츰 물속에 침하되어 지금은 넓은 바다의 한 복판에 떠 있는 고도로 변했다고 했다.
그리고 바스디러 섬이 큰 대륙이었던 옛날에는 인종들의 숫자도 지금보다 훨씬 많이 있었다고 했다. 지금도 바스디러 섬은 조금씩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는 이 섬과 물사람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4차원 문명세계를 창조한 샤르별 인류들의 우주첨단의 문명도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가는 바스디러 섬의 운명을 되돌릴 방법은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슬픈 운명의 역사를 미리부터 알고 바스디러 섬에 우리들이 도착했을 때, 물사람들은 모든 시름을 잊은 듯 물 속에서 평화롭게 생활하고 있었다.
바스디러 섬은 지구 인류들의 상식으로 표현하자면 하나의 독립국가였고, 그 섬의 독립국가에서 살고 있는 백만의 물사람들은 단일민족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단일민족인 그들은 그들만이 전통적으로 이어오는 독특한 문화들을 향유하고 있었는데, 샤르별의 현대문명세계 인류들은 이들의 삶을 철저하게 잘 보호하면서 우정의 교류를 지속하고 있었다.
우리들이 이 섬에 방문해서 물사람들 가까이 접근했지만 아무도 적대감을 표시하지 않고 오히려 다정한 친구를 맞이하듯 우정을 표시하려고 애썼다.
바스디러 섬에 도착했을 때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수많은 물사람들이 거친 파도의 물결에 뛰어들어, 넓은 바다에서 무한한 자유를 즐기며 그들만의 독특한 삶을 연출하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물사람들은 물에서 신나게 헤엄치기도 하고 파도타기도 하며, 어떤 물사람들은 물 위에 솟구쳐서 싱싱 날아다니기도 했다. 또 어떤 물사람들은 능숙하게 자맥질하면서 물 속에서 조개를 캐기도 했고, 어떤 물사람들은 한가하게 바위에 걸터앉아 그들이 만든 악기를 연주하기도 했다.

 

물사람들이 만든 악기들은 조개껍질이나 동물의 뼈 같은 재료들을 이용해 만들어져 있었는데, 그 악기들 속에서 나는 곡조들은 무척 슬프게 들리며 바다의 물결 위에 부서지고 있었다.
물사람들이 그렇게 물 속에서 떼 지어 살아가는 모습은 마치 물개들이 집단으로 살아가는 모습과 비슷했는데, 그들의 알몸에는 조개나 각종 아름다운 돌을 실로 엮은 장식품들로 치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길게 자란 검은 머리들은 그들 나름대로 멋을 부리며 가꾸고 있었다. 물사람들의 키는 큰 편들이 아니었지만, 번들거리고 포동포동한 피부들 때문에 자연의 건강미가 넘치고 있었다.
물사람들의 주거지는 물속에 지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열대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섬 위에 집단으로 지어져 있었다.
물사람들의 주거지는 돌을 쌓아서 지붕을 풀로 덮고 사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어떤 주거지는 바위 속에 굴을 파서 지어져 있기도 했고, 어떤 주거지는 커다란 조개껍질을 지붕에 덮어서 모양을 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집이라기보다는 거의 움막과 같은 수준들이었다.
물사람들은 비바람이나 피할 정도의 소박한 주거지를 만들어두고 가족들과 함께 단란한 삶들을 살아가고 있었다.
욕심도 없고 크게 바라는 것도 없이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인류들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물사람들은 가족끼리의 단결성이 뛰어나서 좁은 주거지에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화목을 과시하고 있었으며, 원시상태의 집단 주거지들은 섬 위에 넓게 퍼져서 군락들을 이루고 있었다.

 

이 원시상태의 주거지에서도 초현대식 건물이랄 수 있는 피라미드 같은 건물들이 가끔씩 눈에 띄는 것을 보고 희한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건물들은 샤르별의 스지스디 본토에서 찾아와 물사람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서 지어놓은 건물들이라고 했다.
현대문명세계의 인류들은 이 섬을 찾아와 수시로 필요한 생필품을 공급해주기도 하고 의료혜택을 베풀기도 하며 지식교육과 훈련을 시킨다고 했다.
말하자면 문명인들이 야만인들에 대한 개화운동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시책이었을 것이다.
대륙의 문명인들과 야만인 물사람들 사이에는 항상 친밀함과 우정이 깊어지는 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다. 문명인들의 야만인들에 대한 깊은 배려와 보호정책 때문이었을 것이다.
처음으로 바라본 물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세상에 둘도 없는 진풍경 중에 진풍경이었다.
물사람들이 먹고 살아가는 식량은 거의 다 바다에서 수확한 해산물들이었으며, 그러한 해산물을 말리거나 절여서 먹는 법이 없었고, 무엇이나 날것으로 생식하는 식생활 습관을 누리고 있었다.
큰 고기는 살점을 칼로 베어 찍어 먹었고 작은 고기들은 통째로 씹어먹기도 했다. 조개도 날것으로 먹고 해조류도 날것으로 먹고 있었다.
해조류의 넓은 잎에다 생선이나 조개를 쌈처럼 싸먹기도 했다.
이런 날것을 생식하는 습관 때문에 물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의 마당에는 반드시 작은 웅덩이들이 고여 있었다. 바다에서 잡아 온 해산물들을 그 속에 가두어두고 키우면서 끼니때마다 꺼내먹기 위해서였다.
물사람들은 의상을 걸치지 않고 살아갔지만, 몸에다 장신구를 부착하거나 걸고 다니는 것은 좋아했다.
아름다운 조개껍질이나 바닷가에서 주운 돌을 구슬처럼 갈아서 만든 장신구를 목에 걸기도 하고 팔찌처럼 차고 다니는 모습도 있었다.
어떤 멋쟁이 물사람들은 온 몸에 장신구를 잔뜩 휘감고 멋을 내고 다니는 모습도 있었다.
물사람들이 장신구로 이용하는 조개껍질이나 돌들은 진귀한 것들이 많았다. 조개껍질 중에는 보석처럼 빛을 내는 것들이 있었고, 돌들도 그냥 돌이 아니라 우주석이란 이름을 가진 아주 희한한 빛을 내는 돌들이었다.
그런 진귀한 물건들이 바스디러 섬에는 잔뜩 널려 있었다.
물사람들 중에서도 머리가 좀 깬 사람은 거북이나 물개처럼 생긴 동물들을 사육하며 길들이기도 했다. 사육한 동물들은 식량이 부족할 때 잡아먹기도 하고, 길이 잘 들어 있는 동물들은 여러 가지 용도로 이용하고 있었다.
길들인 거북의 등을 타고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했으며, 길들인 물개를 이용해 해산물을 채취해 오도록 훈련시키기도 했다.
완벽에 가까운 원시사회라고 물사람들의 세계를 소개할 수 있었지만, 그 세계에서도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문화나 문명의 모습들이 있었다.

 

바스디러 섬에 도착해서 맨 먼저 계획한 행선지는 러차라는 이름을 가진 물사람의 거처였다. 러차는 바스디러 섬의 통치자였기 때문이다.
러차의 거소는 바스디러 섬에서 말하면 관저나 다름없었다. 물사람들의 통치자는 거의 세습적으로 이어져 온다고 하는데, 그래서 러차는 세습 통치자였고 그가 거주하고 있는 관저는 세습으로 물려받은 아주 오래된 물사람의 고가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러차의 거소가 통치자의 관저라고는 하나 다른 물사람들의 거처들과 마찬가지로 크게 화려한 점은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주 넓은 광장에 크게 세워져 있는 조개지붕의 집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돌을 쌓아 지어진 나지막한 지붕에는 크고 넓적한 조개껍질들이 기와처럼 얹혀 있어 제법 모양을 내고 있었고, 광장의 넓은 마당 주위로는 돌담을 둘러 경계를 표시하고 있었다.
암반이 깔려 있는 광장은 많은 군중들이 집회를 할 수 있도록 넓었으며, 마당의 한 구석에는 실내 풀장과 같은 큰 연못이 만들어져 있었다.
러차의 거소를 방문했을 때 그는 마침 마당의 연못에서 한가하게 수영을 즐기며 몸을 단련하고 있었다. 연못 속에는 애완용으로 키우는 동물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러차는 수영을 하면서 그 동물들과 재미있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것을 눈치챈 그는 아무런 의상도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잽싸게 물에서 나와 반겼다.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면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샤르비네와 러차는 구면이었다.
샤르비네가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봉사단의 활동에 참여하면서 물사람들을 자주 찾아왔기 때문이다. 샤르비네가 벌였던 봉사활동은 주로 의료봉사라고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친숙해지고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근래에 얼굴을 보지 못해 궁금했는데 어쩐 일로 이렇게 모처럼 방문했소? 우리 물사람들은 틈만 나면 아니의 이야기를 꺼내놓고 보고 싶어 했다우. 어쩌면 아니가 우리 물사람 형제들을 잊고 다시는 방문하지 않을 거라는 슬픈 생각을 가진 자들도 있었소. 그런데 이렇게 찾아주니 반가운 마음을 무어라 형용할 수 없구려.”
샤르비네를 반갑게 맞이한 러차는 샤르비네에 대한 반가움과 그동안의 심정을 솔직하게 토로하는 것이었다.
제가 물사람 형제들과 나눈 우정이 얼마인데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나요? 평생 그 우정은 변치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사실 그동안 저는 멀고 먼 우주를 여행하느라 본의 아니게 이곳을 방문할 수 없었어요. 그러니 오해하지는 마세요."
샤르비네도 그동안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에 대해서도 러차에게 자세히 소개해 주었다.
러차는 아주 서글서글한 성품으로 우리를 반기고 손님에 대한 예를 갖추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저녁이 되니 많은 사람들이 러차의 마당에 몰려들었고, 그 자리에서 우리를 위한 즐거운 파티도 벌어졌다.
물사람 악대들이 나와서 재미있는 악기소리를 연주하며 춤을 추기도 했고, 목소리가 좋은 물사람들은 나와서 노래도 불렀다.
나도 물사람들과 섞여서 흥이 나게 춤을 추었고, 샤르비네는 그녀 특유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영혼을 울리는 노래들을 불렀다.
샤르비네는 물사람들의 애창곡인 영가들도 많이 익히고 있어서 능숙하게 열창했다. 샤르비네가 자신들의 영가를 열창할 때는 섬이 떠나갈듯한 물사람들의 합성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너무 신나고 유쾌한 기분을 마음껏 느꼈던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즐거운 파티가 끝나고 물사람들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선물을 꺼내놓았다. 대부분 진귀한 조개껍질이나 돌들이었고, 물고기의 뼈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피리 같은 악기도 선물 받았다.
어떤 물사람은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부적을 선물하기도 했다. 뼈를 깎아서 기묘한 모양으로 만든 물건인데 목에다 걸고 다니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했다.
물사람들은 행운의 부적을 우리들의 목에 걸어주며 항상 신의 가호가 따르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샤르비네를 알아보고 좋아하는 물사람들이 낮에도 찾아와 그녀에게 선물한 물건들도 있었지만, 이날 저녁 환영파티가 끝나고 받은 선물들은 더욱 우리들 마음을 감동시켰다.
샤르비네도 미리 준비해 온 물건들을 물사람들에게 선물하며 따뜻한 환영에 대하여 감사의 보답을 했다.
이튿날 우리는 춘우셔시를 타고 러차와 함께 바다 밑에 수몰되어 있는 물사람들의 수중 유적지를 살펴보았다.
수몰된 물사람들의 유적지에는 수천, 수만 년 전에 살았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물사람 선조들이 살았던 집터와 유물들이 조용하게 물 속에 가라앉아 과거의 슬픈 기억들을 되살리게 했다.
물 속에 가라앉아 있는 유물들을 물사람들은 일체 손을 대지 않았다. 유물들의 주인이었던 슬픈 영혼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물사람들은 또 자신들의 선조였던 슬픈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해마다 위로제도 올린다고 했다. 미개한 인종들처럼 살아가는 그들이었지만, 그들 나름대로 순박한 인품과 아름다운 정신세계를 소유한 인종들이라고 기억할 수 있었다.
바스디러 섬에서 돌아올 때 많은 물사람들이 마중 나와서 손을 흔들고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아쉬워하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지금도 바닷가에 나가 찰랑거리는 파도소리를 듣고 있으면 멀리서 물사람들의 슬픈 영가가 아련하게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샤르별의 단일신앙 샤스미와 종교행사

 

샤르별은 빛의 나라요 신선의 세계라고 부른다.
이름에 걸맞도록 샤르별의 인류들의 몸차림은 언제나 신선복이며, 태어나서부터 신선의 도를 걷고 평생을 신선으로 살다가 마지막 목표인 빛의 화신이 되어 우주의 영원한 자유자로 다시 태어난다.
지구의 종교는 다양한 교리가 행해지고 그 교리에 어긋나면 무서운징계와 형벌을 면치 못하지만, 샤르별에서 실시되는 신선의 도는 징계와 형벌이 없다.
샤르별의 신선들은 누구에게 구속당하지도 않고 남을 구속하지도 않으며 스스로 우주의 중심자로 숭배하며 영과 육을 초월한 자유자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샤르별에서 행해지던 신선의 도는 지구의 동방에 전해졌고, 1 2천년 전 신선의 국가가 건설되었으며 그 후손들은 지금도 지구 인류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언젠가 지구에서 신선의 후손들이 지구 인류의 정신세계를 장악할 때, 비로소 지구에도 영원한 자유가 찾아올 것이다.
샤르별의 인류들은 평생을 신선으로 살아가면서 우주나이로 350년을 불로장생한 후 빛의 화신이 되어 제 갈 길을 간다. 우주나이는 지구
나이와 비교할 수 없는 긴 시간이다. 지구의 1년은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계산하지만, 우주나이는 우주가 움직이는 표준시간으로 환산한다.
샤르별에서도 지구와 마찬가지로 숫자를 셀 때 10진법을 사용했다. 그들은 10진법을 우주의 숫자라고 생각했으며 특히 10이라는 숫자를 신성시했다. 이러한 의미로 샤르별의 종교행사는 매월 10일에 이루어진다.
샤르별의 인류들은 태양신(빛의 신)이라고 부르는 샤스미를 숭배하고 있었는데, 샤르별 전체가 단일종교를 믿고 있었다. 샤스미는 빛을 상징하는 존재였고, 우주영성의 힘으로 우주질서를 제어하고 지배하는 상징성의 이름이기도 했다. 그래서 태양()은 우주지배의 힘인 샤스미의 상징인 것이지 그 자체가 숭배의 대상은 아니었다.
태양을 샤스미의 상징으로 숭배하는 까닭은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는 빛에 의해 태어나고 성장하며 진화하기 때문이라고 믿기 때문이었다.
샤르별의 존재들은 모든 생명체가 빛으로 태어나고 빛으로 살다가 빛으로 돌아간다는 광인사상을 믿고 있었다. 즉 우주의 모든 영과 생명체는 빛과의 인연을 맺지 않고 태어나거나 살아가지도 않는다는 사상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주에 나타나는 빛이란, 모든 생명의 뿌리가 되고 모태가 되는 것이라고 샤르별에서 굳게 믿으며,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의 본연의 모습도 빛이라고 그들이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광인사상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모든 물질의 분자를 쪼개고쪼개면 결국은 빛의 광립자가 남게 되고, 인간의 몸도 세포하나를 끝까지 쪼개면 100만 개의 광립자로 구성된 광성체란 사실을 샤르별에
서 밝혀내고 있었다.
인간의 몸이 6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한 개의 세포마다 100만 개의 광립자로 형성되어 있다면, 인간의 몸이 곧 빛의 덩어리요 집광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샤르별에는 종교인과 비종교인이란 구분이 없었고, 샤르별의 모든 존재들이 신앙인으로서 매월 10일에 열리는 집단행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빛 신앙이라고 하는 종교는 샤르별 인류들의 삶에 있어서 일부이기도 했다.
빛 신앙은 마음수행으로부터 시작되며, 마음수행의 근본 목적이 선도였다. 선도란 육신의 몸을 입은 인간들이 신선의 몸을 입기 위한 수행과정이었다.
샤르별에서는 태어나자마자 시작하는 것이 선도수행이고, 선도수행을 통해 샤르별의 존재들은 누구나 신선의 몸을 입고 신선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그들이 살아가는 어느 곳이나 선경세상이요 무릉도원이었던 것이다.
샤르별의 종교는 선도수행과의 연관선상에 있고, 선도수행이 빠진 종교나 신앙은 샤르별의 존재들에게 무의미했다. 그러므로 매달 열리는 종교행사는 집단으로 실시하는 마음수행의 한 모습에 불과했고, 신선의 도를 닦기 위한 선도수행이 그들이 실천하는 빛 신앙의 형태였던 것이다.
샤르비네와 나도 빠지지 않고 선도수행의 종교행사에 참여했다. 종교행사 시간은 직장근무를 마치고 나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샤르별의 모든 신선들이 참석하는데 불편이 없었다.
샤르비네와 내가 참석하는 샤스미 사원은 뵤시럿이 도시 우사소디 읍락의 근교에 위치한 거대한 피라미드 성이었다. 샤스미 사원은 피라미드 모양으로 지어져 있었는데 산처럼 크고 어마어마한 건물이었다.
피라미드 사원은 단일건축물이 아니라 수많은 부속건물의 피라미드 지붕들이 산처럼 높은 본 건물을 에워싸고 있는 형태였다. 그래서 피라미드 사원을 피라미드 성이라고 불렀다. 우사소디 피라미드 성은 높이가 500m에 이르고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일시에 200만에 달했다.
피라미드 성은 본 건물과 다양한 형태의 외곽 건물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든 공간의 구조는 4차원으로 이루어져 있어 본 건물과 외곽 건물의 구분이 없는 내부공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즉 피라미드 성의 내부는 4차원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어느 공간에 앉아 있어도 중앙을 마주보는 형태가 되고, 어떤 층이나 멀리 구석진 공간에 앉아 있어도 중앙과 마주한 형태가 되어 종교행사를 진행하는 데 불편을 겪지 않았다.
사원의 주변에는 초원처럼 넓은 풀밭이 조성되어 있어 200만에 달하는 신선시민들이 몰고 온 춘우셔시를 모두 정류시키고도 남았다.
200만의 신선시민들이 일시에 구름떼처럼 모여드는 모습은 장관이었고, 아무리 많은 시민이 운집해도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지는 질서는 신비스러움까지 자아냈다.
신선시민들이 입고 있는 신선복장은 땅에 끌리는 듯하고, 그들이 풀밭에서 걸어다니는 모습은 구름을 타고 다니는 모습처럼 가벼워 보였다.

 

신선시민들 중에는 어린이도 있고 젊은 여성들도 있었는데, 하늘에 천사가 있고 선녀들이 있다 해도 그보다 아름답지는 못할 것 같았다.
날개 달고 나타난 천사들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어린이들과 젊은 여성들의 신선이었다.
나도 샤르비네와 저처우린을 비롯해서 그동안 알게 된 젊은 남녀 시민들과 일행을 이루고 행사에 참여했는데, 그들의 몸에서는 그윽한 향기가 피어나고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몸동작들은 천상의 신선을 대하는 기분과 다르지 않았다.
종교행사의 모임이라고는 하지만 무릉도원을 찾아 신선놀음을 즐기는 기분과 다르지 않았다.
샤스미 찬양시간이 되어 사원 안으로 들어가면 둥글게 생긴 제단이 중앙에 설치되어 있고, 제단에는 샤스미를 상징하는 향불이 크게 타오르고 있었는데, 정신을 맑게 해 주는 아주 고상한 향기가 사원의 내부 공간에 가득했다.
그 고상한 향기로 인하여 저절로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사원의 좌석은 운동장의 스탠드처럼 중앙집중형태로 배치되어 있고, 어떤 층의 어떤 자리에 앉더라도 중앙제단과 마주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4차원 공간이었다.
중앙의 제단은 고정되어 있는 시설이 아니라, 바차시 장치가 설치되어 공중에 떠서 움직이는 형태였다.
샤스미 찬양은 성인이라 부르는 사원의 수석사제가 진행했는데, 수석사제는 종교행사만 진행할 뿐 아니라 평소에는 시민들의 정신적 아버지로서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수석사제가 집전하는 찬양시간이 되기 전 신선들은 미리부터 자리를 잡고 앉아서 명상과 예비찬양을 합창하는데, 찬양가는 은은하면서도 경건하고 영혼을 감동시키는 아름다운 곡조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섯 곡 이상의 찬양가가 사원에 울려 퍼진 후에야 드디어 수석사제성인이 제단에 나타나는데, 그는 걸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서 공중으로 들어올려지는 작은 단상에 서 있는 채로 나타났다.
작은 단상도 바차시가 설치되어 있어 무중력으로 공중에 뜰 수 있었으며, 그렇게 부양되는 단상에 서서 수석사제가 공중에 나타나는 모습은 성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수석사제가 공중에 나타날 때 더욱 아름다운 찬양가가 울려 퍼지고 신선시민들은 마치 하느님이라도 바라보는 듯이 경건한 마음의 옷깃을 다시 여미는 것이었다.
이윽고 제단에 오른 수석사제는 들고 나온 꽃을 샤스미께 바치는 의식을 집행하고 향불의 재료를 향로 속에 넣은 후 신선시민들을 향해 축복을 내렸다.
수석사제가 축복을 내릴 때 공중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빛줄기들이 수없이 쏟아져 내렸으며, 그 빛줄기들은 안개처럼 변하여 시민들의 얼굴을 자욱하게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향기와 향기로운 바람이 사원 안에 살랑살랑 일어났다. 그 순간 내 마음은 무아경지에서 느끼는 듯한 황홀한 감정에 젖어 갔으며, 우주의 기운과 동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저절로 마음속에서북받쳐 올라오고 있었다.
그 향기와 향기로운 바람은 인위적으로 일으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 생각에는 우주기운이 만들어내는 초월적 현상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샤르비네는 그 현상을 우주기운과의 공명현상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축도를 끝낸 수석사제는 감동적인 강론을 시작했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들아! 우리는 모두 우주의 분신이요, 작은 우주들이며, 우리들의 영혼은 영원함 속에서 진화되고 또 더 아름다움으로 향한 진화를 향해 오늘 이 자리에 모였음이라. 그것은 보석처럼 영롱한 우리들 영혼에 때 묻은 오염자국을 씻어내기 위한 소망이 아니겠느냐? 보라! 푸른 창공에 태양은 밝게 빛나고, 넓은 초원에 천만 가지꽃들은 활짝 피어 우주의 신비로움을 찬양하니, 그 아름다운 현상이 바로 우리들 영혼의 모습이라. 초원 위에 피어난 꽃송이들은 가꾸면 가꿀수록 더 아름다운 빛과 아름다운 향기를 발하는 것이니, 우리들도 더욱 아름다운 영혼을 가꾸어 아름다운 빛과 향기를 발하지 않으려나. 하늘에는 찬란한 별빛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우주는 천태만상의 조화를 영겁의 세월 동안 펼쳐가고 있으니, 위대하다 우주의 불가사의함이여! 우주의 위대한 창조력이여! 우리 영혼들이 모두 그 위대함의 분신들이라, 우주의 현상이 불가사의하듯, 우리들 생명 또한 불가사의함의 현상이니, 그 변화무쌍함의 위대한 잠재력의 비밀을 누가 다 밝힐 수 있고 그 신비스런 영혼의 현상을 누가 다 설명할 수 있겠는가? 천태만상의 조화가 바로 우리들 영혼에 깃들어 있으니, 이 아름다운 보석을 더욱 빛나게 가꾸어가지 않으려나! 아름다운 영혼은 밤하늘의 별처럼 영원히 찬란하리라....”
이렇게 이어지는 수석사제의 설교는 끝이 없었고, 그 설교의 내용만 듣고 있어도 저절로 영혼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보석처럼 영롱한 내 영혼의 실체가 눈앞에 훤히 떠오르는 듯하여, 그 영혼의 세계로 무아의 경지처럼 자아가 몰입되는 현상을 경험할 수도 있었다.
종교행사를 마친 후 신선시민들은 바로 돌아가지 않고 끼리끼리 여기저기 풀밭에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다양한 형태의 신선놀음을 벌였다.
신선시민들은 취향들이 다양하여 다양한 취향만큼의 행사들이 벌어졌는데, 가무를 즐기는 모임, 노래나 음악을 즐기는 모임, 담소를 즐기는 모임, 연예나 묘기를 즐기는 모임 등 다양했다.
어느 모임이나 신선주나 신선차는 등장했지만 음식은 없었다. 신선주는 기분이 좋을 만큼 취하게 만들었고, 신선차는 기분을 편안하고 황홀한 감정을 북돋아 주는 특징이 있었다.
나와 샤르비네 그리고 저처우린을 비롯해서 함께 온 일행은 신선주 한 잔씩을 마시고 가무를 즐겼다. 천상의 여인들이라 이름 붙여도 손색이 없는 선녀들과 손을 잡고 함께 가무를 즐기는 기분은 어떤 신선놀음보다 흥겨웠다.
신선가무는 좋아하는 사이끼리 어울리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놀이였다. 나도 샤르비네와 저처우린의 두 선녀를 대동하고 신선춤을 추었다. 신선춤은 샤르비네를 통해 익혔었다.
샤르비네와 틈나는 대로 연구소의 풀밭에서 춤을 추었던 춤솜씨라 남의 눈에 서툴게 보이지 않았다.
나와 샤르비네가 짝을 지어 신선춤을 출 때 일행들이 환호하고 즐거워했다. 다른 짝들도 돌아가며 춤솜씨를 선보였고, 천상의 선남선녀들이 어울려 노는 장면 그대로였다.
밤이 깊도록 신선놀음은 이어졌고 수시로 우스시어 향료수와 신선차를 마셔서인지 피곤함은 찾아오지 않았다.
신선놀음이 끝나고 헤어질 때는 서로 아쉬워 포옹을 하고 입을 맞추며 다음 시간을 약속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하늘세상 날개인간들을 찾아서

 

샤르별의 특이한 인종으로 날개를 달고 살아가는 날개인간 즈스디, 물 속에서 인어처럼 살아가는 소스디, 온몸에 털을 덮고 살아가는 지하인간 츠스디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즈스디 인종들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특별했다.
그래서 샤르비네에게 틈만 나면 날개인간들을 보여 달라고 졸랐다.
"사람의 몸에 날개가 달려 있고, 그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면 궁금해서 견딜 수 없소.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날개인간들의 모습을 빨리 구경하고 싶어 견딜 수 없소. 그 궁금증을 풀기 전에는 다른 구경들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소. 날개인간들을 먼저 구경하고 다른 구경을 하는 것이 어떻겠소?” 그러한 부탁을 못이긴 샤르비네는 어느 날 다른 일정을 취소시키고
춘우셔시를 몰고 닙이누시 산으로 향했다. 닙이누시 산의 정상을 배경으로 즈스디 날개인간들이 흩어져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닙이누시 산은 듣던 대로 산 전체가 기암절벽들로 뒤덮여 있고, 27천 미터가 넘는 주봉을 중심으로 7만 여 개의 높고 낮은 봉우리들에 에워싸인 채, 장엄한 산세를 드러내고 있었다.

 

산정상에 바다처럼 고여 있는 하늘호수를 비롯해서 수백, 수천 km에 이르는 긴 계곡을 따라 강처럼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들이며 까마득히 높은 절벽에서 층계를 이루며 쏟아지는 폭포들, 그리고 바위틈 사이사이로 피어난 야생화들의 꽃향기가 어우러진 선경의 모습 그대로였다.
샤르별의 인류들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선경세상이라고 자부하지만, 진짜 무릉도원과 선경세상의 모습은 닙이누시 산에 펼쳐져 있었다.
2 7천 미터 산 정상에 고여 있는 넓은 호수는 그 신비로움이 대단했고, 그 호수가 넘쳐 흐른 물이 32, 27단 등의 다단 폭포수로 떨어지는 장면들도 절경이었다.
닙이누시 산맥의 7만 봉우리로 이루어진 계곡들마다 폭포가 떨어지며 만들어내는 굉음소리들이 요란했고, 폭포의 물줄기들과 폭포가 떨어질 때 발생하는 흰 포말들이 안개처럼 자욱하게 피어서 산능선을 덮고 있는 장면이 선경세상 그대로였다.
신비로움과 환상적인 절경을 자랑하는 닙이누시 산 계곡의 산등성이마다 옅은 구름이 모락모락 깔려서 덮고 있고, 구름에 묻혀 보일듯 말듯한 날개인간들의 집들이 여기저기 절벽 위에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쪽 절벽과 저쪽 절벽으로 새처럼 하얀 날개짓들이 오락가락 하는데, 그들이 바로 날개인간 즈스디였다.
날개인간들이 하얀 날개를 쭉 펴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요,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사람이면서 어떻게 날개를 달고 새처럼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을까?"

 

그 장면을 실제로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는 신비스러움 자체였다.
7만 봉우리로 에워싸인 닙이누시 산의 절경 속에서, 새처럼 큰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살아가는 날개인간들의 모습은, 도저히 이 세상의 현실 속에서 만나볼 수 없는 환상적인 현상이라고 밖에는 달리 소감을 밝힐 수 없었다.
샤르별에서는 2m 이상 높은 곳에서도 비교적 산소량이 풍부해서 호흡하는데 지장이 없었다. 2 5m 쯤 되는 고산지대부터는 호흡에 지장이 있었다.
그러나 닙이누시 산에는 2 5m 이상 높은 곳에서도 동식물들이 자라고 날개인간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산소가 부족해도 잘 살아가는 인간들과 생명체들을 그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우리들은 고산지대에서 호흡곤란을 겪을 것을 대비해 식용산소 우디어를 준비했다. 우디어를 복용하면 몸 속에서 부족한 산소가 발생하여 몇 시간씩 버틸 수 있었다. 호흡곤란이 발생하면 다시 필요한 양만큼 우디어를 복용했다.
우디어를 복용하고 샤르비네와 함께 방문한 2 7m 닙이누시 산 정상에는 하늘조각이 내려온 모습을 한 산상호수가 고여 있었다.
산상호수가 고여 있는 위치는 실제로 2 5m 9부 능선 쯤 되고, 산상호수 주변에는 넓은 고원이 형성되어 별천지의 자연세계를 펼치고 있었다. 지구의 화산봉우리에 형성된 분화구의 연못과는 다른 자연현상이었다.
고원에 형성된 큰 초원에는 천태만상의 자태를 뽐내는 기화요초들이 지천에 깔려 있고, 크고 작은 동물들이 서식하며 독특한 자연경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고원은 높은 산에 올라와 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낮은 땅에서 사는 기분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날개인간들은 대부분 산상호수 주변의 고원지대에 하늘의 집이라고 하는 산상촌락을 형성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곳에서 밑을 내려다보면 깎아지른 듯한 수천m 높이의 절벽들이 병풍처럼 솟아 있었다.
날개인간들의 집들은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지어져 있는 경우도 많았다.
절벽 끝에 지어진 집에서 밑을 내려다보면 땅은 보이지 않고 질펀한 구름바다만 넓게 펼쳐져 떠 있었다. 한마디로 날개인간들이 살아가는 산상촌락은 땅에 존재하는 세상이 아니라 구름 위에 떠 있는 세상 같았다.
날개인간들의 숫자는 8백만에 이른다고 했다.
날개인간들은 닙이누시 산의 정상에서만 살지 않고 계곡이나 절벽 등 닙이누시 산의 절경이 펼쳐져 있는 곳은 어디나 가리지 않고 흩어져 살아가고 있었다.
날개인간들은 천성적으로 아름다운 절경이 형성되어 있는 곳을 주거지로 삼아 살기를 좋아했고, 그래서 눈으로 보아 아름다운 경치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날개인간들의 주거지가 군락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우리가 날개인간들이 살고 있는 산상촌락을 방문해서 맨 먼저 만난 즈스디가 구니였다. 구니는 날개인간들의 정신적 지주였다. 지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날개인간들의 왕이 구니였다.

 

그러나 구니는 날개인간들에게 군림하는 왕이 아니었고, 그 정신세계와 마음을 보듬고 살아가는 대부와 같은 존재였다.
날개인간의 대부인 구니는 샤르별의 신선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고 존경받는 대상이기도 했다.
샤르비네의 아버지 초시는 평소에 닙이누시 산을 자주 방문하여 구니와 친분이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샤르비네도 초시를 따라서 구니를 함께 방문했던 기억이 많았다.
닙이누시 산의 산상촌락을 방문할 때는 반드시 사전 허락이 필요했고, 초시의 주선으로 우리들은 아무 불편 없이 닙이누시 산을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샤르비네는 날개인간의 지도자 구니와 구면인 관계로 가장 먼저 그의 거처를 방문해서 편하게 닙이누시 산의 절경을 구경하기로 했다.
우리가 방문한 구니의 거처도 거대한 구름경관이 펼쳐진 아슬아슬한 절벽 끝에 매달려 있었다.
구니는 황금빛 의상에 하얀 날개를 달고 있었고, 바람에 흩날리는 긴 머리와 수염을 기르고 있어, 그의 고상한 인품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날개인간의 몸에는 날개만 달렸을 뿐, 그 외의 신체부위에는 깃털이나 있지도 않고 피부는 맑고 고왔다.
특히 여성 날개인간들은 천사의 아름다움 그대로였다.
지구 인류들이 화폭에 그려놓은 천사의 모습과 여성 날개인간들의 모습이 너무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니의 거처에는 음식을 조리해 먹는 주방시설이라든가 복잡하고 너저분한 살림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간편한 침상과 정돈되어 있는 의상들, 그 외 스지스디 인종들로부터 제공받은 우주첨단문명의 이기 몇가지 정도가 살림의 전부였다.
집의 건축자재는 성분을 알 수 없는 물질들이었고 지붕은 구름 같은 빛으로 덮여 있고 구조는 복잡하지 않았다.
성분미상의 물질을 이용해서 바위 위에 지어놓은 그들의 집들은 거의 예술에 가까울 정도의 운치와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었다.
함께 기르는 동물들도 있었는데 학처럼 생긴 새와 표범처럼 생긴 짐승을 몇 마리씩 기르고 있었다. 이러한 동물들은 우리에 가두어 놓고 기르는 것이 아니라 야생 상태와 다름없이 거주지 주변에 놓아 기르고 있었다.
날개인간들이 기르는 동물들은 훈련이 잘 되어서 심부름을 시키면 무엇이나 잘 따라주는 편이었다. 날개인간들이 키우는 새들은 자기들 주인인 날개인간들이 하늘을 날아다닐 때 함께 따라다니기도 했는데, 날개인간들과 새들이 함께 어울려 공중에서 비상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 것이 사람이고 어느 것이 새인지 분간하기조차 어려웠다.
날개인간들은 타고난 솜씨가 좋은지 그들이 입는 의상이며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만드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날개인간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전통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었고, 스지스디 인종들의 우주첨단문명을 마음 넓게 받아들이며 자신들의 삶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가 구니를 찾아갔을 때 그의 곁에는 커다란 동물 하나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었는데, 표범하고 비슷하게 생긴 혀좁이라는 야수였다. 맹수처럼 보이는 혀좁이는 생긴 모습하고는 달리 사람의 말을 아주 잘 듣고 온순했는데, 구니는 가끔 이 야수의 등을 타고 닙이누시산등성이를 따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망중한을 즐긴다고 했다.
커다란 맹수가 구니 옆에 그림자처럼 앉아서 눈만 깜빡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이 맹수를 거느리고 다니며 위용을 과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구니는 겉으로 보이는 위엄과는 달리 자상하고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란 것을 금세 느낄 수 있었다.
구니가 샤르비네를 맞이하는 표정을 보면서 그 성품을 읽을 수 있었다.
어허, 이게 누군고? 아니 선녀가 맞지? 너무 몰라보게 예뻐져서 하마터면 몰라볼 뻔 했구나. 나의 친구 초시와는 자주 통신으로 접속하고 너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 듣곤 했다만. 네가 방문한다는 전갈을 받고 많이 기다리고 있었노라.”
샤르비네는 그러는 구니의 품에 다정하게 안겨들면서 애교스런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 날개신선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별고 없이 잘 지내셨어요? 아버지랑 저도 그동안 츠나별(지구)에 여행가서 아버지를 도우며 제 학문에 대한 연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지 며칠 안되요. 아버지는 지금 츠나별에서 수집해 온 자료들을 관계당국에 보고하고 정리하느라 바쁜 일정들을 보내고 계시답니다. 아버지도 한가하면 날개신선님을 꼭 찾아 뵐 거예요."
"! 그랬었구나. 츠나별에 다녀왔으면 좋은 구경 많이 했겠구나. 나도 덕분에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누구지?”
샤르비네와 정겹게 인사를 나눈 구니는 다정한 시선을 나에게 돌리며 물었다.
", 츠나별에서 함께 온 샤르앙이라고 해요. 지구에선 하리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샤르앙은 제가 지어준 이름이에요. 그리고 이번에 저와 일심동체 언약을 맺은 사이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제 이름도 아니가 아니라 샤르비네로 바뀌었어요."
"! 그랬느냐? 아무튼 반갑네, 샤르앙. 나는 구니라고 하네. 이곳에는 날개신선들만 하늘을 날아다니며 떼 지어서 살고 있기 때문에 자네의 시선으로 생소하게 느껴지는 세상일 줄 아네. 날개신선들이 살아가는 문명과 문화라고 하는 것은 인간들의 눈으로 보아선 많이 낯설겠지. 살아가는 모습은 다르지만 서로 좋은 친구사이가 되는 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닐 걸세. 앞으로 우리 좋은 친구가 되어보기로 하세."
구니는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며 다정한 눈빛으로 무언의 메시지를 나의 마음속에 전달해 주었다.
처음 잡아보는 날개신선의 손은 작고 부드러웠으며 따뜻했다.
감사합니다, 날개신선님. 이토록 아름다운 세계를 방문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데 대하여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앞으로 많은 가르침을 베풀어주십시오."
구니에게 나도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자네는 이미 우주의 선경세상인 4차원 문명세계의 놀라운 지혜들을 수없이 체험하며 정신적으로도 큰 가르침들을 많이 얻었을 터인데, 우리 날개신선들의 세계에서 무엇을 얻고 배울 것들이 있겠나. 우리들 세계는 눈앞에 펼쳐진 게 산이요, 발아래 두르고 있는 것이 구름이며, 코로 맡아지는 것이 꽃향기들뿐이라네. 그러므로 4차원 문명세계에서 보고들은 우주문명세계에 비하면 이곳에서는 특별히 깨달을 내용들이 없을 것으로 알고 있네."
구니는 나에게 웃음 띤 목소리로 말하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정녕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구니신선님. 구니신선님의 말씀대로 제가 4차원 문명세계에서 고차원의 문명과 정신세계를 체험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은 사실이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나, 이곳 날개신선들의 세계에서는 또 다른 경이로움이 제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것 같습니다. 이곳이 비록 원시문명세계라고는 하나, 우주첨단문명세계에서 얻을 수 없는 그 무엇을 잔뜩 얻어갈 것만 같습니다. 천하의 절경과 구름 위에 펼쳐진 이 아름다운 세상은 결코 4차원 문명세계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또 다른 우주의 섭리를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들의 세계에 범상치 않는 우주의 가르침이 존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허허, 자네가 우리 날개신선들의 세계를 방문한 느낌이 그렇다니 듣기 싫지는 않구나. 자네가 우리들 세상에서 깨달을 것이 있으면 깨닫고, 또 자네에게서 새로운 세상에 대한 소식을 얻을 것이 있다면 얻는 것도 나쁠 것은 없지. 앞으로 자네들이 우리들 세상에 머무는 동안 부담 없이 우리들 문화를 향유하고 좋은 추억을 마음에 많이 새기고 돌아가도록 하게. 무엇이든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도록 하겠네.”
이런 대화를 나누는 중에 날개신선 구니의 성품은 무척 온화하고 자상하며 인간세상과의 친화적 성격을 가진 소유자란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에 날개인간들의 거처에 도착하여 맹수를 거느리고 있는 구니를 대했을 때 조금은 긴장되고 마음이 굳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다정한 첫 대면을 나누고 나니 금세 마음이 편해지고 날개신선들이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구니에게 방문인사를 마친 샤르비네와 나는 발아래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구니의 거처에 앉아서, 선경세상이 따로 없는 닙이누시 산의 절경을 감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구니의 산상궁이 지어져 있는 바위 절벽은 깎아지른 듯하고 그 높이가 2천 미터에 달했는데, 밑을 내려다보면 둥둥 떠다니는 구름바다 위로 작은 산봉우리들이 뾰족뾰족 고개를 내밀고 선경세상의 정취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그 산산궁의 절벽은 닙이누시 산의 2만 미터가 넘는 능선에 병풍처럼 길게 둘러져 있었고 절벽 위에는 하늘의 벌판같은 고원지대가 지평선을 마주한 채 평원처럼 넓게 펼쳐져 있었다.
높은 절벽의 바위 틈새에는 빨간 열매를 맺은 작은 나무들이 군락으로 자라고 있었는데, 멀리서 보면 절벽에 불이 붙어 타오르는 것처럼도 보이고, 신비로운 붉은 꽃망울들이 절벽을 뒤덮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자세히 보니 날개인간들이 새처럼 날아다니며, 절벽의 바위 틈새에 열리고 있는 붉은 열매들을 열심히 따 모으는 장면들이 수없이 눈에 띄었다. 마치 인간 꿀벌들이 절벽의 바위틈에서 열심히 꿀을 따는 모습 같기도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샤르비네에게 물었다.
"날개인간들이 따 모으고 있는 것들이 무엇이오? 꽃을 따는 것 같기도 하고 무슨 열매를 따 모으는 것 같기도 한데……. 저마다 무언가를 목에 걸고, 주머니 같기도 하고 바구니 같기도 하고. 아무튼 무언가를 열심히 따 모아서 담고 있는 모습들이 보이는구려. 샤르비네의 눈에도 잘 보이지요?"
"잘 보셨어요. 날개신선들은 지금 자신들의 식량을 따 모으고 있는 중이에요. 우스시너스라고 하는 열매인데, 붉게 보이는 것들이 날개신선들의 식량인 우스시너스 열매이지요. 한 번 먹으면 불로장생하는 신성한 열매요, 죽을 몸이 죽지 않고 썩을 몸이 썩지 않는 묘약으로 알려진 열매가 우스시너스이지요."
불로장생하는 신선들의 식량이 우스시너스라구요?"
"그렇답니다. 산상호수의 물과 우스시너스 열매가 날개신선들이 먹고 불로장생하는 식량이랍니다."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에 구니가 금방 날개신선들이 따온 우스시너스 열매를 우리 앞에 내 놓으며 맛보라고 권했다.
붉고 번들거리는 열매들이었는데 크기는 체리보다 조금 작아 보이고, 한 송이에 여러 열매가 송알송알 달려 있었다.
내가 그 열매를 들고 신비한 눈빛으로 바라만 보고 있으면서 차마 입에 넣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을 때 구니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날개신선들이 먹고 불로장생하는 선과이니 어서 입에 넣고 맛을 음미해 보도록 하게. 우스시너스 선과는 닙이누시 산맥 일원의 높은 절벽에서만 자생하는 다년생 나무열매이며, 우리들 세상의 특산물이라네. 이 나무는 다른 어떤 지역에 옮겨 심어도 자라나지 못하고, 열매는 백년이 넘은 수령의 나무에서만 열리는 특징이 있다네. 이 열매들은 죽을 사람의 생명도 살린다는 속설이 있어 옛날에는 현대문명세계 인간들이 생명을 걸고 구하러 오기도 했다네. 하지만 이 열매들은 우리 날개신선들의 목숨을 연명하는 주식이기 때문에 함부로 다른 곳으로 유출시킬 수 없었어. 그래서 지금은 우리 날개신선들을 제외한 누구도 이 열매들을 따갈 수 없다네. 일반세상의 존재들은 맛 볼 수 없는 금단의 열매이기도 하지. 여기에 찾아오는 손님 중에 특별한 손님에게만 대접하는 귀한 신선의 음식 선과이니 그리 알고 맛보게."
구니는 자신이 먼저 우리 앞에 내 놓은 우스시너스 바구니에서 몇 알을 꺼내서 입에 넣고 무언가를 음미하듯 하며 천천히 씹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우스시너스 먹는 요령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우리도 구니처럼 우스시너스 선과 몇 알을 집어서 입에 넣고 살며시깨물어서 입 안에서 이리저리 굴리며 맛을 보았다.
약간 새콤하면서 떨떠름한 맛이 전부인 선과는 향기가 매우 좋았다. 씹고 난 맛은 솔잎을 씹었을 때처럼 떨떠름하면서 쓰고 신맛이 났었는데, 열매의 진한 향기는 오랫동안 입 안에서 물씬거리며, 말하고 숨 쉴 때마다 입 밖으로 퍼져 나왔다.
샤르비네는 선과를 씹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과를 한 알씩 먹을 때마다 하루의 수명이 더 연장된다는 전설이 우리 샤르별에 알려져 있지요. 그만큼 불로장생의 불로초란 뜻이기도 한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매일 우스시너스 열매를 주식으로 살아가는 날개신선들은 날마다 더 젊어지고 날마다 나이를 거꾸로 먹으며 살아갈 수 있겠지요. 그래서 우리 샤르별에서는 이 우스시너스 선과를 먹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살아가는 날개신선들은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가는 불로영생의 천신이라고 믿었던 적도 있어요. 지금도 우리들이 날개신선들을 신성한 존재로 생각하는 마음들은 변함이 없지만요."
"그러면 나도 선과를 많이 먹고 가야겠소. 살아온 날만큼 선과를 먹을 수만 있다면 그만큼 수명이 연장되지 않겠소? 지구에는 동방삭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한 번 구를 때마다 1년씩 수명이 연장되어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전설도 있는데, 선과를 먹으면 동방삭보다 더 불로장생할 것 같소."
"미안하지만 이 선과는 한 알을 먹으나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으나 효과는 똑같으니 그런 허무맹랑한 욕심일랑 거두시는 것이 좋겠네요. 선과가 아니라도 불로장생의 묘약은 우리 샤르별에 얼마든지 있으니 지구로 돌아갈 때 선물로 드릴게요."
불로초를 선물로 주겠다는 뜻이오? 지구에서는 오래된 산삼을 불로초라고 하는데.."
그런 불로초가 아니라 불로장생의 묘약을 알려 드릴테니 만들어 먹으세요. 우리 샤르별의 인류들은 우스시어 우주식사로 불로장생하지만, 샤르앙은 그 묘약으로 불로장생하세요."
"그런 묘약이 있다면 꼭 알려주시오. 그 묘약으로 혼자만 불로장생
하지 않고 우리 지구 인류들이 모두 불로장생하도록 도와주고 싶소." “샤르앙의 소원을 꼭 풀어드릴게요."
역시 일심동체는 고마운 존재요. 그 은혜를 잊지 않겠소."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너무 좋아서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하며 샤르비네를 꼭 껴안아주고 볼에 입도 맞췄다. 그러한 나에게 샤르비네도 좋은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선과를 씹고 있는 샤르비네의 얼굴에 홍조가 올라오고 있었다.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기울고 있는 시간이라 닙이누시 산에 노을이 물들고 있는 시간인데, 홍조와 노을빛에 물들어가는 샤르비네의 모습은 천상의 선녀가 따로 없었다.

 

나의 얼굴에도 홍조가 올라오기는 마찬가지였다.
선과의 성분에서 약간 술기운도 느껴지면서 기분도 좋았다.
그래서 나는 샤르비네에게 이렇게 물었다.
"샤르비네의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홍조를 띠고 더욱 예뻐 보이는데 선과를 씹은 약효 때문에 그렇소? 마치 샤르비네의 얼굴이 화사한 꽃잎의 색깔로 변해 가는 것 같소."
그러자 샤르비네는 약간 수줍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요. 얼굴에 홍조가 나타나는 것은 선과의 성분 때문에 그래요. 샤르앙의 얼굴도 마찬가지로 홍조가 짙어지고 있어요. 아마 지금쯤 몸 속에서 어떤 강렬한 파동이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도 있고,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을 느낄 수도 있을 거예요. 우스시너스 열매를 먹으면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 샤르별에서 명약으로 이름을 날렸던 것이랍니다. 죽어 가는 목숨도 다시 깨어난다고 할 만큼 실제적으로 약효성분이 크기도 해요. 특히 날개신선들이 우스시너스 열매만 따먹고도 불로장생하는 것을 보면 신비한 힘을 지닌 열매임에는 틀림없"어요."
그렇다면 샤르별 신선들은 날개신선들이 우스시너스 열매를 먹고 불로장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우스시어라는 우주식사를 개발한 것이 아니오?"
"근거 없는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우스시어 성분 속에는 우스시너스 열매의 성분과 유사한 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이곳에서 우스시너스 열매를 직접 따다가 우스시어를 만들 때 사용한다는 설명이오?"
"그게 아니라, 다른 식물 속에서 우스시너스의 성분과 똑같은 성분을 채취해서 사용한다는 뜻이지요."
우스시너스 성분을 가진 식물이 샤르별의 지상에서 또 자라고 있다는 뜻이군요?"
"그렇답니다."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에 몸이 화끈거리는 증세가 조금씩 높아지는 것 같았다. 술을 마시고 났을 때의 증상과 비슷했다. 그리고 기분도 좋아지고 새로운 힘도 솟아나며 몸 속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증폭되는 것 같은 현상도 느껴졌다.
과연 우스시너스 열매는 명약 중에 명약으로 꼽을 만큼 신성한 열매라고 생각되었다. 그런 신성한 열매를 평생 동안 따다 먹으면서 구름 위에서 하늘을 날며 살아가는 날개인간들을 성스런 존재들로 여겼던 샤르별 존재들의 생각이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그런 성스러운 존재들이 살아가는 닙이누시 산은 성역으로 보호를 받으며, 샤르별의 존재들이 함부로 드나들며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를 방지하고 있는 점은 다행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마디로 닙이누시 산은 즈스디라 부르는 날개신선들의 선경세상이며 무릉도원이기 때문에 샤르별에서 불가침의 성역으로 보호하는 것은 타당한 이치라고 생각되었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비경이 닙이누시 산에 펼쳐져 있다 하여도 샤르별 존재들이 함부로 드나들며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았고, 보물처럼 아름다운 환경을 잘 보존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구니는 고고한 인품과 많은 학식을 겸비한 날개신선으로 샤르별 사회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날개신선들은 자기들의 삶의 방식만 고집하지 않고 샤르별의 문명세상과 교류를 하면서 우주첨단문명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우주영토 확장에 동참하기도 하며, 때로는 함께 우주여행을 하면서 외계의 문명선도에 도움을 주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 지구에도 날개신선들이 샤르별의 존재들과 함께 방문하여 좋은 일을 하고 떠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지구의 화가들이 그려놓은 천사의 모습과 날개신선들의 모습은 너무 흡사했고, 날개신선들이 지구에 천사로 나타나 하늘의 소식을 전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가져보았다.
그러한 궁금증을 샤르비네에게 물어보았다.
지구에는 화가들이 그려놓은 천사들의 그림이 있소. 그림에 그려져 있는 천사의 모습과 날개신선의 모습이 너무 닮아 있소. 지구에 나타난 천사들이 실제는 샤르별의 날개신선들이 아니었을까요?"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1만 년 전에 실제로 우리 샤르별의 선조 신선들이 3천 명의 무리를 이끌고 지구로 내려가 신선국가를 건설했고, 지구 인류의 한 조상이 된 그들은 지구 인류들을 하늘사상으로 선도하고 고차원의 정신세계를 전수해 주었으니, 그 중에 날개신선들도 포함되어 천사로 받들어졌겠지요. 날개신선들은 지구의 인류들 앞에 나타나 하늘의 소식을 전달해주곤 했으니, 지구의 그림 속에 나타난 천사들의 모습은 우리 샤르별의 날개신선들과 모습이 비슷하리라 짐작해요."
“1만 년 전에 샤르별의 선조들이 지구에 내려가 신선국가를 건설했다면, 모든 지구 인류의 조상이 되었다는 뜻이오?"
지구에는 이미 다른 외계에서 찾아온 다양한 우주인들이 지구의 조상이 되어 살고 있었고, 우리 샤르별의 선조들도 그 중에 하나일 뿐이지요."
지구의 인류는 다양한 우주의 외계인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뜻이군요?"
"지구에 여러 인종이 섞여 살고 있다는 뜻은 조상이 다양하다는 뜻이고, 우주의 다른 문명세계에서 살고 있던 외계인들이 지구를 찾아가 스스로 조상이 되어 지구를 다스리며 살았지요."
"지구는 본래 인간이 살고 있지 않던 무인세계였고, 그 무인세계에 우주의 다른 인종들이 찾아와 스스로 조상이 되어 살고 있는 모습이 현재 지구 인류의 모습이란 뜻이요?"
사실이에요. 지구에 살고 있는 어떤 인류의 조상도 본래부터 지구에서 살고 있지는 않았지요. 우리들이 우주를 여행할 때 지구의 쌍둥이별과 같은 무인세계를 방문했던 기억이 나지요? 그때는 이런 비슷한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저도 그때 기억을 잊지 않고 있소. 아무튼 1만 년 전에 샤르별의 선조들이 3천 명의 무리를 이끌고 지구를 찾아가 신선국가를 건설하고 지구 인류들을 하늘사상으로 선도하고 고차원의 정신세계로 계몽했다는 설명은 신선한 충격으로 가슴에 와 닿소. 그리고 지구의 그림 속에 나타난 천사들의 모습이 샤르별에 살고 있는 날개신선들의 모습이라는 설명도 흥미롭게 느껴지오. 그러면 구니 신선에게도 물어보도록 합시다. 샤르비네의 설명과 같은 생각인지 다른 생각인지 확인해보고 싶소."
"그러면 좋겠어요. 샤르앙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이런 대화를 마친 후 구니 신선을 찾아가 우리들의 생각을 들려주었다. 구니의 옆에는 다른 날개신선들이 빙 둘러 앉아 선과를 씹으며 대화를 나누고 신선놀음을 즐기는 중이었다.
우리들이 찾아온 이유를 들려주었더니 구니는 이런 대답을 들려주었다.
지구 화가들이 그려놓은 천사들의 이야기는 우리들이 이미 알고 있었던 정보였고, 그림 속 천사들의 모습과 우리 날개신선들의 모습은 일치하다는 대답을 들려주고 싶구나. 샤르별의 신선인류들이 지구를 찾아가 신선국가를 건설했고, 그때부터 우리 날개신선들도 친선사절이 되어 가끔씩 지구를 방문하여 하늘의 소식을 전해주곤 했었지. 그러한 내용은 우리 날개신선들의 역사 속에 기록되어 있어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을 확인해주고 싶구나.”
"그렇다면 그때 땅으로 내려가 신선국가를 건설했던 신선들은 죽었을까요. 살았을까요?"
신선들은 불로초를 먹으며 살아가는 불로장생의 존재들이기 때문에 결국은 빛의 몸으로 화신한 그들은 삶과 죽음의 경지를 초월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 중의 한 신선이 우리 샤르별로 다시 돌아와 빛의 몸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있으니, 신선국가의 시조로 알려진 단 신선이다. 단 신선은 지구에서 지구의 나이로 1 9백 년을 불로장생했고 결국은 빛의 몸으로 화신한 신선이 되어 우리 샤르별을 찾아와 영산에 머물고 있단다."
"구니 신선은 단 신선을 만나본 경험이 있나요?"
"가끔씩 단 신선의 심부름을 맡을 때가 있단다."
저도 단 신선을 만나볼 기회가 있을까요?"

 

단 신선은 육체의 몸이 아닌 빛의 몸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만나고 싶은 간절한 생각이 있으면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알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네 몸이 단 신선의 후손이고 네 몸 속에 단 신선의 혈통이 이어져있기 때문에, 그를 만나지 않아도 실제로 네 몸이 단 신선의 분신일 뿐이다. 나는 이미 첫눈에 그러한 네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노라.”
구니의 설명을 듣고 나니 나는 이미 신선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 속에 신선의 피가 흐르고 있고 죽지 않고 살아 있는 빛의 화신이 된 신선조상의 후손이라니 가슴 뿌듯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나의 조상이 신선이니 그 후손인 나도 당연히 신선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그러한 나의 생각을 발견한 샤르비네가 구니에게 특별히 부탁을 했다.
"구니 신선님! 샤르앙이 츠나별에서 모처럼 우리 샤르별을 방문하고 또 여기까지 와서 구니 신선님으로부터 신선조상의 후손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신선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좋은 가르침을 들려주세요."
그러자 구니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
", 그렇고말고. 샤르앙은 이미 신선국가에서 태어났고 아울러 신선조상의 혈통을 이어받은 후손이며 분신의 몸이니 얼마든지 신선이 되어 살 수 있고 말고...."
구니는 심호흡을 몇 번 들이킨 후 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신선이 되는 길은 특별한 방법이 따로 있지 않고 신선의 생각을 품고 신선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면 그만이다. 사람이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그 격이 달라지는데, 즉 사람의 생각을 품으면 사람이 되고 짐승의 생각을 품으면 짐승이 되고 신선의 생각을 품고 살아가면 신선이 되는 것이지 다른 방법은 없다. 그러므로 샤르앙은 이제부터 확고한 신선의식을 마음에 품고 스스로 신선처럼 행동하며 살도록 해라. 그러면 매사가 신선놀음이요 무릉도원에서 살게 될 것이며 네가 살고 있는 세상이 선경세상이 되리라. 그러자면 먼저 사람의 탈을 쓰고 있으니 인간의 본성을 바르게 가지려고 노력해야겠고 매사에 마음의 옷깃을 여미고 하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하늘의 소리가 무엇이냐? 순리와 양심의 소리이니, 매사를 순리에 거슬리지 않고 양심의 타이름을 따라 실천한다면 신선으로 살아가는데 부족함이 없으리라."
"그 하늘의 소리는 어디서부터 들려오는 것입니까? 그리고 그 소리는 어떻게 들을 수 있습니까?"
"하늘의 음성은 먼 하늘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니라 심연 깊은 곳에서 들려오며, 마음이 맑아지면 저절로 들리는 소리다.""순리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우주의 섭리에 어긋나지 않는 이치를 순리라 하며, 순리는 지혜 중의 지혜요 길 중에 길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순리는 신선의 생애와 맞물려 있고 신선의 생애는 순리와 양심에 그르침이 없노라.”
신선의 생애는 순리와 맞물려 있다고 하나, 그러한 순리는 아무나 깨달을 수 있는 순리가 아니라 지혜롭고 깊은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해야 터득할 수 있는 진리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결국 순리는 실천하고 싶으나 깨달음이 부족하여 실천할 길이 없을 때는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가장 바른 삶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순리를 찾고자 해도 그렇지 못할 경우는 양심의 지시를 받으면 될 것이다. 즉 양심의 타이름이 바르다고 판단하면 가고 양심의 타이름이 틀리다고 판단하면 그만 두는 것이 최상의 순리를 실천하는 길일 것이다."
"양심이란 힘이 무엇이기에 양심의 지시에 따르면 순리를 실천하는 삶과 동일하다는 가르침이십니까?"
인간은 지혜가 부족하여 삶의 이치와 순리를 깨닫지 못하지만, 양심은 정도를 알고 있으며 어긋나지 않는 길을 알고 있기 때문이란다. 양심은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하늘의 소리요 하늘의 본성임을 깊이 깨달을 것이다."
"그러면 양심의 주체는 인간이 아니라 하늘이란 뜻입니까?"
"그렇다. 양심은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인간의 삶을 바른 곳으로 인도하는 하늘의 마음이요. 하늘의 감시자다. 신선은 육과 영과 신의 세계에서 구속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존재이지만, 그 대신 양심의 율법이란 철저한 자기계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양심이 곧 하늘의 본성이라면, 인간의 마음마다 존재하는 양심은 왜 모두 제각각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까? 하늘은 하나인데 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양심이 다르게 나타나는가 하는 의문입니다.”
사람마다 양심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사람마다 마음이 닦아진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니라. 인간의 마음은 물에 비유할 수 있고 양심은 그 물 속에 가라앉아 있는 빛에 비유할 수 있는데, 마음의 물이 맑으면 양심의 빛도 밝게 나타나고 마음의 물이 흐리면 양심의 빛도 흐리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즉 인간은 마음이 생긴 대로 양심의 밝은 빛을 볼 수도 있고 양심의 어두운 빛을 볼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라. 그래서 사람마다 생긴 마음이 다르기 때문에 양심을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진다고 설명하고 싶구나.”
"그러면 양심의 실제적인 모습은 모든 인간의 마음에 똑같은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이군요?"
"그렇게 생각하면 될 것이다. 모든 인간의 마음에는 밝고 찬란한 지혜의 빛인 양심이 하늘의 본성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고, 인간마다 지니고 있는 양심의 실체는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되느니라. 하늘은 여럿이 아니라 하나이기 때문에."
결국 양심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양심으로 판단하는 선과 악은 사람마다 닦아진 마음의 정도에 따라서 다를지라도, 누구든지 자신의 양심대로 실천하면 자기 기준의 최상의 삶을 실천하는 지혜이며 신선의 길과 다르지 않다는 가르침이십니까?"
그렇다. 순리는 곧 최상의 실천을 위한 안내자이지만, 그 모습은 인간이 깨달은 지혜에 따라서 다 다르고, 인간의 양심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순리를 하늘에 물을 수도 없고 일일이 지혜로운 자들을 찾아다니며 물을 수도 없으니, 결국은 자신의 양심에게 묻는 것이 최상의 길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양심이 크다 작다 탓하지 말고, 순리를 실천하려다 모르겠거든 양심의 판단대로 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길이란 점을 명심하라는 뜻이다. 신선은 우주에서 가장 지혜로운 존재이며 신선의 지혜는 양심의 소리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면 순리를 깨닫기 위한 지혜는 어디서 얻을 수 있습니까? 그 지혜는 하늘에 있습니까, 인간의 마음속에 있습니까?"
"지혜는 하늘에 있지 않고 마음속에 있단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본시 하늘로부터 물려받은 지혜의 창고가 있으며, 그 지혜의 창고는 마음을 갈고 닦을 때 저절로 열려지게 된단다."
마음을 갈고 닦아 점점 맑아지면 지혜의 창고가 열리고 지혜의 빛들이 나타나리라는 가르침이십니까?"
인간의 영은 이미 알고 있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궁리를 하면 답이 나오고 그 답이 지혜이다. 신선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지만 그 길을 가고, 스스로 궁리하여 길을 찾아서 하늘과 땅의 이치를 바로 터득하여 불로영생의 길을 걷는 자들이 신선이기도 하다. 곧 신선은 지혜로운 영들이어서 육과 영과 신의 세계에서 자유롭고 우주를 품으며 살아가고 있으니 그 지혜로움이 크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영이 이미 알고 있는 존재들이라면, 그리하여 하늘과 땅의 이치를 모두 터득하고 있는 자들이라면, 왜 지구 인류들은 목적지를 잃어버린 삶처럼 방황하고 타락하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인생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모든 미궁 속의 답은 자신에게서 찾을 수 있건만 다른 곳에서 그 답을 찾으려고 하니 방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마음을 닦아서 맑아지면 답을 얻고 목적지를 찾으며 신선의 길을 걸을 것이다.”
"마음이 어두워서 자신 안의 답을 발견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존재들이 인간이란 뜻이군요?"
"마음을 갈고 닦아 맑아질수록 지혜의 창고는 크게 열리고 지혜의 빛들은 더욱 밝은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인간들은 만 가지 지식들을 깨닫기 전에 먼저 마음을 갈고 닦아서 자신 안의 답을 찾아야 바른 삶을 살게 되고 본연의 신선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네 본연의 모습이 신선이요, 신선의 후손이며, 신선의 혈통이 네 몸 안에 흐르고 있으니, 이제부터 마음을 잘 닦아서 신선의 길을 걷도록 하라. 그러면 너희 선조 단 신선께서 기뻐하리라."
삶의 목적이 신선이요 신선의 길이라면, 이유가 무얼까요?"
"우주에 태어난 모든 영은 자유를 추구하며 신선의 삶은 자유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육과 영과 신이라고 하는 삼계의 어떤 영역에도 구속당하지 않으며, 육과 영을 초월하고 삶과 죽음을 초월한 불로영생의 존재들이 신선이니, 그 이상 하늘과 땅에서 추구할 바가 무엇이겠"느냐?"
그러한 인류들의 이상을 바로 세워주기 위해서 하늘에서는 지구동방에 3천의 신선을 땅에 보내 신선국가를 세우고 신선의 도를 펼쳤던 것이군요?"
그렇다. 지구의 세월로 1 2천 년 전에 지구의 동방에 3천의 신선이 내려가 하늘의 사상으로 재세이화할 목적으로 신선국가를 세우고 인류를 계몽했으니, 그때부터 지구에서는 신선의 도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지구 인류들은 누구도 신선의 길을 모릅니다. 그 이유가 무얼까요?"
신선의 길은 지구 인류들이 잠시 잊고 있지만 이제 때가 되어 세상에 그 모습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지구에도 빨리 샤르별처럼 선경세상이 펼쳐졌으면 좋겠어요. 지구인류들도 샤르별의 인류들처럼 신선의 모습이 되어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네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지구에 선경세상이 펼쳐질 수 있도록 우리 샤르별의 모든 신선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반가운 소식을 들어 기분이 좋군요. 그런데 화제를 바꾸어서 구니 신선님께 꼭 듣고 싶은 대답이 있어요."
"무엇인지 말해보렴."
인간이 나쁜 일을 저지르고 나서 후회가 되거나 마음이 아파질 때도 있고, 잘못을 저지르기에 앞서서는 마음의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무엇 때문에 나타나지요? 왜 인간들은 자신의 마음으로 결정해서 한 일을 자신의 마음으로 후회하고 아파해야 할까요?"
양심의 영이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지. 인간이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후회하고 뉘우치고 괴로워하는 것은 모두 구속된 양심의 작용 때문이며, 그 양심은 자신의 마음이 아니라 하늘의 본성이란 점을 깊게 깨달아야 할 것이다. 곧 양심은 천심이요, 그 천심을 중심에 내세우지 않고 결박하고 있으니 양심이 아파할 수밖에 없지. 그렇다 하더라도, 그 구속된 양심이란 힘의 작용 때문에 인간은 완전한 타락을 면하며, 타락한 영혼들이 다시 구원받을 길이 열리게 된단다. 신선의 길을 걸으면 구속된 양심을 완전히 회복하여 우주의 자유자로 살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결국 양심이란 현상은 사랑이란 현상이며, 그 현상이야말로 하늘이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의 증표이기도 하겠군요. 하늘의 본성은 양심의 모습으로 인간의 마음속에 남아서 그토록 쉬지 않고 인간의 삶을 바르게 인도하기 위하여 애쓰고 있다는 이치가 제 마음을 감격케합니다. 그러한 양심은 하늘의 사랑이 인간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충만하게 작용하며, 인간의 영혼을 위해서 얼마나 큰 축복일 것인가를 이제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깨달았고, 인간의 영혼에 대한 축복을 깨달았다면 그 이상의 큰 깨달음이 어디 있겠느냐. 그렇다. 양심은 인간의 영혼을 위한 최고의 축복이며 사랑의 증거이다."
양심은 결국 타락한 영혼들에 대한 절대적 구원의 증표이기도 하겠지요?"
"그렇다. 인간의 마음속에 양심의 선물이 없었다면 한번 타락한 인간의 영혼들은 다시 구원받을 기회를 영원히 상실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들은 영혼을 구원받을 목적으로 종교와 신앙을 가져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요? 마음을 맑게 닦고 양심의 가르침에 따라 참된 길을 걸으면 최고의 선에 도달하고 구원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최고의 선에 도달하여 타락한 영혼을 아름답게 탈바꿈시키는 것이 구원이 아닐까요? 그러면 결국 양심을 회복하는 일이 구원을 달성하는 일일 것인데, 무엇 때문에 종교나 신앙이라고 하는 별도의 실천이 필요할까요?"
네 말이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영혼의 구원은 종교의 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기 때문에. 아무리 위대한 교리를 터득해도 마음을 바르게 닦지 않으면 무슨 영혼의 구원이 있을 것이며, 아무리 신앙의 연륜이 깊어도 양심을 바르게 실천하지 않았다면 영혼의 구원과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그래서 종교와 신앙의 힘이 영혼에게 구원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바른 마음의 실천에 의해 영혼의 구원이 따른다고 단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무엇 때문에 종교와 신앙을 실천하고 있을까요?"
종교는 길을 알려주고 신앙은 그 길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싶구나. 그러나 굳이 종교와 신앙을 실천하지 못한다 해서 영혼의 구원에 도달하지 말라는 법이 있겠느냐? 맑은 마음을 닦고 바른 양심을 실천하고도 종교의 교리 때문에 구원의 하자를 논한다면, 그 종교의 교리는 일단 숭배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도 무방할 것이다. 곧 영혼의 구원은 마음속의 밝은 빛이 결정하는 것이지 형식적인 종교의 교리에 그 권한이 부여된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영혼의 구원을 갈망하는 모든 인간은 형식적인 종교에 마음을 얽매이지 말고, 먼저 마음을 닦고 바른 양심을 실천하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바른 양심을 완전하게 회복하는 길이 곧 신선의 길이기도 하다.”
"구니 신선님, 큰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저도 구니 신선님처럼 신선의 길을 걷고 신선의 삶을 펼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구니 신선의 가르침은 나에게 커다란 감명을 주었다. 양심의 실체가 하늘의 본성이며 그 하늘의 본성인 양심은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공평하게 존재함을 알았을 때, 하늘이 인간사회를 불공평하게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불공평하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란 사실도 깨달았다.
특히 인간의 삶이 어떤 길을 선택하는 것이 정도인지 몰라 방황할 때는 순리와 양심의 길을 따르면 정도라는 가르침도 내게는 큰 깨달음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양심이 인간의 가슴에 존재함은 모든 인간의 영혼을 바르게 인도하여 구원의 혜택을 부여하려는 하늘의 섭리임을 깨달았을 때, 외로운 나의 영혼은 버려진 것이 아니라 선택받고 있다는 진리도 처음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과연 날개신선 구니는 샤르별의 모든 존재들에게 존경을 받을 만한 신선이며 큰 스승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샤르별을 찾아와 초시와 시디바를 제외한 또 다른 스승을 만나게 된 것을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니의 가르침 때문에 나는 비로소 참된 종교와 거짓된 종교에 대한 분별력을 얻을 수 있었고, 신앙이란 의미와 신앙이란 이름으로 걸어야 할 본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도 구니의 가르침을 생각하면 나의 행동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바른 실천의 지혜를 찾고자 할 때는 먼저 순리와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니, 높은 스승을 항상 곁에 모시고 살아가는 기분으로 항상 마음이 든든하다.
하늘의 본성인 밝은 빛이 마음속에서 감시하고 마음속에서 인도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어디서 삶의 지혜를 구하고 어디서 길을 찾아 전진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의 근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구니는 우주의 섭리와 인간의 삶에 대하여 많은 가르침을 들려주었다. 그러한 가르침들은 4차원 문명세계에서 터득한 높은 정신세계와는 또 다른, 영혼을 눈뜨게 해주는 각성제가 아닐 수 없었다.
구니 신선과의 대화가 길어지다 보니 그날 밤은 어쩔 수 없이 날개인간들의 거처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구니는 그냥 하룻밤을 보내기가 아쉽다며 우리를 위해 환영행사를 개최한다고 했다.
닙이누시 산에 고고한 달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는 밤이었다. 밝은 달빛은 지상의 아름다운 땅을 비추기도 하고, 구름 위의 날개인간 세상도 환하게 비추었는데, 달빛에 빛나는 구름바다의 경관은 더욱 멋지고 환상적인 밤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아름다운 달밤에 구니는 인근에 살고 있는 날개신선들을 다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 멀리서 살고 있는 날개신선들도 소식을 듣고 찾아오고 있었다.
하얀 날개, 황금빛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의 천사들처럼 달빛 밝은 하늘을 날아오는 날개신선들의 행렬은 장관이었다. 환영행사를 하는 곳은 산봉우리 분지에 만들어져 있는 넓은 광장이었다.
날개신선들이 달빛을 받으며 사방에서 모여들자, 구름바다 위에는 온통 날개신선들의 날갯짓으로 뒤덮이기 시작했고, 삽시간에 넓은 광장에는 날개신선들의 인파로 들뜬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윽고 환영행사는 시작되었고 날개신선들의 노래와 춤들이 고고한 달빛과 함께 무르익어 갔다.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서 환영행사의 분위기는 고조되어 가고, 날개신선들은 각자 준비해 온 붉은 술을 작은 잔에 부어서 서로 권했다.
그 중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을 한 날개선녀가 우리에게 찾아와 붉은 술을 권했다. 꼬막처럼 생긴 작은 잔에 붉은 술을 따라주었다.
우시시너스 열매를 발효시켜 익힌 술이었는데 그 향기가 기가 막혔다. 그 붉은 술은 날개신선들이 신선놀음을 할 때 즐기는 신선주였다. 술을 따라 준 날개선녀가 다름 아닌 구니의 딸이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구니가 우리에게 눈빛을 보내며 어서 한잔하라는 시늉을 했다.
그래서 샤르비네와 나는 한 잔씩 마셨다.
붉은 술 신선주를 한 잔 하자 약간 취기가 오른 듯 하면서 그렇게 기분이 좋아질 수 없었다. 다른 날개신선들도 모두 기분이 좋아지고 흥이 오르는 표정이었다.

 

신선주 한 잔에 흥이 오른 날개신선들은 구름 위에서도 날아다니며 춤을 추고, 땅에 내려앉아서도 춤을 추었는데, 푸른 달빛 속에서 나부끼는 하얀 날갯짓들의 축제는 시간이 늦도록 멈출 줄 몰랐다.
춤을 추던 날개신선들은 맑은 목소리의 노래를 불렀는데, 그 노래 소리들은 멀리멀리 퍼져서 쥐죽은 듯 고요한 달빛 세상을 술렁거리게 만들었다.
날개신선들의 노래를 듣노라면 왠지 마음이 슬퍼졌는데, 고향을 잃고 방황하는 영혼에게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신비한 힘이 작용하는 것 같았다. 특히 구니의 딸 아스람 선녀가 부르는 신선영가는 간장이 서늘하도록 아름다운 곡조였다.
날개신선과 선녀들은 또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도 연주했는데, 악기의 종류는 여러 가지 다양했다. 입으로 부는 악기, 손으로 연주하는 악기, 흥겹게 두드리는 악기들을 이용해서 구름 위 선경세상의 환영행사를 환상적으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청아하게 들리는 악기들의 음악소리는 듣는 이들의 애간장을 다 태우는 것 같았다.
샤르비네와 나도 날개신선들의 환영만 지켜보고 있을 수 없어 노래와 춤으로 보답했다.
나는 샤르비네로부터 여러 곡의 영가를 배웠는데, 그러한 영가들을 샤르비네와 합창하기도 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샤르비네와 함께 즐겨 추던 신선연무를 날개신선들 앞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연무는 사랑의 춤이었는데, 날개신선들이 켜 주는 음악에 맞춰 우리들이 연무를 추자 날개신선들도 숨죽인 듯 바라보고 있었다. 연무가 더욱 흥에 겨울 즈음에는 날개신선들도 신선연인들끼리 짝을 이루고 연무에 동참했다.
날개신선과 선녀들이 추는 신선연무는 더욱 환상적이었다. 날개신선들의 연무는 땅에서만 추지 않고 공중을 날아다니면서도 출 수 있는 춤이었기 때문이다.
날개신선들의 달밤 환영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우정을 선물해 준아름다운 시간들이 아닐 수 없었다.
날개신선들로부터 그런 따뜻한 마음의 선물을 가득 받은 우리는 기다리는 다음 일정을 위해서 떨어지지 않는 작별의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단 하루에 불과한 짧은 만남이었지만, 날개신선들이 살아가는 구름 위 선경세상에서의 경험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가 석별의 정을 고하며 떠나려 할 때, 구니와 구니의 딸도 내내 아쉬운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날개신선들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떠나는 우리에게 구니는 몇 번이나 당부했다.
지구에 돌아가기 전, 꼭 한 번 다시 찾아오너라."
그리고 우리를 태운 춘우셔시가 까마득 멀어질 때까지 날개신선과 선녀들은 다 같이 하늘로 날아올라 배웅을 해 주었다.
지금도 밝은 달밤이면 날개신선들과 함께 했던 구름위의 환영행사가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영가를 들려주던 날개선녀 아스람의 목소리도 잔잔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샤르별의 인종들

 

샤르별은 지구의 70배가 넘은 큰 별이었다. 바다는 육지 면적의 60%를 차지하고 인구수는 신선인류 193, 물질문명세계 인구는 7억이었다. 신선인류는 의식이 고도로 진화된 우주첨단문명을 즐기는 신선인류들이었고, 물질문명 인류는 지구문명 수준과 비슷하거나 100년 정도 앞서가는 수준의 생활을 하는 인종들이었다.
그러한 샤르별은 세 개의 대륙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대륙의 이름은 각각 브나니, 차스나니, 수으수라 불렀다. 3대륙 외에 대륙에 버금가는 큰 섬들인 9대섬이 있었다.
그리고 광활하게 넓은 바다에는 천억 개가 넘는 섬들이 별처럼 떠 있어, 크고 작은 섬들마다 천태만상의 조화를 이루는 생태계들이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3대륙 9대섬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샤르별의 신선과 인류들은, 서로 민족이나 인종 따위의 구분이 없이 평화로운 삶을 펼쳐가고 있었다.
그곳에는 국가나 영토라는 개념의 제도도 없었고, 모든 존재들이 동일한 체제와 질서 속에서 공동체적 운명을 실현해 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샤르별 신선인류들은 평균수명이 우주나이 350세가 넘도록 불로장생하면서도 출산율은 높지 않은 편이었다. 그래서 샤르별에서는 이웃과 이웃끼리 가깝게 지내며, 핏줄이 섞이지 않더라도 형제나 가족처럼 지내고 있었다.
샤르별의 인종은 편의상 4대인종으로 크게 분류하는데 스지스디 인종, 즈스디 인종, 소스디 인종, 츠스디 인종 등으로 구분했다.
스지스디 인종은 다시 우주문명세계의 인류와 물질문명세계의 인류로 구분했다. 즈스디 인종, 소스디 인종, 츠스디 인종은 소수 인종으로서 샤르별의 200억 인류 중 그 숫자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우주문명세계는 반물질론적 무한이론에 근거하는 삶이며 물질문명세계는 물질론적 유한이론에 근거하는 삶이었다. 그렇다고 샤르별에서 무한이론과 유한이론이 서로 대칭되어 살아가는 모습은 없었다.
우주문명세계의 인류는 193, 물질문명의 인류는 7억이었지만 인구밀도는 지구보다 현저히 낮았다.
샤르별은 천상계에 속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아직 상등천에 오르지 못한 중등천의 세상이었고, 중등천 천상계의 특징은 완전한 선경세상으로서의 면모에는 미비점이 많았다.
어떻든 샤르별은 천상계의 나라였고 초월적인 이론이 그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반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샤르별의 이야기는 중천의 천상계에서 무한이론의 삶을 살아가는 우주문명세계의 존재들을 소재로 한다는 점을 밝혀두는 것이다.
샤르별의 소수인종들은 이 외에도 몇몇 더 열거할 수 있었지만 아주 극소수의 희귀인종들이라서 인종의 분류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었다.
소수인종들은 보통의 인류들과 신체적 구조나 생존환경의 구조가 확
연히 달랐다.
즉 샤르별의 인종구분은 지구처럼 피부색의 차이를 가지고 나누지 않고, 신체의 특성과 생존환경이나 문화적 특성의 두 가지를 놓고 구분짓고 있었다.
신선인류들인 스지스디 인종은 샤르별의 대표적 인종으로 4차원 문명세계라고 하는 샤르별의 우주문명과 초월적 문화를 이끌어가는 실제적 주인공들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스지스디 인종은 우주에서 무한이론이라고 하는 초현실 문명세계를 창조하여 무변광대한 우주를 종횡무진하며 주름잡고 살아갈뿐더러, 인간의 몸으로 체험하기 어려운 고차원의 정신세계에 진입하여 그들 스스로 신선인간이라고 자처하면서 불로장생의 나라 선경세상을 건설하여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UFO를 타고 지구를 왕래하는 주인공들도 이들이며, 우주의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우주에 살고 있는 다양한 문명세계를 방문하며 모종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주인공들도 이들이다.
그리고 성경에 등장하는 천사라든가, 고대국가의 역사에 등장하는 하늘의 사자라고 지칭하는 존재들이 대부분 이들을 지칭해서 만들어놓은 이름들이다.
스지스디 인종 중에 이질적 삶을 살아가는 소주인종이 있으니 더스난이 인종이었다. 이들은 무한이론이나 유한이론의 문명적 삶을 거부하고 미개화된 원시문명을 고집하면서 주로 농경분야에서 탁월한 재주를 발휘하고 있었는데, 그 힘을 빌려서 샤르별의 녹색운동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하고 있었다.
더스난이 인종들이 스지스디 인종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5만 년 넘게 원시문명의 틀을 고집하며 농경문화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이러한 원시농경족이 신선들이 살아가는 샤르별에 5천만 명 정도 거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지스디 인종은 대략 5만 년 전부터 물질문명세계의 틀을 벗어나기 위한 신선의 도를 펼쳐 갔고, 그 결과 오늘날에는 우주의 천상계로 상등되어 인류의 삶을 초월적으로 진화시킨 장본인들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든 스지스디 인종이 샤르별의 무한이론이라고 하는 우주첨단문명을 이끌어 가는 주역들이고, 나머지 소수 인종들은 스지스디 인종들의 보호아래 각기 다른 영역과 특수한 삶의 환경을 지켜나가며 우주의 모범적인 평화세상을 구축해가고 있었다.
샤르별의 소수인종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즈스디 인종이란 주로 닙이누시 산의 악산 지대에 삶의 터전을 형성하여 오랜 전통을 이어오는 인종으로, 몸에 날개가 있어 새처럼 날아다니며 살아가는 날개 인간들이다.
소스디 인종이란 주로 루스구스라고 하는 큰 바다의 한복판에 떠 있는 바위투성이 섬에서 물개와 비슷한 피부를 가지고 살아가는 물 사람들이며, 츠스디 인종이란 원숭이처럼 몸에 털이 나 있는 사람들로 주로 원시림이나 밀림의 지하에서 생활한다.

 

이 외에도 천억 개에 달하는 섬들 속에서는 특이한 형태의 극소수 인종들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고, 문명세계와 담을 쌓고 살아가는 그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문화와 삶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들 다수의 인종들은 생긴 모습과 살아가는 환경은 각기 달라도 서로의 생존권을 침해하거나 적대시하지 않고, 평화적 공존 속에서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샤르별의 주인인 신선인류들이 소수의 힘을 가진 그들을 잘 보살피고 생존권을 안전하게 지켜주기 때문에 이어지는 전통일 것이다.
지구에서는 힘 있는 자들이 소수의 약자들을 위협하고 생존의 터전에서 내쫓으며 만행을 일삼는 경우와 대조되는 현상이 아닐 수 없었다.
신선이라고 부르는 스지스디 인종들의 피부색은 보통 희거나 연분홍의 빛을 띠고 있었으며, 키는 평균 신장이 180센티미터 이상으로 몸집들이 큰 편이긴 했으나 비만인들은 없었고 대부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살결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부드럽고 매끄러웠으며, 쉬지 않은 우주활력무와 신선무의 춤을 통해 다듬어진 몸매들이 돋보이는 인종들이었다.
이들이 신선복장으로 움직이거나 걸어 다니는 모습은 구름 위를 걸어가는 모습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머리색은 검은색이 많은 편이었고 눈동자도 약간 갈색이나 푸른빛이 섞여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검은색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스지스디인종들의 외모만 보아서는 지구의 동양인과 서양인을 합해 놓은 것과 같고, 지구의 인종들과 섞여 있어도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유사점이 많았다.
다만 샤르별의 인류들은 인종과 살아가는 풍습에 따라서 저마다 이어오는 삶의 전통이나 관습은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러한 전통이나 관습 따위들이 샤르별 인류들의 평화나 화합을 다지는데 걸림돌이 되는 사례는 없었다.
오히려 그런 다양한 문화를 서로 공유하고 즐기면서, 서로가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상부상조의 미덕으로 충만해 있는 천상계의 선경세상이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호수의 괴물 도이

 

샤르별은 초원의 나라이면서 호수의 나라라고 이름 붙일 만큼 맑고 큰 호수들이 많이 고여 있었다. 춘우셔시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면 바다처럼 넓은 호수도 많이 눈에 띄었다.
여행을 떠나면서 샤르별의 상공을 날아가다가 넓은 호수 위에서 많은 인파들이 모여 보트놀이를 즐기는 장면을 목격하고 우리도 그 호수에 내려앉아 구경에 동참했다.
호수 이름은 도이였다. 도이는 이 호수 주인의 이름이기도 했다.
도이 호수 주변으로는 야생화가 만발한 넓은 초원과 나지막한 산봉우리 능선들이 병풍처럼 둘러 있었다. 호수와 초원과 아름다운 산 능선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자연의 풍광이었다.
문명세상과 멀리 떨어진 곳인데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려는 인파들로 호수와 초원에 가득했다.
문명세상에서 멀리까지 휴양을 떠나 온 신선들이 신선놀음을 즐기는 장면들이었다. 호수에서는 춘우셔시를 이용해서 물놀이를 즐기고 초원에서는 붐아를 이용해 말달리기를 즐기는 신선놀음이었다.
붐아는 사슴처럼 생긴 날렵한 동물로, 말하고는 생김새가 다르지만 신선들이 이 동물을 이용해서 말달리기 같은 놀이를 즐겼다.

 

내가 평소 생각했던 신선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고, 첨단문명을 즐기며 생기발랄하게 살아가는 샤르별 신선들의 모습은 상상 밖의 현상들이 아닐 수 없었다.
수많은 인파들이 호수가의 초원에서 신나게 말을 달리며 여가를 즐기는 장면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나도 한 번 타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가지고 온 말이 없어서 말달리기는 즐길 수 없었고, 타고 온 춘우셔시를 호수에 띄우고 보트놀이를 즐겼다.
호수에서 신나게 물 위를 달리며 보트놀이에 열중인 사람들도 모두 즐거워 보였다. 춘우셔시는 하늘만 나는 비행체가 아니라 물 위를 보트처럼 달릴 수도 있고 잠수해서 수중세상을 탐사할 수도 있었다.
춘우셔시를 몰고 물 위를 달리면 하얀 물보라가 하늘 높이 치솟으며 시원하게 갈라지는 모습이 너무나도 상쾌한 기분을 들게 했다.
샤르비네와 나는 춘우셔시를 타고 바다처럼 넓은 호수 위를 신나게 달리며 즐겼다. 많은 춘우셔시들이 서로 뒤엉키며 호수 위를 달리지만 불의의 충돌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춘우셔시에는 물체와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거리감지 센서가 장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들은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해 광속으로 비행하거나 진행하다가도 위험한 상황에서는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공중으로 솟기도 하는 등의 안전한 묘기를 연출했다.
이런 춘우셔시 보트를 타고 호수를 쏜살처럼 미끄러져 달리며 하얀물보라를 일으키는 기분은 마음속의 피로까지 싹 가셔지게 하는 물놀이가 아닐 수 없었다.
보트놀이를 하다 싫증나면 춘우셔시를 물 속으로 잠수해서 호수 깊은 곳을 헤엄쳐 다니며 수중탐사를 했다. 호수 속에는 수많은 생태계와 물고기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물고기들 중에는 작고 귀여운 것들도 많았지만 고래처럼 큰 물고기도 있었다.
새우류들이 사람 몸집보다 더 큰 것들도 있었으며, 어떤 조개들은 물속을 싱싱 날아다니며 물고기들을 사냥하기도 했다. 물개처럼 생긴 동물들도 있었는데, 그 종류들은 아주 작고 강아지처럼 귀여운 동물들이었다.
이 외에도 호수 속에는 별의별 식물과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호수의 깊은 바닥에는 뾰족뾰족한 암반들이 수없이 깔려 있고, 반딧불같은 발광체 생명체들이 수없이 바위에 달라붙어 진주별처럼 반짝거리는 자연현상도 관찰됐다.
그 맑고 아름다운 호수의 물 속을 춘우셔시를 타고 잠수하며 수중탐사를 즐기다 물 위로 떠오르니 웬일인지 여기저기 호수 위에서 춘우셔시 인파들이 우왕좌왕 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샤르비네를 쳐다보았더니 웃음 띤 얼굴로 대답했다.
"도이가 출현했나 봐요."
도이는 호수의 이름으로 알고 있는데, 호수의 이름과 똑같은 무언가 있다는 것인지 샤르비네의 말뜻을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

 

도이라니요? 도이는 이 호수의 이름이 아니오?"
그러자 샤르비네가 다시 설명해 주었다.
"도이는 이 호수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이 호수를 지키는 괴물의 이름이기도 해요. 이 호수의 이름은 그 괴물의 이름을 빌려서 지었지요. 저 괴물은 성질이 매우 난폭하기로 소문나 있답니다. 사람 몇 명쯤은 단숨에 삼켜버릴 수 있는 호수의 식인괴물들인데 그 녀석이 물놀이를 즐기는 인파들을 쫓기 위해 나타났나 봐요."
도이가 사람을 잡아먹을 만큼 무서운 괴물이라구요?"
그래요. 도이는 무시무시하게 생긴 식인괴물이지요."
"실제로 도이에게 희생된 사례가 있소?"
"아주 오랜 옛날에 맨몸으로 물 속에서 헤엄치다가 손이나 발목을 잘린 일들이 더러 있었다고 해요. 지금은 누구도 맨몸으로 호수의 물속에 들어가는 일이 없고, 우리처럼 춘우셔시를 타고 물놀이를 즐기기 때문에 끔찍한 사고는 발생하고 있지 않지요. 도이라는 녀석들은 모습만 보아도 소름이 기칠 정도로 험상궂게 생긴 괴물이랍니다. 보면 알겠지만 엄청나게 큰 입에다 머리에는 여러 개의 뿔까지 달려 있고 붉게 충혈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두 눈을 가진 괴물은 보기만 해도 소름이 확 끼쳐요."
"그렇게 위험한 괴물을 아직까지 살려 둔 이유가 무엇이오? 그렇지 않으면 저 괴물은 무슨 방법으로도 처치할 수 없는 불사신이라도 되오?"
샤르앙, 그렇지는 않아요. 도이의 괴력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우리들이 마음만 먹으면 저 괴물은 이미 이 호수에서 사라질 운명이었을 거예요."

 

"그러면 소중한 인명을 해치는 괴물을 이 호수에 꼭 살려두어야만 할 이유라도 있소?"
이 호수의 주인은 다른 누가 아니라 저 괴물인 도이의 가족들이기 때문이지요. 도이는 그 가족들과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이 호수를 지키며 살고 있고, 누가 뭐래도 이 호수의 주인은 다른 누가 아닌 도이의 가족들이겠지요. 즉 이 호수를 찾은 인파들이 구경꾼이라면 도이는 주인인데, 구경 온 손님들이 주인을 쫓아내서야 되겠어요? 지구 인류들도 남의 영토를 함부로 탐내는 것은 좋은 뜻으로 받아드리지 않잖아요? 도이 괴물의 심리도 똑같을 거예요."
그래도 소중한 생명을 괴물에게 뺏길 수는 없잖소?"
도이에게 인명을 빼앗겼다 할지라도 그건 도이의 잘못이라고 판정할 수는 없어요. 도이는 자신의 영토를 지키려는 본능을 발휘한 것이지 다른 의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므로 호수를 찾아온 손님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손님들이 조심하면 되는 것이지, 이 호수의 주인을 몰아내고 손님들만의 안전을 유지하자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제 생각은 저 혼자의 생각이 아니라 우리 샤르별 전체의 생각이며, 도이와 같은 위험한 생명체들이 우리 샤르별의 육지, 바다, 밀림 등에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지만, 우리 샤르별에서는 그것들의 생명을 함부로 다치게 하는 일이 없어요."
"우리 지구에도 무서운 맹수들이 살고 있고 그것들을 함부로 해치지는 않지만 사람의 목숨을 위험하게 만드는 것들은 용서하지 않아요. 총 같은 무기로 단방에 총살시켜 버리고 말 겁니다. 특히 도이처럼 여러 명의 인명을 해친 괴물이라면 더욱 용서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런데 샤르별에서는 그러한 식인괴물에게까지 영토를 보장해 주고 위험요소를 안고 간다는 것은 무리한 배려라고 판단되는데요?"
생명을 가진 모든 자연은 인류와 함께 공생활 권리가 있어요. 말 못하고 힘없는 생명체들이라 하여 우월적인 인류들의 권리만 생각하고 그것들의 살 권리는 보장하지 않는다면 만물의 영장으로서 자격을 상실한 것이 아니겠어요?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체들은 스스로 자신의 영토에서 인류와 함께 공생하며 살아갈 권리가 있고, 우리들은 그 권리를 보장해 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우리들의 생각을 샤르앙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나요? 지구나 샤르별이나 우주의 어떤 자연세계라 할지라도, 그곳에는 꼭 인류들만 영역을 보장받으며 살아가라는 법이 있겠어요?"
우리 만물의 영장들은 당연히 우주와 자연의 주인이며, 주인은 주인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있지 않겠소?"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만물의 영장들도 모든 생명에 대하여 지켜야할 의무가 있어요. 의무는 다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면 올바른 주인의식이 아니지요. 누구라도 우주의 주인이라거나 만물의 영장이라고 주장하려면, 주인은 주인다운 사상을 지녀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 거예요. 말 못하는 작은 생명체 하나라도 안전하고 무사하게 살아가도록 보살피지 못하는 만물의 영장이라면, 이미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자격을 잃었다고 판단해도 틀리지 않을 거예요. 즉 샤르앙의 말처럼 만물의 영장이니까 마음대로 자연계의 생명체들에 대하여 횡포를 부린다면, 올바른 주인의식도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권리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행위는 권리의 당위성이 아니라 만행이라고 비판받아야 해요."
"샤르별에는 신선인류들이 살고 있고 고차원의 정신세계를 겸비한 신선들의 고상한 의식이라면 샤르비네의 말이 백번 타당하리라 생각들기는 하오. 하지만 아직 신선은커녕 올바른 인성 하나라도 제대로 갖추기 힘든 우리 지구 인류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샤르비네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힘들 거요.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았소?"
어떤 경우를요?”
"지금 당장 어떤 맹수의 공격을 받아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 샤르비네라면 어떤 자세를 취할 것 같소?"
이런 대답은 우문우답일 수밖에 없는데요. 그때는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지요. 하지만 우리 신선존재들은 불의의 사고를 당할 만큼 어리석은 삶을 살지는 않아요. 미리 앞으로 다가올 일들을 예측하고 대비하기 때문이지요. 불의의 사고는 미련함의 결과 예요. 신선존재들은 결코 미련하게 살지 않아요. 물론 우리 샤르별의 신선들도 과거에는 어리석고 미련하게 살아왔던 역사도 있지요. 그러한 삶을 청산하기 위해서 우리 샤르별의 인류들은 신선이 되었고 고차원의 문명세계를 창조하며 살아가고 있지요. 즉 우주개벽과 무결점의 후천세계를 맞이하기 위한 우리 샤르별의 지혜로운 판단이었지요.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아주 작은 생명체 하나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것들의 영역을 안전하게 지켜주기 위해서 노력해요. 그러한 결과에 의해서 우리 샤르별에는 하늘과 땅의 평화가 보장되고 우주개벽의 시작을 무리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판단해요.”
샤르비네의 설명을 듣고 나니 부끄러운 생각도 들고 샤르별 존재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부럽게 느껴지오. 샤르비네의 설명을 통해 샤르별 존재들의 그런 깊은 마음가짐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오. 하찮은 생명이라도 소중히 하는 마음의 자세는 결국 우주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계기도 되지만, 인류의 삶을 안전하게 보장받는 밑거름이 되리란 판단은 틀리지 않을 것 같소. 그리고 자연을 인류의 입맛대로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 앞에 인류들이 동화되고 자신의 삶들을 조화시켜 나가는 지혜는 정말 본받을 만하군요. 인류들 스스로가 자연적 존재이면서, 자연에 역행되는 삶을 살아갈 때 피해를 입을 것은 인류 자신들뿐이란 사실도 이제 비로소 깨달은 것 같소.”
샤르비네와 이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과연 집채만한 도이 괴물이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거대하게 큰 도이 두 마리가 물 위로 솟구쳐서 광분하듯이 큰 물보라를 일으키며 우리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마치 모타보트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 위를 달려오는 현상처럼 보였다. 도이는 여러 마리였는데 우리 쪽을 향해 두 마리가 달려오고 다른 쪽을 향해서도 여러 마리가 흩어져 춘우셔시 물놀이를 즐기는 인파들을 향해 추격작전을 전개하고 있었다.
대충 짐작으로 몸길이가 20미터 이상 되어 보이는 거구를 물 위에서 날뛰면서 커다란 입을 벌린 채 세상을 다 삼켜버릴 기세로 돌진해 오는 괴물의 모습은 소름이 오싹할 지경이었다. 괴물이 날뛰면서 일으킨 물살로 잠잠하던 호수 위에는 거친 파도가 발생해서 출렁거렸다. 마치 호수에 작은 해일이 발생한 현상 같기도 했다.
도이들이 커다란 입으로 질러대는 괴성은 호수 전체가 떠나갈 듯 굉장한 울음소리였다. 커다란 입에 돋아난 이빨들도 날카롭고 무시무시해 보였다. 과연 한 입에 사람 몇 명은 거뜬히 삼킬 수 있는 식인괴물이었다.
괴물들이 소란을 피우는 사이 호수 위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춘우셔시 인파들은 모두 호수 상공으로 날아올랐고, 우리도 잠자리처럼 사뿐하게 물 위에서 떠올라 상공으로 올라갔다. 호수의 상공으로 날아오른 춘우셔시 인파들은 멀리 피하지 않고 공중에 떠 있으면서 도이들의 광란을 구경했다.
한참 동안 물 위에서 광란에 가까운 난동을 부리던 괴물들은 호수에 아무 침입자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그 중에 대장으로 보이는 놈이 마지막 긴 포효를 남기고 괴물의 모든 일행을 데리고 물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자신의 영토에서 불청객들이 사라진 것을 알고 곧바로 모습을 감춰버린 괴물의 근성도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물들의 난동이 사라지자 넘칠 듯 출렁거리던 호수의 물은 잠잠해졌고 다시 평화가 찾아들었다.
샤르비네의 설명대로 괴물은 인간들을 해칠 목적으로 호수 위에 나타나 광란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토를 수호할 목적으로 그런 행동을 본능적으로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아무리 사나운 괴물이라도 인간들이 접근하지 않고 자신의 영토를 침범하지 않으면 인간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들었다.
그래서 자연과 함께 공생하고자 하는 샤르별 존재들의 이상대로, 인명을 해칠 수 있는 괴물을 호수 속에 살려 둔 채 자연의 순리를 지켜 나가는 삶에서 우주의 평화라는 의미를 다시 새겨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평화정신이 살아 있기에 샤르별에는 강자가 약자를 깔보지 않고 서로 도우면서 참다운 삶을 펼쳐 가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다.
호수의 괴물을 구경하고 나서 샤르비네는 이 한마디를 잊지 않았다.
공생의 관계는 상생의 원리와 같고 상생의 균형이 깨어질 때 평화의 운명은 끝나고 만답니다."
도이의 광란이 멈춘 것을 확인한 우리는 춘우셔시 물놀이를 중단하고 인파들이 모여서 붐아 말달리기를 즐기는 초원 쪽으로 향했다.
초원에는 남녀노소 많은 인파들이 신선복 차림으로 말달리기를 하고 있었고, 늘씬한 선녀들이 긴 머리를 바람에 날리며 붐아의 등 위에 올라타고 쏜살같이 초원을 달리는 모습은 한 폭의 신선도를 보는 듯했다.
샤르비네와 나도 말달리기를 하고 싶어서 승마장 관리소로 갔다. 승마장에는 늘씬하게 생긴 붐아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며 풀을 뜯고 있었고, 우리들은 마음에 드는 붐아 한 마리를 선택해서 관리소에 대여 요청을 했다.
승마장 관리소에서는 누구나 원하는 붐아를 빌려서 승마를 즐길 수 있었다.
간단한 절차를 마치고 붐아를 넓은 초원으로 끌고 나온 우리는 둘이 함께 붐아의 등에 올라탔다. 샤르비네가 앞에 타고 나는 뒤에 탔다.
샤르비네는 승마 솜씨가 뛰어나서 붐아의 등 위에 올라타자 마자 초원을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샤르비네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샤르비네의 등에 바짝 엎드린 채로 초원을 달리는 승마의 속도감을 즐겼다. 샤르비네가 얼마나 빨리 붐아를 몰고 있는지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쌩쌩했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마치 영화의 주인공들이 된 것처럼 너무 기분이 좋았다.
내가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는 기념으로 백마 한 마리를 비싼 값에 구해서 키우셨고, 틈틈이 나를 태우고 이웃 동네로 나들이를 떠나곤 하셨다.
그러면 많은 동네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서 할아버지와 내가 백마의 등에 타고 가는 모습을 구경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어려서부터 말을 좋아했고 어디서 말을 보면 할아버지가 생각날 때가 많았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승마를 즐기고 싶었는데 그 소원을 샤르비네가 풀어 준 셈이었다.
붐아는 말과 닮지는 않았지만 날렵하게 초원을 달리는 힘은 말보다 우수했다.
붐아 말타기에 맛 들린 후로 샤르비네와 나는 자주 연구소의 붐아를 끌고 넓은 초원을 찾아갔다. 붐아는 츠나음이 연구소에도 연구원들의 여가를 목적으로 기르고 있었다.
요스가 그 중에서 잘 생긴 붐아 두 마리를 우리에게 골라주며 전용으로 사용하라고 해서 틈나는 대로 말타기를 즐길 수 있었다.
나는 샤르비네의 도움으로 승마기술을 익혔고 샤르비네와 나란히 초원을 달리며 승마를 즐길 때의 기분은 짜릿함 그 자체였다.
거의 매일 승마를 즐긴 나는 선수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승마기술을 익혔고, 샤르비네, 저처,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승마경주를 하며 신선놀음을 즐겼다. 멀리 떨어진 우주의 선경세상에서 샤르비네와 함께 붐아를 타고 넓은 초원을 달리던 기분은 영원히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 아닐 수 없었다.
100억 광년이 떨어진 우주의 저편에 펼쳐진 선경세상에서 지금도 초원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승마를 즐기고 있을 샤르비네를 생각하면 아련한 그리움이 밀려와 가슴이 저미곤 한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진화를 거부한 원시 생태계

 

둔이러시 강 상류의 밀림에는 투명생명체들의 출몰 외에도 어디서도 구경할 수 없는 진귀한 생태계의 현상들이 다양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날뱀 즈우, 뭍으로 올라와서 나무 열매를 따 먹는 숲의 물고기 샤느소, 높은 나무 위에서만 집을 짓고 살아가는 숲의 사람 아히우무비, 사람 형태를 닮은 인간개미 스디누스브 등등 숫자도 열거할 수 없을 만큼 희한한 생태계가 연출되는 세상이었다.
높은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아간다는 숲의 사람들은 만나보기 어려웠지만 인간개미 스디누스브가 사는 곳들은 심심찮게 발견되었다.
인간개미들의 크기는 사람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 되는데, 체격이나 얼굴의 이목구미가 영락없는 인간이었다. 인간개미들은 수천 마리씩 떼를 지어서 집단생활을 하며 진흙으로 집을 지어 살아가는데, 쉬지 않고 새로운 진흙 성을 쌓으며 주거지를 확장해 가고 있었다.
인간개미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는 숲속의 여기저기서 쉽게 눈에 띄는데, 진흙을 콩알처럼 뭉쳐서 탑처럼 높게 쌓아 놓은 모습들이 인간 개미들의 집이었다.
인간개미집의 탑들은 1미터 정도 되고, 이런 높고 낮은 진흙탑이 길게 연결되어 있는 모습은 인간개미 나라의 성을 보는 듯했다. 인간 개미집 탑의 높은 꼭대기에는 밖을 감시할 수 있는 구멍이 뚫려있는데, 그 속에 경비 인간개미의 머리들이 수없이 들락거렸다.
인간개미들은 숲속 여기저기 흩어져서 열심히 움직이며 먹이를 찾아나르기도 하고, 집을 보수하거나 새로 지을 집을 위해 진흙을 뭉쳐 나르는 모습도 보였다.
인간개미들은 일을 하거나 먹이를 사냥할 때 연장들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너무 흡사한 장면이었다.
둔이러시 밀림은 기생식물의 천국이기도 했다.
100m 이상 높게 자란 거목의 가지에는 수많은 종류의 기생식물들이 번식하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었다.
한 나무에 수십 종의 기생식물이 번식하며 서로 다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공중 기생식물들의 집단 서식지였는데, 샤르별의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생태계였다.
숲속의 어두운 장소에서는 식물들이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기 어려우니까 스스로 생존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진화된 모습이었다.
이와는 달리 수십억 년 동안 진화의 흔적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원시생태계도 잘 보존되어 있었다. 지하 수중생태계였다.
둔이러시 강 상류의 원천인 밀림 속에는 총연장 30km에 달하는 천연동굴이 뚫려 있는데, 생성연대는 20억 년쯤 되고 그 속에는 동굴 끝까지 지하수가 강물처럼 흐르면서 둔이러시 강과 만나고 있었다.
이 동굴의 이름을 바츠디거수라 불렀다. 바츠디거수란 이름에는 원시세계란 의미의 뜻이 담겨있기도 했다.
바츠디거수 동굴에는 그야말로 20억 년 동안 진화를 거부해 온 원시 생명체들이 각양각태의 모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세상이었다.
뿐만 아니고 바츠디거수 동굴의 입구를 시발점으로 해서 밀림의 생태계와 둔이러시 강 상류의 생태계들이 서로 접목되며, 원시생태계와 진화생태계의 중간쯤인 중간진화 형태의 생태계도 잘 발달되어 있었다.
샤르별에서는 이러한 특수 생태계를 너므뇨스라고 부르는데, 원시와 진화를 이어주는 고리생태계라는 뜻이기도 했다.
이처럼 원시, 진화, 고리의 3각 생태계가 잘 발달되어 있는 둔이러시강 상류는 가히 생태계의 천국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생명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둔이러시 밀림에서 활동하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자주 목격되었다.
샤르비네와 나는 특히 바츠디거수 지하세상의 원시생태계를 집중적으로 탐사했다. 춘우셔시를 동굴의 지하강물에 뗏목처럼 띄우고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면서 진기한 생명의 현상들을 세밀하게 관찰했다. 아직 그 어느 곳에서도 사진조차 구경한 적 없는 생명체들이, 마치 우주의 커다란 자궁에 잉태된 태아의 모습으로 진기한 삶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동굴내부는 캄캄한 밤처럼 어두웠지만 불을 켤 수는 없었다. 본래 암흑세상에서 살아가는 생태계이기 때문에 불을 켜고 탐사하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았다.

 

춘우셔시 비행체에는 야간 식별장치가 설치되어 있어서 불을 켜지 않고도 어둠 속의 세상을 환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동굴 속에는 엄청난 종류의 원시생태계가 서식하면서 무서을 정도로 조용하고 적막했다. 어두움과 적막은 잘 어울리는 현상이지만 우주에서 처음으로 생명체가 탄생할 때의 모습이 이런 상태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모든 생명체들이 잉태될 때는 모체의 어두운 자궁에서 자라고 그곳은 동굴 속처럼 적막한 장소이기도 하다면, 동굴의 원시생태계와 생명체의 탄생 현상이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태초에 우주에서 생명이 태어날 때, 햇빛과 물의 광합성작용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학설을 감안하면, 생명의 탄생과 진화에는 무언가 모순된 법칙이 상존하는 것 같았다.
어떻든 샤르별은 모순의 법칙을 바탕으로 4차원 문명세계를 창조하는 세상답게, 생태계의 현상도 모순적인 질서가 이색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츠디거수 동굴 탐사를 마치고 샤르비네와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었다. 샤르비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제까지 우리는 동굴탐사를 하면서 진귀한 생태계와 생명체들의 활동모습을 관찰해 보았지만, 이곳에 서식하고 있는 식물이나 동물들은 거의 진화되지 않은 원시상태의 생명체들이 많아요. 말하자면 이곳은 원시생물들의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그래서 생명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생들이나 학자들이 이곳을 자주 찾아와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이지요."

 

샤르별은 생명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문이 잘 발달되어 있는 편이오?"
당연하지요. 우리 샤르별의 인류들은 모든 현상의 근원이나 뿌리찾기를 중시하고 있어서 생명의 진화에 대한 연구도 활발한 편이라고 대답할 수 있어요.”
"그러면 생명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문의 연구목록 중에 인류 생명체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문도 포함되어 있소?"
"우리 샤르별에서는 생명의 진화를 연구하면서 인류생명체의 진화뿐만 아니라 우주의 진화에 대한 연구까지 포함하고 있어요."
생명의 진화를 연구하면서 우주의 진화를 함께 연구할 필요성은 무엇이오?"
생명의 출현은 우주진화의 한 과정에서 파생된 현상이지 생명체들이 단독으로 우주에 출현하지는 않았으니까요. 다시 말해 우주가 태어나지 않고 생명체들이 우주에 나타날 수는 없었고, 우주가 태어나서 영겁의 세월을 거치며 진화되어 오는 과정에서 생명의 씨앗들도 함께 싹트고 번식하며 더욱 새롭게 진화된 삶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란 가설은 불변의 진리니까요. 그래서 생명의 진화를 연구하는 필수관문이 우주진화에 대한 학문이란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과제겠지요."
샤르별에서는 우주도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진화하고 있다고 믿는가 보지요?"
당연하지요. 우주는 살아 있는 거대한 생명체이며 고차원의 영성체라고 설명할 수 있지요. 곧 우주는 살아 있는 생명의 시스템이면서 자체적으로 거대한 생명의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며 나날이 새로운 모습으로 영겁의 세월 동안 진화를 반복하고 있다고 우리 샤르별에서는 믿고 있답니다. 그리고 인류를 비롯한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우주진화의 과정에서 우주의 분신으로 세상에 출현하고 우주의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신념이 우리 샤르별에선 강하답니다."
"우주에 출현한 모든 생명체를 우주의 분신으로 판단하는 샤르별의 깨달음이 고차원의 사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느껴지오. 그런데 고차원의 영성체라고 부르는 우주가 무엇 때문에 영겁의 세월을 거치면서 끝없는 진화의 삶을 반복해야 할까요? 우주가 고차원의 영성체라면 본래부터 완전한 존재가 아니었을까요?"
"우주는 고차원적 현상의 영성체이면서 또 끝없는 재창조가 가능한 미완성적 현상이기도 해요. 곧 우주는 모순의 법칙 속에서 고차원적인 영성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 모순의 법칙이 선천세상의 결정적 보완책이기도 하지요. 앞으로 후천세상이 열릴 때 선천세상의 미비점이 모두 해결될 것으로 믿어요.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체들도 우주의 미완성적 모순 때문에 진화가 필요하게 되었겠지요. 후천세상에서는 우주와 그 우주 속에서 태어나는 모든 생명체들도 진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 믿어요."
우주에서 후천세상이 다시 열린다는 뜻인가요?"
"머지않아 우주는 혁명적 변화가 찾아올 것이며 그 우주의 혁명을 우리들 세상에서는 개벽이라 부르고 후천세상의 시작이 곧 우주의 개벽이지요."
결국 우주는 진화적 속성에 의해서 후천세상이라고 하는 개벽을 맞이한다는 설명인가요?"
"그렇답니다. 진화는 우주창조의 연속선상에서 이루어지는 우주프로그램의 작용에 의한 현상이라고 이해하면 그 수수께끼의 실마리가 쉽게 풀릴 수 있답니다. 즉 본래부터 우주는 후천세상의 개벽이 필요했지요. 그 개벽이야말로 우주진화의 종결이기도 하구요."
본래 창조론과 진화론은 정 반대의 논리가 아닌가요?"
두 논리는 바늘과 실의 관계이면서 대표적인 우주모순의 법칙이기도 하지요. 창조가 없는 진화는 무의미하며 진화가 불가능한 창조도 무의미하답니다. 창조와 진화의 현상은 모순의 관계이면서 우주 프로젝트의 대 이상을 실현하는 수단이기도 했지요."
지구의 인류들은 현대문명의 태동과 함께 생명의 진화론을 정설로 굳히며 창조론을 배격하고 있는 실정이오. 그래서 인류의 조상을 원숭이라고도 하고, 모든 고등 생명체들은 본래 원시생명체의 미물이었다가 진화를 거듭한 끝에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믿고 있기도 하는 등 의견들이 분분하오. 이런 학설들에 대하여는 샤르비네가 어떤 견해를 내릴 것 같소?"
지구 인류들의 학설대로 따르자면 인류의 조상이 원숭이라면 또 원숭이의 조상은 무엇이라고 설명할지 궁금하네요. 혹시 원숭이의 조상이 개라고 가정한다면 또 개의 조상은 무엇이 될까요? 아무튼 창조론에 반박하는 진화론의 근거에는 너무 허점이 많고 유치한 학설이라고 단정하고 싶네요. 우주에 태어난 모든 생명체는 고유의 유전자를 보유하고 태어나듯,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본래부터 그것의 씨앗으로 창조되고 시작되어 현재에까지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론일 것입니다. 인류의 씨앗도 본래부터 고유하고, 원숭이의 씨앗도 본래부터 고유하며, 지상에 살고 있는 어떤 생명체도 본래부터 고유하다는 사실을 지구의 인류들도 나중에 깨닫게 될 거예요."
창조론과 진화론은 서로 상관관계가 있는 생명고리의 쌍두마차이
지 별개는 아니라는 설명이군요?"
그렇지요. 다만 진화의 현상은 선천세상의 미비점에 의한 보완책의 일환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무결점의 후천세상이 열릴 때는 우주의 진화와 생명의 진화는 종식되리라 믿어요."
"어떤 연구 결과로 그렇게 확신에 찬 대답을 하게 되는 것이오?"
샤르앙도 자주 즐기는 포스머스의 가상게임 속에 우주개벽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존재하지요. 우주개벽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속에는 우주개벽 이후 백억 년, 천억 년 후의 미래를 체험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져 있으니까요. 샤르앙도 장차 다가 올 우주개벽에 대하여 관심이 있다면 직접 체험해 보도록 해요. 그러면 앞으로 다가올 우주개벽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올 우주개벽의 주체는 누가 되는 것이요? 우주의 속성 스스로인가요? 아니면 의도적인 누군가의 조종이 필요한 건가요?"
"우주질서의 주최자라고 부를 수 있고 무극대도의 경지에서 존재하는 최고의 영성체들이 우주개벽을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무극대도의 최고 영성체가 우주에 실제로 존재하나요?"
우주는 그냥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우주 대기운의 작용으로 움직이게 되지요. 그 대기운이 멈추면 우주도 멈추고 대기운이 움직이는 대로 우주도 움직이지요."
그러면 장차 지구에도 우주개벽시대를 맞이하게 될까요?"
우주에 존재하는 어떤 세상도 예외가 될 수는 없겠지요."

 

개벽이 시작된 후에도 지상에 존재하는 인류의 문명과 생명체들은 안전하게 될까요?"

 

옛 것은 가고 새 것이 오는 세상이 우주개벽이랍니다. 아무리 찬란한 문명도 아무리 위대한 생명체도 우주개벽과 함께 사라질 것입니다. 다만 새것으로 갈아입은 모습들은 그대로 영원할 것입니다.”
새것으로 갈아입으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오?"
"옛 생명을 버리고 새 생명을 입어야겠지요. 이제까지의 삶과 의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식의 생명으로 거듭 태어나라는 의미이지요.”
"그래서 샤르별의 존재들은 옛 생명을 버리고 새 생명을 갈아입기 위해서 신선의 모습으로 살고 있나보지요?"
이미 우리들 세상에서는 우주개벽을 대비하여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 삶을 훈련받고 있어요. 그 길이 바로 신선의 길이지요. 지구에도 이미 1만 년 전 신선의 세상이 열렸고 샤르앙도 그 후손으로 믿고 있어요."
우리들 세상에도 도를 닦으며 도통을 이루기 위해 입산수도하는 존재들이 있소. 도통을 이룬 그들이 결국은 신선이 되어 불로영생의 존재로 탈바꿈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소. 그 길이 우주개벽을 대비한 방법일까요?"
그렇게 믿고 있어요. 샤르앙도 앞으로 우주정신세계를 잘 수련하고 마음을 닦아서 도통의 길을 걷도록 하세요. 도통을 이룬 자들이 앞으로 후천세상의 리더자가 되어 하늘을 다스리게 될 것입니다.”
그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샤르비네가 도와주오."
앞으로 샤르앙이 쓰게 될 책 내용 중에 도통에 이를 수 있는 내용들이 수록될 것으로 믿어요. 샤르앙도 꼭 도통자가 되어 우주개벽이 시작되는 후천세상에서 다시 만나기로 해요."
그 약속을 꼭 지키도록 하겠소."

 

샤르비네의 설명을 듣고 나니 나는 갑자기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평소에 생명의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립적 논쟁에 대하여 많은 의구심을 가질 때도 있었고,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수수께끼에 답답한 생각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샤르비네의 설명을 듣고 나니 반쯤은 그러한 궁금증이 풀리는 것 같았다.
샤르별의 존재들이 품고 있는 창조와 진화에 대한 관념은, 창조가 밑그림이라면 진화는 그 밑그림 위에 새로운 색칠을 입혀 가는 과정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샤르별의 그러한 판단에서 진화의 과정은 창조를 완성하기 위해서 존재하고, 진화의 과정을 통해 또다시 새로운 창조가 이어지면서 우주개벽의 후천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바츠디거수 동굴탐사를 마친 후에 밀림탐사도 하며 다양한 생태계를 더 관찰했다. 밀림 속에는 참으로 별의별 희한한 동물과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어떤 생명체는 동물인지 식물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것들도 있었고, 어떤 식물은 뿌리를 땅 속에 고정시키지 않고 서식지를 옮겨 다니며 살고 있는 것들도 있었다.
희한하기 이를 데 없는 밀림의 생태계를 관찰하면서 샤르비네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망중한을 즐기고 있을 때에 어디선가 갑자기 은빛 물체 하나가 우리들 앞에 나타나 놀라게 만들었다.
평소 같으면 놀랄 일이 아니었는데 밀림에는 별의별 동물들이 갑자기 출몰하곤 해서 엉겁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은빛 물체는 누군
가가 보낸 통신장비 누주시였다.
누주시는 본래 샤르별 존재들이 휴대하고 다니는 손가방인데, 멀리 떨어진 상대에게 가벼운 물건을 전달하거나 통신내용을 전달할 때 사용하는 주머니였다.
휴대용 누주시 속에 상대방에게 전달할 내용을 챙기거나 저장시킨 후 날려 보내면, 누주시는 스스로 하늘을 날아가서 상대편에게 정확히 통신내용을 전달한 후 되돌아오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누주시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통신내용은 물건일 수도 있고, 목소리일 수도 있고, 영상기록일 수도 있었다.
누주시가 정확하게 상대방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은 샤르별의 인류들이 허리에 착용하고 다니는 실크벨트 때문이었다. 실크벨트 속에 개인의 신분을 저장한 개인코드들이 저장되어 있고 누주시는 개인코드의 신호를 추적해서 하늘을 날아다니며 통신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누주시가 우리 쪽을 향해 날아오자 내 허리에 차고 있던 실크벨트에서 신호음이 들려왔고, 그와 동시에 우리가 타고 있는 춘우셔시 문이 저절로 열렸다. 누군가 나에게 보낸 누주시 정주머니였다.
누주시를 열자마자 예쁜 생화의 꽃송이들이 눈앞에 화사하게 나타났고 꽃송이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처우린의 목소리였다.
꽃송이들은 추시브라는 붉은 색의 꽃이었는데, 지구의 장미꽃과 꽃잎이 비슷하면서 향기는 백합꽃의 향기와 비슷했다. 아주 황홀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꽃이었다.
그 꽃다발 속에 저장된 목소리의 메시지는 '샤르앙 신선님, 많이많이 사랑해요.' 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저처가 귀여운 모습으로 웃고 있는 동영상의 모습이 실물처럼 환하게 나타나더니 손을 흔들며 아지랑이처럼 허공으로 사라져 갔다. 그런 사랑의 메시지들과 함께 전달된 꽃다발을 꺼내서 챙긴 나는 답례의 내용을 담아서 보냈다.
샤르앙도 저처를 사랑해요. 꽃다발 정말 고맙고 행복해요."라는 감사의 뜻을 밀림에서 채취한 야생화 다발에 녹화시켜서 저장시킨 후 누주시를 저처에게 날려 보냈다.
누주시는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제 할 일을 무사히 마쳤다는 듯이 다시 제 갈 길을 향해 푸른 하늘의 창공 속으로 까마득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아무리 우주첨단문명이 발달한 세계라고는 하지만 문명세계와 멀리 떨어진 밀림 속에서 꽃다발과 사랑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 받는 기분은 감격스럽다 못해 신비스런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한 내 모습을 샤르비네가 흐뭇하게 지켜보며, 저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샤르비네도 가끔씩 하늘을 비행하다 말고 친구들로부터 전해 오는 누주시 정주머니를 받고 좋아했는데, 그 모습이 부러울 때도 많았었다.
둔이러시 강을 탐색하고 나서 우리는 다시 다른 강이 흐르는 몇 군데를 더 둘러보았다. 샤르별에는 둔이러시 강 외에 구디, 두슴이, 주슨이부, 쇼시욷이, 루시럿이, 랍우시라는 이름을 가진 유명한 강들이 더 있었다. 모두 수만, 수십 만 km가 넘는 초대형의 긴 물줄기들이었다.
샤르별의 긴 강줄기마다 곁들여진 사연도 많고 이야깃거리들도 많았다. 그리고 강기슭마다 아름다운 생태계들이 잘 발달되어 있고, 아주 오랜 과거에 농경지로 사용했던 거대한 평야의 흔적들도 있었다.

 

지금은 우스시어라고 하는 콩알만한 우주식사로 무식주의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샤르별의 신선인류들이었지만, 5만 년 전 먼 과거에는 농사를 짓고 식량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증거였다.
샤르별은 지금 우주개벽의 후천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둔이러시 강의 비밀

 

샤르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이 길고 규모가 큰 강들이 흐르고 있었다.
그 중에서 둔이러시 강이 가장 길고 규모가 컸다.
둔이러시 강은 그 길이가 30 km에 달하고 사방으로 지천이 흐르고 있는 대규모의 큰 강이었다.
둔이러시 강의 원류는 주스니라 산의 깊은 계곡에서 시작되었고, 본류는 늡이구스 초원의 한 복판을 가로지르며, 신경망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간 지류들은 초원의 밀림으로 스며들기도 하고 닙이누시 산에서 흘러나오는 폭포수의 물결과 합해지기도 했다.
원류와 지류의 흐름이 거미줄처럼 얽혀진 복잡한 강이었고 강줄기를 따라 미로처럼 발달된 대자연의 경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둔이러시 강의 또 한 가지 특징은 두 개의 원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그 또 다른 제2의 원류는 푸스주스니 산에서 발원되고 있었다. 즉 쌍둥이 원류의 발원지를 가진 강이었는데, 그래서 강 이름조차 쌍둥이란 뜻의 둔이러시라고 했다.
이렇게 거대한 지류와 본류의 물줄기들은 지칠 줄 모르고 서쪽으로 계속 흘러가서 결국은 푸스효시라는 거대한 해양과 만났다. 푸스효시는 우주항공장으로 이용되는 인공섬이 떠 있는 바다로 샤르별에서 널리 잘 알려져 있었다.
둔이러시 강이 발원되는 주스니라 산은 샤르별에서 가장 성스런 영산으로 여기는 정신적 지주의 발원지라 할 수 있고, 푸스효시 바다는 무변광대한 우주를 향한 꿈의 요람이 띄워져 있는 장소란 점에서, 이 두 성지를 연결해서 흐르는 둔이러시 강의 의미는 샤르별 인류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둔이러시 강의 상류에는 샤르별의 제2의 도시 뵤시럿이가 자리잡고 있고, 하류에는 사소디먀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 두 도시야말로 샤르별에서 가장 유서 깊은 문명의 발상지로 그 이름을 날리면서 우주문명의 메카로까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소디먀 도시의 역사는 5만 년 이상 긴 과거로 돌아가고, 그때부터 샤르별의 정신세계와 삶의 질을 가름하는 문명의 현상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오늘날의 4차원 문명세계까지 돌입해 왔다는 설명을 듣기도 했다.
말하자면 샤르별에서 발생한 4차원 문명세계의 씨앗이 발아된 근원지는 사소디먀 도시였고, 그 사소디먀 도시의 문명을 잉태시킨 모태가둔이러시 강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샤르별에서는 둔이러시 강을 생명의 젖줄 뿐 아니라 문명의 모태로까지 의미를 부여하며, 맑고 깨끗한 모습으로 잘 가꾸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샤르별에서는 물을 생명의 원천이요 생명의 창조력 그 자체로 인정하면서, 둔이러시 강 뿐 아니라 그 외의 모든 강줄기와 하천들까지 포함해 생명의 젖줄처럼 아끼며 사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샤르별의 모든 강줄기들은 어디서나 맑고 깨끗한 모습으로 흐르며 자연의 신비를 연출하는 생명의 강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30 km에 이르는 둔이러시 강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그 위용이 엄청났다. 동맥과 신경망처럼 사방으로 이어지는 지류와, 꾸불꾸불 초원을 따라 끝도 없이 이어지는 대규모의 강세들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었다.
샤르비네와 나는 춘우셔시 비행체를 보트처럼 강물에 띄우고 수십킬로미터씩 떠내려가며 탐사도 하고, 둔이러시 강의 상공에서 멀리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지는 강줄기를 망원장치로 살펴보기도 했다.
강물의 어떤 지류에서는 끝도 없는 밀림이 우거져 강줄기를 삼켜버린 듯 뒤덮고 있기도 했고, 대나무 보다 크게 자란 갈대의 숲이 수 킬로미터씩 이어지면서 다양한 생태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다.
물 속에서 자라고 있는 수백만 종의 물고기와 수중 생명체들, 강기슭에 새까맣게 몰려다니는 조류들은 보기만 해도 환희가 넘치는 생명의 물결들이 아닐 수 없었다.
둔이러시 강은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깊고 끝없는 밀림 속으로 묻히고 있었다. 강물의 상류를 삼키고 있는 밀림 속으로 들어가면 하늘을 찌를 것 같은 거대한 나무들이 자라서 하늘도 보이지 않았으며, 괴물처럼 생긴 동물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 불청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안전에 대한 특별한 준비를 갖추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탐사는 엄두도 낼 수 없는 둔이러시 강 상류의 밀림지대가 아닐 수 없었다.
춘우셔시 비행체를 몰고 겨우겨우 밀림의 사이로 빠져 다니면서 대충 살펴보기는 했지만, 처음 보는 식물과 동물들이 천태만상의 생태계를 이루며 자연의 신비를 연출하고 있는 대자연의 숨결 앞에 저절로 몸이 낮춰졌다.
둔이러시 강 상류의 밀림에서 샤르비네는 또 놀라운 소식을 들려주었다. 그 밀림 속에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투명생명체들에 대한 궁금증을 샤르비네에게 질문했다.
투명생명체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텐데 샤르별의 인류들이 어떻게 알고 발견할 수 있었소? 혹시 그건 전설로 내려오는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오?"
투명생명체들은 결코 전설처럼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이야기이며, 지금도 밀림을 방문한 탐사대들 앞에 출몰해서 한바탕씩 소동이 벌어지는 일이 종종 있답니다."
그러면 투명생명체들에게 탐사대원들이 희생되는 경우도 있소?"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피해는 가하지 않으면서 깜짝깜짝 놀라게 할 정도의 장난을 투명생명체들이 짓궂게 걸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답니다."
"우리 지구에는 도깨비나 유령 같은 존재들이 있어 인간들을 놀라게 하는 일들이 있는데 그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오?"
"샤르별에도 도깨비나 유령 이야기는 많이 있지만 투명생명체들과는 차원이 다른 현상들이랍니다. 투명생명체들의 세계는 눈으로 확인도 가능하고 지속적으로 관찰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어떤 방법으로 투명생명체들의 세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오?"
"파장이나 음광증폭기를 이용하면 맨 눈으로 보이지 않던 투명생명체들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답니다. 음광증폭장치는 볼 수 없는 빛과 들을 수 없는 소리를 증폭시키는 장치랍니다. 즉 인간의 감각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한 세상의 빛과 소리가 음광증폭장치를 통해 선명하게 나타나는데, 투명생명체들의 세계도 예외는 아니랍니다."
그러면 투명생명체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현실세계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현실세계의 존재들이란 뜻이 아니오?"
현실세계의 질서를 벗어난 제3의 현실세계 존재들이 투명생명체들이지요. 3의 현실세계는 현실세계와 물질구조가 다른 자연세계가 존재하여 인간의 감각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답니다. 그러나 제3의 현실세계 법칙도 우주의 법칙에서는 벗어나지 않지요."
그렇다면 제3의 현실세계는 현실의 삶과 공존이 가능하오?"
공존은 가능하지만 현실세계의 질서에 간섭을 일으키지는 않지요. 그러므로 없는 듯 존재하는 세상이 제3의 현실세계라고 설명할 수 있겠지요."
공존하면서 서로는 없는 듯하고 부딪쳐도 아무런 간섭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이 현실세계와 제3의 현실세계의 관계란 뜻이군요?"
"그렇지요. 그런데 둔이러시 강 상류의 밀림에서는 현실세계의 존재들과 제3의 현실세계 존재들인 투명생명체들이 서로의 정체를 노출시키며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점에 대하여는 샤르앙의 의문이 커지겠지요?"
의문보다는 무한한 호기심이 발동되오."

 

투명생명체들이 출몰하는 곳은 특수한 자연의 질서에 의해서 현실세계와 제3의 현실세계가 교차되는 경계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우주는 본래 다차원의 현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 샤르별에도 다차원의 현상이 다양하게 존재하며, 다차원 세상과 연결되는 미로의 통로나 교차로가 원시림이나 밀림 속에서 발견되곤 하지요. 투명생명체들의 출몰현상은 미로의 교차로에서 발생되는 특이현상이라고 소개할 수 있겠네요."
현실세계와 제3의 현실세계 현상은 지구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한 말들인데 샤르별에는 별 신기한 현상들이 다 공존하면서 특별한 세상을 가꾸어 가는 것 같소."
샤르별 뿐만 아니라 지구에서도 미로의 세계인 제3의 현실세계는 얼마든지 현실의 삶과 공존하면서 보이지 않는 영향을 끼치고 있을 거라 믿어요. 이름하여 너시러시존 현상이지요. 현실과 비현실의 교차로인 너시러시존에서는 처음 당하게 되는 경우에 많은 혼란과 착각을 야기할 수밖에 없지요. 그러한 경우에 초자연적인 현상처럼 느껴지게도 만들고 착시나 환상을 보는 것 같은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러한 사유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샤르비네의 설명을 듣고 보니 나도 지구에서 너시러시존 현상을 경험한 기억이 있소. 어떻든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세계에 또 다른 제3의 현실세계가 존재하면서 우주의 법칙을 이어가고 있다니 삶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이 느껴지오."
이런 대화를 나눈 끝에 샤르비네와 나는 투명생명체들이 출몰하는 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신기한 현상들을 체험해 보기로 했다.
투명생명체들이 출몰하는 현상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먼저 음광증폭기라는 장비가 필요했다. 그래서 샤르비네가 쿠디처 초원에 위치하고 있는 우주 생명공학연구소로 지원을 요청했다.
우주 생명공학연구소는 인조인간과 인조생명체를 생산하고 연구하는 기관으로도 유명했다.
우리들이 자가용으로 몰고 다니는 춘우셔시 하늘자동차에 설치되어 있는 화상통신 장치를 통해 우주 생명공학연구소에 통신을 보내고 나서 잠시 후에 음광증폭기가 우리들 앞에 도착했다. 음광증폭기는 누주시 무인 통신장비에 실려 배달되어 왔는데 포스머스와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었다.
투명생명체들이 출몰하는 현장에서 음광증폭기를 작동시키니 이제까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현상들이 포스머스 화면에 나타나며 눈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소위 말해 제3의 현실세계에서 활동하는 존재들의 모습도 보이고 제3의 자연세계 현상들도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3의 현실세계는 다른 말로 투명세계라고 부를 수도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 투명세계가 현실세계와 공존하면서 또 다른 우주질서를 펼쳐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투명세계에는 분명히 현실세계의 물질구조와 또 다른 물질세계의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으며, 또 다른 생명체들이 투명세계의 주인공으로 또 다른 삶을 펼쳐 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샤르별에서는 투명생명체의 출현과 함께 투명세계의 비밀이 벗겨지고,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세계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는 셈이었다.

 

인간이 만약 증폭장치처럼 증폭된 시각과 증폭된 청각을 소유하고 있다면 투명세계의 투명생명체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신선의 수행원 인조인간 구조대

 

거듭이 초원은 주변에 거친 자연환경과 연결되어 있는 현상으로 유명한 장소였다.
초원의 남쪽 방향으로는 거친 물결과 험난한 파도가 일렁이는 해안선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고, 북쪽 방향으로는 험준한 악산의 산악지대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동서로 길게 이어져 있는 초원이었다.
평탄한 초원 위에도 그냥 풀만 덮여 있는 것이 아니라, 사방에 형성된 늪지대와 수초의 정글들이 무성하여 문명인의 접근을 불허하는 위험한 함정들이 수두룩했다. 그래도 샤르별의 존재들은 자연을 정복하기 위한 호기심 때문에 거듭이 초원을 많이 찾는다고 하는데, 우리가 그 초원을 방문했을 때도 수많은 모험가들이 사방 곳곳에서 북적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는 무리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궁금증이 커졌다. 마치 많은 수의 군인들이 무슨 작전을 펼치면서 훈련하는 모습 같기도 했다.
샤르별에는 적군도 아군도 존재하지 않고 전쟁도 필요 없는 세상으로 알고 있는데, 무슨 군사훈련을 실시하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샤르비네에게 질문했다.
군인 같은 모습을 한 저 무리들은 무슨 훈련을 하는 것 같은데... 진짜 군인들이 맞소?"
저 무리들은 군인이 아니라 인조인간들로 이루어진 구조대랍니다. 인조인간 구조대들이 구조활동에 필요한 훈련을 받는 모습이에요.""인조인간들이 누구를 구조한다는 뜻이오?"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이 여러 가지 재난이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구조하기 위해서랍니다."
"인조인간들은 한마디로 신선들의 수행원이요, 시종이면서 수호신의 역할까지 담당하는 팔방미인들인 셈이군요?"
"그럼요. 인조인간들은 역할이 다양한 팔방미인이면서 어떤 위험에 노출되어도 끄떡없는 불사신들이라 우리들의 생명까지도 마음 놓고 맡겨 놓을 수 있지요. 우리 샤르별의 모든 도시에는 신선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살피는 구조기관이 설치되어 있는데, 인조인간 구조대는 바로 그 기관에서 관리하고 있어요. 지금 저 장면은 구조기관에 소속된 인조인간 구조대들이 훈련을 받고 있는 장면이랍니다.”
이런 샤르비네의 설명을 들으면서 초원에서 구조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인조인간 구조대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4차원 문명세계의 또 다른 면모를 보는 듯했다.
인조인간들은 어디서 그런 위력을 발휘하는지 공중에서 맨 몸으로 뛰어내리기도 하고, 진흙의 늪 속을 빠르게 헤엄쳐 다니기도 했다. 위험한 산악지대의 절벽에서 훈련하고 있는 인조인간들도 있었고, 거친 물결이 급류를 타고 흐르는 해안에서 훈련하고 있는 인조인간들도 있었는데, 죽음조차 전혀 두려워할 줄 모른 채 강한 훈련에 몰두하는 모습들에서 무한한 신뢰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높은 절벽에서 거침없이 뛰어내리고, 거친 물결의 급류에도 두려움 없이 뛰어들며 초월적인 힘으로 구조활동 훈련에 임하는 인조인간들의 진지한 모습은 수호신으로서의 숭고함이 엿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강인하고 초월적인 힘을 발휘하는 인조인간들이 샤르별을 보호하고 있는 한, 아무리 강한 우주의 적군들이 침공하더라도 안전하리란 생각을 해보았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해가 지지 않는 초원의 바다, 커쿠스

 

샤르별에는 바다처럼 넓은 초원들도 수없이 조성되어 있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초원의 바다는 샤르별의 상공을 날아다니다 보면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는 모습이기도 했다. 그 넓은 초원의 바다를 샤르별에서는 커쿠스라 불렀다.
초원의 바다인 커쿠스는 그 넓이가 엄청나서 과히 해가 지지 않는 땅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넓은 초원에는 어디를 가나 구름처럼 뭉글거리는 복사꽃의 물결이 질펀하고, 온갖 기화요초들과 수목이 함께 어우러지고 있으며, 초원의 사이사이로 샤르별의 대동맥과 같은 긴 강물의 물줄기가 꾸불꾸불 흘러가고 있었다.
샤르별에서 가장 큰 커쿠스 초원의 이름은 늡이구스라 불렀는데, 늡이구스 초원의 상공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가히 초원의 바다라 할만큼 끝도 보이지 않게 넓은 초원이 지평선 너머로 이어지고 있었다.
하늘자동차를 타고 상공서 바라보아도 끝이 없는 초원의 바다인데, 땅에서 보면 얼마나 더 멀고 넓게 느껴지는 초원의 바다일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늡이구스 초원은 해가 지지 않는 초원으로도 유명했다.

 

늡이구스 초원에는 풀만 덮여 있는 것이 아니라 길고 끝없는 강줄기도 사방으로 뻗어서 흘러가고 있었으며, 거울처럼 맑은 호수들이 여기저기 고여 있기도 했다. 푸른 초원에 고여 있는 호수들은 하늘의 조각들을 떼어다가 풀밭에 박아 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름조차 모르는 야생화들은 복사꽃과 함께 구름처럼 피어나 사방에 군락지어 퍼져 있고, 구름 떼처럼 몰려다니는 초식동물들은 종류도 헤아릴 수 없었다.
강과 호수에서 먹이를 찾는 새떼들은 새까맣게 몰려왔다 몰려가며, 물가에서 물을 마시거나 목을 축이고 있는 생명체들의 무리는 거대한 물결을 이루며 흘러 다니고 있었다.
한마디로 거대한 초원과 거대한 생명의 물결이 출렁거리는 우주의 대서사시와 같은 장면이기도 했다.
늡이구스 초원 외에 우금우, 부디차, 거듭이, 숨우스, 난비, 우부니 등의 이름을 가진 커쿠스 초원들이 샤르별에서는 유명했다. 초원마다 지니고 있는 색다른 생태환경들은 살펴볼수록 새로운 궁금증들을 유발시켰다.
초원들 중에는 자연으로 발생한 것도 있고 인공으로 조성된 것도 있었다. 인공으로 조성된 초원이란 사막을 녹색운동으로 바꾼 녹색혁명의 신화적 이름이었다.
이런 녹색운동 덕분에 샤르별에는 어디를 가든지 벌거벗은 맨땅이나 사막은 찾아볼 수 없고 바다처럼 넓은 초원들만 눈에 띄었던 것이다.
이처럼 샤르별에는 본래 모든 땅이 초원으로 덮여 있지 않았고 지구처럼 사막화된 땅이 많이 있었으나, 샤르별의 신선과 인간들이 합심하여 녹색운동을 일으켜 초원으로 변화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 녹색운동의 시간이 장장 1 5천 년이라고 하니, 푸른 환경을 지켜가려는 샤르별의 집념이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샤르별의 존재들은 넓은 초원들을 그냥 자연으로 버려두지 않은 채 쉬지 않고 가꾸고 보호하며 아름다운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었다.
샤르별의 온 땅에 복사꽃이 만발하여 선경세상으로 변모된 것도 샤르별의 존재들이 수만 년의 시간 동안 만들어 낸 걸작품의 결과였다.
넓은 초원들을 방문할 때마다 커다란 물체들이 공중에 띄워져 있는
모습들이 보였는데, 그 물체들이 다름 아닌 기상관리 비행체들이라고 했다. 기상관리 비행체들은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공중에 정지해있기도 하면서 지상의 강우량이나 기후변화를 자유자재로 제어하고 관리한다고 했다.
즉 샤르별에서는 비, 구름, 바람을 마음대로 조절하여 기상의 재난으로부터 해방된 세상이기도 했다.
나는 샤르비네와 함께 우금우 초원의 상공을 날다가 산처럼 큰 초대형의 기상관리 비행체가 상공에 떠서 초원 위에 비처럼 물을 뿌려주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궁금한 점이 있어 샤르비네에게 몇 마디 질문을 던졌다.
"저 거대하게 큰 기상관리 비행체가 하늘에 떠서 초원 위에 물을 뿌려주고 있는데, 마치 땅 위에 비가 내리는 장면 같기도 하오. 대관절 얼마나 큰 물탱크를 싣고 있어 저렇게 끝없이 물비를 뿌려주고 있을까요?"
샤르비네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내 얼굴을 쳐다보며
"아무리 큰 물탱크가 기상관리 비행체에 실려 있다 해도 어떻게 이 넓은 초원에 충분한 물을 뿌려 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초원에 물을 뿌려준다는 설명이오?"
"기상관리 비행체는 자체적으로 하늘에서 비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려서 지상의 강우량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어요. 즉 비가 내리지 않는 가뭄에는 하늘에서 비를 만들어 내리게 하고, 너무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에는 비를 멈추게 해서 날씨를 맑게 하는 기능들을 기상관리비행체가 수행하지요. 즉 지금 초원 위에 떨어지고 있는 물방울들은 기상관리 비행체의 물탱크에서 쏟아지는 물이 아니라, 공기 중의 수분을 모아서 인공비를 만들어 뿌려주고 있는 모습이랍니다. 기상관리 비행체는 인공비만 만들지 않고 실제로 하늘에서 눈도 만들어 뿌리고 바람도 일으켜 불게 하며 구름을 모아 비를 만들어 내리게도 한답니다. 큰 바람이 불면 멈추게도 하고 큰 비가 내리면 더 이상 비가 내리지 못하도록 기상을 제어하기도 한답니다."
샤르별에서는 눈, , 구름, 바람 같은 자연현상을 하늘에 맡기지 않고 사람들 스스로 만들어서 자연세계를 가꾸어가고 있다는 설명인 가요?"
"우리들 세상에서는 자연을 자연 상태로만 머물게 하지 않으며, 하늘에 맡길 것은 하늘에 맡기고 땅에 맡길 것은 땅에 맡기되, 자연의 힘이 부족할 때는 우리들의 힘을 보태서 자연세계를 관리하고 있답니다. 즉 우리들 세상의 신선들은 만물의 영장이란 지위권을 확보하여 자연세계의 질서를 바르게 이끌어가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겠지요."

 

", 구름, 바람 같은 자연현상을 마음대로 관리할 수 있다면 샤르별에는 폭풍이나 수해 같은 자연의 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오?"
"우리 샤르별에서는 아무리 무서운 자연의 힘도 우리의 힘으로 다스리지 못하는 일이 없답니다. 그래서 지구에서처럼 큰비가 내리고 가뭄이 들고 큰 바람이 불더라도 우리 샤르별에서는 큰 재난으로 이어지게 하는 일이 없답니다. 미리부터 기상상태를 안전하게 관리하여 자연의 재해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예방하기 때문이랍니다. 아무리 큰 자연의 재앙이라도 지혜를 발휘하면 못 막을 길이 없으며 특히 이 우금우 초원은 그러한 좋은 본보기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어떤 사연이 이 우금우 초원에 숨겨져 있기라도 하오?"
"이곳은 본래 초원이 아니라 메마르고 넓은 사막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는커녕 쉬지 않고 거친 모래바람만 일어나던 곳이 지금은 이렇게 아름다운 초원으로 변해 있어요. 우리 샤르별에서는 이 우금우 초원이 샤르별의 지혜를 모아 자연재해를 잘 극복해 낸 좋은 본보기로 삼고 있어요.”
본래 사막이었던 땅에 비를 자주 뿌려주니까 푸른 초원으로 변했다는 뜻이오?"
그것만은 아니고 새로운 흙들을 갈아주고 풀씨들을 뿌려주면서 알맞은 비를 내리게 하여 지금처럼 아름다운 초원을 가꾸게 된 것이랍니다."
"저 끝도 없는 넓은 초원이 본래는 사막이었다니 믿어지지 않소."
"우리 샤르별은 오랜 옛날에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넓은 사막들이 뒤덮고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푸른 초원으로 변해서 아름다운 생명
의 물결을 연출하고 있답니다."
"황폐한 사막을 푸른 초원으로 일구어 낸 샤르별의 노력이 대단했다고 느껴지오. 그러나 샤르별의 존재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하늘에서 비를 자유롭게 뿌려주는 기상관리 비행체들의 역할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생각이 드오."
"당연하지요. 우리 샤르별에서 비, 구름, 바람 같은 자연현상을 마음대로 일으키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발명한 이후부터 황폐했던 환경을 푸르름이 넘치는 환경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설명할 수 있지요."
이렇게 푸르고 아름다운 세상이 옛날에는 황폐한 환경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니 믿어지지 않소.”
"우주에서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우주를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위대한 능력이 숨겨져 있어서 세상을 딴 모습으로 바꾸어 놓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답니다. 지구의 인류들도 쓸모없는 사막들을 개발해서 아름다운 초원으로 가꾸기를 소망해요. 앞으로 지구의 땅에는 점점 사막화 현상이 심해져서 많은 녹색지대가 사막으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한 비극을 지구 인류들의 지혜를 모아 예방했으면 좋겠어요."
"샤르별의 기상 전문가들이 지구의 미래를 그렇게 비관적으로 예언하고 있소?"
"유감스럽지만 그렇답니다."
"샤르별에서는 넓은 사막을 초원으로 만들 수 있었을지 몰라도 지구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되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 숨겨진 잠재능력이지요. 우리샤르별에서도 지구 면적보다 더 큰 사막들을 지금과 같은 초원으로 바
꿀 수 있다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시작해보니 불가능은 없었어요. 우주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존재로서, 궁리하고 생각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 우주에서 신과 인간의 능력은 대등소이하다고 결론지을 수 있으며, 우리 샤르별에서 해낸 일을 지구 인류들이 못해 내라는 법은 없을 거예요. 도전하면 반드시 길이 열리니까요.”
그렇게 되면 얼마나 반가운 일이겠소. 어떻든 비, 구름, 바람을 자유자재로 일으키고 멈추게 하여 세상을 새롭게 바꾸어 놓는 샤르별의 잠재력이 대단하게 느껴지오. 우리들 속에 숨겨져 있는 잠재력으로 인하여 그렇게 위대한 창조력이 발휘될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었소. 샤르별에서는 비, 구름, 바람을 마음대로 다스리며 기상의 재난이 없는 평온한 세상으로 바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부럽게 느껴지오. 그러면 실제로 초원 위에 인공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장면을 직접 구경해볼 수는 없소?"
왜 없겠어요. 샤르앙은 앞으로 우리 샤르별에서 비, 구름, 바람을 일으키고 조절하는 장면을 얼마든지 목격할 거예요. 그러면 우금우 초원에 언제 비를 내릴 시간인지 알아볼까요?"
이어서 샤르비네는 우주타운의 기상관제소에 통신접속을 했다. 그러자지상의 자세한 기상제보가 안내되었고 우금우 초원에 인공강우가 시작되는 시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주 기상관제소에서 안내해 준 우금우 초원의 인공강우 시간은 75시간 후였다.
연구소로 돌아간 우리는 다른 일정들을 소화한 후 인공강우 현상을 체험하기 위해서 다시 우금우 초원을 찾았다. 인공강우가 예상되는 두어 시간 전부터 우금우 초원에 미리 도착해서 어떻게 맑은 하늘에서 비를 내리게 하는지 구경했다.
우금우 초원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맑고 푸르기만 했는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어떻게 비가 내리게 할지 궁금하기만 했다.
이미 기상관리 비행체는 맑은 하늘의 상공을 이리저리 비행하고 있었는데, 잠시 후부터 거짓말처럼 하늘에 구름이 발생하며 점점 짙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 희미했던 구름은 차츰 검게 변하고 나중에는 우금우 초원 하늘이 새카만 구름으로 뒤덮이고 말았다.
결국은 장대비 같은 소낙비가 초원 위에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5시간을 연달아 그치지 않고 내렸다.
맛나게 내린 인공강우의 단비로 건조하게 시들어가던 초원의 풀잎들이 싱싱한 모습으로 되살아나는 장면이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5시간 동안 내린 강우량은 앞으로 20일 동안 해갈에 충분하다고 했다. 우금우 초원에는 일년내내 자연강우가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20일에 한 번씩 인공강우를 실시한다고 했다. 인공강우가 그치자 하늘은 다시 구름 한 점 없이 맑아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찬란한 햇살은 초원 위로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샤르비네의 설명에 의하면 샤르별의 하늘에 떠 있는 기상관리 비행체들은 무인으로 작동되며, 자체적으로 자연의 기상상태를 제어하는 기상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다고 했다. 무인작동은 원격으로 실시되고 원격 조정은 우주 기상관제소에서 맡아 한다고 했다.
산처럼 거대한 규모의 무인 기상관리 비행체들은 샤르별의 상공에 50여 대 띄워져 있으며, 우주관제소의 지시를 받아 필요한 지역으로 옮겨 다니며 인공기상 프로그램을 작동시킨다고 했다.
비가 멎고 조금 있으니 이번에는 또 다른 비행체 몇 대가 우금우 초원의 상공에 나타나더니 무언가 지상을 향해 살포하기 시작했다.
식물의 영양제와 야생화 씨앗을 뿌리는 장면이라고 했다. 때로는 야생화 씨앗대신 풀씨를 뿌릴 때도 있다고 했다.
그 장면을 보고 샤르비네에게 질문했다.
"야생화를 많이 키우면 어디 쓸모가 따로 있소? 풀씨를 뿌리는 것은 초원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의 먹이를 위해 필요하겠지만 야생화들은 어디에 쓸모가 있겠소? 혹시 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약초로 사용하오?"
"야생화를 약초로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단순한 목적에 지나지 않답니다. 아름다운 자연은 비록 문명세계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 혜택은 결국 모든 문명인들에게 돌아오니까요. 군락을 지어서 사방에 피어 있는 꽃들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니까 기분이 좋지 않으세요?"
"당연히 기분 좋지요. 초원의 풀냄새와 꽃향기가 하늘까지 전해 온듯하여 기분이 상쾌하오.”
"그 목적을 위해서 꽃씨를 부리고 풀씨를 뿌려요. 그렇지 않으면 이 초원의 아름다움은 오래 간직할 수 없어요."
샤르별의 존재들은 이렇게 모든 자연을 쉬지 않고 가꾸며 손질하오?"
"그렇답니다. 우리들은 모든 자연세계를 쉬지 않고 관리하며 돌보고 가꾼답니다. 문명세상과 멀리 떨어진 오지라도 무관심하지 않고 모든 정성을 다해 가꾸고 있답니다."
"온 세상의 자연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당신들의 의지가 숭고하게 느껴지오. 그러면 우금우 초원은 원래 사막이었던 황폐한 땅이라고 했는데, 샤르별에도 본래는 사막이었거나 황폐했던 땅들이 지구처럼 많이 존재하고 있었소?"
그럼요. 우리 샤르별에도 본래는 사막처럼 황폐하고 헐벗은 땅들이 많았는데 지구보다 더 심각한 상태에 이를 때도 있었어요. 지금부터 1 5천 년 전만 해도 우리 샤르별 육지의 20%에 달하는 면적이 사막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고 해요. 그 상태로 천 년도 지나지 못해 샤르별의 모든 땅은 사막으로 변해버렸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다행히 늦기는 했어도 우리들은 그때부터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전격적인 녹색혁명운동을 시작했답니다. 녹색운동 이후부터 서서히 샤르별의 황폐했던 땅과 사막들이 푸르름이 감도는 녹지로 변해가기 시작했지요. 그 녹색운동 정신은 지금까지 이어져 우리 샤르별의 전 세상을 푸르름으로 가득 차게 만들었고, 선조들의 훌륭한 지혜 때문에 그 후손들인 우리들은 싱그러운 자연의 품속에서 건강한 생명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항상 선조들의 지혜에 감사하며 녹색운동을 생명운동처럼 소중히 실천하고 있답니다."
"녹색운동 이야기는 너무 감동적이오. 과연 샤르별에 싱그러운 자연의 숨결과 활기찬 생명의 기운이 가득함은 우연한 하늘의 축복이 아니었던 것 같소. 샤르별을 이토록 푸르름과 아름다운 자연의 세계로 가꾸어 준 녹색운동의 교훈을 깊이 되새기고 싶소."
"현명한 생각이에요. 녹색운동은 지구에서도 소중한 생명의 운동이 될 것이므로, 지구로 돌아가거든 솔선수범해서 실천하고 그 정신을 온 인류들에게 전해주도록 노력하세요. 지구에서 녹색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 쓸모없는 사막도 사라지게 될 거예요. 지구의 모든 사막이 사라지고 아름다운 푸르름이 무성하여 신선의 땅 선경세상으로 변화되길 바랄게요. 샤르앙이 살고 있는 지구의 그 나라도 본래는 신선의 땅이었고, 샤르앙은 그 신선의 후손이므로 지구에서 선경세상이 펼쳐지도록 앞장 서 노력해주길 바래요."
"우리 지구에서는 아름다운 자연의 경치나 풍광을 발견할 때마다'신선이 머물 듯한 경관'이란 표현을 쓸 때가 많소. 샤르별의 모든 풍광은 어디를 가더라도 신선들이 좋아할만한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져 있고, 그래서 샤르별을 신선의 땅이며 선경세상이라고 이름 부르는데 이유를 달고 싶지 않소. 우리 지구도 신선들이 좋아하는 세상이 되어 샤르별처럼 선경세상으로 바뀌어진다면 더 이상의 소망이 없을 것 같소."
"샤르앙은 신선의 후손이요 또 본래 신선의 땅이었던 나라에서 살고 있으니 반드시 그 소망을 이루게 될 거예요."
이런 대화를 샤르비네와 나누긴 했지만, 나는 샤르별의 지상에 널려있는 광활한 초원들을 바라보면서 한편 아쉽게 생각되는 점들도 많았다. 그 아까운 땅에서 풀과 야생화만 자라는 모습이 아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구에서는 수많은 인류들이 식량난으로 죽어가고 있는데, 광활한 초원에 농사를 지어서 다양한 농산물을 수확한다면 얼마나 풍요로운 세상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생각이 터무니없는 판단이란 것도 잊은 채 샤르비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저 넓고 끝없는 초원을 농경지로 개발하고 농장으로 개발하면 너무나도 많은 식량을 얻을 수 있지 않겠소? 자연을 아름답게 가꾸고 환경을 푸르게 가꾸는 녹색운동도 좋지만 인류의 식량을 얻는 데 사용하면 더 유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오.”
샤르비네는 실소를 참지 못하는 표정을 지으며 어처구니도 없고 애처롭기도 하다는 듯 대답했다.
"우리 샤르별에는 지구처럼 많은 식량이 필요하지 않아요. 7억에 달하는 물질문명 세계의 인간들은 지구 인류들처럼 밥을 먹고 살지만 193억에 달하는 신선들은 먹지 않고 살아요. 그래서 초원에다 농사를 짓지 않아도 물질문명의 인간들이 식량부족으로 곤란을 겪을 일은 전혀 없답니다."
샤르별은 식량부족의 걱정이 없는 세상이란 뜻이군요?"
"우리들 세상에 더스난이라고 하는 전통적인 농경족들이 있는데 그들은 지금도 농사를 지으며 4차원 문명세계와 동화를 거부하고 있기는 해요. 하지만 그들은 한 대륙에 모여 살면서 항상 풍요로운 농산물을 수확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별다른 농지가 더 필요하지는 않지요. 그들이 살고 있는 대륙에서 생산되는 식량만으로 그들이 먹고살기에는 충분하니까요. 그 외 문명의 오지에서 전통적인 삶을 고집하는 원시문명세계 소수인종들이 밀림이나 멀리 떨어진 섬에서 흩어져 살고있지만, 그들은 자기들이 살고 있는 땅에서 충분한 식량을 얻으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광활한 초원 같은 넓은 땅들은 따로 농경지로 가꿀 필요가 없어요. 그렇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초원과 꽃과 열매를 가꾸는 일도 선경세상의 행복을 위해서 너무 소중한 농경사업이라고 설명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아름다운 자연은 우주의 축복 그 자체니까요. 아름다운 자연은 식량보다 더 소중한 양식을 선물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샤르비네의 대답을 듣고서야 스스로 어리석은 질문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을 쉬지 않고 가꾸면서 우주의 축복을 스스로 창조하는 샤르별의 녹색운동정신이 위대하게 느껴졌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3만 5천m 주스니라 성산이 솟아 있는 선경세상

 

선경세상 샤르별은 물질문명의 유한이론에 반하는 무한이론의 초월적 우주문명을 창조하며 살아가는 신선들의 세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샤르별의 신선들은 인간의 몸과 똑같은 육체로 태어나 살고 있으나, 무한이론이라고 하는 초월적인 반물질문명의 삶을 창조하여 불로장생하는 존재들이었다.

불로장생의 신선들은 육체를 입고 살면서, 먹지 않고 병들지 않고 소유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지구 인류의 삶과 차별되어진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샤르별은 곧 천상계의 별이며, 그곳엔 온 천지를 복사꽃이 뒤덮고 구름처럼 물결을 짓고 있으니, 과히 무릉도원 선경세상이란 이름이 틀리지 않다고 단정할 수 있었다.

온 천지를 뒤덮고 있는 복사꽃과 기화요초의 향기, 삶과 죽음의 고뇌에서 벗어난 신선들의 여유로운 삶, 그곳은 지구 인류들이 갈망하는 지상천국이 아닐까 단정해 보았다.

선경세상 샤르별은 수으수, 브나니, 차나니라라고 부르는 3개 대륙과 9개의 큰 섬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천억여 개의 섬들로 구성된 중천의 천상계 별이었다.

바다는 샤르별 전체의 60% 정도 차지하고, 기상은 신선들의 손에 의해 조화를 이루어 비, 구름, 바람을 마음대로 부리는 세상이었다.

우주나이 5만 년의 역사를 가진 샤르별은 우주문명(반물질문명) 인구 193억 명, 물질문명 인구 7억 명의 존재들이 지구면적의 70배에 달하는 거대한 땅에서 지상천국을 이루며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고 있었다.

특히 인간의 모조생명체인 인조인간 4,000억 명이 인간의 손에 의해 태어나서 불사신들처럼 인류의 삶을 도와주고 있었다.

곧 샤르별은 신선과 인간이 섞여 사는 중천의 세상이었고, 신선과 인간들은 서로 의기투합하며 우주에서 보기 드문 평화로운 지상낙원을 건설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선경세상 샤르별에는 어디를 가든지 사막이나 벌거숭이 땅이 존재하지 않았다.

샤르별에도 한때는 육지의 20%에 달하는 면적이 사막화 되어 있었으나, 샤르별의 신선과 인간들이 합동으로 1 5천 년 동안 벌여 온 녹색운동 덕분에 지금은 온 세상이 복사꽃과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지상낙원의 세상으로 변해 있다고 했다.

춘우셔시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 본 샤르별의 넓은 바다에는 천억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섬들이 말 그대로 별처럼 떠 있고, 그 별처럼 떠있는 섬들은 저마다 색다른 경관과 생태계의 모습을 자랑하며 검푸른 파도 위에서 찰랑거리고 있었다.

그 섬들을 직접 찾아가서 땅을 밟아보지 않더라도, 그 섬들마다 들려주는 이야기는 끝이 없을 것 같고 신비로움과 불가사의한 현상들이 가득할 것 같았다.

이처럼 섬들의 나라이기도 한 샤르별의 육지에는 지구에서 구경할 수 없는 높은 산과 넓은 초원이 많았으며, 맑은 호수와 큰 강들이 잘 발달되어 있었다.

춘우셔시를 타고 샤르별의 상공을 날아다니다 보면, 어디를 가나 질펀하게 깔려 있는 것이 초원과 복사꽃의 물결이었고,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것이 산이고 맑게 고여 있는 호수들은 거울처럼 푸른 하늘을 머금고 있었다.

초원사이로 대동맥처럼 흘러가는 강물은 끝이 없기만 했다.

한마디로 샤르별은 대자연의 숨결 속에서 우주시간 5만 년 동안에 걸쳐서 위대한 신선인류의 문명을 꽃피우는 선경세상이었고, 4차원 문명세계의 우주문명이 찬란하게 피어날수록 자연의 숨결은 더욱 푸르러지는 세계였다.

지구는 문명이 발달할수록 자연의 숨결은 약해지고 자연의 생명력은 빛을 잃어 가는데, 샤르별은 반대였다.

샤르별은 어디를 가든지 넓은 초원이 잘 가꾸어진 만큼 하늘을 찌를 듯 높은 산도 많았는데, 3만 미터가 넘는 초고봉의 산은 열 개가 넘었고 2만 미터가 넘는 고산들은 춘우셔시를 타고 날아가는 곳마다 솟아있을 정도였다.

2만 미터 이상의 고산들은 대부분 8, 9부 능선부터 짙은 구름으로 덮여 있는데, 땅에서는 높은 산의 꼭대기를 바라볼 수 없고 춘우셔시를 타고 하늘로 날아 올라가야 관찰이 가능했다.

 

지구의 높은 산꼭대기에 만년설이 쌓여 있다면, 샤르별의 높은 산봉우리들은 만년운에 가려 있다고 설명할 수 있었는데, 높은 산을 덮고 있는 구름층은 시시각각 변하고 달라지면서도 산봉우리들을 노출시키는 일은 일년 내내 거의 없는 편이었다.

그러나 춘우셔시 비행체를 타고 구름을 뚫고 하늘로 올라가면 구름바다 위로 솟아 있는 높은 산꼭대기들은 얼마든지 모습을 내밀고 감춰진 베일의 모습을 드러내 놓고 있었다.

여기저기 하늘에 층층이 쌓여 있는 구름바다마다 그 위로 섬처럼 솟아 있는 높은 산봉우리들의 모습이 햇빛에 반사되고, 구름의 변화와 함께 한없는 신비로움을 과시하며 하늘의 섬처럼 떠 있었다.

춘우셔시는 하늘에서 비행하다 운행을 중지한 채 멈추어 설 수 있었다. 마치 끈에 매달린 애드벌룬처럼 꼼짝 않고 몇 시간이든지 버틸 수 있는 묘기가 있었다. 그러면 아래 세상을 멀리까지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했다.

하늘 높이 떠 있는 춘우셔시 전망대에서 지상의 넓은 세계를 한눈에 넣고 관찰하는 기분은 너무 환상적이었다.

높은 산을 감싸고 끝없이 형성된 구름바다 위로 쏟아지는 햇살도 아름답고, 깊고 깊은 산 계곡을 따라 끝없이 흘러가는 물줄기들도 선경세상의 아름다운 자태를 돋보이게 했다.

춘우셔시에는 먼 곳을 가깝게 관찰할 수 있는 전자는 망원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망원장치에 잡힌 장면을 포스머스 화면으로 실물처럼 관찰할 수 있었다. 전자는 망원장치를 포스머스 화면과 연결하면 아무리 먼 곳의 풍경도 가깝게 바라볼 수 있었는데, 하늘에 가만히 앉아서 지상의 넓은 세상을 실물처럼 감상하는 일이 흥미롭기만 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높은 산의 봉우리였다. 그 중에서도 샤르별의 지붕처럼 느껴지는 유난히 높은 산이 단번에 시야에 들어왔다.

그 높은 산의 주봉을 중심으로 에워싸듯 호위하고 있는 새끼 봉우리들의 숫자는 셀 수도 없었고, 길고 긴 산맥을 따라 이어지는 산세는 그 웅장함이 어마어마했다.

그 산의 이름이 바로 샤르별에서 가장 높은 최고봉 주스니라였고 성산이라 불렀다.

주스니라 성산의 정상에 불로영생의 살아 있는 신선이 살고 있어샤르별의 존재들이 신성시 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주스니라는 샤르별의 지붕이라는 별명만큼 가장 높은 산이며 그 산자락에 츠나음이 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매일같이 그 숨결을 느끼며 샤르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주스니라 산의 느낌은 새로웠다.

주스니라 성산은 바라보기만 해도 웅대하고 신비스러움에 옷깃을 여미게 하는 자연의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주스니라 산은 그 높이가 자그마치 3 5천 미터에 달하고 주봉을 중심으로 끝없이 펼쳐지고 이어지는 산맥의 길이가 수만 킬로미터 이상이었으니 그 장엄한 산세를 짐작하고 남을 것 같았다.

주스니라가 거느리고 있는 봉우리 군단의 숫자는 셀 수도 없고 2만 미터가 넘는 중고봉의 산봉우리들은 꿈틀거리는 산맥을 따라가며 우뚝우뚝 솟아 있었다.

 

거대한 산세를 자랑하며 사방으로 뻗어나간 주스니라 산맥은 끝이 없고 깊은 계곡, 깊은 골짜기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자연의 세계가 천태만상으로 펼쳐져 있었다.

아직 인간의 발길조차 닿지 않은 원시림들 속에는 어떤 생명체들이 어떤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가는지조차 모르고, 원시림을 조사하러 갔다가 행방불명된 탐험대의 숫자도 헤아릴 수 없다고 했다.

탐험대가 행방불명된 것은 사고를 당해서가 아니라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진입하는 통로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스니라 원시밀림에는 현실세계와 차원이 다른 투명세상이 존재하고, 투명세상과 통하는 미로가 있으며, 미로의 출입문을 통과하면 현실세계로 돌아올 수 없다는 소문이 사실화되어 있었다.

실종된 탐험대는 아직까지 어디서도 그 시체가 발견되는 일이 없었고, 결론은 탐험대들이 미로의 세상으로 길을 잘못 찾아가서 생겨난 불상사로 판단하고 있었다.

그래서 샤르별의 탐험가들은 미로 세상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더욱 주스니라 밀림의 탐험을 멈추지 않고, 가능성의 실마리를 붙들고 씨름하는 중이었다.

주스니라 산은 불로영생의 신선이 머무는 장소이기도 했고, 전설적인 신선이 살고 있는 우주의 무릉도원과 같은, 샤르별에서도 가장 수수께끼가 많고 비밀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신비의 자연세계라고 소개할 수 있었다.

그 신비와 비밀에 싸여 있는 주스니라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서 샤르비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샤르별에는 구름 위로 솟은 산봉우리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조차 못하겠소. 높은 산봉우리들의 이름도 궁금하고 높이도 궁금하오."

샤르비네는 샤르별의 높은 산들에 대하여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해주었다.

"샤르별에는 2 5천 미터가 넘는 산봉우리의 숫자는 손으로 다 셀 수가 없어요. 1만 미터가 넘는 산봉우리들의 숫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구요. 그 중에서 7대 명산의 이름이 우리 샤르별에서 가장 유명한데,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주스니라를 비롯해서 구딤우, 츰으, 옴이수니, 서루스, 푸스스니, 닙이누시란 이름을 가진 고산들이랍"니다.”

 7대 명산의 이름난 점들에 대하여 설명해 주시오.”

주스니라 산에 대하여는 샤르앙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일 거구요. 그 외 가장 유명한 산은 닙이누시 산인데, 그 산의 절경과 산세의 아름다움은 너무 유명하답니다. 높이가 2 7천 미터인 닙이누시 산은 거대한 기암절벽들로 이루어진 7만 개의 봉우리를 거느리고 장엄하게 서 있는 산이랍니다. 깊고 끝이 없는 바위 계곡들은 미로처럼 사방으로 이어지고, 계곡마다 쏟아지는 폭포수들은 쉬지 않고 굉음들을 울려댄답니다. 폭포들 중에는 수백 미터 이상 높은 절벽에서 쏟아지는 것도 있고, 32단 폭포나 27단 폭포는 자연이 만들어 낸 신비 중의 신비랍니다. 닙이누시 산의 정상에는 거대한 호수가 바다처럼 고여 있는데, 그 호수의 물이 산정상을 따라 사방으로 흘러내리면서 32단 폭포, 27단 폭포 같은 대자연의 위용을 창조해 낸답니다. 이 외에도 닙이누시 산은 크고 작은 폭포들을 다양하게 품고 있으며, 수많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의 굉음과 낙하된 물이 바위에 부딪치면서 일으키는 물보라의 포말 현상들은 너무 대단한 대자연의 볼거리들이지요. 뿐만 아니고 다단폭포에서 떨어지던 물이 중간에서 고여 못을 이루고, 못에 고인 물이 다시 다단 폭포로 이어지기를 반복하는 자연의 경관은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경이로움이랍니다. 그리고 닙이누시 산의 폭포들은 한 번도 말랐던 기록이 없답니다. 하늘의 지붕 같은 고산의 정상에 계속 물이 넘치도록 호수가 고인 것도 신기하고, 쉬지 않고 물이 넘쳐도 마르지 않는 샘의 원천도 신비스런 자연의 현상이 아닐 수 없답니다. 또 닙이누시 산의 수많은 절벽과 계곡의 바위 사이로 온갖 기화 요초들이 만발하여 꽃향기가 진동하며, 꽃을 보고 찾아든 벌과 나비의 숫자만 해도 종류를 헤아릴 수 없는 것이 닙이누시의 자랑이라고 설명할 수 있지요. 한마디로 닙이누신 산은 산 중의 산이며 명산 중에 명산이랍니다. 그 외 다른 명산들의 이름난 현상을 지금 다 설명드릴 수는 없으니 시간 나는 대로 방문하면서 살펴보도록 해요."

"닙이누시가 그렇게 아름다운 절경을 가진 산이란 말이오? 그 외 이누시 산의 자랑거리는 없소?"

"닙이누시 산의 자랑거리는 이제부터지요. 닙이누시 산에는 천태만상의 변화를 나타내는 기암괴석들과 온갖 만물의 형상을 한 만물상 바위들이 끝없이 솟아 있는 것으로 유명하며, 특히 그 산의 정상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살아가는 날개인간들로 유명하답니다.”

"닙이누시 산에 진짜 하늘을 날아다니는 날개인간들이 살아간단 말이오? 혹시 전설 속 이야기를 사실처럼 들려주는 것은 아니오?""전설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이야기랍니다."

"날개인간들을 실제로 만나 본적이 있소?"

 

"저는 이미 날개인간들과 친분을 쌓아오고 있었고, 또 날개인간들은 신선들과 친숙한 편이랍니다. 성격들도 싹싹하고 신선이나 사람들과 대화도 잘 통하는 편이며 인격과 교양이 훌륭하게 갖추어져 있답니다. 날개인간들의 삶은 현실 속의 외계 같은 느낌을 갖게 하지만 우리들 4차원 문명세계와 별다른 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우정을 쌓아가고 있지요."

"하늘에는 날개달린 천사들이 살고 있다더니 닙이누시 산의 날개인간들을 두고 내려오는 전설이 아닐지 모르겠소. 그러면 날개인간들이 우주문명의 세상으로 구경나오는 일도 있소?"

구경을 즐겨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행사나 볼일들이 있을 때는 종종 바깥 세상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답니다. 때로는 우주문명인들의 축제나 큰 행사에 우정의 사절로 등장하는 일도 잦구요."

"날개인간들의 날개는 주로 어떤 색을 띠고 있소?"

황금색의 날개도 있고 흰색의 날개도 흑진주 같은 검은색의 날개도 있어요."

그러한 날개인간들이 2 7천 미터나 되는 산봉우리의 고공에서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신비한 느낌이 감돌 것만 같소. 지구 인류들이 그 모습을 처음 바라본다면 영락없는 하늘의 천사들이라고 착각하겠소."

"날개인간들의 삶은 신비스러움 자체라고 설명할 수 있지요. 닙이누시 산의 절경과도 너무 잘 어울리는 살아 있는 전설들이지요. 날개인간들 외에도 닙이누시 산은 빼어난 절경과 환상적인 생태계들로 인하여 우주창조의 위대한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장소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듣기만 해도 닙이누시 산을 빨리 찾아가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오. 우리는 언제쯤 그 아름다운 닙이누시 산을 방문하고 날개인간들도 만나 볼 수 있소?"

"닙이누시 산은 언제라도 방문할 수 있지만 날개인간들을 방문하는 일은 아무 때나 이루어질 수 없답니다. 그들에게 미리 전갈을 보내서 허락을 받은 날짜에만 가능한 일이랍니다. 성격들은 싹싹한 편이면서도 워낙 조용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기를 좋아하는 날개인간들이기 때문에 아무 때나 불쑥불쑥 그들 앞에 나타나서는 곤란한 일이지요. 우리 샤르별에는 날개인간 같은 특수인종들이 종종 섞여서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샤르별의 인류들은 그들의 삶을 아주 소중하게 지켜주고 있답니다."

"샤르별에는 날개인간 외에도 특수한 세계의 인종들이 더 섞여서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오?"

그럼요. 우리들 세계는 지구에 비하면 넓고 넓은 세상이라 지구 인류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특수세계의 인종들이 흩어져 살아가고 있"어요."

어떤 특수인종들이지요?"

“7억 명에 달하는 물질문명세계의 다양한 인종들이지요. 밀림의 땅속에서 살아가는 지하인간, 투명세계에서 살아가는 투명인간, 물에서 살아가는 물 사람, 높은 나무 위에서만 살아가는 숲 사람 등 다양하지요. 또 깊은 밀림이나 멀리 떨어진 바다의 수많은 섬들에서 살아가는 소수인종들의 삶도 다양한 특색들을 갖추고 있어요."

"샤르별처럼 4차원 문명을 살아가는 우주문명의 세계에도 그렇게 다양한 특수세계와 원시문명들이 공존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소. 그러한 특수세상을 모두 방문해보고 싶지만 그 중에서도 날개인간들의 삶이 가장 궁금해서 못 견디겠소. 샤르별을 떠나기 전 날개인간들의 세상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궁금하오."

샤르앙이 샤르별을 떠나기 전 샤르별에 존재하는 모든 세상을 다 방문하고 떠나갈 수 있도록 도와 드릴게요. 그리고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날개인간들을 방문할 수 있는 일정도 앞당겨 볼게요.”

그렇게 해주면 고맙겠소. 아무튼 샤르비네도 매일 다섯 시간씩 학업에 몰두해야 하니까 너무 무리한 일정은 삼가기 바라오. 샤르비네가 나 때문에 너무 무리하게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부담스럽게 느껴지오.”

샤르앙을 위한 일정들 때문에 샤르앙이 부담을 느낄 만한 사유들은 없어요. 하루 서른다섯 시간 중 다섯 시간은 잠자고 다섯 시간은 학교가니까 웬만한 일정에는 큰 무리가 없어요. 춘우셔시를 타고 다니면 샤르별의 아무리 먼 장소도 단숨에 날아가서 여행을 마칠 수 있으니까 시간이 부족해서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거예요.”

샤르비네가 그렇게 설명해주니 마음이 편해지기는 하오. 아무튼 하늘자동차 춘우셔시는 너무 빨라서 샤르별의 아무리 먼 곳을 여행하더라도 시간 때문에 제약을 받을 일은 없을 것 같아 안심이 되기는 하오."

그러니까 마음 놓고 우리 샤르별의 넓은 세상을 여행하면서 색다른 경험들을 많이많이 체험하고 가도록 하세요. 그러나 샤르별의 모든 여행을 마친 후 샤르앙과 이별할 것을 생각하니 모든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우리는 정해진 이별을 두고 만났으니까 그런 슬픈 생각이 드는 말들은 삼가도록 합시다. 다른 생각은 말고 남은 시간 동안 알뜰한 샤르별의 여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일정을 잘 관리해 주오.""그렇게 할게요. 괜히 슬픈 이별의 말을 꺼내서 미안해요."

닙이누시 산 외에도 샤르비네는 샤르별의 유명한 산들에 대하여 재미있는 내용들을 많이 들려주었다.

샤르별에도 높은 산봉우리마다 재미있는 신화나 전설이 얽혀서 내려온다고 했다. 4차원 문명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세상에서도 전설과 신화가 통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특히 해발 3 5천 미터에 이르는 주스니라 산의 정상에 살아 있는 신선이라고 부를 수 있는 대각성자가 우주나이 400세가 넘은 고령을 유지하고 불로장생하면서 수행을 정진하고 있다는 소식은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공기가 희박해서 보통 사람들로는 발길조차 머무를 수 없는 산꼭대기에서 그 대각성자는 어떤 모습으로 수행을 정진하고 있을지 사뭇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외에 샤르비네는 깊은 밀림에서 살고 있는 투명인간이나 땅 속의 지하인간들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는데, 앞으로 정해진 일정에 따라 그 신비한 생명체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혀주기도 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신선 가족과의 환담

 

루스버 성의 신선가족과 우리들은 모두 정원의 둥근 탁자에 둘러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환담을 나누었다.

환담의 주요 내용은 나와 지구에 대한 질문이었다.

초시와 처음 만나게 된 동기며 그동안 지구에서부터 샤르비네와 함께 지내면서 겪게 된 이야기들도 환담의 내용들이었다. 티니 신선과 그의 선녀 아내들은 지구 인류사회의 풍습이나 지구 인류들이 겪으며 살아온 역사들에 대하여 대단한 흥미를 갖고 질문을 했다.

처음 만난 그들과의 대화였지만 조금도 서먹서먹하지 않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엮어갈 수 있었다.

우리들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에도 집안일을 관리하고 있는 인조인간은 말없이 정원을 손질하고 화초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정원에서 뛰어놀고 있는 애완동물들은 인조인간을 졸졸 따라다니며 한가롭게 재롱을 부리기도 하고, 우리들이 대화를 나누는 주위를 서성거리며 호기심어린 눈망울을 반짝거리기도 했다.

성의 주변에는 복사꽃이 만발해서 구름처럼 몽글거렸고, 기화요초로 어우러진 정원수들은 성 건물을 에워싼 체 아름다운 향기를 흩날리고 있었다. 정원수 나뭇가지에서 재잘거리는 새소리들이 행복한 음악처럼 들려왔다. 정원수 나뭇가지에 매달린 열매들은 번들거리는 잎사귀 사이로 빨갛고 노란빛으로 반짝거렸다.

참으로 여유만만하고 풍요로운 루스버 성의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루스버는 모처럼 귀한 손님들을 맞이하고도 대접하는 음식이 없었다. 샤르별의 존재들은 밥을 먹거나 음식을 먹는 습관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귀한 손님이 집안을 방문하더라도 음식을 차리거나 대접할 필요가 없었다.

샤르별에서는 우스시어라고 부르는 작은 생단 한 알과 규시아라 부르는 향료수 한 컵이면 모든 식사를 해결하고 있었으며, 과일이나 과자나 일체의 다른 간식조차 입에 대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정원에 열려 있는 과일들이 주렁주렁 탐스럽기만 해도 그러한 과일들은 모두 새나 동물들의 먹이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었다.

먹고 사는 일에 시간을 치중하지 않으니 더욱 삶의 여유가 넘치는 것 같았다.

둥근 탁자에 둘러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샤르비네가 그의 오빠 티니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샤르앙과 함께 우리 신선마을의 이웃들을 방문할 수 있도록 오빠가 안내해 주세요. 그러면 샤르앙이 우리 샤르별의 살아가는 참 모습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 않겠어요?"

티니는 샤르비네의 부탁을 반대하거나 싫은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한마디 했다.

네 부탁을 못 들어줄 오빠는 아니지만 이웃들을 방문한다고 해서 특별한 내용이야 더 있겠니?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이나 이웃들이 살고 있는 모습이나 그리고 우리 샤르별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대부분 비슷비슷할 거 아니겠니? 우리 집에서 겪은 내용이 전부일 텐데."

"오빠 말도 맞지만 이웃들을 방문해서 우리 샤르별의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샤르앙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요. 오빠 말대로 우리 샤르별에서 살아가는 모습들은 비슷비슷하겠지만 그래도 집집마다 특색 있고 색다른 분위기는 가지고 있지 않겠어요? 그러한 내용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느끼게 하고 싶어요."

"그렇니? 네 말을 듣고 보니 그럴 듯도 하구나. 그보다 어려운 일이라 해도 이 오빠가 거절할 일은 아니니까. 그럼 슬슬 우리 신선마을 나들이를 다녀보도록 하자."

티니는 앞장서서 이웃에 살고 있는 너사미 신선마을의 이웃들을 향해 집을 나섰다.

 

신선들이 살고 있는 집들은 모두 아름다운 성으로 지어져 있고, 그 성들은 많은 간격들을 두고 멀리씩 떨어져 지어져 있었다. 모든 성들의 울타리에는 사철 지지 않는 복사꽃들이 만발하고 아름다운 향기가 진동하는 화초와 식물들이 울창하게 심어져 있었다. 아무리 가까운 이웃이라 해도 4, 5리는 걸어야 찾아갈 수 있었다.

너사미 신선마을은 뵤시럿이 선경세상의 전체 면모를 파악할 수 있는 표준적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했다.

너사미 신선마을은 1,000명 정도의 신선들이 살아가는 부락이지만, 그 마을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은 끝이 안 보일만큼 넓었다. 숲과 초원과 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환경은 과히 신선이 머물 만큼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고 있었다.

너사미 신선마을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은 모두 짧고 부드러운 풀들로 덮여 있었으며, 차가 다니거나 다른 교통수단이 왕래할 수 있는 도로는 어디에도 나있지 않았다.

샤르별의 교통수단들은 오로지 공중으로 날아다니는 하늘자동차 춘우셔시 비행체뿐이기 때문에 길을 닦거나 도로를 연결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들은 가급적 많은 이웃들을 방문하기 위해서 걸어 다니지 않고 춘우셔시 비행체를 이용했다. 춘우셔시 비행체들은 아주 빠르게 하늘을 날아다니면서도 어떤 장소도 가리지 않고 가볍게 뜨고 내릴 수 있어 편리했다.

춘우셔시 비행체들이 날아다니면서 내는 소리는 전혀 없고 조용하기만 했으며 내뿜는 매연도 전혀 없었다. 조용하고 편리하기만 한 교통수단이 아닐 수 없었다.

 

춘우셔시를 타고 방문한 너사미 마을 신선들의 삶은 대부분 비슷비슷했다. 살고 있는 규모나 분위기가 서로 달라 보이는 점이 없었다. 마을의 어느 신선도 신분의 차이가 없고, 부자나 가난한 자를 따로 구분할 수도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신선들이 살고 있는 성의 모양들이 저마다 특색 있게 달랐다.

마을의 신선들은 서로 자기들의 취향에 맞도록 집을 설계하기 때문에 성의 모양이나 내부구조가 다른 점들이 많았다. 그러나 갖추고 있는 살림도구나 문명의 이기들은 거의 비슷했다.

우리들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신선들을 만날 때 모두가 환대하고 반가와 했다. 만나 본 누구도 신선이 아닌 주민이 없었고, 신선놀음을 즐기지 않는 생활도 없었다.

 

아름다운 신선복장으로 살아가는 신선들의 삶은 지구 인류들이 선망하는 모든 조건을 구비하고 있는것 같았다.

너사미 마을의 집집마다 방문하면서 많은 신선들을 사귀고 다양한 주제의 환담을 재미있게 나눌 수 있었다. 너사미 마을 신선들은 누구도 나를 외계인으로 대하지 않았고 평범한 이웃으로 받아들이며 허물없이 대해주는 점이 고마웠다.

빛의 땅 샤르별 신선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둘러본 느낌은 감동적이었다. 어느 가정이나 넓은 성과 넓은 정원을 소유하고 있고 집집마다 갖추어진 4차원 문명의 풍요함 속에서 고차원적인 생활수준들을 평등하게 누리고 있다는 점들이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처럼 차원 높은 문화와 생활수준은 모두 신선들의 사회공동체에서 마련해 준 혜택 때문이라고 했는데, 돈도 필요하지 않고 시장경제도 필요하지 않는 사회에서 모두가 똑같이 풍요한 삶을 누리는 모습들이 행복해 보였다.

티니의 안내로 정신없이 너사미 마을 신선 주민들의 가정을 방문하고 다닐 때 어느새 일몰시간이 다가왔는지 해는 서산으로 멀찍이 기울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해가 완전히 기울어도 신선마을의 거리는 어두워지지 않고 성 건물들의 벽에서 발산하는 신비한 빛들로 색다른 야경의 분위기가 연출되기 시작했다.

또 뵤시럿이 선경세상의 상공으로 떼 지어 날아다니는 춘우셔시 비행체들의 물결도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신비한 빛을 발산시키며 소리 없이 날아다니는 춘우셔시 비행체들의 물결은 마치우주의 반딧불 축제가 벌어진 환상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늦은 밤까지 춘우셔시 물결이 이루어지고 있는 장면은 뵤시럿이 선경세상의 신선 시민들이 각종 문화와 레저를 즐기기 위해서 나들이를 다니는 모습이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풍요와 삶의 여유가 넘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신선의 땅 샤르별에는 뵤시럿이를 비롯해서 아오시나, 댜셔니, 러텨같은 선경세상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도시들도 많이 있고, 이름 없는 산골에서 한적하게 살아가는 신선인류들도 많이 있다고 했지만, 살아가는 삶의 수준은 뵤시럿이 신선들의 생활상과 별로 다른 점이 없다고 했다.

뵤시럿이 신선시민들이 살아가는 이런저런 모습을 관찰한 후 루스버 성으로 돌아와 루스버 가족들과 작별을 고하고 츠나음이 연구소로 돌아왔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샤르별을 여행하며 샤르별의 사방에 흩어져 있는 자연의 모습들과 생태계의 모습들과 인종들의 삶에 대하여 관찰할 수 있는 1년 간의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 있었다.

샤르별에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초원이 사방에 널려 있고, 3만 미터가 넘는 고봉과 거대한 몸집을 한 산들, 바다 위에 별처럼 떠 있는 수많은 섬들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생태계의 모습들이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샤르비네가 미리부터 귀띔해 주었다.

연구소로 돌아온 샤르비네와 나는 숲속의 온천을 찾아가 깨끗이 목욕을 한 후 침실로 들어가 편안한 단꿈을 청했다. 침실의 향불 램프에서 타오르는 그윽한 향이 잠을 청하는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초디추 실크벨트의 비밀

 

샤르별 존재들은 항상 허리에 아름답게 장식한 실크벨트를 착용하고 다녔다. 초디추란 벨트였는데, 재질은 실크의 성질과 비슷한 금속성섬유질의 일종이었다. 착용하고 다니는데 무겁지는 않았고 아름다운 보석과 문양으로 장식된 실크벨트는 매우 고급스럽고 고상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다.

허리에 착용한 실크벨트로 인해 신선들의 품격이 돋보였다.

말하자면 초디추 벨트는 지구 사람들의 표현방식대로 부르자면 황금벨트쯤으로 생각해도 무방했다. 돈으로 따지면 황금보다 더 비싼 물건의 재질이었다.

그러나 사실 이 아름답고 고상하게 보이는 초디추 벨트는 그냥 장식품으로 차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 벨트에 개인의 식별코드와 신상자료가 소상하게 저장된 전자 신상명세장치인 셈이었다.

말하자면 신상기록이 저장된 허리띠였는데, 샤르별의 존재들이 출생해서부터 자라온 성장과정과 학교생활, 사회생활, 기타 한 개인의 특징이 되는 모든 정보가 고스란히 저장된 허리띠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 벨트는 태어나서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동안 착용하고 다니는데, 세상을 떠난 후에는 위패처럼 따로 보관해 두는 장소가 있었다. 세상을 떠난 후에도 허리벨트의 기록을 재생하면 평생 살아온 흔적을 모두 살펴볼 수 있었다.

초디추 벨트에 저장된 정보는 생영상이나 음성으로 기록되며, 그러한 정보는 언제든지 포스머스 화면장치와 연결하여 재생해 볼 수 있고, 세상을 떠난 후에도 망자의 생전모습을 돌이켜 보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초디추 실크벨트는 금속성 섬유질의 재질이면서도 수축이 자유롭고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성장하면서 체격이 달라져도 평생동안 착용하고 다니는데 아무 불편이 없었다. 그리고 초디추 실크벨트는 개인의 신상기록만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몸 속에 유익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건강기능도 포함되어 있었다.

초디추 실크벨트를 허리에 착용하고 다니면 몸 속에서 커다란 파워가 발생한다고 했다. 그 파워는 몸 속의 생체 에너지를 활성화시켜 주고 활력을 일으키는 작용을 하여 항상 활기 넘치는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기능이라고 했다.

그러한 탓인지 샤르별의 존재들은 가냘픈 여성의 몸에서도 굉장한 힘이 발생하며, 샤르비네를 통해 그러한 현상을 수시로 느낄 수 있었다.

그 사례로 샤르비네는 가냘픈 선녀의 체구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바위를 번쩍번쩍 들어 보이는 괴력을 보여줄 때가 있었다. 그 괴력의 비밀이 초디추 실크벨트 속에 감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확인했다.

실크벨트를 풀면 그보다 훨씬 가벼운 물체도 샤르비네는 들지 못했다.

나도 샤르별에 도착해서 실크벨트를 지급받아 착용하고 다녔는데 몸에서 힘이 발생하고 샤르비네처럼 괴력이 나타나는 현상을 수시로 체험했다.

이렇게 여러모로 유용하게 활용되는 초디추 실크벨트는 위급한 상황이나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도 생명을 보호받을 수 있는 장비이기도 했다.

초디추 벨트에는 위험한 순간을 당했을 때 구조를 요청하는 비상신호를 발신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는데, 이 신호는 즉시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구조기관에 전해져 즉각적인 구조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샤르별의 존재들은 아무리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위급한 상황을 만나더라도, 초디추 실크벨트의 도움을 얻어 무사히 생명을 보호받으며 불행한 순간을 벗어날 수 있었다.

샤르별 존재들이 사용하는 모든 첨단문명장치나 중요한 시설물에도 사용자의 개인식별코드를 인식하는 장치가 내장되어 있었는데, 개인식별코드를 인증 받지 못하면 중요한 시설이나 장치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첨단장치나 시설들을 이용할 때 개인식별코드를 인증 받는 절차는 간편했는데, 초디추 실크벨트에서 발생하는 전파신호를 감지하여 모든 장치나 시설들이 사용자의 개인식별코드를 인식해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초디추 실크벨트만 착용하고 다니면 첨단시설들의 출입문이 자동으로 열려지고, 첨단장치들의 기능이 저절로 작동된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이렇듯 초디추 전자벨트는 4차원 문명세계의 모든 특권을 누리는 신분증이었으며, 4차원 문명세계의 풍요를 누리는 행운의 열쇠였으며, 위급할 때 자신의 생명을 보호해 주는 호신장치였고, 몸 속에 생명의 파워를 공급해 주는 활력장치이기도 했다.

그래서 초디추 실크벨트를 허리에 착용하고 다니는 샤르별의 존재들은 어디서 보아도 항상 자신감과 활력이 넘치는 모습을 하고 있었고, 당당하고 씩씩한 발걸음으로 활기차게 살아가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정을 실어 나르는 4차원 주머니

 

우리들이 루스버 가족들과 행복하게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갑자기 샤르비네 전자벨트에서 아름다운 멜로디 음이 들렸다. 멜로디 음과 함께 전자벨트 통신장치에서 네온 같은 파란 불빛이 반짝거렸다.
샤르비네는 무언가 눈치를 채고 바깥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핑크색의 풍선처럼 생긴 작은 비행체 하나가 샤르비네를 향해 공중에서 날아오고 있는 모습이 투명한 벽을 통해 보였다.
누주시라고 부르는 휴대용 통신가방이었다. 샤르별에서 신선들의 정을 날라다 주는 주머니이기도 했다. 누주시는 평소에 손가방처럼 들고 다니는 휴대용 소지품인데, 무인조종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능도 있었다. 그래서 샤르별 인류들은 누주시를 개인 연락용 통신수단으로 사용했다.
누주시 속에는 작은 선물이나 책, 편지 같은 내용의 물건을 넣어서 상대방에게 날려 보낼 수 있는데, 누주시는 하늘을 비행할 수 있는 비행장치가 내장되어 있고, 상대방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가는 기능도 내장되어 있었다.
누주시가 상대방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갈 수 있는 비결은 바로 허리에 착용하고 있는 전자벨트의 식별코드 때문이었다. 샤르별의 존재들이 착용하고 있는 전자벨트에 각자의 신상기록과 개인식별코드가 내장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누주시 속에 물건을 전해주고자 하는 상대방의 전자벨트코드만 입력시켜주면, 그 전자벨트에서 발신하는 전파를 추적해서 정확한 위치를 찾아가는 기능을 통신수단으로 활용했다.
하늘에서 날아온 누주시는 능숙하게 출입문을 찾아서 실내로 들어와 샤르비네의 손에 안겼다. 샤르비네가 여행가방 정도 되는 누주시를 열자 아름다운 향기의 꽃다발과 함께 정성스럽게 쓴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다. 그것을 보낸 주인공은 샤르비네의 친구라는 무디아였다. 무디아는 바로 츠나음이 연구소의 총책인 측요스의 고명딸이기도 했다.
편지 내용은 바쁜 연구활동과 학업 때문에 지금 당장 만나러 올 수 없어 미안하다는 안부 편지였고, 나중에 시간이 있어 만날 때 츠나별에서 함께 온 일심동체 남자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함께 보낸 꽃다발은 아주 향기가 고왔으며, 멀리서 찾아온 생화지만 조금도 시들지 않고 싱싱해 보였다.
샤르비네도 간단하게 답장을 적어 누주시 통신가방 속에 넣고 공중에 띄워 보내자 누주시는 저 혼자 하늘을 날아가며 잠깐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누주시는 휴대하기 편리하도록 손가방처럼 작게 만들어져 있지만, 큰 물건을 넣을 때는 얼마든지 풍선처럼 부풀려서 내부공간을 확장할 수도 있었다. 이런 누주시 통신장비를 이용해서 샤르별 존재들은 서로 섬세한 우정을 나누어 가지며 화목하고 단란한 삶들을 펼쳐가고 있었다.
가끔씩 맑고 파란 하늘을 쳐다보면 조용하게 공중을 날아다니는 누주시 주머니들을 목격할 수 있었는데, 그 속에 우정과 사랑의 선물이 가득 실려 행복한 주인공들을 찾아가고 있을 것이란 상상은 어렵지 않았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루스버 성의 식구들

 

루스버의 성은 출입문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향한 아무 벽 쪽으로만 걸어가면 저절로 출입문이 나타나며 밖으로 통하는 출입문이 열렸다. 성 안으로 들어올 때도 밖에서 아무 장소에서나 성의 벽을 향해 다가가면 출입문이 나타나며 투명한 형태의 문이 열리곤 했다.
루스버 성 안에서 샤르별의 존재들이 누리는 다양한 문명을 체험하고 밖으로 나오니, 조금 전까지 무덥던 날씨는 어느 새 시원한 기운으로 바뀌었으며, 바람 한 점 없던 나뭇가지에 살랑살랑 미풍이 일고 있었다.
그 시원한 날씨의 기운을 기분 좋게 느끼며 꽃향기 어우러진 성의 정원을 샤르비네와 함께 산책하고 있을 때, 푸른 하늘에서 갑자기 춘우셔시 하늘자동차가 나타나 루스버 성의 정원을 향해 쏜살 같이 내려앉았다. 소리도 없이 정원의 푸른 풀밭에 새처럼 내려앉은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는 선체의 몸통이 연홍색을 띄고 있었으며, 둥글고 납작하면서 전체적으로 날렵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연홍색 비행체는 푸른 풀밭과 대조되어 앙증맞게 빛났는데, 그 춘우셔시에서 한 여인이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내리는 것이었다. 검고 긴 머리에 반달처럼 생긴 보석장식을 꽂고 있는 그 여인은 수줍고 애교 띤 표정이 매력적이었는데, 샤르비네를 보자 뛰어 오듯 달려와 포옹을 했다.
그리고 "우주기운 충만! 우주기운 충만!"을 외치며 "! 사랑스런 나의 딸 샤르비네야! 그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네 모습을 볼 수 있단 말이냐!" 하면서 눈가에 이슬까지 맺히는 것이었다.
그 여인이 바로 화상통신으로 첫 대면을 가졌던 루스버 선녀였는데, 샤르비네도 루스버의 품에 안기면서 반가움의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까 화상통신을 하면서 안면을 익혔던 터라 나도 서먹서먹한 기분 없이 루스버에게 가벼운 인사를 보냈다. 루스버의 나이는 초시보다 서른 살연상인 180 세라고 했는데, 나이와 상관없이 젊고 싱싱한 모습을 갖춘 선녀였다.
루스버와 이런 대면을 하고 있는 사이 이번에 또 눈처럼 하얀 색의 춘우셔시 한 대가 정원의 풀밭에 내려앉았는데, 그 속에서는 한꺼번에 한 남자와 세 명의 여인들이 내렸다.
남자는 티니라는 이름을 가진 샤르비네의 이복 오빠였고, 세 명의 여인들은 모두 티니의 아내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같은 직장을 다니며 봉사를 하고 있어서 출근도 함께 하고 퇴근도 함께 한다고 했다.
티니도 샤르비네를 보자 반가워서 어찌할 바를 모를 것 같은 표정을 했는데, 샤르비네를 껴안고 볼을 깨물어주기도 하고 풀밭에서 뒹굴며 장난을 치기도 하는 등 사랑스러워 하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티니의 천진난만한 표정에는 아직도 철부지 소년 같은 장난기가 가득했는데, 그래도 그의 나이는 올해 벌써 우주나이 57세라고 했다. 지구의 나이로는 200세가 넘었다.

 

그러나 샤르별에서는 그 정도의 나이라 해도 아직 새파란 청년에 불과했다.
티니는 이런 요란한 행동으로 샤르비네에게 반가움을 표시한 후 그의 아내들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우리도 루스버의 뒤를 따라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온 타니 부부들은 각자 자신들의 침실로 들어가더니, 하나같이 걸치고 있던 선녀복을 훌훌 벗어버리고 알몸이 되어 나타났다.
직장에서 봉사를 하며 더렵혀진 몸을 청정실에 들어가 씻기 위해서였다. 샤르별 신선들은 속옷을 입는 버릇도 없고, 날개처럼 나풀거리는 단 한 벌의 신선복만 몸에 걸치고 다니기 때문에, 허리띠만 풀면 금세 옷이 벗겨져 흘러내리면서 알몸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옷 벗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렇게 세밀하게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성 안의 모든 방들은 투명한 벽으로 막혀져 있기 때문에, 밖에서 방 안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저절로 방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훤히 보일 수밖에 없었다.
신선과 선녀들이 알몸으로 나타나자 피부들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남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알몸이 된 타니 신선과 세 명의 선녀들은 아무 거리낌도 없이 생활관에 앉아 있는 우리들 앞을 지나 몸을 씻기 위해 청정실로 들어갔다. 집 안의 모든 방들은 중앙에 위치한 생활관을 통해서 출입하도록 배치되어 있었으며, 청정실, 취미실, 건강실 같은 부속시설의 방들도 모두 생활관을 통해서 출입하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청정실도 역시 투명한 벽으로 막혀져 있어 그 안에서 하는 행동들이 모두 눈에 띌 수밖에 없었는데, 청정실에 함께 들어간 티니와 그의 아내들은 서로 몸을 씻어주고 어루만지기도 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데 열중했다.
그리고 그들은 가끔씩 가벼운 애정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한 그들의 행위는 너무나 자연스러웠으며, 볼썽사납다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민망한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지구 인류들에게 갖추어진 것이 그들에게도 다 갖추어져 있을 뿐이었고, 모든 인간들이 본능적으로 표현하는 행동을 신선인 그들도 나타내고 있을 뿐이었다.
나도 이미 샤르비네와 함께 UFO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면서부터 겪은 일이고 지금까지 익숙해진 일들이라 티니 가족의 개방된 행동들이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의 잠재의식 세계에는 아직도 지구 인류들의 습관인 은밀한 윤리의식이 남아 있어, 가끔씩은 샤르별 존재들의 개방된 행위들에 대한 거부반응이 본능적으로 발생할 때도 있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지구에서는 신체의 노출 같은 개방행위가 풍기문란에 해당되어 사회적 범죄조건으로 작용하는 반면, 샤르별의 존재들은 은밀함을 숨기려는 행위를 오히려 파렴치범에 가까운 사회적 범죄조건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이런 양자의 윤리의식 차이에서 마음속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의식갈등의 고민을 풀기 위해 샤르비네에게 질문을 했다.

 

"우리 지구에서라면 남의 눈이 보는 앞에서 함부로 옷을 벗거나 신체를 노출시키는 행위를 금하고 있소. 심지어 풍기문란이란 범죄에 해당되어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도 있소. 그런데 샤르별의 존재들은 남들 앞에서 거리낌 없이 옷을 벗고 신체를 노출시키는 등 윤리의식이 미약하다는 생각이 드오. 지구 인류들보다 더 높은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샤르별의 신선들이 지구 인류들보다 윤리의식이 떨어진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오?"
"우리 샤르별에서는 신체를 노출시키는 행위가 풍기문란이라든가 윤리적으로 벗어난 행위도 아니랍니다. 샤르앙도 저와 함께 옷을 벗고 목욕도 하고 또 노상온천에서 남녀 신선들과 옷을 벗고 물 속에서 몸을 씻는 일은 매일 행해오지 않았나요? 그런데 누가 흠을 보거나 나쁜짓이라고 욕하던가요? 샤르앙의 생각은 지구와 우리 샤르별 사회의 의식적 차이에서 빚어진 선입관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근원적으로 추한 것을 감춘다고 아름답게 변할 수는 없으며, 추한 것은 감출수록 더 추하게 변질된다는 우주의 섭리를 이해했으면 해요. 마찬가지로 은밀한 것도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은밀한 죄악이 발생하여 사회를 오염시키는 해악작용으로 둔갑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래요. 지구에서는 지구 인류들의 은밀함의 윤리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회적 밑바탕의 썩고 곪은 환부들이 오염되어 가고 있는지를 직시하지 않으면 안돼요. 그래서 우리 샤르별에서는 '비밀은 죄악이다.' 라는 속담이 전해지고 있어요."
"비밀을 죄악으로까지 단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오?"
비밀의 죄악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첫째는 남을 속이기 위한 위장의 죄악이며, 둘째는 유익한 정보를 숨겨 두므로 자신의 잇속만 채우려는 이기심의 죄악이지요. 결국 비밀이란 상호간의 불신과 이기심에서 비롯된 악덕이지 미덕은 될 수 없거든요. 지구에서는 유난히도 은밀함의 미덕도 많이 추구되고 비밀도 많이 존재하지만, 그러한 사회에서 과연 추구하는 윤리의식만큼 진실과 정의로움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샤르앙은 생각하세요?"
"그러면 결국, 있으면 있는 그대로 서로 내보이며, 본능적이면 본능적인 대로, 생리적이면 생리적인 대로 자연스러움 그대로를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사회의 참된 미풍양속과 윤리질서를 고양시키는 실천이라 생각하오?"
"무조건적인 자연스러움과 본능적 실천이 아니라, 고도로 숙련된 인격수양과 정제된 이성을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 미풍양속의 사회라고 결론 내리고 싶어요. 말하자면 육체 속에 감추어진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근성을 철저히 배격시킨다는 전제조건 하에서 말이에요."
숙련된 수양과 정제된 이성을 바탕으로 자연스러움이 개방된 사회란, 말은 쉽지 실제로는 어려운 실천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소.”
물론 어려운 일이랍니다. 그래서 우리 샤르별에서는 어릴 때부터 이성적 판단력과 고도의 마음수양을 위해 체계적인 훈련을 쌓게 하고 있답니다."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서 자꾸만 나의 눈길은 청정실에서 목욕중인 티니 부부들 쪽으로 돌려졌다. 특히 늘씬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자랑하는 티니 아내들의 몸매가 나의 시선을 자극했다.
티 한 점 없는 연분홍빛 피부를 가진 그녀들의 알몸은 가히 예술의
극치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렇게 세 여인의 아름다운 알몸을 감상하느라 정신을 팔고 있는데도 샤르비네는 전혀 눈총을 주지 않았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 넘치는 청정실의 욕실에서 물장난에 여념이 없는 티니 부부 가족들의 모습이 천진난만한 개구쟁이들처럼 느껴졌다. 평화롭고 정겨운 모습들이 아닐 수 없었다.
목욕을 거의 끝낸 티니는 샤르비네를 불렀다.
"오빠 침실에 가서 몸에 바를 향료수 병 좀 갖다다오. 오늘 여자 친구에게 선물 받은건데 깜빡 두고 들어왔구나."
티니가 부탁했다.
샤르비네가 부탁한 향료수를 갖다 주자 받아 든 티니는 다시 샤르비
네에게 수건을 건네며 목욕을 마친 몸에 물기를 닦아달라고 부탁했다. 샤르비네는 거리낌 없이 티니의 알몸에 묻은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그리고 손으로 티니의 몸을 터치하면서 친구처럼 장난도 걸었다. 티니는 샤르비네의 장난을 받아주며 소년처럼 깔깔거렸다.
그런 모습을 멀거니 지켜보는 나에게 티니의 아내들이 눈길을 주었다. 그녀들이 몸을 닦을 수건을 나에게 건네주는 시늉을 하며 빨리와서 몸의 물기를 닦아 달라는 눈치를 보냈다. 나도 거리낌 없이 티니의 아내들에게 다가가 받아 든 수건으로 선녀들의 몸에 묻은 물기들을 닦아주었다. 그녀들의 살결도 샤르비네의 살결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웠다.
물기를 닦아 준 후 샤르비네는 티니의 몸에 향료수를 뿌려주고 나도 샤르비네처럼 티니 아내들의 몸에 똑같이 향료수를 뿌려주었다. 사이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 사이 우리들은 서로 친숙한
남녀의 알몸 앞에 서 있어도 민망한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것이 샤르별 인류들의 평범한 습관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UFO 여행을 하면서 UFO 선실의 실내 수영장에서 샤르비네를 비롯해서 승무원들과 함께 알몸으로 목욕을 해 왔고, 츠나음이 연구소 주변의 노상온천에서 연구소 직원들과 목욕을 해 왔기 때문에 샤르별의 습관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막 목욕을 마친 티니 부부 가족들의 싱그러운 피부에서 피어나는 향료수 향기가 더욱 고상하고 상큼하게 느껴졌다.
이런 목욕절차를 끝내고나서 나는 금세 티니가족의 일원으로 동화되며 스스럼없는 사이로 발전했다. 샤르비네가 티니에게 했던 것처럼, 나도 티니와 티니 아내들과 장난을 걸며 깔깔 거리기도 했다.
내가 티니 부부 가족들과 쉽게 친구처럼 가까운 사이로 변하는 것을 보고 루스버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 온 굽이보드도 우리들의 단란한 모습을 보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샤르별의 존재들은 이렇듯 자신들의 삶에 있어서 은밀한 개인 프라이버시는 용납되지 않더라도, 그런 격의 없는 삶을 통해 서로의 사이에 진한 정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지구 인류들이 선호하는 개인 프라이버시나 은밀한 질서의 윤리의식이 최선은 아니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성녀 오시됴샤르와의 만남

 

샤르별의 존재들은 중요한 정보나 새로운 지식들을 포스머스 영상채널을 통해 얻기 때문에, 하루의 일과 중 상당시간을 포스머스 채널공간에서 보내고 있었다. 포스머스 화면에는 개인들이 띄워 놓은 영상정보나 채널들도 많지만 샤르별을 움직이는 대중적인 단체에서 띄워 놓거나 방영하고 있는 영상채널도 다양했다.
대중적인 영상채널로는 주로 문화예술단체, 종교단체, 학술단체, 연구단체, 기타 각종 전문기관 단체들이 운영하는 전파매체들이었다. 이런 대중단체에서 방영한 영상전파들은 방송 후에도 계속 포스머스 기억장치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시청자들이 필요한 시간에 시청이 가능했고, 교양이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영상정보들은 몇번이고 재시청이 가능했다.
샤르비네는 그렇게 다양한 대중영상채널에서 나에게 유익한 채널들을 선별해서 접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때문에 나는 좀 더 신속하게 샤르별의 문화에 동화되어 갈 수 있었고 샤르별에서의 생활이 빠르게 적응될 수 있었다.
포스머스 영상물들은 모니터 속에 나타나는 화면이 아니라 채널 가상공간에서 펼쳐지는 4차원 영상물이며,  4차원 영상물은 가상공간에 접속하여 실제상황처럼 영상물의 구성들과 접촉이 가능했다.

 

나는 특히 샤르별의 위대한 정신지도자가 진행하는 교양강연에 접속하여 청취하기를 좋아했다. 그런 강연 내용들 중에는 나의 의식 수준으로 이해하기 힘들 때도 많았지만 샤르비네가 항상 알기 쉽도록 풀이해주고 해서 큰 어려움 없이 좋은 강연을 듣고 높은 지식을 쌓아갈 수 있었다.
샤르별에서 가장 위대한 정신지도자로 손꼽히는 인물 중에는 오시됴샤르라는 이름을 가진 미모의 선녀가 있었다. 그녀는 우주나이 400세가 넘는다고 하는데, 그녀가 포스머스 화면에 나타나 고차원의 정신세계를 열강하는 모습은 듣는 이의 모든 마음을 앗아가고도 남았다. 샤르별의 존재들은 평균수명이 350세 정도지만, 그 중에서도 400세가 넘은 고령자는 불로장생하는 성인으로 받들어 존경을 받고 있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도의 수련에 도달한 자만이 불로장생이란 400세 이상까지의 장수가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샤르별의 존재들은, 오시됴샤르 같은 각성자를 성녀로 받들며 높은 깨우침을 얻으려고 노력했다.
샤르별에는 오시됴샤르 같은 성자들이 삶과 죽음의 벽을 깨고 빛의 몸으로 화신하여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들의 가르침에 의해 샤르별의 신선들은 한층 승화된 정신세계를 구축하며 우주의 별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오시됴샤르 성녀가 열강하는 높은 정신세계의 교양강좌는 항상 샤르별의 존재들에게 깊은 감동과 정신적 깨우침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루스버의 집에서도 포스머스 채널을 돌리니 오시됴샤르의 강연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가 지금 강연에 열중하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과 딸들아, 우리는 모두 우주의 기운으로 세상에 태어나고 우주의 기운으로 생명을 유지하다가 결국에 돌아가는 모습도 우주기운이니, 우리의 존재들은 우주의 기운으로 영원한 생명들이라. 우리의 생명은 우주와 함께 시작되었고, 우주와 함께 영원할 것이니, 우리 생명의 어머니가 땅이요, 우리 생명의 아버지가 우주임을 자각할 지어다. 너희가 곧 우주의 분신이요 우주 스스로이니, 하늘과 땅 위에 너희 스스로보다 큰 존재가 어디 있으랴. 그러므로 너희들 자아 스스로가 우주 됨을 망각하지 말지어다. 곧 우주에 태어난 모든 존재들은 그 자아들 스스로가 우주이며, 그래서 그 정신세계에 우주의 무한한 잠재력과 영감이 연결되어 있느니라. 크도다! 나의 아들과 딸들의 영들이여, 너희 잠재의식세계에 머물러있는 우주의 잠재력과 영감을 샘솟게 하여 위대한 세상을 창조할지어다. 그리하여 우주에서 영원히 불로장생하며 신선의 삶을 영위할 지어다."
성녀의 강좌를 시청하고 나서 나는 깊은 감동에 젖은 기분을 감추지 않은 채 샤르비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오시됴샤르 성녀는 샤르별의 어느 도시에 살고 있소? 이 뵤시럿이 도시에서 살고 있소 아니면 다른 선경세상에서 살고 있소?"
그 분은 츠므산의 깊은 밀림의 무릉도원 성에서 살고 있답니다. 천하의 절경이 어우러진 그곳은 천상의 어떤 아름다운 세상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세상이랍니다. 그곳에서 강연하는 내용이 포스머스 영상화면의 가상공간에 나타나 샤르별과 우주의 전 세상에 아름다운 정신세계를 펼치고 있답니다."
츠므산의 깊은 무릉도원에서 강연하고 있는 오시됴샤르의 열강이 지금 샤르별의 지상과 우주에서 살고 있는 전 인류들에게 포스머스 가상화면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설명이군요?"
그렇지요. 오시됴샤르님의 설교시간이면 샤르별의 존재들은 대부분 포스머스 채널공간에 접속하여 위대한 정신세계의 가르침을 전달받지요."
한마디로 오시됴샤르 성녀의 위업은 하늘을 찌를 듯하군요."
오시됴샤르 성녀님는 살아 있는 신이며 빛의 화신이지요. 어두운 밤에 불을 켜지 않아도 성녀의 몸에서 발생하는 빛 때문에 주변이 환할 정도니까요."
"그렇게 위대한 성녀를 한 번만이라도 가까이 다가가 직접 대면할 수 있다면 무한한 영광일 것 같소. 영혼에 찌들어 있는 때가 그녀의 밝은 빛으로 깨끗이 정화될 수 있을 것이란 느낌이 드오. 성녀를 직접 만나는 일은 불가능하오?"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능한 일도 아니에요."
"그런 애매한 대답이 어디 있소?"
성녀는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에게 최고의 위치에 있는 정신세계지도자로서,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도 그녀를 직접 만나 큰 가르침을 받는 것이 큰 소원일 정도랍니다. 성녀께서 그러한 존재들의 소원을 하나하나 다 들어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간절한 마음이 통하는 자들만이 성녀님을 직접 알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답니다. 그러므로 샤르앙도 성녀를 직접 만나고 싶은 소원이 있거든, 간절한 마음으로 그 시간을 기다려 보세요. 그러나 성녀를 단독으로 직접 만나기는 어려워도 그 분의 집회에는 얼마든지 참석할 수 있답니다.”
"집회라면 여러 군중이 모인다는 뜻이 아니오?"
"그렇답니다. 샤르별에는 성녀와 같은 성자들의 가르침에 매료된 무리들이 많아서 수시로 큰 가르침을 듣기 위한 집회가 열리지요."
"샤르별의 존재들은 누구나 신선의 도를 실천하는 불로장생의 신선들인데, 아직도 더 욕심이 많아서 큰 가르침이 필요하고 깨달아야 할 것들이 있을까요?"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육체를 가진 신선이지만, 성자들은 빛으로 화신한 신선이지요. 육체를 가진 신선은 불로장생하더라도 수명의 한계를 가지지만, 성자의 신선들은 빛으로 화신한 몸으로 불로영생하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지요. 그래서 우리 샤르별의 인류들은 빛으로 화신한 몸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우주정신세계를 수련하려는 것이랍"니다."
육체의 몸이 빛으로 화신한 불로영생의 몸을 얻을 수 있을까요?"
"우주의 존재들은 그 몸의 구성이 본래 빛이요 빛으로 세상에 왔으며 육신의 허물을 벗고 마지막 돌아가는 모습도 빛이기 때문에, 영과육의 본래를 재생하면 빛의 몸으로 화신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빛의 몸으로 화신하기 위해서 샤르별의 존재들은 성자의 가르침이나 강연에 열광한다는 뜻이군요?"
"그렇답니다. 지구 인류들도 좀 더 예뻐지거나 건강해질 수 있다면 그러한 가르침에 빠져들 것은 사실이지 않아요?"
그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소. 그러면 오시됴샤르 성녀의 집회는 주로 어떤 장소에서 많이 열리는 편이오?"

 

"성녀의 집회가 열리는 곳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넓은 풀밭이든 종교의 사원이든 그리고 군중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장소면 어디서나 열린답니다."
그러면 나는 성녀와 단독으로 만나는 희망은 버려도 좋으니 그분의 집회에는 참석하도록 도와주오."
"그러한 기회는 충분히 찾아올 것입니다. 서두르지 말고 기다리면 행운의 시간은 멀지 않을 거예요."
그 시간을 기다리며 기도하겠소."
샤르별은 신선의 나라이면서 성자의 나라이기도 했다.
성자는 높은 가르침을 펼치며 살아가는 불로영생의 존재들로, 곧 죽지 않고 사는 자요, 삶과 죽음의 벽을 깨고 초월적인 삶을 살아가는 빛의 화신들이었다.
그러한 성자들이 샤르별에서 샤르별의 존재들과 함께 호흡하며, 높은 정신세계와 높은 가르침을 베풀며 살아간다는 점이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샤르별의 성자 중에 ''이라는 이름을 가진 불로영생의 빛의 화신자도 있었는데, 그 단이란 이름을 가진 성자가 바로 지구에서 한 나라를 건국하고 백성들을 다스리다가 돌아와서 지금은 성자의 생애를 누리며 살고 있다고 했다.
단 성인은 본래 하늘에서 내려온 아버지의 아들이었고 그는 1,908년을 지구에서 신선으로 살다가 그 조상의 고향인 샤르별로 돌아와 지금까지 불로영생하며 빛의 화신자, 성자의 몸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지구 인류의 일부 조상이 샤르별의 인류이며, 지금부터 1만 년 전 샤르별의 신선 3천 명이 지구를 찾아가 거룩한 나라를 건설하고 우주의 새로운 문명을 전달했다고 하며, 그래서 샤르별과 지구는 본래부터 깊은 인연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도 새로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샤르별의 친구들에게 우정의 메시지를 날리다.

 

루스버와의 화상통신을 끝낸 샤르비네는 샤르별의 친구들에게 나를 소개해 주겠다며 포스머스 영상장치 앞으로 다가갔다. 포스머스 영상 장치는 송수신 기능이 있어서 멀리서 전파를 타고 날아오는 정보를 받아볼 수 있기도 하고 자신의 정보를 남에게 띄워 보낼 수도 있었다.
즉 우주의 공간이나 지상에서 포스머스를 통해 다양한 정보들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었다.
포스머스에는 또한 공개채널과 폐쇄채널 기능을 가지고 있었고, 공개채널로는 불특정 대중성의 영상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으며, 폐쇄채널은 지정된 특수그룹이나 개인끼리 영상정보를 주고받을 때 사용했다.
샤르비네가 소속된 취미동호회는 여럿 있었고, 우주탐구 동호회, 정신탐구 동호회, 춤사랑 동호회 등이 그녀가 대표적으로 활동하는 동호회였다.
샤르비네는 가끔씩 여러 사람 앞에서나 나 혼자 있을 때 춤 솜씨를 보여주곤 했는데,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도 그렇게 아름다운 춤을 출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했다.
특히 우주음악 선율에 맞춰 무아경지에 빠져 두서너 시간씩 신들린 모습으로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은 한 폭의 그림 그 이상으로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샤르별에서는 춤추는 선녀무희들을 바기시라고 부른다. 춤사랑 동호회는 샤르별에서도 이름난 바기시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바기시가 있는 장소에는 항상 신선의 군중들이 몰려든다.
샤르별에는 초원의 정원이나 공공장소에서 바기시들이 벌이는 춤판을 자주 볼 수 있는데, 풀밭이나 꽃밭에서 아름다운 바기시 춤꾼들이 어울려 나비처럼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면 신선노름에 빠져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샤르비네도 샤르별에서 이름난 바기시 춤꾼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속한 춤사랑 동호회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
샤르별에는 전문 춤꾼들이 5천만 명 이상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이 샤르별 인류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역할을 담당하며 하늘의 마음을 열게 하는 일등공신으로 중요한 역할을 다 하고 있었다.
샤르비네는 포스머스 채널을 작동시킨 후 그녀가 소속된 춤사랑 동호회의 영상화면들을 보여주었다. 포스머스 화면은 모니터나 스크린을 통해 나타나지 않고, 공간과 장소에 구분 없이 가상화면 상태로 눈앞에 펼쳐졌다. 가상화면이 나타나면 마치 새로운 현실세계가 눈 앞에 펼쳐지는 듯 했고, 그래서 포스머스 화면에 나타난 현상들은 무엇이나 실물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포스머스 화면에 나타난 춤사랑 동호회의 활동 모습들이 가상공간에 나타나자 내 몸이 마치 아름다운 무희들 속에 함께 섞여 있는 기분이었다. 포스머스 화면에 나타난 무희들의 손을 잡아볼 수도 있고, 그녀들의 몸에서 발산되는 아름다운 체향도 코로 느낄 수 있었다.
실물처럼 만져지고 느껴지는 포스화면의 가상화면은 생동감 자체였다.
샤르비네는 포스머스 화면에 나타난 춤사랑 동호회 무희들에게 나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 소식은 춤사랑 동호회 채널과 연결된 5천만의 바기시 춤꾼들에게 순식간에 확산되어 갔고, 그 소식을 들은 선녀무희들로부터 우정의 영상메시지가 수없이 당도하기 시작했다.
곧 샤르비네는 포스머스 채널을 통해서 5천만 명에 달하는 춤꾼 동호회 회원들에게 아주 짧은 시간을 통해 나를 소개했고, 그 폭발적인 반응은 대단했다. 샤르별의 신선들은 누구나 허리에 장신구처럼 보이는 실크벨트를 착용하고 다니는데, 그 벨트에 개인의 모든 신상정보와 통신기능이 저장되어 있었다. 허리벨트의 통신기능이 작동되면 장소에 구분 없이 눈 앞에 포스머스 가상화면이 나타나고, 멀리 떨어진 존재들과 통신이 가능했다.
나에 대한 소개가 포스머스 화면에 방영되기 시작하자 춤사랑 동호회 회원들로부터 다양한 우정의 메시지들이 전달되어 오기 시작했다. 특히 샤르비네와 나의 일심동체 언약의 소식이 소개되자 축하와 환영의 메시지는 더욱 수없이 당도해 왔다.
우정과 환영의 메시지를 전달해 오는 회원들의 모습도 모두 포스머스의 가상화면에 떠올랐다. 아름다움과 지성이 넘치는 젊은 신선과 선녀들의 모습이었다.
지구에서 살고 있는 신선들의 모습은 주로 아름다운 풍광과 어우러진 자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샤르별에서 살고 있는 신선들은 우주의 첨단문명을 누리며 살아간다는 점이 색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르별의 신선들은 날개를 연상시킬 만큼 나풀거리는 신선복을 입고 살아가지만, 우주에서 가장 발달된 첨단문명을 창조하며 살아간다는 점이 특이하기도 했다.
어쩌면 지구의 신선들은 전통적인 삶을 고수한다면, 샤르별의 신선들은 미래적 삶을 추구한다는 평이 옳을 것도 같았다.
공통점이라면 세속적인 삶으로부터 자유스러움과 불로장생을 누리는 여유로움 등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비록 포스머스 화면으로 나타나는 가상공간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아름답고 지성이 넘치는 샤르별 신선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는 심정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동호회 채널 가상화면은 본방공간과 쪽방공간으로 구분되는데, 쪽방공간에는 지금 통신접속자들의 얼굴이 청중의 물결처럼 나타났다. 통신접속 화면에 나타난 얼굴들은 마치 큰 운동장이나 실내공간에 모여있는 현상과 다름이 없었다. 접속자들은 모두 개별적으로 접속하고 있지만 가상공간 화면에 나타나는 모습들은 모두 한자리에서 만나고 있는 현상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가상화면의 접속공간에 나타난 샤르비네 친구 군중들은 서로 웅성거리기도 하고 손을 흔들거나 미소도 보내고 축하의 메시지도 전달하는 분위기 속에서 환영무드가 고조되고 있었다.
샤르별의 넓은 땅과 우주공간에 흩어져 살아가는 존재들이 가상공간에 하나로 집결하여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우주상공의 우주타운에서 근무하고 있는 초시와, 우주여행을 함께했던 UFO의 승무원들도 우리의 영상동호회 소식을 듣고, 동호회 가상공간에 접속되어 나타나 격려를 잊지 않았다. 샤르비네가 우리들의 동호회 채널 방송 소식을 전달해 주었기 때문이다.
UFO 여행을 하면서 정이 든 모습들인데 모처럼 포스머스 채널의 가상공간에서 만나게 되어 기뻤다.
이처럼 포스머스에는 수없이 편성되어 있는 동호회 채널들이 있었는데, 동호회 회원들끼리는 서로 관심 있는 분야의 내용을 전파방송과 연결된 가상공간에서 회합을 가지며 친목을 이어가고 있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가상공간에서 만나는 4차원의 화상통화

 

이렇게 성 안의 신기한 현상들을 재미있게 구경하면서 샤르비네와 함께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문화실을 지키고 있던 인조인간 슈디무니가 급하게 달려와 샤르비네에게 화상통신을 수신하라고 독촉했다.
예쁜 선녀님, 루스버 어머니가 아니를 찾는다. 지금 빨리 화상통신 수신해라. 루스버 어머니가 아니를 찾는다.”
"알았어. 슈디무니. 고마워!"
샤르비네는 곧 슈디무니 인조인간에게 대답한 후 부리나케 내 손목을 이끌고 통신실로 향했다.
통신실 문을 열자 곧바로 가상공간이 나타나고 가상공간에 미모의 여인이 웃는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방문을 닫자 통신실은 곧바로 가상공간으로 변하고 샤르비네는 가상공간에 나타난 여인에게 달려가 안겼다.
"큰어머니!"
", 내 사랑! 이게 얼마 만인고?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소식은 들었다만... 그 새 못 본 사이 많이도 의젓해졌네. 우리 딸 보고 싶어 이 어미는 얼마나 못 견뎌 했다구."
그 여인도 샤르비네를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물이 글썽글썽해졌다.
샤르비네도 그 여인의 눈물을 보고 같이 눈알이 붉어졌다.
그 연인이 바로 초시의 첫 부인이며 샤르비네의 큰 어머니인 루스버였다.
큰 어머니와 반가운 해우를 마친 샤르비네는 곧 그녀에게 나를 소개했다.
큰 어머니, 이 청년은 지구에서 저와 함께 우리 샤르별에 구경 온샤르앙이에요. 앞으로 아들처럼 생각하고 많이 귀여워 해주세요."그리고 나에게 부탁했다.
샤르앙, 우리 큰 어머니에요. 인사드려요. 앞으로 자주 찾아 뵙고 아들노릇 많이 하고 지구로 돌아가야 해요."
처음에는 겸연쩍게 서 있기만 했던 나는 그제야 루스버를 향해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절을 했다.
그리고 약간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다.
큰 어머니... 앞으로 이 아들 잘 부탁드려요. 저희는 주인도 안 계신 집을 방문해서 재미있게 잘 놀고 있어요. 너무 아름다운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 없는 곳에서 이렇게 멋대로 놀아도 실례가 안 될런지요."
"호호호호...."
루스버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웃으며 호탕하게 대답했다
"! 정말 신나는군! 갑자기 아들 하나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다니.. 그래 샤르앙, 고마워... 고마워... 앞으로 샤르앙이 지구로 돌아갈 때까지 이 루스버가 어머니 노릇을 톡톡히 할게. 나 없더라도 집에서 잘 놀고 있어. 너희들이 그 성의 주인이니까 앞으로도 마음대로 드나들면서 놀다가도 괜찮아."
샤르비네도 나와 루스버의 대화가 재미있는지 곁에서 들으며 즐거운 표정으로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띠었다.
샤르비네는 다시 루스버에게 말했다.
"큰 어머니. 감사합니다. 제 친구를 아들로 받아주셔서."
루스버도 이렇게 말했다.
"고마운 건 오히려 이 큰 어미 쪽이란다. 오랜만에
만나고, 새로 아들까지 얻어서 이 큰 어미는 너무 기분이 좋아."
다시 샤르비네가 말을 꺼냈다.
큰 어머니께 드릴 말씀이 있어요."
"무언지 말하렴.”
보고 싶은 딸을
제 이름은 이제부터 샤르비네로 불러 주세요."
"네 이름을 아니가 아닌 샤르비네로 바꿔서 불러달라고? 그렇다면 샤르앙과 샤르비네∙∙∙. 무언가 곡절이 있는 듯하구나?"
. 사실은, 샤르앙과 일심동체의 언약을 맺었어요. 그 언약식의 승인은 측요스 아버지께 부탁드렸거든요. 측요스께서 기꺼이 승인해 주셨어요."
! 그랬었구나. 아주 좋은 일이야. 그래, 앞으로 샤르비네라고 부를게. 샤르비네, 너희들의 일심동체 언약을 진심으로 축하해!"
감사합니다. 큰 어머니! 앞으로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둘의 언약을 잘 지키며 열심히 살아갈게요. 지켜봐 주세요. 우리 둘은 앞으로 우주의 이 끝과 저 끝에서 살아가겠지만 우주가 존재할 때까지 우리들의 언약은 변함이 없고 좋은 인연을 맺어가도록 노력할 거예요."

 

"오냐. 참 아름다운 우주의 인연이며 너희들의 아름다운 인연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도록 이 큰 어미도 항상 지켜보며 격려하도록 하마.”
이렇게 루스버와 우리들이 화상통신으로 연결된 가상공간에서 서로 몸을 만지고 손을 잡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실제로는 서로 먼 공간에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끼리 화상통신으로 연결한 상태에서 손을 맞잡기도 하고 포옹도 하고 실제와 다름없이 체온을 느끼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면서도 편리하게 느껴졌다.
이것이 바로 가상현실세계라고 하는 4차원 공간현상이었다.
4차원 공간에서는 인간의 꿈은 무엇이나 이루어질 수 있었고, 인간이 마음먹은 일은 무엇이나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화상통신으로 가상공간에서 루스버를 만나 화상통신을 나눌 때 루스버의 주변을 살펴보니 무언가 생필품을 만드는 생산시설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지금 생필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고 루스버가 그 작업장에서 봉사하고 있는 모습이 생중계로 나타난 것이다.
공장에서 일하는 인조인간들은 무언가를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고, 인조인간들에게 일을 지시하는 신선들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생필품을 생산하고 있는 공장의 분위기는 아주 조용하고 깨끗해 보였다. 화상통신을 통해 보이는 생산공장 내부의 모습이지만 실제로 공장을 방문해서 루스버와 대화를 나누는 현상과 똑같았다.
공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루스버의 몸차림은 평상시의 선녀복그대로 아주 깨끗했고 특별히 작업복이나 근무복장을 따로 입고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루스버의 선녀복은 금세라도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 올라갈 듯 나풀거리고, 그녀는 키 크고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는 미모의 180세 여성이었다. 맑은 눈동자의 인자한 표정이 고상해 보였다. 머리에 꽂은 반달형 장식은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났고 루스버의 미모와 신비스러운 자태를 돋보이게 했다.
선녀의 모습으로 치장한 루스버를 누가 생필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믿어줄지 의심이었다.
"그럼 난 이제 이만 대화를 끝내야할 것 같구나. 잠시 후면 얼굴 볼테니 집에서 잘 놀고 있거라."
화상통신으로 잠깐 만나서 대화를 나눈 후 루스버는 말을 마친 후 가상공간의 화면에서 사라졌다.
화상통신이 끝나자 이제까지 통신실에 나타났던 가상화면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다시 현실의 실내공간으로 바꿔졌다. 화상통신의 가상화면은 마치 꿈 속에서 만난 풍경이 눈을 뜨자 사라지는 현상과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가상공간에서 만나는 4차원의 화상통화

 

이렇게 성 안의 신기한 현상들을 재미있게 구경하면서 샤르비네와 함께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문화실을 지키고 있던 인조인간 슈디무니가 급하게 달려와 샤르비네에게 화상통신을 수신하라고 독촉했다.
예쁜 선녀님, 루스버 어머니가 아니를 찾는다. 지금 빨리 화상통신 수신해라. 루스버 어머니가 아니를 찾는다.”
"알았어. 슈디무니. 고마워!"
샤르비네는 곧 슈디무니 인조인간에게 대답한 후 부리나케 내 손목을 이끌고 통신실로 향했다.
통신실 문을 열자 곧바로 가상공간이 나타나고 가상공간에 미모의 여인이 웃는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방문을 닫자 통신실은 곧바로 가상공간으로 변하고 샤르비네는 가상공간에 나타난 여인에게 달려가 안겼다.
"큰어머니!"
", 내 사랑! 이게 얼마 만인고?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소식은 들었다만... 그 새 못 본 사이 많이도 의젓해졌네. 우리 딸 보고 싶어 이 어미는 얼마나 못 견뎌 했다구."
그 여인도 샤르비네를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물이 글썽글썽해졌다.
샤르비네도 그 여인의 눈물을 보고 같이 눈알이 붉어졌다.
그 연인이 바로 초시의 첫 부인이며 샤르비네의 큰 어머니인 루스버였다.
큰 어머니와 반가운 해우를 마친 샤르비네는 곧 그녀에게 나를 소개했다.
큰 어머니, 이 청년은 지구에서 저와 함께 우리 샤르별에 구경 온샤르앙이에요. 앞으로 아들처럼 생각하고 많이 귀여워 해주세요."그리고 나에게 부탁했다.
샤르앙, 우리 큰 어머니에요. 인사드려요. 앞으로 자주 찾아 뵙고 아들노릇 많이 하고 지구로 돌아가야 해요."
처음에는 겸연쩍게 서 있기만 했던 나는 그제야 루스버를 향해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절을 했다.
그리고 약간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다.
큰 어머니... 앞으로 이 아들 잘 부탁드려요. 저희는 주인도 안 계신 집을 방문해서 재미있게 잘 놀고 있어요. 너무 아름다운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 없는 곳에서 이렇게 멋대로 놀아도 실례가 안 될런지요."
"호호호호...."
루스버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웃으며 호탕하게 대답했다
"! 정말 신나는군! 갑자기 아들 하나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다니.. 그래 샤르앙, 고마워... 고마워... 앞으로 샤르앙이 지구로 돌아갈 때까지 이 루스버가 어머니 노릇을 톡톡히 할게. 나 없더라도 집에서 잘 놀고 있어. 너희들이 그 성의 주인이니까 앞으로도 마음대로 드나들면서 놀다가도 괜찮아."
샤르비네도 나와 루스버의 대화가 재미있는지 곁에서 들으며 즐거운 표정으로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띠었다.
샤르비네는 다시 루스버에게 말했다.
"큰 어머니. 감사합니다. 제 친구를 아들로 받아주셔서."
루스버도 이렇게 말했다.
"고마운 건 오히려 이 큰 어미 쪽이란다. 오랜만에
만나고, 새로 아들까지 얻어서 이 큰 어미는 너무 기분이 좋아."
다시 샤르비네가 말을 꺼냈다.
큰 어머니께 드릴 말씀이 있어요."
"무언지 말하렴.”
보고 싶은 딸을
제 이름은 이제부터 샤르비네로 불러 주세요."
"네 이름을 아니가 아닌 샤르비네로 바꿔서 불러달라고? 그렇다면 샤르앙과 샤르비네∙∙∙. 무언가 곡절이 있는 듯하구나?"
. 사실은, 샤르앙과 일심동체의 언약을 맺었어요. 그 언약식의 승인은 측요스 아버지께 부탁드렸거든요. 측요스께서 기꺼이 승인해 주셨어요."
! 그랬었구나. 아주 좋은 일이야. 그래, 앞으로 샤르비네라고 부를게. 샤르비네, 너희들의 일심동체 언약을 진심으로 축하해!"
감사합니다. 큰 어머니! 앞으로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둘의 언약을 잘 지키며 열심히 살아갈게요. 지켜봐 주세요. 우리 둘은 앞으로 우주의 이 끝과 저 끝에서 살아가겠지만 우주가 존재할 때까지 우리들의 언약은 변함이 없고 좋은 인연을 맺어가도록 노력할 거예요."

 

"오냐. 참 아름다운 우주의 인연이며 너희들의 아름다운 인연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도록 이 큰 어미도 항상 지켜보며 격려하도록 하마.”
이렇게 루스버와 우리들이 화상통신으로 연결된 가상공간에서 서로 몸을 만지고 손을 잡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실제로는 서로 먼 공간에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끼리 화상통신으로 연결한 상태에서 손을 맞잡기도 하고 포옹도 하고 실제와 다름없이 체온을 느끼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면서도 편리하게 느껴졌다.
이것이 바로 가상현실세계라고 하는 4차원 공간현상이었다.
4차원 공간에서는 인간의 꿈은 무엇이나 이루어질 수 있었고, 인간이 마음먹은 일은 무엇이나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화상통신으로 가상공간에서 루스버를 만나 화상통신을 나눌 때 루스버의 주변을 살펴보니 무언가 생필품을 만드는 생산시설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지금 생필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고 루스버가 그 작업장에서 봉사하고 있는 모습이 생중계로 나타난 것이다.
공장에서 일하는 인조인간들은 무언가를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고, 인조인간들에게 일을 지시하는 신선들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생필품을 생산하고 있는 공장의 분위기는 아주 조용하고 깨끗해 보였다. 화상통신을 통해 보이는 생산공장 내부의 모습이지만 실제로 공장을 방문해서 루스버와 대화를 나누는 현상과 똑같았다.
공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루스버의 몸차림은 평상시의 선녀복그대로 아주 깨끗했고 특별히 작업복이나 근무복장을 따로 입고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루스버의 선녀복은 금세라도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 올라갈 듯 나풀거리고, 그녀는 키 크고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는 미모의 180세 여성이었다. 맑은 눈동자의 인자한 표정이 고상해 보였다. 머리에 꽂은 반달형 장식은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났고 루스버의 미모와 신비스러운 자태를 돋보이게 했다.
선녀의 모습으로 치장한 루스버를 누가 생필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믿어줄지 의심이었다.
"그럼 난 이제 이만 대화를 끝내야할 것 같구나. 잠시 후면 얼굴 볼테니 집에서 잘 놀고 있거라."
화상통신으로 잠깐 만나서 대화를 나눈 후 루스버는 말을 마친 후 가상공간의 화면에서 사라졌다.
화상통신이 끝나자 이제까지 통신실에 나타났던 가상화면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다시 현실의 실내공간으로 바꿔졌다. 화상통신의 가상화면은 마치 꿈 속에서 만난 풍경이 눈을 뜨자 사라지는 현상과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가상연주회의 감동스토리

 

샤르비네는 노래도 잘 부르고 악기연주 솜씨도 뛰어난 선녀였다. 틈틈이 내 앞에서 즈후라는 악기를 타면서 노래를 불러주곤 했는데, 천상의 목소리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선녀의 노래 솜씨였다.
샤르비네는 목소리만 아름답지 않고 춤 솜씨도 신의 경지에 달해 있었다.
즈후라는 악기는 아주 가는 열여섯 줄의 현으로 이루어진 악기였고, 손가락을 이용해서 현을 타면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신비한 소리가 우주의 진동을 타고 그윽하게 울려 퍼졌다. 그렇게 신비한 악기를 연주하면서 슬프고 애절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샤르비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가슴에서 북받치는 감정이 샘솟곤 했다.
그렇게 천상의 목소리와 즈후의 신비한 연주솜씨를 가진 샤르비네가 뜻밖에도 나에게 가상 연주회를 가지자고 제안했다.
가상연주회는 작업실에 마련된 가상의 무대에서 가상의 청중을 상대로 한 연주회였다. 가상의 청중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들이 아니라 가상현실 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인물들로, 가상의 공간에서는 아무리 많은 청중도 손쉽게 초대할 수 있었다. 가상무대의 연주회라고는 하지만, 실력이 만만찮은 샤르비네와 함께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한다는 자체가 부담됐지만 샤르비네가 간곡하게 부탁해서 시키는 대로 따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평소 연주할 수 있는 악기는 하모니카나 기타 정도였는데, 하모니카 비슷한 악기를 너사미 신선마을의 누군가가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수소문 끝에 인조인간을 시켜 빌려오도록 했다.
하모니카 비슷한 악기였지만 구조와 음색이 많이 달랐다. 구버드란 악기였는데 제대로 소리도 내지 못하고 내가 만지작거리고 있자 샤르비네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소리도 잘 못내는 걸 보니 자신이 없나 봐요?"
나는 얼굴이 붉어지며 약간 볼멘소리로 대꾸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사양했던 것인데 이게 무슨 망신이오?"
샤르비네는 여전히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남자가 한 번 결심을 했으면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악기의 소리조차 제대로 못내는 데 어떤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지구 인류들이 사용하는 속담도 모르나요?"
샤르비네는 빙그레 웃는 표정을 짓더니 작업실과 연결된 가상의 문을 열고 가상의 방으로 들어가 늘씬한 미녀 한사람을 데리고 나타났다. 가상의 공간에 살고 있는 가상의 존재였다.
현실 세계에서는 살 수 없고, 가상의 공간, 가상의 세계에서만 살아가는 가상의 존재. 그녀의 이름은 누우시라 했다.
가상의 방에서 누우시를 데려온 목적은 나에게 구버드 악기를 연주하는 법을 지도해 주기 위해서였다. 누우시가 구버드 악기를 입에 대고 불기 시작하자 애간장을 태우는 듯 간드러진 음률이 작업실 방안을 진동시켰다.
그리고 나에게 구버드 악기를 입에 물려주며 부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아주 짧은 시간에 누우시가 알려주는 대로 구버드를 입으로 불자나도 놀랄 만큼 아름다운 음률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구버드를 연주하는데 자신감이 붙은 나는 샤르비네와 함께 수많은 가상의 청중이 바라보고 있는 가상의 무대에 섰다. 가상의 무대가 설치되어 있는 가상의 방에는 어디서 운집되었는지 모를 가상의 청중들이 수천, 수만에 달하게 동원되어 있었고,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게 우리들의 연주를 기다리고 있는 표정들이었다.
샤르비네와 내가 가상의 무대에 올라서서 함께 인사를 하자 가상의 청중들은 우리들을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며 환영했다.
가상의 청중들 앞에서 나는 구버드를 불고 샤르비네는 즈후를 탔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악기가 놀랄만한 하모니를 연출하며 신비로운 음률을 만들어 냈다.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처음처럼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가상의 청중들로부터 받는 박수였지만 기분은 매우 좋았다.
합주가 끝난 후 샤르비네가 혼자 무대에 서서 즈후로 연주를 하면서 독창으로 노래를 불렀다. 샤르비네의 애절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청중들이 숙연해졌다. 가상의 청중들은 숫자가 5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그 많은 청중들이 샤르비네의 노래 소리에 취해서 숨소리도 제대로 못내고 일제히 무대를 향해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표정들이 장엄하게 느껴졌다.
샤르비네의 노래가 서너 곡 끝나고 내가 다시 샤르비네의 권유로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한 곡 뽑았다. 세상을 먼저 떠난 동생이 그리울 때마다 불렀던 이별이란 주제의 노래였는데, 내가 노래를 부를 때 자동으로 노래에 맞춰 어떤 악기로부터 반주가 흘러 나왔다.
지구인의 노래가 샤르별에 알려져 있지 않았을 텐데 노래에 맞춰 반주가 흘러나오는 현상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가상의 청중들은 샤르비네가 노래를 부를 때보다 나의 노래를 듣고 더욱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었다.
나의 노래솜씨는 샤르비네를 따라갈 순 없었겠지만 애절한 감정이 청중들의 호응을 얻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가상의 무대. 가상의 청중들 모두 4차원 가상프로그램에 의한 가상현실세계에서 만들어내는 연출이지만 모든 느낌은 실제와 다르지 않았다.
가상무대를 체험하고 나면 실제무대에서도 강해졌는데, 가상무대란 반드시 노래나 악기연주만 발표하지 않고, 웅변, 강연, 세미나 등 가상무대에서 발표할 수 있는 주제는 제한이 없었다.
가상무대 발표회를 통해 자신이 보유한 재능과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는데, 청중들 앞에서 말솜씨가 부족한 나는 웅변이나 강연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자주 가상프로그램의 가상무대에 서곤 했다.
가상무대 게임장치는 샤르별의 가정이나, 공동문화시설, 휴게소 등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어서 편리했고, 가상무대 발표회는 반드시 가상청중만 동원하지 않고 친구나 지인들을 초대할 수도 있었다. 가상공간의 청중석에는 가상청중과 현실의 존재들이 함께 동석해서 발표회를 관람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샤르별의 존재들은 가상현실세계와 현실세계를 공존시키며 신선놀음을 즐기고 있었고, 신선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4차원 문명세계를 살아가고 있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우주기운을 체험하는 4차원의 도구들

 

루스버 성 안을 골고루 둘러보니 벽과 천장에는 아름다운 채색의 문양들이 새겨져 보는 눈을 즐겁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문양들 때문에 집 안의 분위기는 더욱 고상하고 격조 높게 빛나고 있었다.
천장과 높은 벽에 새겨진 문양들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는 10미터 정도까지 되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공중으로 뜨는 바차시 방석을 이용하면 간단했다. 공중으로 둥둥 떠다닐 수 있는 바차시방석에 올라타면 집 안의 아무리 높은 곳이라도 손쉽게 올라가서 원하는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성 안에서 부리는 인조인간들도 성을 관리하면서 지붕 꼭대기나 성 안의 높은 곳을 올라 다닐 때는 바차시 방석을 이용하고 있었다. 바차시 방석에 올라타면 공중의 원하는 방향으로 둥둥 떠다니며 이동하기 때문에 넓고 높은 공간으로 지어진 집에서는 참 편리한 물건이었다.
샤르비네와 나는 넓고 높은 루스버의 성 안을 구석구석 구경하기 위해서 바차시 방석을 이용했다. 바차시 방석을 타고 성 안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크고 넓은 공간의 소장실 방 앞에 도달하게 되었다. 소장실 방은 투명한 유리로 칸막이가 되어 있어 밖에서도 안에 있는 내용들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소장실은 취미로 모은 물건들을 진열해 두고 감상하는 장소였다.
루스버 성의 소장실에서 맨 먼저 눈에 띄는 물건은 진귀한 빛을 발하는 돌들이었다. 어떤 돌은 보라색 빛을 발하고 있고 어떤 돌은 그냥 투명한 빛을 발하고 있기도 했는데, 크기는 주먹만해 보이고 유리구슬처럼 둥글게 생긴 돌들이었다.
그 돌들의 이름은 아초시라 불렀는데, 그 돌 이름의 뜻은 우주석이라 했다. 우주석이란 돌은 증폭된 우주기운을 발생하는 성질이 있어서 샤르별에서 아주 귀하게 생각하는 보석이라고 했다. 우주석을 집 안에 보관해 두면 우주기운이 증폭되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유용하므로 샤르별의 모든 가정에는 갖가지 빛을 발하는 우주석들을 수집해서 모아둔다고 했다.
샤르비네는 우주석을 이용해 몸 속에 우주기운이 증폭되는 현상을 실험으로 보여주겠다면서 그 중에 보랏빛을 발하는 우주석 하나를 오른손에 쥐어주며 명상을 시켰다. 샤르비네가 시키는 대로 우주석을 오른손에 들고 명상을 하는 동안에 몸 속에서 이상한 기운이 감지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눈을 떠서 샤르비네를 바라보니 그녀의 몸에서 오로라 같은 후광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샤르비네의 몸에서 후광이 발생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다가 우주석의 기운을 몸 속에 증폭시키자 보이는 현상이 신기했다.

 

다음에는 속이 비어 있는 원통형의 기구 하나를 가져와 왼손을 그 위에 얹으라고 했다. 샤르비네가 시키는 대로 오른손에 우주석을 잡고 왼손을 원통형 기구 위에 올리자 '웅웅'하는 소리가 울리며 방 안으로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마치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처럼 은은하고 아름다운 진동음이었다.
반대로 오른손에 들었던 우주석을 놓은 후 이러한 기구들을 만져보았을 때는 밝은 빛이 나타나지도 않고 진동음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실험을 마친 후 샤르비네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유리공 속에 나타나는 밝은 빛이나 원통을 울리는 진동음의 현상은 모두 우주 에너지의 작용 때문이랍니다. 이렇듯 우주 에너지는 공기처럼 눈에 나타나지 않는 물질이지만 실제로는 고유한 빛과 진동을 가지고 우주의 질서를 다스리는 신비한 원동력이랍니다. 이처럼 우주에는 보이지 않는 기운이 증폭되고 우주의 존재들은 그 기운으로 호흡하며 영적 생존을 유지하지요. 영혼은 우주 에너지로 호흡하며 육체 속에 머무는 영혼들도 우주의 에너지로 호흡하며 생존을 유지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증폭된 에너지를 호흡하는 영혼은 큰 힘을 발휘하고 그렇지 못한 영혼은 작은 힘을 발휘하게 되지요. 큰 영혼으로 성장하려면 우주의 큰 에너지를 호흡하며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 외에도 소장실에는 우주기운을 발생시키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돌 뿐만 아니라 흙이나 금속 재질들로 만들어진 기구들도 있었다.
즉 우주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4차원의 기구들이었다.

 

한마디로 샤르별의 존재들은 우주 에너지를 생명의 기운이며 우주의 창조력 그 자체라는 인식으로 그 힘을 이용하는 방법들을 여러 가지로 구상하고 있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성벽에 숨겨진 바이오 시스템

 

무더운 날씨에도 창문 하나 없이 모든 벽들이 꽉 막혀 밀폐된 성 안의 실내공기는 시원하기만 하고, 신선한 숲 속의 공기가 상큼한 냄새들과 함께 집 안 가득 밀려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꽃향기 같은 미풍의 바람도 솔솔 벽 속에서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성 안에는 어떤 냉방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바람을 일으키는 장치도 찾아볼 수 없는데 신기한 현상으로 생각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츠나음이 연구소에서도 경험했고 늘 신기하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샤르비네에게 그 궁금증을 질문해 보았다.
이 성 안에는 창문도 없이 모든 방의 벽이 밀폐된 구조인데, 방 안으로 시원한 숲 속의 공기와 바람이 벽을 통해 흘러 들어오는 현상이 신기하오. 냉방장치도 없고 바람을 일으키는 시설도 없는 방안에서 어째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소?"
그러한 나의 질문에 샤르비네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신선들이 살고 있는 집들이나 건물의 벽들은 외부의 공기와 실내의 공기가 서로 통풍이 이루어질 수 있는 호흡기능을 갖추고 있답니다. 그래서 밀폐된 건물의 벽을 통해서 숲 속의 상큼한 공기가 집 안에 채워지고 집 안의 탁해진 공기는 밖으로 빠져나가며 자연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지요. 또한 건물의 벽 속에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센서 기능의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어서 항상 실내의 온도가 쾌적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해 드릴 수 있지요."
샤르비네의 설명을 듣고 나는 다시 반문했다.
"만져보면 이렇게 단단하고 강해 보이는 건물들의 벽에서 통풍과 호흡기능이 이루어지고 있다니 믿어지지 않소. 건물의 벽은 금속도 아닌 것 같고 돌도 아닌 것 같은데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지 궁금하오.”이에 샤르비네는 놀라운 사실을 말해 주었다.
이 성을 비롯한, 우리 샤르별의 모든 건축물은 제3의 물질이라고 하는 생체화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우리들 세상에서는 집을 지을 때 금속이나 돌 같은 물질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우스시코스라고 하는 생체화 물질들만 사용하지요. 우스시코스 물질을 제3의 물질이라고도 하고 생체화 물질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인조인간들을 제3의 존재라고 부르는 이유 중 하나가, 생체화 물질로 이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3의 물질이라고 하는 생체화 물질이 무엇이오?"
"살아있는 생명체의 피부처럼, 내부에 자율신경과 같은 센서기능을 내장하고 주변의 온도나 환경변화에 자동적응이 이루어지는 물질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지요. 지구에서 살고 있는 카멜레온의 환경적응과 같은 현상이라고 할까요?"
"환경에 적응하는 물질이라니... 3의 물질이라고는 하지만 재미있는 성질을 가진 물질이군요. 샤르별에 지어진 모든 성이나 건축물의 재질을 그러한 생체화 물질을 이용해서 짓고 있다는 뜻이오?"
"그렇답니다. 우리 샤르별에서는 성이나 건축물은 물론 신선이 입고 다니는 의상의 소재, 인조인간의 피부,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체나 UFO 등의 동체를 만드는 재질 등으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첨단소재가 우스시코스라고 하는 제3의 생체화 물질이랍니다."
"UFO의 동체를 만드는 재료도 생체화 물질이었다니 처음 듣는 이야기요. 그러나 생각 같아서는 생체화 물질이 일반 금속이나 석재 같은 물질에 비해 단단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그렇지 않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우스시코스 생체화 물질은 우리 샤르별에서 가장 강하면서 부드러운 성질을 가진 물질이라고 소개할 수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물질이 물이라고 하지만, 물도 뜨거워지면 증발하고 차가워지면 얼어버리고 말지요. 하지만 제3의 물질인 생체화 물질은 뜨거워도 타지 않고 추워도 얼지 않으며 충격을 주어도 파괴되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 샤르별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물질이 우스시코스 생체화 물질이라고 장담할 수 있지요."
"세상에서 가장 강하면서 가장 부드러운 물질이 우스시코스 생체화물질이라구요?"
"생체화 물질의 특성은 강한 물질과 충돌했을 경우는 더욱 강해지고 약한 물질과 접촉했을 경우에는 가장 부드러운 성질을 발휘한다고 할까요? 그리고 다시 강조하자면, 불에도 타지 않고 뜨거운 열에도 녹지 않으며 강한 충격에도 파손되지 않는 우주의 첨단소재라고 소개해도 무방하지요."
"그렇게 불에도 타지 않고 강한 충격에도 파손되지 않는 물질로 이루어진 집 속에서 살면 아무리 무서운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벌어져도 두렵지 않을 것 같소. 그리고 샤르별에 지어진 집들은 너무나 그림 같고 아름다운 설계로 지어져 있다고 생각 드오. 우리 지구에는 아주 큰 부자나 권력자가 아니면 이러한 집들을 소유하고 살아갈 수 없는데 샤르별에서는 어떻소?"
"우리 샤르별의 인류들은 누구나 평등하게 자신이 원하는 성을 설계하고 소유할 수 있답니다. 지구처럼 부자와 가난한 자가 존재하는 세상도 아니고, 누구는 좋은 집에서 살고 누구는 나쁜 집에서 사는 제도도 없답니다.”
누구는 큰 성에서 살고 누구는 작은 성에서 살며, 크고 작은 성에 따라서 구조들도 서로 다르던데, 그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가 무엇이오? 평등한 세상이라면 다 똑같은 집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 맞지 않소?"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큰 성이 필요하면 큰 성을 가질 수 있고 작은성이 필요하면 작은 성을 가질 수 있답니다. 각자 필요한 대로 크기를 정하고 구조를 설계할 수 있지요.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누구나 평등하게 일하는 만큼 또한 무엇이나 평등하게 소유할 수 있답니다. 집도 그렇고 교통수단으로 타고 다니는 하늘자동차 춘우셔시 비행체도 그렇고, 옷이나 집에서 사용하는 문명의 이기들 무엇이나 남들과 똑같이 소유하며 살아갈 수 있답니다."
"그러면 자신이 소유하고 싶은 성은 누가 지어주오. 자신이 원하는 성의 구조를 자신들이 직접 설계하고, 필요한 자재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알아서 자급자족으로 마련해야 하오?"
집 짓는 설계에 관한 일은 사회봉사를 하는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필요한 자재는 무상으로 지원받으며 건축에 관한 일은 인조인간들이 도맡아 처리해 준답니다. 그래서 아무리 큰 성을 짓거나 복잡한 구조물이라도 집주인이 상관하고 걱정할 일은 없답니다. 시작하면 일사천리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니까요."

 

"설계도만 만들어 주면 인조인간들이 아무리 멋지고 복잡한 성이라도 잘 지어서 주인에게 헌납한다구요?"
"그럼요. 인조인간들은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으며 아무리 그림처럼 아름답고 멋진 성이라도 주인을 위해 지어주고 헌납한답니다. 그래서 인조인간들은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을 위해 참 좋은 친구들이지요."
"인조인간들을 이용해서 그림처럼 아름다운 집을 짓고 고도의 편리함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샤르별 존재들의 삶이 너무 부럽소. 그런데 샤르별의 존재들은 옷을 입는 것이나 집을 짓고 사는 것을 보면 고도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 들기도 하고, 아무리 신선들이라고는 해도 사치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샤르비네 생각은 어떻소?"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사치를 즐기기 위해 아름다운 집을 짓고 아름다운 옷을 입으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신선으로서의 존엄한 가치와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랍니다. 불로장생하는 인간은 신선이며 신선은 우주의 자유자요 주인으로서, 우주에서 신선 이상의 존엄한 대상은 존재할 수 없으며, 그 존엄한 대상들은 자신의 소중한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답니다. 우리 샤르별에서는 누구나 자신을 위해 봉사하고 스스로를 가장 사랑하며 가꾸는 자를 높게 여긴답니다. 곧 스스로를 위해 가장 잘 섬기는 자가 하늘로부터 최고의 상을 받는다고 믿고 있지요. 그러므로 스스로를 위해 아름답고 멋진 집을 지어 살고, 아름다운 의상을 지어 입으며, 품격 높은 삶을 살아감은 스스로를 위해 충성하는 일로서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랍니다."
"샤르별의 존재들은 누구나 자아의 가치를 우주에서 가장 존엄한 대상으로 여기며 살아간다는 뜻이군요?"

 

"그렇답니다. 우주의 존재는 누구나 자아의 가치를 따질 때 우주만큼 소중하답니다. 자아의 가치가 소중한 만큼 이웃과 타인의 가치도 소중하게 생각되는 것은 물론이겠지요. 샤르앙도 앞으로 자신에 대한 자아의 가치를 우주처럼 존엄하게 생각하며, 존엄한 가치로서의 품위를 간직하도록 노력해 보세요. 그럴수록 영혼과 정신세계의 가치가 높게 승화되어 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자아의 가치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어서 고맙소. 앞으로 나도 샤르별의 존재들처럼 자아의 가치를 존엄하게 생각하며, 그 존엄한 가치에 대한 품위를 잃지 않도록 애쓰겠소.”
제 충고를 바르게 이해해 주니 고맙군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샤르앙이 우리 샤르별에서 지내면서,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삶에 충실하면서 자아들의 가치를 아름답게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지 참 모습을 배우고 익히기 바래요. 그리고 우리 샤르별에 지어진 모든 집들은 신선들인 인간의 가치를 최대한 증폭시켜주는 기획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도 눈여겨 보아주세요. 인간의 가치를 증폭시켜 주는 집에서 살다보면 저절로 인격적 가치도 상승됨을 느끼게 될 거예요. 이것이 바로 신선의 도를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고 그러한 삶의 방식을 통해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누구나 신선의 자격으로 매사에 신선놀음을 즐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판단해 주세요.”
나는 앞으로 1년 동안 이렇게 아름다운 구조의 성을 소유하고 존엄한 우주존재의 가치를 최대한 즐기면서 신선놀음을 하며 샤르비네와 함께 지낼 것을 생각하니 왕보다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오. 옛날 지구의 왕들이 사치스럽고 호화스러운 궁궐에서 살아가던 기분보다 지금 나의 기분이 더욱 황홀하게 느껴지오.”

 

"우리 샤르별에서 샤르앙은 왕자처럼 귀한 신분이에요. 우리 샤르별에 살고 있는 모든 남녀들도 똑같이 우주의 왕에게서 태어난 왕자들이며 공주들이지요. 우주의 왕자가 신선이요 우주의 공주가 바로 선녀이지요. 그래서 우리 사이는 신선과 선녀이며, 샤르별에 머무는 동안은 샤르앙의 높은 신분을 마음껏 과시하며 왕자처럼 행복한 체험을 즐기다 떠나도록 하세요. 궁궐보다 아름다운 샤르별의 성에서 살다보면 스스로의 값어치가 얼마나 소중한 지 느껴지게 될 거에요. 우주의 존재들은 어떤 대우를 받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그 격이 달라져요. 낮은 대우를 받으면 낮은 품격을 갖게 되고, 왕의 대우를 받으면 왕의 품격을 갖게 되며, 짐승의 대우를 받으면 짐승의 품격으로 추락하는 것이 모든 존재의 모습이지요. 그러면 샤르앙이 신선의 품격을 지니고 싶으면 어떻게 살아야겠어요? 당연히 신선의 대접을 받으며 살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스스로 신선이라 생각하며 신선의 품격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신선이 되었지요."
이렇게 샤르비네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뜰에서 휘늘어지게 피어있는 꽃향기들이 미풍을 따라 밀폐된 벽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꽃향기뿐만 아니라 숲과 풀잎의 향기들도 상큼하게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관계없이 실내온도는 너무나 적당하고 쾌적한 분위기에 몸과 마음은 평안하기만 했다. 투명한 성의 벽으로 바라보이는 외부의 아름다운 환경과 실내의 쾌적한 분위기가 동화되면서 저절로 영혼은 안식을 느끼는 듯 했다.
외부의 온도와
샤르별의 집들은 인간가치를 높게 창조하면서 영혼의 안식을 제공하는 기능이 숨겨져 있는 비밀을 발견할 수 있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제3의 존재 인조인간

 

시뮬레이션 가상게임을 즐기고 나서 문득 바깥 정원을 내다보고 있는데 기온이 매우 급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원에서 자라고 있는 화초들이 뜨거운 기운을 참지 못하고 축축 늘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인조인간 서너 명은 벌써 정원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늘어진 화초들을 위하여 시원한 물을 뿌려주고 있었다. 정원에서 뛰놀던 동물들도 더위를 못 참겠다는 듯 인조인간에게 다가와 물을 끼얹어 달라는 표정으로 애교를 떨고 있었다.
인조인간들은 목말라하는 나무에 시원한 물을 뿌려주고 덥다고 힘들어하는 동물들에게도 시원한 물을 적셔주며 정원관리사로서의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너사미의 계절은 이제 막 초가을로 접어들고 있어서 비교적 선선한 날씨가 시작되고 있다고 하지만, 지구의 날씨로는 적도의 여름보다 뜨거운 기온이었다.
인조인간들은 그 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원에서 햇볕에 시들거리는 풀과 화초와 나무들을 위해 열심히 시원한 물을 뿌려주는 모습들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가까이 다가온 동물들에게 장난기 어린 동작으로 물을 끼얹어 주는 모습이 천진난만한 소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인조인간들은 정원의 화초와 나무와 동물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었고, 그것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물이 필요하면 물을 주고 먹이가 필요하면 먹이를 주기도 했다.
인조인간들은 높은 나무의 꼭대기에도 자연스럽게 올라 다니며 나뭇가지나 잎을 다듬어 주기도 하고, 열매를 따서 내려와 정원의 동물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샤르별의 나무들은 매우 크게 자라는데, 50미터, 100미터 이상의 키큰 나무도 얼마든지 쉽게 눈에 띄었다.
키가 높은 나무들을 인조인간들이 자유스럽게 올라 다니는 비결이 있었다. 공중으로 날아다니는 바차시 방석 때문이었다. 바차시 방석에 앉으면 나무 꼭대기나 건물의 꼭대기로 자유스럽게 날아다니며 이동할 수 있고, 실내의 높은 공간도 자유스럽게 오르내릴 수 있어 매우 편리한 장치였다.
루스버 성의 넓은 정원에는 많은 종류의 애완동물들이 살고 있었는데, 이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담당이 인조인간이었다. 그래서 인조인간이 바차시 방석을 타고 높은 나뭇가지로 날아 올라가서 맛있는 열매를 따기 시작하면, 귀여운 동물들이 벌써부터 나무 그늘로 모여들며 빨리 먹이를 달라고 응석을 부리기 시작한다. 귀여운 동물들이 높은 나뭇가지에서 열매를 따고 있는 인조인간에게 응석을 부리는 장면이 그렇게 사랑스럽게 느껴질 수 없었다.

 

샤르별의 존재들은 아무리 맛있는 과일도 입에 대는 일이 없고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입에 대는 일이 없기 때문에, 맛있는 과일이나 열매들은 언제나 동물들의 몫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샤르별에는 동물들의 먹이가 풍부하고 사람과 동물 사이의 관계가 매우 좋은 편이었다.
특히 사람과 동물들의 관계를 친숙하게 만들어주는 장본인이 인조인간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인조인간들이 사람을 대신해서 동물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인조인간들은 사람을 대신해서 쉴 새 없이 정원을 가꾸고 건물을 관리하기 때문에 루스버 성은 더욱 빛을 내며 반짝거리고, 정원의 화초와 나무와 생물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조인간들은 집 안의 정원만 잘 가꾸는 것이 아니라, 성 주변의 초원과 숲을 가꾸는 데도 항상 열심히 앞장서서 봉사하고 있었다.
샤르별의 도시와 마을의 넓은 초원에는 항상 많은 무리의 인조인간들이 떼 지어 다니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들이 보이는데, 초원에서 자라고 있는 풀과 화초와 나무들을 가꾸는 일을 모두 전담하는 것이 인조인간들의 몫이기도 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넓고 끝없이 펼쳐진 초원, 그 초원에서 자라고 있는 꽃과 나무와 열매들의 아름다운 자연의 물결, 그리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잘 어울리며 살아가는 동물들, 이런 것들이 모두 인조인간들의 희생과 봉사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소중하고 기특한 일들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인조인간들은 신선들의 손에 의해 창조된 문명의 이기들로서, 기계도 아니고 생명체도 아니지만,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제한된 감정전달이 가능하고, 높은 기능과 지식을 겸비한 제3의 존재들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3의 존재들은 4차원 문명세계의 일원으로 나날이 진화되고 있었으며, 샤르별 인류들의 영원한 충신으로 희생과 봉사를 마다하지 않는 좋은 벗들이기도 했다.
샤르비네와 내가 루스버 성 안에 설치되어 있는 미로의 방들을 찾아다니며 여러 가지 체험에 몰두하고 문명의 이기들을 즐기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우리를 수행하고 있는 시종 인조인간을 불렀다. 시종인조인간들은 우리가 어디를 가더라도 동행했고, 힘들고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 때는 수행중인 인조인간들이 시키지 않더라도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 주곤 했다.
그렇게 충직한 인조인간 수행원들을 대동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샤르별 존재들은 신선의 품위와 신선의 삶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수행원 인조인간은 어떤 일이든지 부르면 1초 이내로 달려와 얼굴을 내밀며 "친구여! 무엇이 필요해? 필요한 일은 내게 맡겨. 빨리 말해. 난 친구를 위해 무엇이든 부탁을 들어줄 수 있으니까.” 하고 겸손하고 애교스럽게 대꾸했다.
그렇게 친절하고 겸손한 인조인간에게 부탁한 일들은 무엇이나 막힘없이 잘 해결되었다. 힘든 일, 어려운 일을 무엇이나 척척 해결해 주고 들어주는 인조인간들은 만능 해결사란 생각이 들었다.
인조인간들은 참 좋은 친구들이었고, 인조인간들의 도움으로 샤르별 여행은 훨씬 편리하고 좋은 추억들을 많이 쌓아갈 수 있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실제처럼 즐기는 시뮬레이션 가상게임(신선놀음)

 

굽이보드마저 나가고 텅 빈 성에 남게 된 샤르비네와 나는 루스버가 돌아올 때까지 적적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서 4차원 가상공간의 방에 들어갔다.
샤르별의 신선놀음이라고 할 수 있는 4차원 오락프로그램인 시뮬레이션 가상게임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4차원 가상게임이었다.
4차원 가상게임은 타임캡슐을 타고 과거, 현재, 미래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새로운 세상들을 만나고 체험하는 의식진화 오락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특히 시뮬레이션 가상게임은 상상 속의 세상을 임의적으로 설계하여 실제처럼 상상속의 대상들과 만나고 체험하는 오락프로그램으로, 신선들의 의식향상과 진화를 위해 매우 유용한 가상게임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4차원 가상게임은 포스머스 영상장치에 연결되어 있는 프로그램이었고, 가상게임 프로그램은 모두 가상공간에서 실행했다. 4차원 가상공간에 나타난 프로그램의 현상은 무엇이나 실제와 다름없었다. 하늘. , 바다, 높은 산, 우주 등 어떤 대상이든 가상공간에 나타나게 해서 실제상황처럼 체험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가상공간 화면에 산이 나타나면 현실처럼 산에 오를 수도 있고, 우주가 나타나면 실제처럼 우주를 여행할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실제처럼 사랑도 나눌 수 있는 가상게임이었다.
시뮬레이션 가상게임은 손으로 하는 게임이 아니라 뇌파의 작용을 이용해서 즐기는 게임이었다. 마치 몸은 그대로 있으면서 영혼만 빠져나가서 유체이탈을 하듯 이루어지는 게임이 시물레이션 가상게임이었다.
시뮬레이션 가상게임 프로그램은 테마가 다양했다. 사랑, 여행, 창조, 영혼, 초자연세계 등 광범위한 오락과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주제들로 구성된 가상 프로그램의 내용이었다. 시뮬레이션 가상게임 프로그램은 신선들의 모든 가정에 공급되어 있고, 남녀노소 즐기는 보편적인 신선놀이 문화였다.
시뮬레이션 가상게임을 활용하면 죽지 않고도 사후세계를 체험할 수 있고, 가보지 않고도 새로운 세상들을 여행할 수 있었으며, 다가오지 않는 미래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었다.
결혼을 약속한 상대끼리는 미리 가상결혼 생활을 체험해 보고 행복을 점쳐 볼 수 있었고, 예술이나 창작활동에 몰두하는 사람들은 미리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결과를 예측할 수도 있었다.
게임의 테마 중에서 가장 웅장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우주 창조 게임이었다. 우주의 시작과 진행과정 그리고 별들이 탄생하고 사라지는 우주의 질서를 드라마처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고 우주정복의 꿈을 불태우는 샤르별 존재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는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가상게임 프로그램은 단지 재미로 즐기기 위해서 없는 사실을 즐기는 내용이 아니었고, 실제로 존재하거나 이론적으로 타당한 현상을 시뮬레이션 기법으로 실제상황처럼 체험하는 게임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우주창조 프로그램은 샤르별의 천문학자들이 무한이론의 학문적 근거로 정리한 신빙성이 확립된 내용이었으므로 우주창조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아닐 수 없었다. 우주창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체험한 후 우주창조에 대한 이해가 달라지지 않을 수 없었다.
지구에서 말하는 빅뱅론과 같은 우주창조론은 타당성이 결여된 내용이란 사실을 확인했고, 지구에서 생각하는 우주의 규모와 샤르별에서 생각하는 우주의 규모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느꼈다.
영혼의 세계를 가상으로 체험하는 시뮬레이션 게임도 흥미로웠다. 이 프로그램은 죽지 않고도 사후세계를 체험할 수 있고, 영혼의 현상과 영혼들의 세상을 실제상황처럼 느낄 수 있었다. 특별히 영혼과 사후세계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이 프로그램은 많은 흥미가 있었다.
영혼의 세계 가상게임은 가상공간의 화면 속에 영혼의 세계가 나타나고, 죽은 영혼들이 살아 있는 모습으로 돌아와 실제처럼 대면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가상화면에 나타난 가상현실의 영혼들은 친구도 있을 수 있고 원수도 있을 수 있었다.
친구의 영혼과는 그리움의 회포를 풀 수 있고, 원수의 영혼과는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다. 이러한 가상게임은 현실의 의식이 사라지고 비몽사몽과 느낌이 비슷한 꿈 속 같은 현상 속에서 진행되는 가상 프로그램의 내용이지만 유익하고 값진 체험이라고 느껴졌다.
시뮬레이션 가상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의 삶을 미리 경험해 보는 일도 재미있었다. 상상 속에서 계산한 미래의 삶을 가상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미리 체험해 보기도 하고, 또 이룰 수 없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는 꿈은 시뮬레이션 가상게임을 통해서 가상현실 속에서 성취할 수 있었다.
시뮬레이션 게임은 미리 정보가 저장된 내용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있었고, 상상적인 내용을 가상적으로 전개하면서 실제상황처럼 진행할 수도 있었다.
샤르비네와 내가 자주 즐기던 시뮬레이션 게임 프로그램은 그녀와 나 사이를 주제로 해서 두 사람 사이에 이룰 수 없는 내용을 가상현실속에서 이루어 내는 내용들이었다. 그녀와 나 사이의 만남은 정해진 시간을 채운 후 이별을 약속해 놓고 있는 처지였지만,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속에서는 영원을 주제로 게임을 진행시킬 수 있었다.
가상게임의 특징은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조정하기에 따라서 프로그램의 내용이 수시로 달라졌다. 가상게임의 내용은 저장도 가능하고 중단했던 내용을 다시 이어서 시작할 수도 있었다.
샤르비네와 나의 영원한 만남을 주제로 한 시뮬레이션 가상게임은 진행상태로 남겨두고 종료했다. 지금도 샤르별의 가상게임 프로그램 속에 샤르비네와 내가 함께 진행했던 게임의 내용은 종료되지 않은 채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시뮬레이션 가상게임 프로그램은 신선시민들의 의식수준을 높이고 잠재력과 정신세계를 확대시키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자랑거리가 될 만한 문명의 이기는 루스버 성 미로의 방마다 골고루 갖추어져 있었다. 가상의 문을 열고 미로의 방을 찾을 때마다 새로운 세상이 나타나고 새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었다. 미로의 방에 설치되어 있는 다양한 문명의 이기들은 공중으로 전파처럼 흘러 다니는 초디느(공중 에너지)에 의해 작동되고 있었다.
곧 샤르별의 상공에는 초디느라고 하는 4차원 에너지가 무한량 방류되고 있으며, 샤르별에서 사용되는 기기들은 초디느 에너지를 충전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비행하는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도 초디느 에너지를 충전 받아서 움직이고, 거대한 공장의 산업시설들도 초디느 에너지를 이용해서 작동되고 있었다.
샤르별의 각 가정에서 사용되는 문명의 이기들은 무엇이나 4차원 에너지인 초디느에 의해서 작동되지 않는 것은 없었다. 초디느 에너지는 무한량으로 샤르별의 상공에 흐르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난으로 고생할 필요도 없었다. 초디느 에너지의 생성지는 샤르별 상공의 우주타운이며, 우주타운에서 가공한 태양 에너지를 위성 중계장치를 이용해 샤르별의 상공에 방류시킨다고 했다. 곧 초디느 에너지는 태양열 가공에너지였다.
샤르별에는 전력시설도 없고 연료도 없었다.
유일한 에너지원이 태양열이었으며, 태양열을 가공한 2차 에너지를 증폭시켜서 재생산한 에너지가 초디느 공중 에너지였다. 불을 켜고 기계를 돌리고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유일한 에너지가 무동력의 초디느 에너지였다.
초디느 무동력 에너지는 무선으로 충전되기 때문에 전력을 공급할 때 필요한 유선 같은 것들이 전혀 필요 없었다.
지구처럼 전기선이 거미줄처럼 공중으로 지나다니는 현상을 샤르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진화된 장치들은 운용시스템 자체내부에 태양열을 직접 가공해서 초디느 2차에너지를 증폭시키는 기능이 탑재된 것들도 있었다. 즉 공중 에너지를 충전 받지 않아도 시스템 자체에서 필요한 무동력 에너지를 만들어 내면서 가동되는 장치들이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하늘자동차나 우주왕복선을 비롯하여 UFO 같은 비행체들은 모두 에너지재생 증폭장치를 사용했다. 에너지재생 증폭장치는 에너지를 사용할수록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고 증량되기 때문에 4차원 에너지란 이름이 붙여지고 있었다. 에너지를 사용할수록 에너지 양도 늘어나고 기기의 파워도 증가되는 이론은 우주학문인 무한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무한이론은 샤르별의 4차원 문명세계를 운용하는 기본이었다.
샤르비네와 나는 루스버 성에서 사용되는 문명의 이기들을 다양하게 활용해 보았고, 그러한 이기들은 무엇이나 사람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가정용 기기들은 무엇이나 바차시 무중력장치에 의해 집 안에서 자유롭게 공중으로 옮겨 다니며, 사람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마음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어서 사용하기에 편리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루스버 선녀의 아름다운 작은 성

 

선경세상인 보시럿이 도시에서 처음으로 신선들의 가정집을 방문한 것은 루스버 선녀가 성주로 살고 있는 작은 성이었다. 그 성의 이름을 루스버 성이라고 불렀다.
너사미 신선마을의 모든 집들은 루스버 성처럼 크고 작은 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모든 성들은 똑같은 모습이 없었으며, 다양한 구조의 성마다 가족 단위의 신선들이 오순도순 정겹게 살고 있었다.
너사미 신선마을 뿐만 아니라, 뵤시럿이 전 도시의 선경세상에 위성국가들처럼 만들어져 있는, 숫자도 셀 수 없을 만큼의 모든 마을들의 집들이 화사한 복사꽃과 어루러지며 숲속의 성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래서 보시럿이 도시 전체를 한 눈에 내려다보면 작은 성들이 무수한 별의 숫자만큼 모여서 만들어진, 성의 제국처럼 느껴졌다.
즉 샤르별의 존재들은 누구나 공평하게 아름다운 성을 소유한 성주들이었고, 아름다운 성들은 소유주 신선들의 취향에 맞춰 형이상학적이고 우주적인 철학을 깃들여서 다양한 형태로 지어져 있었다.
루스버 성을 방문했을 때, 그 기하학적인 설계의 건축양식이 한 눈에 들어오고 저절로 마음속에서 감탄이 터져 나오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섬세하고 아름다운 집을 사람이 지었을까? 신의 솜씨로 지었을까? 사람의 솜씨로 지었다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구나!'
뾰족뾰족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탑, 보석처럼 보이는 물질들로 화려하게 장식된 조각문양들, 자연발광체처럼 쉴 새 없이 반짝거리는 크고 작은 섬광, 그 화려하고 신비로움이 감도는 보랏빛 작은 성의 분위기는, 그 집의 소유주인 성주를 만나보지 않아도 고상한 취향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루스버 성의 성주인 루스버가 다름 아닌 초시의 첫째 부인이었고, 샤르비네에게는 큰어머니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샤르비네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기도 하고, 처음에는 샤르비네의 친모인 수스코가 함께 생활했던 집이기도 했다. 수스코는 현재 지구의 해저기지에서 초시와 함께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루스버 성의 옛 성주는 초시였지만, 지금은 루스버가 물려받아 새로운 소유주가 된 셈이었다.
샤르비네가 루스버 성에서 태어났을 때 루스버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났으며, 그래서 샤르비네는 루스버를 친어머니와 똑같이 생각하며 따른다고 했다.
샤르별에서는 한 신선남자가 여러 명의 선녀아내를 거느리고 살아가는 중혼제도가 통용되고 있었다. 샤르별에는 남자의 인구보다 여자의 인구가 4배 이상 많은 이유로 한 신선남자가 여러 명의 선녀아내를 두는 일은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그래서 한 남편에게 딸린 여러 명의 아내들은 대부분 한 집에 모여 함께 살아가면서, 아내들끼리 따뜻한 형제애를 발휘하며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선녀아내에게서 출산한 신선자녀이든 모든 아내의 공동자녀처럼 사랑하면서, 아름다운 가족문화를 꽃피워가고 있었다.
내가 루스버의 성을 방문하는 것은 샤르별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신선의 가정을 방문하는 셈이었다. 그래서 루스버의 성을 방문했을 때 기분은 묘하게 흥분되고 들떴다. 지구에서 바라보면 천상계라고 부를 수 있는 그곳 외계의 신선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실을 목격할 수 있는 첫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신선들은 어떻게 가정을 꾸리고 어떤 모습으로 신선놀음을 즐기며 살아갈까?'
이런 생각은 샤르별에 도착해서 처음부터 궁금하게 생각했던 문제였다.
성주 루스버가 살고 있는 보랏빛의 작은 성은 복사꽃 만발한 숲 속의 넓은 풀밭에 자리를 잡고 지어져 있었으며, 울타리도 없는 정원은 온통 보드란 풀밭과 화초들로 덮여 있고 정원의 둘레에는 울타리 삼아 기화요초들로 어우러진 수풀이 감싸고 있었다.
말 그대로 천상계의 아름다운 집이요, 무릉도원의 꿈결 같은 신선루이기도 했다.
울창한 기화요초의 수풀에는 붉거나 노란빛을 띤 열매들이 잔뜩 열려 별처럼 반짝거리고 있었으며, 작고 귀여운 새들이 나뭇잎 사이에서 지저귀며 즐거운 합창으로 재잘거리고 있었다.
운동장처럼 넓은 정원의 풀밭에는 종류도 헤아릴 수 없는 화초들이 심어져 화사한 꽃송이들이 만발하여 향기를 퍼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풀밭과 화초들 사이로 귀여운 동물들이 뛰어다니며 재롱을 부리거나 장난을 치며 노는 장면들이 무척이나 정겹고 평화스럽게 느껴졌다.
정원 옆의 숲 사이로 맑은 개울물이 흘러가고 작은 연못이 몇 개인가정원 모퉁이와 한복판에 고여 있기도 했다.
우리들은 타고 온 춘우셔시를 작은 성 주변의 풀밭에 세워두고 곧바로 울타리가 없는 루스버 성 정원으로 향했다.
그때는 마침 루스버를 비롯한 모든 신선가족들이 학교와 사회봉사를 위해 직장으로 나가고 없었고, 루스버의 친정어머니인 굽이보드 선녀가 인조인간 서너 명과 함께 집을 지키고 있었다.
굽이보드 선녀의 나이는 우주나이 330세라고 하는데, 그녀의 겉모습은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피부를 간직하고 있어 도저히 나이 든 노파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인조인간 두 명은 정원에서 풀밭을 다듬거나 화초들을 돌보며 열심히 자기 일들에 열중하고 있었다. 인조인간들은 로봇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면서 그 중간쯤의 모조생명체라고 설명할 수 있었는데, 사람하고 똑같이 생긴 모습이라든가 사람하고 똑같이 행동하는 모습들이 멀리서 보면 일반 사람들과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다만 사람하고 구분되는 특수 복장을 하고 있어서 멀리서도 인조인간을 쉽게 식별할 수 있었다.
인조인간들은 모든 신선의 가정에 3, 4명 배치되어 있었고, 이 인조인간들이 신선 가정의 모든 허드렛일과 관리를 도맡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하고 똑같은 인조인간들을 이용해서 부족한 일손들을 해결하며 초월적인 4차원 문명세계를 꽃피워 가는 신선들의 삶이 부럽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즐겁고 행복한 일을 겪으면 '신선놀음 같다.'고 하지만, 진짜 신선놀음을 즐기며 살아가는 존재들이 샤르별의 신선들이었다.
인조인간들은 신선들의 수행원이요 비서이며 머슴과 같은 존재들이기도 했다. 인간이 인간을 종으로 삼거나 신선이 신선을 머슴으로 부릴 수 없다는 관점에서, 인간과 똑같거나 불사신과 같은 인조인간을 창조해서 머슴이나 종처럼 부리고 있는 4차원 문명세계의 신선들이 지혜로운 존재라고 생각되었다.
루스버 성에 소속된 인조인간 관리인들은 신선들의 심부름도 하고 어렵고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며, 건물관리나 정원을 가꾸는 일 등을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었다. 신선들의 가정인 작은 성들은 정원이 넓기 때문에 인조인간들이 해야 할 역할들이 많았다. 루스버 성을 방문했을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정원 일에 열중하고 있는 인조인간들의 모습이 여간 기특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루스버의 친정어머니인 굽이보드는 인조인간들에게 정원 일을 맡겨놓은 채 풀밭에서 아름다운 음악에 심취하며 우아한 몸짓으로 우주 활력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우주 활력무는 몸속에 우주에너지를 증폭시키는 춤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춤동작에 도취되어 누가 집 안에 들어서는 줄도 모르고 음악에 맞춰 우주 활력무에 열중하고 있는 굽이보드 선녀에게 우리는 차마 방문했다는 인기척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그냥 굽이보드의 춤이 멈출 때까지 곁에서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우주나이 330 세 선녀의 춤동작이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하게 느껴지고 하늘의 여신이 하강하여 무아경지의 춤 솜씨를 선보이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굽이보드는 마치 우리들의 방문을 예견하고 준비하고 있다가 환영행사로 아름다운 춤판을 벌리는 것 같았다.
춤이 끝나고 나중에야 우리들이 성 안에 도착한 사실을 눈치 챈 굽이보드가 샤르비네를 발견한 후 반갑게 맞이했다.
"어머나. 이게 누구니? 사랑하는 나의 손녀 아니가 아닌가? 우주기운 충만! 우주기운 충만! 사랑하는 나의 손녀, 우주기운 충만! 그동안 못 본 사이에 이렇게 의젓하고 대견하고 아름다운 선녀로 변해 있다니. 이 할미는 우리 손녀가 보고 싶어 얼마나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렸다구...."
샤르비네가 사랑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다가와 반가움을 표시하며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고 재촉했다.
천상의 여신처럼 보이는 굽이보드 선녀가 그처럼 다정하게 반겨주니감회가 새롭지 않을 수 없었다.
굽이보드와 아니 사이에는 실제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의 관계였지만, 굽이보드는 언제나 샤르비네를 친손녀처럼 생각하고 만날때마다 극진한 애정으로 보살피며 무슨 청이든지 다 들어주려고 애쓴다고 했다.
굽이보드를 뒤따라서 성 안에 들어가 보니 각각 용도가 다른 방들이 여러 개 만들어져 있었다. 방들의 용도는 침실, 문화실, 작업실, 소장실, 의료실, 청정실, 그 외 용도를 알 수 없는 방들이 미로처럼 연결되며 몇 개인지 모르게 만들어져 있었다.
문화실은 신선의 식구들이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오락을 즐기거나 휴식을 취하는 넓은 공간이었고 그 안에 4차원 문명세계의 이기들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었다.
문화실에 갖추어져 있는 문명의 이기들은 포스머스 영상장치, 시스며 의료장치, 화상통신장치, 신선놀음을 즐기는 가상체험 시스템, 전자책 등이었다.
이러한 기기들은 대부분 4차원 전자두뇌라 불리는 이이머 장치가 탑재되어 있었다. 이이머 장치는 성능이나 용도에 따라 전자두뇌 등급이 다르게 부여되어 있었으며, 전자두뇌 등급은 수스탸로 표시했다. 수스탸 단위가 높을수록 고도지능을 발휘하고, 수스탸 단위가 낮을수록 낮은 기능을 발휘했다.
문화실에 놓여 있는 문명의 이기들 중 시스며 의료장치는 350수스탸, 포스머스 영상장치는 150수스탸, 전자책 기능은 120수스탸 등이었다. 참고로 교통수단으로 타고 다니는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는 220수스탸급이었고, 루스버의 성에서 관리를 하고 시중을 들고 있는 인조인간의 지능은 40수스탸였다. 40수스탸 인조인간이라 해도 지구 인류들의 지능지수로 환산하면 IQ 300 정도의 지능을 보유했으니까 꽤 똑똑한 편이었다.
샤르별에서 사용되는 문명의 이기들은 대부분 이와 비슷한 기능을 지니고 있었다.
샤르별 존재들의 평균 지능지수는 60수스탸에 달하는데, 지구인류의 IQ로 환산하면 500이었다.
즉 샤르별 신선들의 평균 지능은 IQ 500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소장실에는 주로 신선 식구들이 취미로 수집한 애장품들, 취미로 만든 창작물들, 선물 받은 귀중품들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었다.
소장품들 중에는 최근의 물건도 있지만 수천, 수만 년이 지난 아주 오래된 골동품도 있고, 특별하게 추억을 간직하고 있거나 역사적 의미를 보유한 물건들도 있었다. 그래서 소장실에 들어가면 특별한 추억이나 기억을 더듬을 수도 있고 새로운 역사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경우도 있었다.
신선들은 특별하게 개인의 재산이라든가 소유의 개념이 희박하지만 소장실의 물건들만은 소중하게 생각하고 간직하는 습관이 있었다.
작업실에서는 주로 가족 구성원들이 개인의 취미를 살려서 여러 가지 발표, 전시, 훈련 등을 하는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신선은 작곡, 연주, 성악연습, 발표회를 하는 공간이고, 미술을 좋아하는 신선은 작품을 연습하고 전시하는 공간, 춤을 좋아하는 신선은 춤을 연습하고 발표하는 공간 등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신선들이라고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아도 초월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무한한 노력과 수련을 거듭해서 초월적인 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작은 성에 살고 있는 신선의 가족들은 모두 개별 작업실을 소유할 수 있고, 개별 작업실은 가상의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공간의 크기는 무한한 확대와 축소가 가능했다. 또한 작업실의 가상공간에는 가상의 개인교수, 가상의 무대와 전시실, 가상의 청중과 관객들이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항상 신선 가족들은 개별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취미를 살려 가상의 훌륭한 지도자로부터 개인교습을 받을 수 있고, 항상 준비되어 있는 가상의 청중과 관객들 앞에서 발표회도 가지고 전시회도 열수 있었다.
신선은 그냥 신선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의료실은 매일매일 신선 가족들의 건강검진과 진료가 이루어지는 가상병원이었다. 의료실에는 시스며라고 하는 의료캡슐이 놓여 있는데, 그 안에 누우면 몸 속의 현상들이 가상화면으로 나타나 눈 앞에 보이고, 건강의 이상이나 장애가 나타나면 가상의 의사가 진료도 해주고 치료도 해주는 의료시스템이었다.
작은 성 가족들은 매일매일 의료실에 들러 가상의 평생주치의로부터 건강검진과 진료를 받기 때문에 항상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3,4백 년을 불로장생한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청정실은 집 안의 모든 오염을 정화시키는 시스템이었다.
청정실에는 목욕실, 세탁실, 정화장치 등이 갖추어져 있었는데, 아무리 오염되고 더러워진 것도 청정실의 시스템을 거처가면 새것으로 변했다. 집 안의 티끌 하나 오염물질 하나도 정화되지 않는 것이 없고,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도 청정실의 시스템을 통해 해독되지 않는 것들이 없었다.
그래서 신선 가족들은 항상 무독청정함의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고, 집 안에서 오염된 폐수 한 방울 밖으로 흘려 보내는 일이 없고, 오염된 공기나 생활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일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 외 용도를 알 수 없는 다양한 방들이 가상공간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가상의 문을 열고 가상의 방들을 찾아가면 생각지도 못했던 가상의 세상과 가상의 현상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상의 공간에서는 찾아가지 못하는 세상이 없었고, 만나보지 못 할 존재들이 없었으며, 체험하지 못할 일들이 없었다.
가상의 공간은 신선 가족들이 이루고 싶은 모든 일들을 체험하고 이루게 하는 꿈의 공간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특별한 용도의 방들을 소개할 수 있지만, 음식을 조리해 먹는 장소나 화장실 용도로 만들어진 구조는 없었다.
샤르별의 존재들, 뵤시럿이 선경세상의 신선시민들, 너사미 신선마을과 작은 성의 신선 가족들은 누구도 밥을 먹는 일이 없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이 없으며 그 때문에 소변이나 대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들락거리는 일들도 없기 때문에, 소위 취사실이라고 하는 주방이나 용변 보는 화장실 같은 구조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과히 신선의 삶은 무언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성의 실내 공간들은 대부분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매우 넓고 높게 만들어져 있었는데, 직경이 25미터에 이르고 높이도 10미터에 달하는 넓은 공간도 설치되어 있었다.
그 넓은 공간에 놓여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바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차시의 무중력 기능에 의해 천정에 붙어 있거나 공중에 높이 떠 있었다. 공중에 떠 있는 물건들이 전자조정 장치를 이용하면 이리저리 위치를 옮겨 다니기도 하고 바닥으로 내려앉기도 했다.
침대도 바차시 기능이 있어서 침대에 누운 채 공중에 떠다니며 잠을 잘 수 있었다. 또 바차시 기능이 있는 전자방석에 올라타면 집 안의 높은 곳을 맘대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공중으로 이동할 수 있고 집 안을 수리하거나 관리하는데 매우 편리하게 이용했다. 바차시 방석은 공중이동 사다리인 셈이었다.
지구인들이 생각하면 마술방석처럼 느껴질 것이다.
바차시 방석은 실내에서 뿐만 아니라 높게 자란 나무들을 관리하고 높은 건축의 지붕 등을 관리할 때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어 모든 가정의 필수품이었다.
작은 성은 이처럼 신선으로 구성된 한 가족들이 살아가기에는 내부적으로 너무 규모가 큰 미로의 방들로 이루어진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는데, 누군가 앞장서서 안내하지 않으면 함부로 이 방과 저 방을 돌아다니다가 어떤 미로의 방에서 차단되어 방황하게 되는 촌극을 빚지 말라는 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작은 성의 내부구조는 그 성의 주인과 가족들이 가장 잘 알고 있고, 그 주인이나 가족들의 안내를 받은 후에야 작은 성의 모든 구경을 만족하게 끝낼 수 있었다.
샤르별에는 이처럼, 모든 세상과 연결된 가상의 방들과 미로의 방들을 가지고 있는 크고 작은 성들이 모든 선경세상의 도시와 신선마을에 만들어져 있고, 샤르별의 신선들은 누구나 아름다운 성의 소유자가 되어 성주로서 신선놀음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었으니, 4차원 문명세계의 실상을 소개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아닐 수 없었다.
굽이보드는 우리를 미로의 방들로 만들어져 있는 아름다운 성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맨 먼저 생활관으로 안내했는데, 어디선가 자연풍같은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실내는 상쾌한 공기와 함께 시원했으며, 특히 코끝을 감미롭게 하는 향기가 집 안에 가득해서 기분이 좋았다.
감미로운 향기는 다른 데서 나는 것이 아니라 향불램프에서 타오르는 향기의 냄새였다. 생활관 중앙의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아름다운 장식의 향불램프에서는 향기 오일을 태워서 그 냄새로 집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향불램프는 신선들이 모든 건물이나 집에서 필수품으로 사용하는 물건이기도 했는데, 여러 가지 향기 오일을 램프에 태워서 그 향기를 맡으며 살아가는 것이 신선들의 오랜 전통이었다.
그 향기로운 생활관의 방으로 안내한 굽이보드 선녀는 우리를 푹신한 의자에 앉게 한 후,규시아 향료수를 가져와 수정으로 만들어진 테이블 위에 놓으며 한 잔씩 마시라고 권했다. 규시아 향료수는 신선들이 즐겨 마시는 신선주로서, 항상 작은 피라미드 속에 보관해 두었다가 우주 에너지를 증폭시킨 후 마시고 있었다. 바깥 날씨가 후덥지근해서 목마르던 터에 향료수 한 잔을 마시고 나니 기분이 매우 상쾌해졌다.
그리고 굽이보드는 소녀처럼 수줍은 표정으로 우리에게 꽃 한 송이씩을 전달하며 루스버 성 방문을 환영해 주었다.
샤르별 선녀들은 누구나 반가운 신선이 방문하면 꽃을 준비해 두었다가 한 송이씩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꽃을 전달하는 풍습도 있었는데, 남성이 꽃을 받아주면 사랑을 받아주는 표시이고 받아주지 않고 향기만 맡은 후 되돌려 주면 사랑을 거부하는 표시였다.
굽이보드는 우주나이 330 세라는 고령의 선녀였지만 외모로 보아서는 미모의 젊은 여성으로 보였고 약간 수줍어하는 표정은 소녀의 풋풋한 모습 그대로였다.
이처럼 굽이보드 선녀의 정중한 환영을 받은 후 우리는 청정실로 들어갔다. 바깥 기온이 후덥지근했던 터라 땀에 젖은 몸을 씻기 위해서였다.
청정실은 욕실처럼 몸을 씻는 장소이면서 옷이나 더러워진 물건들을 세탁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청정실에 들어가니 작은 수영장 같은 욕탕에서 맑은 물이 샘솟고 있었으며, 그 안에 옷을 벗고 들어가니 냉탕에 들어 온 것처럼 시원했다. 욕탕은 헤엄을 쳐도 좋을 만큼 실내 수영장처럼 넓었다.
샤르비네와 나는 한참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욕탕에서 놀다가 밖으로 나왔다. 욕탕에서 나올 때 샤르비네가 향기 나는 물을 내 몸과 그녀의 몸에 뿌렸다. 시원한 물로 몸도 씻고 몸에서 맡기 좋은 향기도 나니기분은 더욱 좋아지는 것 같았다.
청정실에서 나오니 굽이보드는 의료실의 시스며 의료캡슐 속에 누워서 일일검진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일일검진은 샤르별의 신선들이 불로장생하며 신선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성의 가정에 비치하고 있는 셀프 의료서비스였다.
시스며 의료캡슐에 들어가 누우면 셀프 의료서비스가 시작되고, 현재의 건강상태라든가 질병의 유무를 비롯하여 부족한 운동량까지 체크해서 건강한 몸과 불로장생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므로 신선들은 평생동안 작은 질병 하나 치르지 않고 오래 건강한 삶을 누린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시스며 의료캡슐은 의술을 발휘하는 만병통치의 4차원 의료장치이면서 신선들의 개인별 주치의였다.
굽이보드가 우주나이 330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소녀처럼 아름다운 피부와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모든 가정의 평생주치의인 시스며 의료장치 덕택이라는 판단은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샤르별 신선들은 몸이 아플 때나 건강을 검진할 때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집안의 4차원 의료실에 설치되어 있는 시스며 의료장치를 이용했다.
시스며 의료장치는 샤르별 신선들의 모든 가정에 보급되어 있었는데, 이것을 이용하면 모든 질병의 진단과 치료가 가능했다. 350수스탸급 전자두뇌 이이머로 운영되는 시스며 의료장치는 질병을 진단하는 기능, 치료하는 기능, 건강을 증진시키는 기능 등의 종합적인 의료기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샤르별 신선들은 매일 같이 몸이 아프든 건강하든 정기적으로 시스며 의료장치의 건강검진을 받으며 건강생활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샤르비네와 나도 연구소를 나서기 전 벌써 시스의 건강검진을 받고 나온 터였다.
굽이보드가 시스며의 건강검진을 받고 있을 때 인조인간 한 명이 곁에 따라 붙어 시중을 들고 있었다. 아까 정원에서 풀을 뽑으며 일을 하던 슫이처유란 인조인간이었다. 슫이처유 인조인간은 굽이보드의 건강검진 결과를 체크하고 있었는데 매일 같이 해오는 일인지 시중드는 모습이 의사나 간호원처럼 능숙해 보였다.
시스며 의료캡슐의 작동이 종료되더니 굽이보드가 그 안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건강검진을 마치고 나온 굽이보드에게 샤르비네가 상냥하게 다가가며 이렇게 물었다.
"할머니 검진결과가 좋으세요?"
그러자 굽이보드는 밝은 웃음을 띠우며 소녀처럼 활달한 표정을 지었다.
"쾌청이야."
건강상태가 아주 양호하다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내 생명의 시계는 앞으로 47년이야.” 하고 묻지도 않은 질문에 대답했다.
굽이보드가 앞으로 육체의 몸을 지니고 생존할 수 있는 예상수명이 우주나이로 47년 남았다는 뜻이었다. 샤르별의 신선들은 모두 자신의 예상수명을 알고 있었는데, 시스며 의료장치의 기능으로 그러한 데이터가 산출되고 있었다.
시스며 건강검진을 마친 굽이보드는 무언가 외출준비를 서두르며 인조인간 슫이처유를 불렀다.
"슫이유! 슫이처유!"
금세 정원으로 나갔던 슫이처유는 굽이보드가 부르는 소리에 잽싸게 다가와 대답했다.

 

불렀니? 굽이보드?"
그래 슫이처유, 붐아를 끌고 와, 산보를 다녀올게."굽이보드는 다정한 친구에게 말하듯 대답했다. "그래 알았어. 금방 끌고 올게.”
슫이처유는 숲으로 달려가더니 사슴보다 조금 큰 붐아란 동물을 끌고 왔다. 붐아는 신선들이 말처럼 이용하는 동물이었다. 붐아를 타고 정원을 산책하기도 하고 빠른 속도로 초원을 달리기도 하는 것이 신선들의 취미였다.
또한 굽이보드 선녀와 인조인간 슫이처유의 대화 내용을 들었듯이, 샤르별의 인류들은 곁에서 시중드는 인조인간들과 친구처럼 지내며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는 습관이 있었다.
굽이보드는 슫이처유가 끌고 온 붐아 위에 젊은이의 행동처럼 날렵하게 올라타며 정원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샤르비네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손녀님! 할머니 운동 다녀오마……. 오늘 건강검진으로 처방된 운동량을 채워야 해. 1시간은 붐아 달리기이고 30분은 걷기야."
굽이보드가 급하게 붐아를 타고 달리기를 하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즉 굽이보드 선녀는 취미로 붐아 달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며 의료장치가 지정한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시스며 의료장치로 일일 건강검진을 받으면 그날 실시할 운동의 종목이나 운동량이 처방되는데, 신선들은 그러한 운동량을 성실하게 실천하고 있었다.

 

즉 신선들은 아무렇게 살아도 불로장생하는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정확한 몸 관리를 하는데서 얻어지는 결과일 뿐이었다.
굽이보드는 그러한 운동량을 달성하기 위해서 붐아를 타고 초원으로 나가려는 중이었다.
샤르비네와 내가 굽이보드에게 "몸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하고 인사를 하자 그녀는 그래 알았어.” 하고 붐아를 힘차게 몰더니 쏜살같은 속력으로 성 밖 넓은 초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날렵하게 생긴 붐아 위에서 낮게 엎드려 긴 머리를 바람에 날리며 초원을 달려가는 굽이보드 선녀의 모습이 세련된 여승마사처럼 당당하게 보였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샤르별의 초월적인 문화시설

 

다음에 방문한 장소는 신선들의 여가와 문화생활을 위해 지어진 문화관이었다.
문화관은 넓은 초원과 맑은 호수들이 잘 조성되어 있는 넓은 자연세계의 공간이었는데, 그 넓은 공간에 높고 낮은 성들이 복사꽃과 수풀에 가려진 채로 꿈결의 모습처럼 지어져 있었다.
문화관의 본관 건물은 지붕이 뾰족뾰족하고 높이가 200미터에 이를만큼 초고층 초대형의 빗살탑의 성이었으며, 본관 건물을 중심으로 형이상학적 부속 건물들이 아름답게 지어져 있었다.
문화관 주변에는 복사꽃이 만발해서 구름바다처럼 피어 있었고, 또다른 화초와 식물들도 복사꽃과 조화를 이루며 천상의 별천지를 연출하고 있었다.
부속 건물들은 용도에 따라 여러 가지 복합적인 구조와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다. 성으로 이루어진 건물들의 특징은 유리로 만든 창문들이 전혀 나 있지 않고 거의 다 밀폐된 공간들처럼 보였지만 안에 들어가면 투명하게 외부가 훤히 내다보이고 통풍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들이 지구의 건축물과 비교해서 색다르게 느껴졌다.

 

문화관에는 신선과 선녀들이 초월적인 삶을 즐기고 여가와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총체적으로 갖추어져 있었는데, 4차원 문명세계의 모든 진가가 발휘되는 장소이기도 했다.
문화관에는 특히 가상세계를 체험하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가상공간의 건물들이 많이 지어져 있었다.
문화관에서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체험했던 교육적 내용과는 달랐고, 신선들이 우주를 무대로 초월적인 삶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었다.
즉 가상공간의 가상세계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현실세계에서 체험하기 힘든 다양한 현상들을 입체적으로 체험하면서 신선들의 정신수준을 향상시킨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우주관의 가상공간 건물에 들어가면 자신의 몸이 직접 우주의 공간에 진입하여 우주에 떠 있는 천체들과 은하의 세계를 실제와 같은 느낌으로 여행하는 기분을 즐길 수 있었다. 가상공간의 우주여행을 하면서 외계의 존재들을 만나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고, 외계의 생명체들을 손으로 만지며 실제의 느낌으로 생태현상을 관찰할 수도 있었다.
영적인 세상이나 신들의 세상도 가상공간에서 만나고 체험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우주는 다차원의 세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다차원의 세상들을 현실세계의 몸으로 여행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가상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어떤 차원이 다른 세상도 공간이동으로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했다.
우주 다차원의 세상들은 미로와 같은 통로와 출입문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가상체험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다른 차원의 어떤 세상도 자유
롭게 공간이동을 통해서 그 세상의 다양한 현상들을 체험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가상체험 프로그램은 과거, 미래, 현재를 타임머신으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고, 다차원과 미지의 세상을 공간이동으로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신선놀음이었다.
이처럼 문화관의 가상공간에서는 신선시민들이 체험하고 싶은 어떤 내용도 마음껏 체험할 수 있었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시공을 초월한 삶을 체험할 수 있었다.
문화관에는 문화, 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신선놀이를 즐길 수 있는 4차원적 시설들이 4차원적 공간에 가득 채워져 있었다. 대부분의 신선시민들은 하루 25시간의 여가를 이곳에서 보내며 자신들이 쌓아 온 신선으로서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문화회관은 신선들의 모든 욕구가 분출되는 장소이기도 했고, 신선시민들의 우정과 사랑과 화합정신이 무르익어 가는 장소이기도 했다.
샤르별의 존재들이 항상 폭넓은 안목과 이웃에 대한 배려와 대아적 신선의식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것은, 모두 이런 우주적인 문화환경의 아름다운 조화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4차원 교육시설

 

너사미 신선마을의 상공을 순회하며 복사꽃 물결이 꿈처럼 펼쳐진 무릉도원 선경세상 모습들을 이모저모 살펴본 후 지상으로 내려왔다.
하늘에 떠 있던 하늘자동차가 땅에 내려앉을 때 잠자리처럼 가볍고 사뿐한 동작이었다. 선체에 전달해 오는 작은 충격도 발생하지 않았다.
땅으로 내려와 풀밭의 적당한 장소에 춘우셔시를 세워두고 샤르비네의 옛 모교로 향했다. 샤르비네가 세 살 때부터 신선교육을 받았던 스디오시란 이름을 가진 학교였다.
스디오시 학교의 전통은 자그마치 25백 년, 놀라운 전통에 걸맞도록 위대한 스승도 그 학교에 있었으니 녀추시, 쿠비, 츠디므, 티디 등의 이름을 가진 신선들이었다.
오랜 전통과 위대한 스승이 가르치고 있는 스디오시 신선학교에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훌륭한 품격을 갖춘 신선들이 배출되었으리란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신선학교 건물은 높은 피라미드 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부속건물들이 복합적 구조의 조화를 이루면서 입체적으로 지어져 있었다. 피라미드 성을 둘러 싼 신선학교의 입체적인 교육시설 속에는 하늘과 땅의 이치를 터득할 수 있는 우주공간, 해양공간, 생물체험관, 식물체험관, 지질체험관을 비롯한 영계와 신명계 등 초월적인 세상을 체험할 수 있는 무한이론의 공간들이 잘 마련되어 있었다.
무한이론이란 샤르별에서 우주첨단문명을 등장시킨 초월주의 사상의 핵심적 논리라고 설명할 수 있었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육적 핵심이 초월주의에 입각한 무한이론이었다.
초월주의적 무한이론이 샤르별의 존재들을 인간에서 신선으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곧 샤르별의 존재들은 걸음마를 떼면서부터 교육을 통해 초월주의에 빠져 살아간다고 볼 수 있었는데, 물질론적 유한이론에 반한 초월주의가 현실세계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지구에서는 올바른 인성을 함양시키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목표라면 샤르별에서는 올바른 신선의 자질을 함양시키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목표란 사실을 스디오시 신선학교를 방문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
스디오시 신선학교의 교장이랄 수 있는 총책은 녀추시란 이름을 가진 우주나이 300세의 신선이었다. 우리들 방문을 반겨주는 녀추시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우주나이 300세는 지구나이로 환산해서 1,000세가 넘은 초고령이었다.
그 초고령의 신선은 외모로 보아서 건강한 젊은이처럼 보이고, 신비의 기운이 온몸에서 발산하고 있었다.
내가 먼저 녀추시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들 지구에서는 초월주의 같은 비현실주의자들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고, 때로는 정신병자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샤르별에서는 태어나서부터 모든 존재들이 무한이론이라고 하는 초월주의에 빠져 상상불가의 4차원 문명세계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비현실주의 삶이 샤르별에 뿌리를 내리게 된 동기를 들려주십시오."
녀추시는 웃으며 이런 대답을 들려주었다.
"지구에서는 비현실주의가 우리 샤르별에서는 현실주의이고 샤르별에서 비현실주의는 지구에서 현실주의가 될 뿐이다. 지구의 존재들은 물질주의의 유한이론에 길들여져 있고 샤르별은 초물질적 무한이론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샤르앙과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우주의 질서는 유한이론이 아닌 무한이론을 근거로 이루어지고, 보이는 현상보다 보이지 않는 현상의 영향을 받아 우주의 섭리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바르게 이해하도록 하여라.”
"그러면 지구에서 살아가는 존재들과 샤르별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은 다 같이 육신의 몸을 입고 있는데, 지구의 존재들은 인간이라 하고 샤르별의 존재들은 신선이라 칭함이 어떤 원리일까요?"
"의식의 차이이다. 샤르별의 존재들과 지구의 존재들이 다 같은 육신을 한 모습이지만, 지구에서는 인간으로 살고 샤르별에서는 신선으로 살아가는 이유가 의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어떤 의식의 차이가 있을까요?"
"육신은 물질인 것 같아도 사실은 그 근원이 빛의 구조이다. 육신을 이루고 있는 세포를 마지막까지 분해하면 빛의 알갱이만 남는데, 그 이유는 우주의 모든 물질이 빛의 에너지에 의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육신의 근원적 구조가 빛이기 때문에 육신의 존재들이 물질세상에 태어나 살더라도 빛의 의식을 품으면 초월적인 신선의 몸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즉 육신의 생각을 가지면 육신의 존재이고 빛의 존재감을 가지면 빛의 존재로 화하는 것이 우주의 섭리이며 원리라는 사실을 명심해 두길 바란다. 이런 의미에서 지구의 존재들은 물질의 의식으로 살고 샤르별의 존재들은 빛의 의식으로 살아간다는 점이 서로 다를 것이다.”
물질의 의식과 빛의 의식의 차이에 의해서 지구와 샤르별이라고 하는 이질적 문명의 세상을 우주에 나타나게 하였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 지구에서는 물질의 이론을 바탕으로 지구의 존재들을 교육시키고 샤르별은 빛의 이론으로 샤르별을 훈련시킨 결과에 따라 이질적 문명의 세계가 우주에 등장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물질적 이론은 유한이론이요, 빛의 이론은 초월적인 무한이론으로서, 유한이론과 무한이론 양자 모두 현실세계를 반영한 것이다. 그래서 어떤 세상이 현실세계이고 어떤 세상이 비현실세계라고 하는 설명은 잘못이란 점을 인식하길 바란다."
 
이러한 대화에서 읽을 수 있듯, 샤르별의 존재들은 어려서부터 물질의식을 머릿속에 주입시키지 않고 초월적 빛의식을 주입시켜 신선이라고 하는 초월적 존재로 양육시키고 있었다.
우주의 존재들은 누구나 스스로를 물질이라 생각하면 물질이요, 빛이라 생각하면 빛이라는 사실이 신비로운 각성이 아닐 수 없었다.
이처럼 초월적인 빛이론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샤르별의 신선학교에서는 어린 학생들부터 성장한 학생들까지 각각 수준에 맞춰 교육을 진행시키고 있었는데, 어린 학생들은 풀밭에서 뒹굴면서 자연과 친숙해지는 훈련을 먼저 받고 있었다.
그리고 좀 더 성장한 학생들은 대부분 가상교육 프로그램에 의지하여 4차원 문명세계에 걸맞는 초월적 입체교육들을 받고 있었다.
그러한 빛이론 교육방식을 4차원 신선학습 프로그램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었고, 4차원 신선학습 프로그램은 교육과정에 대한 체험, 실습. 응용, 평가의 4단계 방식으로 실시하면서 신선으로서의 자질을 완벽하게 훈련시키고 있었다.
체험단계는 초월적 교육과제에 대한 내용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확인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힘을 길러주는 학습단계였고, 실습단계에는 주어진 과제들에 대한 무한이론적 원리들을 규명하면서 결과에 미치는 영향들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학습단계였고, 응용단계는 실습단계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현상들을 새롭게 창조하는 힘을 길러주는 학습단계였으며, 평가의 단계는 응용과 창조의 내용들을 평가하여 모순을 걸러낸 진실만으로 현실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최종 학습단계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이처럼 지구의 상식으로는 비현실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빛이론의 초월적 교육방식이 샤르별에서는 현실적 감각으로 적응하면서,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초현실세계의 문명을 교육받고 있었던 것이다.
 
신선학교는 지구에서 말하는 기본의무교육제도라고 설명할 수 있었으며, 신선학교 교육기간은 23년이었다. 지구의 시간으로 따지면 100년 가까운 교육기간이었다. 23년 간 배우는 학습내용 중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분야가 학생들에게 신선의 소양을 완벽하게 길러주고 훈련시키는 교육과정이었으며, 이 교육을 마친 후에 완벽한 신선의 자질을 갖추고 우주의 자유자로, 샤르별의 구성원으로 행동할 수 있었다.
물질이론에 바탕을 둔 지구의 현실교육은 오히려 넘지 못할 현실의 벽과 삶의 장애를 양산한다면, 샤르별의 초월적 빛이론 교육은 오히려 현실의 벽과 삶의 장애를 무너뜨리고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문명을 창조하는 무한이론 교육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체험교육의 수단으로는 가상체험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었는데, 초월적인 신선의 삶을 실제로 느끼고 체험하는 단계의 초월적 무한이론 교육이었다.
가상체험 학습프로그램은 현실의 세상을 가상공간에 나타나게 해서 실제와 같은 느낌으로 체험하게 하고 학습하게 하는 가상입체교육 수단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우주를 체험하고 싶으면 가상공간에 우주가 나타나게 해서 학습자가 우주공간을 날아다니며 신비한 별을 찾아가서 마음에 품고 있는 의문을 풀 수 있었다.
해양생태계를 체험하고 싶으면 가상공간에 해저의 모습이 나타나게 해서 학습자가 바다 속을 이동하며 실제처럼 모든 것을 느껴보며 알고싶은 수수께끼들을 풀어갈 수 있었다.
가상체험 학습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깊은 땅속에도 들어가 볼 수 있고, 밀림의 생태계를 탐사할 수도 있으며, 생명체의 내부세계를 해부하면서 생명의 신비를 체험할 수도 있었다.
학생들은 이러한 가상체험 학습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우주와 자연세계, 물질과 생명의 세계들을 실제처럼 체험하고 학습하면서 신선으로 우주에서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을 터득한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이렇게 초월적 교육방식으로 훈련된 신선학생들은 지도하는 스승들과 격의 없는 토론을 반복하며 4차원 문명세계의 일원으로 훌륭하게 성장해가고 있다고 소개할 수 있었다.
참으로 부러운 신선학교의 초월적 교육환경의 면모였다.
 
샤르비네는 자신을 23년 간 가르치고 지도해 준 은사를 만나서 나를 소개해 주기도 하고 그동안 경험했던 내용들을 들려주며 은사와의 친밀함을 나타냈다. 마치 부모와 자식간에 오가는 대화의 내용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샤르별에서는 신선학교에 입학함과 동시에 학생을 23년 간 전담지도를 맡게 될 스승이 배정되며, 한 번 배정된 지도 스승은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교체되는 일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23년간 학생과 스승의 관계로 맺어진 사제간의 인연이 부모와 자식의 인연처럼 깊은 정이 쌓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샤르비네를 가르쳐준 은사의 이름은 시디우라고 하는 신선이었는데, 나는 시디우에게 학교교육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질문했다. 그중에서도 가상체험 교육프로그램을 위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방법이 특이하게 생각되어 그 방면에 대한 질의를 많이 했다.
시디우는 가상체험 교육프로그램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들은 단지 지식이라는 이론만을 머릿속에 숙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바탕으로 현실세계에서 유용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있는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실적인 체험과 현실적인 훈련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러한 모든 현실교육을 현실의 현장에서만 실시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는 법이다. 말하자면 학생들이 배워야 할 학습의 과제들 중에는 생명에 관한 분야도 있고, 자연에 관한 분야도 있고, 우주에 관한 분야도 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생명의 교육을 시키기 위해 모든 생명을 분해해서 가르칠 수 없고, 자연교육을 시키기 위해 모든 자연을 실제로 해부하면서 체험하게 할 수는 없으며, 우주교육을 시키기 위해서 모두 우주로 데려다가 교육을 시킬 방법은 없다는 뜻이다. 물론 제한적인 체험은 가능하겠지만 포괄적이고 전체적인 교육이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생명과 자연과 우주에 관한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현장학습을 위해서 실제와 같은 느낌으로 체험하고 익힐 수 있는 가상체험 교육프로그램이 요구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해 줄 수 있겠구나."
이러한 시디우의 설명을 듣고 나서 나도 가상체험 교육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체험하고 싶은 가상체험교육프로그램은 생명에 관한 분야였다.
시디우는 나의 요구대로 생명현상 체험을 할 수 있는 가상체험 교육관으로 안내했다. 생명현상 가상체험 교육관에는 사람, 동물, 식물, 미생물 등 모든 생명분야의 체험이 가능한 방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즉 사람생명의 가상체험을 위해서는 사람생명 가상체험방으로, 식물생명의 가상체험을 위해서는 식물생명 가상체험방으로 들어가면 그것들의 가상체험을 실제처럼 진행할 수 있었다.
생명현상 가상체험 교육관에는 몇 개의 체험방이 만들어져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가상의 체험방들은 가상의 공간 속에 존재하므로, 물질공간의 개념과는 다르게 무한한 숫자의 체험방을 만들 수 있었다.

 

가상체험방은 가상공간이지만 현실공간처럼 문을 여닫고 출입했다. 퍼즐처럼 만들어진 무한한 숫자의 가상 체험방들은 각각의 특색이 있었다.
특색이 다른 가상체험방들을 출입할 때마다 새로운 모습의 생명현상을 체험할 수 있었다.
가상체험방에 나타나는 생명의 현상은 천태만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생명의 현상은 인간의 살아가는 모습, 동물과 식물이 살아가는 모습, 영과 신의 존재들이 살아가는 모습 등으로 구분할 수 있었는데, 특히 인간의 몸을 입고 살아가는 존재들의 삶이 다양한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그렇게 무한한 개수만큼 만들어지는 체험방들은, 아무 방이나 찾아가도 어렵지 않았다. 찾고 싶은 체험방이 어떤 위치 어떤 공간에 존재하더라도, 가상의 문을 열면 바로 옆방처럼 공간이동으로 찾아갈 수 있었다. 마음속으로 생각만 해도 찾아가고 싶은 가상공간의 방문이 열렸다.
즉 생각만 하면 찾고 싶은 세상의 문이 열리는 것이 가상체험방의 모습이었다.
생각만 하면 다른 세상의 문이 열리며, 공간이동으로 원하는 장소에 나타나는 가상체험은 그동안 쌓였던 마음의 번뇌들이 일거에 사라지게 하는 통쾌함이 있었다.
그리운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을 생각하면 그 세상의 문이 바로 열리며 그리운 사람이 있는 곳으로 공간이동을 하고, 보고싶은 영혼이 살고 있는 세상을 생각하면 그 영혼의 세상이 벌써 눈앞에 나타나는 가상체험은 언제나 즐겨보고 싶은 학습놀이가 아닐 수 없었다.
가상체험방들은 가상의 공간에 나타나는 가상현실의 세계이지만 느낌은 실제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현실세계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가상체험 학습실에서 배우거나 훈련받는 내용들은 실제상황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다를 것이 없었다.
내가 처음 가상체험 학습방에 들어갔을 때 가상의 빈 공간이 나타났다. 비어 있는 가상공간에는 다양한 학습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작동하고 있었다. 미리 생각했던 가상 프로그램을 작동시키자 순간적으로 원하는 가상현실의 공간이 나타났다. 그 가상현실의 공간에 만나고 싶은 생명의 현상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장을 반복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상공간에 나타난 생명의 현상들은, 작은 벌레들의 생명체, 식물들의 생명체를 비롯해서 크고 작은 동물들의 생명체까지 다양했는데, 그 중에서 인간의 생명체에 대하여 가장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체험을 시작했다.
인간의 생식기관에서 발생하는 정자나 난자의 현상, 유전자들과 세포의 활동 모습, 호르몬이 체내를 흘러 다니며 활동하는 모습들과 신체의 교감신경들이 작용하는 모습, 효소와 아미노산 등의 결합으로 새로운 세포가 생겨나는 모습 등 무엇 하나 신기하고 새로운 장면들이 아닐 수 없었다.
인체를 확대시킨 가상공간의 화면에는 큰 강도 나타나고 산도 나타나고 계곡이나 절벽도 나타나고 길도 나타났는데, 이러한 현상은 핏줄 근육 · 신경망 · 세포 등이 확대된 모습들이었다. 각종 장기들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인체를 확대한 가상공간의 화면은 거대한 자연세계이며 우주였다. 사람의 몸을 소우주로 표현하고 있지만, 확대된 가상화면의 인체구조는 그 자체가 신비한 우주의 세계였다. 확대된 인체구조의 가상현실 세계로 진입하여 생명의 현상을 체험하는 일은 우주를 여행할 때 느꼈던 감동과 소감이 다르지 않았다.
 
가상체험 학습프로그램을 체험한 후 후생관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공간으로 들어갔다. 높이 100미터가 넘는 피라미드 성의 내부에 운동장처럼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 공간에 빛이론으로 신선훈련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자유시간을 가지면서 즐길 수 있는 모든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무엇 하나 초월적인 4차원 문명과 연결되지 않은 첨단장치나 첨단기기들은 없었다.
신선학교 후생관은 마치 꿈의 요람 같은 초월적인 현상의 세상이었다. 그 후생관에서 학생들은 자유롭게 4차원 세계의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체험하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면서 4차원 문명세계의 일원으로 아름답게 성장해 가고 있었다.
후생관에는 신선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성장기록을 보관해 놓은 4차원 영상자료실이 설치되어 있었다. 샤르비네가 23년 간 신선교육과 훈련을 받으면서 성장해 온 내용들도 빠짐없이 4차원 영상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샤르비네는 자신의 성장기록이 저장되어 있는 영상자료실로 나를 안내했다.
영상자료실에 들어가 샤르비네의 식별코드를 입력시키자 가상공간의 화면에 샤르비네에 대한 내용들이 파노라마 현상처럼 4차원 영상으로 출력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샤르비네가 신선학교에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의 내용들이 실제 화면처럼 생생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샤르비네가 자라던 어린 시절의 세상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샤르비네는 4차원 영상으로 나타나는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깊은 회상에 잠기기도 하고 행복해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표정을 나타냈다. 나도 샤르비네의 느낌에 동화되면서 마치 나의 어린 시절에 존재했던 동화의 나라를 방문한 감정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인간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처럼 생생하게 기록해 두고, 언제든지 다시 찾아와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학교의 배려가 감동적이었다.
샤르별의 모든 학교에는 이처럼 학생들의 생활기록이 영상자료로 저장되어 있으며, 언제든지 그 생활관에 들러서 자신들이 배우고 성장해온 과정을 회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著

샤르별의 첫나들이 보시럿이 도시를 찾아서

 

샤르별의 전체는 큰 선경세상이라면, 샤르별에 흩어져 있는 도시들은 작은 선경세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작은 마을이나 정원 같은 곳은 무릉도원으로 이름을 붙일 수 있었다.

샤르별은 전체가 복사꽃으로 덮혀 있고, 복사꽃들은 사철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어디를 가든지 복사꽃 향기가 진동하였다.

그래서 샤르별은 신선이 살지 않더라도 천상의 선경세상이라고 과히 이름을 붙여 줄만 했다.

츠나음이 연구소에서 첫 열흘간 여독을 푼 후에, 샤르비네는 본격적으로 나를 위한 샤르별 여행의 일정을 잡기 시작했다.

맨 먼저 여행의 목적지는 뵤시럿이 도시였다. 샤르별에서 두 번째 가는 큰 도시라고 하는데 츠나음이 연구소에서 500km쯤 날아가면 그곳이 있었다.

샤르별에는 지구처럼 국경이나 나라들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샤르별이라고 하는 큰 나라의 틀 속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크고 작은 도시와 마을들만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도시라고 해서 지구처럼 사람이 붐비고 집들이 밀집해서 지어져 있지 않았고, 수풀이나 초원 위에 듬성듬성 성처럼 예쁜 집들이 지어져 있는 모습이 샤르별의 도시였으며 작은 선경세상이기도 했다.

 

뵤시럿이는 샤르별에서 오사미 다음으로 가장 큰 도시라고 했다. 뵤시럿이는 샤르비네가 태어난 고향이고 그곳에서 23년 동안 의무교육을 마친 곳이기도 했다. 친척들이 그곳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가 살던 집은 현재 그녀의 큰어머니인 루스버 선녀(초시의 첫 아내)의 몫이라고 했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샤르별은 지구처럼 많은 국가나 민족들이 갈라져서 살고 있지 않았고, 샤르별 전체가 하나의 큰 국가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또한 샤르별에 살고 있는 모든 존재들이 한 민족 한 핏줄들로 이루어진 세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국경이 없는 세상이 샤르별인데, 땅덩어리의 크기는 지구의 70배에 달하고 인구는 200억에 달했다. 그 넓은 땅에서 그 많은 숫자의 인류들이 국경도 없이 한 민족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샤르별의 선경세상 도시들은 끝없는 대자연의 물결 속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촌락의 집결된 모습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으며, 지구의 도시들처럼 하늘로 치솟는 빌딩의 숲이나 사람들이 붐비며 살아가는 거리는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샤르별에서는 신선인류들이 모여 사는 도시의 이름을 커디무니라고 부르는데, 지구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촌락집단이란 뜻이 적절할 것 같았다.

다시 말해 샤르별에는 아무리 우주첨단문명이 꽃피고 있는 선경세상이라 할지라도. 지구에서 말하는 현대화된 도시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복잡다단한 생활구조도 찾아볼 수 없는 세상이었다.

초원과 밀림과 복사꽃의 물결, 그리고 맑은 물로 이루어진 대자연의 물결 속에 조용하게 어우러지며, 띄엄띄엄 우주건축양식(4차원적인)의 신선집을 짓고 커디무니라고 하는 촌락집단을 이루며 살아가는 존재들이 샤르별의 신선들이었다.

 

샤르별의 존재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신선복장을 하고 있었고, 잘나고 못난 존재를 가릴 것 없이 신선이 아닌 존재들이 없었으며, 그들이 살아가는 모든 모습은 신선놀음 그 자체였다.

춘우셔시 비행체를 타고 연구소를 떠나서 뵤시럿이 선경세상의 상공에 도착했을 때 맨 먼저 눈 아래 펼쳐지는 모습은 거대한 복사꽃의 물결과 초원이었다. 복사꽃 물결의 사이사이로 성처럼 뾰족뾰족한 지붕의 집들이 그림처럼 지어져 있었다. 수풀 주변에는 복사꽃과 함께 형형색색의 꽃들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질펀하게 피어나고, 수로와 수로로 연결된 맑은 연못들이 작은 호수처럼 사방에 고여 있었다. 그렇게 초원과 수풀과 복사꽃과 맑은 물의 조화로 이루어진 뵤시럿이 도시의 선경세상에는 어디에도 도시 같은 건축양식이나 붐비는 인파도 없었다.

뵤시럿이 초원의 한 복판으로는 니비누시라고 하는 큰 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는데, 강폭이 매우 넓어서 바다처럼 보이고, 초원 사이사이로 니비누시 강의 지류들이 동맥처럼 갈라져서 흐르고 있었다. 강가에는 수초들이 크게 자라서 밀림처럼 우거져 있고, 수많은 종류의 새떼들이 물 위에서 날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뵤시럿이 초원의 도시에는 어디에도 걸어 다니는 길이 없고 물을 건너는 다리도 눈에 띄지 않았다. 샤르별에서 이동하는 모든 교통수단은 춘우셔시 하늘자동차였으며, 하늘자동차는 공중에서만 날아다니지 않고 초원 위에서 썰매처럼 미끄러져 다니기도 하고, 물 위에서 배처럼 떠다니기도 했다.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는 땅과 물과 하늘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샤르별의 교통수단이었으며, 춘우셔서 하늘자동차는 광속으로 움직이면서 아무 장소에나 자유롭게 뜨고 내릴 수 있어서 아주 편리한 교통수단이었다.

우리가 뵤시럿이 초원에 도착했을 때 빨강, 노랑, 파랑 등 형형색색의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들이 잠자리 떼처럼 수 없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고, 초원과 물 위에서도 한가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소리 없이 하늘에서 날아다니고 물 위에서 떠다니고 초원 위에서 미끄러져 다니는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들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었고, 그렇게 그림처럼 움직이는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를 타고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무한한 삶의 자유와 여유를 즐기는 신선인류들의 신선놀음이 행복하게 느껴졌다.

 

지구에서도 아름답고 멋진 집을 가리켜 그림 같다고 평가하지만, 진짜 그림 같은 집들은 모두 샤르별에 지어져 있었다.

복사꽃으로 뒤덮인 초원과 숲속의 집들은 대부분 단층건물인데, 성처럼 높이 솟은 지붕들마다 뾰족탑과 안테나처럼 보이는 장치들이 세워져 있고, 뾰족탑과 안테나 장치에서 쉴 새 없이 반짝거리는 빛들이 발생하며 하늘을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우주와 교신이 이루어지는 현상이라고 했다. 그림 같은 집들은 복사꽃의 그늘에 가려 있어 지붕이 보일 듯 말 듯 한데 지붕의 탑에서 하늘을 향해 반짝거리는 빛을 보고 집이 지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샤르별의 나무들은 수십 미터가 넘게 매우 크게 자라고 있었고, 성같은 지붕의 뾰족탑보다 높게 자란 나무들이 많았다.

더구나 초원의 집들은 띄엄띄엄 지어져 있어 가까운 이웃이라고 해도 걸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래서 가까운 이웃을 방문하더라도 걸어서 다니는 일은 드물며, 대부분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를 이용해서 가볍게 움직이고 있었다.

더러는 말과 사슴의 중간 종처럼 생긴 부미라는 짐승을 말처럼 타고 초원을 달리거나 멀리 떨어진 이웃을 방문하는 모습도 가끔씩 눈에 띄었다.

복사꽃 그늘의 집들은 수풀과 조화를 이루고 있으면서 별도의 넓은 정원을 가꾸고 있었고, 복사꽃 수풀을 울타리로 삼은 정원에는 수많은 종류의 꽃들이 활짝 피어 있고 온갖 향기가 집 안에 가득했다.

귀여운 애완용 동물들은 한가롭게 정원에서 뛰어다니고 복사꽃과 어우러진 수풀에는 반짝거리는 열매들이 별처럼 수없이 달려 있었다. 반짝거리는 빨갛고 노란 열매들은 마치 수풀에서 촛불이 타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등을 설치해 놓은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뵤시럿이 초원에는 가끔씩 초대형 높은 건물도 눈에 띄었다. 높은 건물들의 용도는 주로 사원이나 교육 수련원, 신선들이 신선놀음을 즐기는 문화공간 같은 공공시설들이었다.

아주 높은 건물은 500미터에 이르는 우디 피라미드도 있었고, 1,000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흐우탑도 있었다. 우디 피라미드는 멀리서 보면 산처럼 보이고, 흐우탑은 멀리서 보면 꿈틀거리는 거대한 동물처럼 보였다.

하늘 높이 솟은 흐우탑은 구불구불 휘어진 모습으로 지어져 있고 바람이 불면 꿈틀꿈틀 흔들리면서 움직이는 건물이었다.

우디 피라미드는 샤르별에서도 유명한 정신수련원이었고, 흐우탑은 4차원 공간을 체험하는 시설이었다.

흐우탑 내부에는 수많은 공간과 방들이 만들어져 있고 미로와 같은 통로로 이루어져 있으며, 새로운 방이나 공간에 들어설 때마다 미지의 세상과 연결되는 4차원 세계의 문이 달려 있었다.

이렇게 푸른 초원과 복사꽃의 수풀 속에 이국적인 분위기의 집들이 띄엄띄엄 지어져 있는 뵤시럿이 초원의 선경세상은 끝도 보이지 않을만큼 광활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다.

샤르비네는 이렇게 거대하고 조용한 뵤시럿이 선경세상에 도착해서 전체적인 상공을 몇 바퀴 선회한 후 땅으로 내려와 타고 온 춘우셔시를 풀밭에 세워 두고, 신비한 기운이 감도는 흐우탑 건물로 들어갔다.

흐우탑 맨 꼭대기에 도시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초원의 선경세상보다 높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흐우탑 건물 속에서는 아무리 높은 곳의 장소를 찾아가더라도 승강기나 계단 같은 것을 이용하지 않았다. 아무 위치나 공간에서도 가상의 문을 열면 바로 찾아가고 싶은 위치의 공간이 나타났다. 곧 가까운 방이나 멀리 떨어진 방이나 높은 곳에 위치한 공간이나 낮은 곳에 위치한 공간이나 일부러 발품을 팔며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고, 가상의문만 열면 바로 옆방을 찾아가듯 쉽게 공간이동할 수 있었다.

샤르비네와 함께 흐우탑 입구로 들어가 문을 여니 거대한 공간의 로비가 나타나고, 로비에는 다양한 휴식공간이 만들어져 있었으며, 뵤시럿이 도시의 신선들은 한가롭게 휴식을 즐기면서 끼리끼리 어울리며 정담을 나누거나 규시아 신선주를 마시며 신선놀음을 즐기고 있었다.

로비의 벽면에는 가상의 문들이 달려 있고 가상의 문만 열면 원하는 위치의 장소로 공간이동이 되었다.

샤르비네와 내가 가상의 문으로 다가가 여는 순간 곧바로 1,000미터 높은 곳의 전망대 공간이 나타났다. 그곳에서 보시럿이 선경세상 전체를 둘러 본 후, 흐우탑 내부의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는 방과 공간들을 가상의 문을 열고 들락거리며 공간이동으로 찾아다녔다. 그리고 다양한 내용의 4차원 현상들을 체험했다.

흐우탑을 빠져 나와 주변의 풀밭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샤르비네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샤르비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곳 선경세상이 우리 샤르별에서 두 번째로 큰 제2의 도시에요. 이 도시에서 제가 태어나고 성장했으며 그래서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러므로 샤르앙이 이 도시에 대해서 궁금하고 의문나는 사항은 무엇이나 질문하세요. 궁금증을 다 풀어 드릴게요. 그리고 4차원 문명세계의 진면목을 모두 체험하고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빠짐없이 구경시켜 드리도록 할게요."

하지만 나는 좀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대답했다.

샤르비네의 말대로 뵤시럿이가 샤르별에서 두 번째로 큰 선경세상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그래서 많은 기대를 하고 이곳을 찾아 방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대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찌하오?"

어떤 기대를 했길래..."

선경세상의 우주첨단문명이 화려하게 꽃피우고 있는 진면목이랄까. 지구에 있을 때 샤르비네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겪었듯, 뉴욕, 파리, 동경, 홍콩 등등.... 지구의 모든 문화와 문명이 집약되어 있는. 그런 모습을, 즉 말하자면 샤르별의 뛰어난 문명과 문화가 집약되어 있는 진면목을 바라보고 싶었는데, 샤르별 제2의 도시라고 하는 뵤시럿이는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오.”

북적거리는 많은 인파들... 끝없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빌딩의 물결, 그리고 화려한 거리들을 머리에 떠올렸는데... 그 속에 집약적으로 녹아 있는 샤르별의 문명과 문화의 사회상을 한눈에 관찰하고 싶었는데, 그런 모습들을.. 뵤시럿이 도시의 선경세상에선 눈 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 없다는 의미이군요?"

"사실을 말하자면 그렇소."

지구의 큰 도시들과 비교하면 샤르앙의 생각은 무리가 아닐 거예요. 샤르앙의 상상은 이해가 되요. 복잡하고 시끄럽고 요란한 지구 도시의 모습과는 달리, 조용하고 한적한 샤르별의 도시들은 지구 인류들이 바라보기엔 시골과 같은 분위기에 지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대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지어져 있는 선경세상의 조용한 내부를 들여다보면, 지구 인류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4차원 문명세계의 첨단이기들이 자리 잡고 있어요. 겉으로는 조용하고 전원적 분위기에 지나지 않는 뵤시럿이에서도 샤르앙의 가슴을 놀라게 하는 우주첨단문명과 문화들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그러므로 지금부터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샤르별은 선경세상이라고 하는 빛의 나라란 사실을 명심한다면 그런 옹색한 상상은 떠올리지 않았을 거예요. 우리 샤르별은 외부에서 볼 때는 정중동의 조용한 분위기를 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얼마나 역동적이며 4차원 문명세계의 꿈을 불태우고 있는지 몰라서 가진 소감일 거예요. 지구는 물질론적 유한이론의 세상이라면, 샤르별은 초물질적 무한이론의 세상이란 걸 잊지 마세요. 유한이론과 무한이론의 사이에는 많은 모순점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유의하길 바래요."

"그럴까요? 보시럿이 도시의 겉모습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했나 보군요. 샤르비네의 말이 사실이라면 기대를 해보겠소. 겉으로 조용한 모습과는 달리 내부적으로 우주첨단문명과 문화를 누리며 살아가는 역동적인 선경세상의 신선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직접 경험하며 느껴보도록 하겠소. 사실 흐우탑에 들어가 하늘을 찌를 듯 높은 건물의 미로와 같은 방들을. 가상의 문을 열고... 모든 방들을 공간이동으로 드나들며 4차원 현상들을 다양하게 체험한 기억은 새롭기만 하오. 그와 같은 4차원 문명세계의 다양하고 새로운 체험이 많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렇게 할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하지만 걱정도 있어요.""나 때문에 걱정한다는 뜻인가요?"

그래요. 샤르앙의 높은 기대감을 어떻게 충족시켜 주어야 하나 벌써부터 걱정이 많이 되요. 채워 주어도 채워 주어도 부족한 그 기대감, 참 샤르앙은 욕심도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 ! 샤르비네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저의 높은 기대감, 욕심 등등이라니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샤르앙이 지구에 있을 때 우리들 해저기지를 방문한 후 그 속에 펼쳐진 상상초월의 환경들을 직접 목격했고, UFO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면서 신출귀몰한 현상들을 수없이 체험했으며, 샤르별 상공의 하늘도시 우주타운에 펼쳐진 우주첨단문명의 현상들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면서도... 그러한 정도만으로도 샤르앙은 얼마나 많은 4차원 문명세계의 진면목을 실감했는데. 그래서 이제 샤르앙은 웬만큼 새로운 현상 앞에서도 별로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 그러한 생각이 들진 않나요? 제 말이틀린 것 같아요?"

"샤르비네의 말이 사실이긴 하지만……. 아직 저는 더 큰 기대감에 목마르고, 더 새로운 세상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배고파요. 그리고 아직 체험하지 못한 4차원 문명세계의 진면목은 샤르별의 넓은 세상 구석마다 기다리고 있을 줄로 믿어요. 그러한 저의 기대감에 대한, 샤르비네 마음의 부담이 큰가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수록 샤르앙의 높고 커져만 가는 기대감....나쁜 현상은 아니라고 봐요. 빠른 속도로 진화되어 가는 의식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커지고 그럴수록 더 큰 세상에 대한 기대감은 늘어만 가지요. 샤르앙도 그러한 심리적 과정을 겪고 있으며, 우리 샤르별에서 그러한 샤르앙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엔 부족함이 없을 거예요. 아무튼 좋아요. 얼마든지 큰 기대를 하더라도 그 이상의 기대가 샤르앙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믿으세요. 그 책임은 이 샤르비네가 질게요."

 

이런 대화를 나누고 나서 샤르비네와 나는 다시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를 타고 뵤시럿이 선경세상의 상공을 낮게 날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보다 더 세밀하게 뵤시럿이의 이곳저곳을 시찰했다. 뵤시럿이의 면적은 지구 면적의 3분의1에 해당할 만큼 광활한 지역이었다.

복사꽃의 물결과 숲의 조화로 이루어진 초원에 보일 듯 말 듯 지어진 집들은 드문드문 많은 거리를 두고 지어져 있고 복잡한 빌딩의 숲이나 인파가 북적거리는 거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지만 볼거리가 참 많은 선경세상의 도시였다.

뵤시럿이에는 숫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그림 같은 집들로 이루어진 자연 촌락들이 형성되어 있었다. 촌락들마다 역사가 깊고, 촌락들 나름대로 특색 있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다.

처음 방문한 마을은 너사미란 이름을 가진 신선마을이었다. 너사미 마을은 흐우탑에서 700km 정도 떨어진 먼 곳이지만,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로 이동하면 금방이었다. 너사미 신선마을의 집들은 500여 호의 듬성듬성한 촌락으로 이루어졌고, 니비누시 강의 지류를 따라 길게 형성된 마을이었다. 너사미 신선마을을 처음 방문한 이유는 그곳이 샤르비네가 태어난 곳이고 옛집이 있기 때문이었다. 샤르비네의 옛집에는 현재 그녀의 큰 어머니인 루스버 선녀가 살고 있다고 했다.

너사미 마을을 향해서 니비누시 강 상류의 상공을 날아가니 거미줄처럼 연결된 수로의 지류들이 대동맥처럼 넓은 초원으로 뻗어가고 있었고, 니비누시 강 지류의 강변마다 뵤시럿이의 신선마을들이 촌락을 이루며 한 폭의 그림들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어디를 지나가든 숲이요, 꽃물결이요. 푸른 초원이었다.

니비누시 강의 지류들은 각각 다른 이름들이 붙여져 있었는데, 그 지류의 이름을 따서 뵤시럿이 신선마을들의 이름이 정해지고 있었다. 샤르별의 집들은 대부분 맑은 강변을 따라 지어져 있었고, 샤르비네의 옛 고향인 너사미 마을은 니비누시 강의 지류인 너사미 강변을 따라 자연부락처럼 형성되어 있었다. 지류들의 강변에는 다양한 생태계의 수초들이 자라서 일대 장관을 이루고 있었는데, 지류들마다 조금씩 특색이 다른 생태계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강의 둔덕을 끼고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초원 위에는 복사꽃의 물결과 숲이 조화를 이루며 선경세상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성처럼 아름다운 집들이 대자연의 물결과 함께 조용히 숨 쉬고 있는 신선마을의 풍광이었다.

신선들이 사는 모든 집들은 성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어져 있고, 뵤시럿이 도시의 시민이며 신선들인 성주들은 각각의 취미대로 집을 설계하고 가꾸어서 신선놀음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신선들이 사는 성들의 뾰족탑에서는 별빛처럼 반짝이는 빛들이 쉬지 않고 반짝거리며 우주와 교신을 나누고 있었다.

한마디로 큰 집 작은 집의 구분도 없고, 부잣집 가난한 집의 표시도 없는, 누구나 비슷비슷한 규모의 성을 소유하고 성주로 살아가는 샤르별의 신선인류들... 그 성 속에서 하루하루 일상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신선인류들의 삶이 한없이 궁금하게 느껴졌다.

 

춘우셔시를 타고 니비누시 강 상공을 날아서 상류에 다다른 후 너사미강 상공으로 비행방향을 바꾸자 비로소 그림 같은 절경의 너사미 신선마을의 모습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너사미 강변의 초원을 따라 이국의 정취를 마음껏 발산하며 지어져 있는 500여 호의 아름다운 성들이 드문드문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내 입에서는 저절로 탄성이 흘러 나왔다.

"우와! 저렇게 아름다운 마을과 저렇게 아름다운 집들이 지어져 있는 세상은 아직 책에서도 보지 못했소. 저 아름다운 마을, 저 아름다운 집들. 과연 누구의 솜씨로 지어진 누구의 작품인지, 하늘의 신들도 내려와 감탄을 아끼지 않을 것 같소. 지구에서는 아무리 부자라 해도 저렇게 아름다운 성으로 된 집은 평생 가져보지 못할 텐데..."

내 말을 듣고 샤르비네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거들었다.

저 마을이 바로 제가 태어나고 자랐던 곳인데 샤르앙의 눈에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춰지다니 다행이네요. 사실 우리 너사미 신선마을은 뵤시럿이에서도 손꼽히는 절경과 아름다운 경관으로 소문나 있지요. 잠시 후면 제가 태어난 집도 직접 방문하고 구경할 수 있을 거예요. 아마도 제가 살던 집도 샤르앙이 보면 꿈 속의 성처럼 아름답게 느껴질 거예요."

너사미 마을이 보시럿이 도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신선마을이라구요?"

그래요. 우리 뵤시럿이 도시의 마을들은 모두 아름다운 경관 속에 묻혀 있지만, 그리고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마을들도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아름다운 경관으로 소문난 곳이 우리 너사미 신선마을이지요."

 

"그렇군요. 그래서 샤르비네도 이 아름다운 신선마을에서 태어나 아름다운 정기를 받아 아름다운 미인선녀가 되었나 보군요."

"호호호, 샤르앙은 그렇게 쑥스러운 말까지 제게 할 필요가 있나요? 미인이란 칭찬은 지구 인류들이나 우리들 세계의 신선들이나 누구나 듣기 좋은 말이기는 하지만... 우리 샤르별에는 저보다 더 아름다운 미인선녀들이 훨씬 더 많이 살고 있어요. 그 아름다운 미인선녀들을 만날 때 샤르앙은 저에게 실망할 지도 몰라요."

정말이오? 샤르별에는 그렇게 아름다운 미인들이 많이 살고 있소? 그렇다면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걸 어쩌지요?"

"그래도 할 수 없을 걸요? 우린 이미 일심동체의 언약을 맺었으니까. 하늘이 그걸 증명하니까.... 아무리 아름다운 선녀가 나타나 누굴 더 예쁘게 생각해도 그림의 떡일 걸요?"

아하! 그렇던가요? 그러면 제가 멋모르고 엉겁결에 샤르비네에게 코가 꿰이고 말았군요. 이걸 어쩌지? 무를 수도 없고...."

뭐예요? 샤르앙 진짜 저를 놀릴 건가요?"

이런 농담을 이어가면서 샤르비네는 일부러 화난 표정을 짓기도 하고 나의 옆구리를 찌르며 간질이고 꼬집기도 했다.

둘이는 서로 하하하." "호호호." 하고 웃어넘기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너사미 신선마을에 다달아 낮게 상공을 날며 다양한 모습으로 지어져 있는 신선의 집들을 구경하고 다닐 때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풍광은 한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건축양식은 4차원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기하학적 설계들로, 하나도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지 않은 수많은 형태의 성들을 바라보면서 과연 신선들이 살만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샤르별의 모든 신선인류들은 저마다 멋진 성으로 된 집을 소유하고 있고, 그 멋진 성을 차지하고 살아가는 성주들은 무한한 여유로움과 세상의 근심걱정을 모르고 신선놀음을 즐기며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니. 과연 빛의 나라라고 하는 선경세상은 지구의 삶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문드문 먼 거리를 두고 지어져 있는 성들의 사이사이로 작고 맑은 연못들이 고여 있기도 하고, 잘 다듬어진 풀밭에는 이름도 모를 화초들이 무리지어 피어나 향기를 흩날리며, 부드러운 풀밭에서 한가롭게 뛰어다니는 동물들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마을 신선들의 모습은 잘 눈에 띄질 않는데, 많은 인조인간들이 여기저기서 풀밭을 손질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인조인간들은 얼핏 보면 일반 사람하고 구별하기 어려운데, 구별이 쉽도록 특수한 복장을 착용하고 있었다.

신선들이 입는 신선복장과 인조인간들이 입는 노동복은 천이나 디자인부터 달랐다.

가끔씩 풀밭에서 움직이고 있는 마을 신선들이 눈에 띄었지만 그들의 복장은 누구나 신선이나 선녀의 의상을 걸치고 있었고, 인조인간들은 활동하기 편리하도록 만들어진 간편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신선과 인조인간을 구분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많은 인조인간들이 풀밭과 성 주변에서 쉬지 않고 개미처럼 일을 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니, 마을 신선들의 여유로운 삶이 느껴지기도 하고, 선경세상의 이색적인 문명을 단편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현상인 것 같았다.

인조인간들이 성의 집 밖으로 나와서 풀밭을 관리하고 화초를 가꾸며 연못을 손질하는 모습들이 매우 익숙해 보였다. 어쩌면 인조인간들이 사람하고 똑같은 모습으로 일을 하고 행동을 하는 건지.. 그러한 인조인간들을 시켜 부족한 일손을 충당하고 있는 샤르별의 생활상이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너사미 신선마을의 상공을 낮게 날며 이런저런 모습들을 시찰하고 있을 때, 문득 머릿속을 스쳐가는 이상한 생각이 있었다. '신선마을에 신선들의 모습은 왜 눈에 띄지 않을까?'

그랬다. 마을의 여기저기 초원이나 풀밭에서는 동물들이 한가롭게 뛰어다니고 인조인간들이 밖으로 나와 열심히 일들을 하고 있는데, 마을 신선들의 모습은 간간히 몇몇을 제외하고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도무지 신선이나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인지 그렇지 않은 빈 마을인지 의문이 앞섰다.

그러한 의문을 샤르비네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은 도시의 모든 신선시민들이 일터나 교육장으로 출타한 시간이라서 거리들이 한산하지요. 그렇지 않다면 풀밭이나 정원에서 신선놀음에 열중인 모습을 볼 수 있을 텐데 아쉬워요."

"이곳의 신선들도 지구 인류들처럼 일터로 나가고 학교로 나가고. 일터로 나간다면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인지, 생계를 위한 목적인지... 떠 오르는 궁금증이 많군요."

 

"우리들 세상에서 돈이 필요하진 않아요. 우리들 세상은 돈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세상이 아니라서 돈 같은 것은 쓸모가 없어요. 돈이라고 하는 것은 본래부터 만들고 있지도 않구요. 그래서 지구에서 아무리 돈 많은 부자가 와도 우리 샤르별에서 돈으로 구할 수 있는 물건은 없을 걸요?"

그래요. 샤르별에는 돈이 필요 없다고 했지요. 원하는 물건은 무엇이나 다 가질 수 있는 세상이라서.. 집이나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나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세상이라서,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경제도 없는 세상이라고 했지요. 그런데 무엇을 얻기 위해 신선시민들이 이 시간에 일터에 나가 일을 할까요? 그게 의문이라는 뜻이오.”

신선들이라도 필요한 물건을 얻기 위해서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하늘을 날아다니는 하늘자동차, 신선들이 살고 있는 멋진 집, 그리고 집안마다 설치되어 있는 우주첨단문명의 장비들. 이런 것들이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지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우리들 세상은 누구나 의무적으로 일터에 나가 일정 시간씩 봉사를 한답니다. 그러한 공동봉사를 통해 필요한 물건들이 만들어지고, 이렇게 만들어진 물건은 누구나 공평하게 분배해 가지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 샤르별의 모습이랍니다. 지금 시간이 바로 신선님들이 모두 일터로 나가 봉사를 하고 있는 시간이라서 모든 마을들이 한가한 편이지요."

샤르별의 신선들은 모든 어려운 일을 인조인간에게 맡기고 편하게 생활하는 것 같던데. 그러면 인조인간들이 물건을 만드는 일터에서 할 일은 없소?"

"왜 없겠어요. 물건을 만들거나 집을 짓는 현장에서 모든 위험하고

어려운 일들은 인조인간들이 도맡아 하지요. 다만 신선시민들은 인조인간들이 하는 일들을 감독하고 지시하고, 설계라든가 기획하는 일 등을 책임 맡게 되지요."

신선과 인조인간이 할 일이 따로 있군요?"

"그렇답니다. 신선과 인조인간들은 각각의 역할을 분담하여 우리 샤르별의 4차원 문명세계를 이끌어 가지요."

샤르비네의 설명을 듣고 보니 납득이 가는군요. 아무튼 신선들도 마냥 신선놀음만 즐기지 않고 무언가 해야 할 일들이 있고, 맡겨진 일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좋은 풍습으로 느껴지오.”

"우리 샤르별의 인류들은 누구나 태어나서부터 신선이 되는 훈련과 교육을 받으며 신선의 모습으로 성장하지요. 하지만 우리들 세상의 신선은 아직 육체의 몸을 소유하고 있고 온전한 빛의 몸으로 이루어진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육체적 활동도 그만 둘 수 없어요. 그래서 온전한 빛의 몸으로 화신하기까지 육체적 수고를 감당하면서 단련을 받아야 해요. 우리 샤르별의 인류들은 각자 한 분야에 달통한 전문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러한 전문능력을 발휘해 사회를 위해 봉사하지요. 그러한 봉사의 결과에 의해서 무한이론이라고 하는 우리들 세상의 4차원 문명세계가 펼쳐지고 있고 인류문명의 종착지라고 하는 선경세상을 건설해서 살아가고 있지요. 그렇지 않다면 지금 우리들이 누리고 바라보는 이 선경세상은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각각 전문능력을 보유한 신선들의 봉사활동에 의해서 샤르별의 4차원 문명세계와 선경세상이 건설되고 있다는 설명이 감동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소. 아무튼 모든 샤르별의 신선인류들이 각각 한 분야에 능통한 전문가라니... 부럽기도 하고 얼른 이해되지 않는 말이기도하오."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태어나서 걸음마를 떼고 말을 배울 무렵부터 마을의 신선학교에 나가 26세가 될 때까지 신선의 자질을 갖추도록 의무교육을 받게 되지요."

"태어나서부터 신선교육을 받는다는 의미군요?"

"우리들 세상이 선경세상이요 신선의 나라이긴 하지만, 우리들 세상의 존재들이 신선이기 이전에 육체를 가진 인간일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신선학교에서는 사람이 사람으로서 세상을 살아갈 때 필요한 덕목뿐만 아니라, 본래 우주의 유아독존이며 우주의 자유자인 신선의 본성을 완전하게 몸에 익히도록 교육하지요. 그러한 신선교육을 마친 후부터, 각자의 소양과 적성대로 각 분야의 도통을 이룰 때까지 전문교육을 받게 되는데 그 기간이 보통 30여 년 정도 소요되지요. 30여 년의 전문교육을 받고 나면 우리 샤르별의 인류들은 특정분야에 도통을 이루고 전문가로 태어나게 된답니다. 그리고 250세가 될 때까지 전문능력을 발휘하여 사회를 위해 봉사하게 되지요."

"샤르별의 존재들은 무엇 때문에 신선교육을 받고 신선으로 살아갈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신선은 우주의 자유자이며 모든 영의 본성이지요. 그래서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영의 본성대로 살기 위해 신선의 길을 가며 그 길을 선도라 하고 태어나서부터 신선의 선격을 갖추기 위한 훈련과 교육을 받는다고 설명할 수 있겠지요."

"그렇게 완벽한 사람의 인격과 신선의 선격을 모두 갖춘 후 30여 년동안 익힌 전문기술로 200세가 될 때까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샤르별의 존재들이라. 오로지 한 분야에서 우주나이로 30여 년 동안 교육을 받으면 그 분야에서는 도를 통하고도 남겠군요?"

"우리들 세상의 모든 학문은 무한이론을 바탕으로 한답니다. 무한이론은 물질법칙에 근거를 둔 유한이론에 반하는 우주학문으로,  4차원 문명세계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인데, 이러한 무한이론을 근거로 30여년 교육을 받은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도통을 이루지 않을 수 없지요."

그러한 제도로 인하여 샤르별의 4차원 문명세계는 나날이 더욱 발전할 수밖에 없는 계기를 만들겠군요. 그래도 신선의 신분을 가진 샤르별의 존재들이 직장에서 좋아하고 싫어하는 일들이 있을 법한데. 어떤 직업이 신선들에게 인기가 있고 사회적으로 대우가 좋은 편인가요?"

"신선이라도 좋아하는 일이 있고 싫어하는 일이 있을 수 있겠지요.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각자의 자질과 개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기 때문에 특별히 선호하거나 선호하지 않는 일들이 따로 없어요. 그리고 지구에서처럼 일을 하는 대가로 보수를 받는 제도라든가 그에 따르는 대우가 없기 때문에 인기가 높은 직종이나 기피하는 직종이 따로 있을 수 없어요. 순수하게 사회 공동체를 위해서 봉사하며 자신에게 맡겨진 의무를 이행할 뿐이지요. 더구나 힘들고 위험한 일들은 모두 불사신인조인간들이 도맡아 하기 때문에, 전문직에 종사하는 신선시민들의 역할은 인조인간들이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한 임무인 거예요."

"그렇게 어떤 직종에 종사하든 신선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공평하게 소유할 수 있다고 했던가요? 주거지든, 교통편이든, 그리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무엇이든?"

 

"그럼요. 신선시민들은 무엇이나 필요하면 누구나 공평하게 소유할 수 있는 권리와 의무가 다 있어요."

"그렇다면 직장에 나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놀고 먹으면서 편하게 지낼 수도 있지 않겠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무의도식하며 할 일 없이 놀고 지내는 것보다, 무언가 세상을 위해 자기 역할을 다하며 봉사하는 일들을 더 자랑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즉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누구나 자기 전문분야의 도통을 이루고 도통신선이 되어 살아가고 있으며, 도통신선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 행복과 보람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러한 대가가 아니었다면 무한이론이라고 하는 우주의 첨단문명과 4차원 문명세계는 세상에 꽃을 피울 수 없었을 거예요. 또한 꿈속의 세상 같은 선경세상도 나타나지 않았을 거예요.”

도통신선들의 역할로 샤르별에 4차원 문명세계가 펼쳐지고 선경세상이 열렸다는 설명이군요?"

그래요. 이 아름다운 선경세상과 4차원 문명세계는 모두 도통신선들의 작품이에요."

샤르별의 존재들은 누구나 도통신선들인가요?"

태어나서 스물여섯이 될 때까지는 신선의 교육을 받고, 오십육 세까지는 각각 전문분야의 도통공부를 하며, 도통공부를 마친 후부터 도통신선으로 살아가지요. 다만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이 모두 신선으로 살아가지는 않고, 200억의 인구 중 70억은 지구처럼 물질문명의 세계에서 원시적 삶을 추구하며 살아간답니다."

도통신선의 자격을 갖춘 자들만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선경세상을 위해 봉사할 권리를 가진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군요?"

 

그렇답니다."

"그렇다면 도통신선들이 각자 일터를 찾아가 하루에 봉사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오?"

"우주시간으로 하루에 다섯 시간 정도... 하지만 도통분야에 따라서는 하루 온종일은 물론 거의 평생을 몸 바쳐 봉사하는 경우도 있지요. 주로 우주와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는 신선들인데.. 제 아버지나 측요스 신선님과 같은 경우이지요. 저도 우주도통 공부를 하고 있으니까 결국은 아버지나 측요스 신선님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거예요."

"제가 몰랐던 사실들이요. 4차원 문명세계와 선경세상은 그냥 열리지 않았고 도통신선들의 값진 노고와 희생봉사로 이루어진 결실이란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소."

"장차 지구에도 샤르별과 같은 선경세상이 펼쳐진다면 누군가의 값진 희생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우주의 무엇도 대가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으니까요."

지구에도 장차 선경세상이 열릴 것으로 확신하오?"

샤르앙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으로 생각해요."

"지구를 선경세상으로 만들려면 샤르별처럼 많은 도통신선들이 나타나야 하는 것이 아니오?"

앞으로 샤르앙이 쓴 책을 통해 도통신선들이 많이 나타날 것으로 믿어요."

샤르비네가 우주도통을 이룬 후 도통선녀가 되어 그 도술의 힘으로 도와준다면 가능할 것도 같소."

"우리 선경세상의 도통신선들이 큰 도술을 발휘하여 샤르앙을 돕도록 노력할게요."

"고맙고 든든한 말이요."

"샤르비네를 믿으세요. 샤르비네는 샤르앙의 영원한 일심동체니까요."

"그건 그렇고, 샤르별은 하루가 우주시간으로 35시간이라고 했지요?"

그렇지요."

그 중에 5시간은 봉사활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무엇들을 하는지. 도통신선들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오.”

"신선들이니까 당연히 신선놀음을 즐기지요."

"신선놀음의 내용이 궁금하오.”

다양한 문화생활, 취미생활, 여행, 학문, 자기 수련 등 신선들의 취향이 천태만상이라서 무어라 다 설명하기가 곤란하네요. 아무튼 우리 샤르별의 신선인류들은 여가시간을 최대한 의미 있게 보내며 각자의 행복을 향유하기 위해 노력하지요."

그렇게 충분한 여가를 즐기면서도 4차원 문명세계의 풍족한 삶과 신선놀음을 즐기는 샤르별이 부럽소. 그렇게 신선놀음을 즐기다가 신선들의 마지막 생애는 무엇으로 마감하는지 궁금하오."

샤르별의 존재들은 태어나서 3세가 될 때부터 26세까지 23년 간신선이 걸어야 할 소양교육을 마친 후, 각자의 적성에 따라 전문분야를 정한 후 30년 간의 도통공부를 마친답니다. 도통공부의 과정에서 하늘과 땅의 이치를 통달하고 무한이론의 숙지를 완성하며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최고 경지에 이르는 도술을 터득하게 된 후 도통신선의 길을 걷게 되지요. 그 후 우주나이 250세가 될 때까지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나머지 시간은 거의 100년 간 세상에 더 머물며 빛의 화선을 위해 노력하지요."

빛의 화선이 무슨 뜻이오?"

"육신의 몸 대신 빛의 몸을 입은 신선으로 화한다는 뜻이지요."

빛의 몸을 입은 신선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뜻이오?"

빛의 화선이 되면 이미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하므로 죽는 것이 무엇이며 사는 것이 무엇이겠어요. 빛은 빛으로서 그대로일 뿐이지요."

샤르별의 존재들은 마지막 생애가 참 의미 있고 값지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신선의 길은 아름답지요. 지구의 동방에도 이미 신선의 나라가 세워졌었고, 샤르앙의 몸에는 그 혈통이 흐르고 있으며, 결국 샤르앙도 신선의 길을 걷게 되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어요. 저는 샤르별에서 샤르앙은 지구에서 열심히 신선의 길을 걷고 함께 빛으로 화선하여 우주의 영원한 주인으로 살아가도록 해요. 저랑 약속할 거죠?"

"약속하겠소."

그 약속을 들으니 너무 기뻐요. 당신은 제 분신이요 일심동체 477...."

샤르비네의 나이는 우주나이로 몇 살이라 했던가요?"

"우주나이 스물아홉...."

지구의 나이로 환산하면 저보다 몇 배나 많은 나이인데……. 몸매는 저보다 훨씬 어리게 보이고... 샤르별의 존재들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아요."

지구 인류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늙어간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우리들 세상에서는 나이와 노화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아요. 몸은 마음따라 가는 것이지 나이 따라 가는 것이 아니니까요."

샤르비네는 지금 도통공부를 하는 학생의 신분이겠군요?"

그래요. 저는 우주도통을 공부하는 학생이에요."

 

"학생의 신분으로 공부는 하지 않고 수년을 우주여행이나 다녀도 상관없소?"

"우주여행을 하는 것도 우주도통 공부의 한 과정이니까요."

"샤르비네가 공부하는 우주도통학교는 어디에 있소?"

오사미라고 하는 도시의 선경세상에 있답니다. 샤르별에서 가장 큰

도시인데 여기서 거리는 8 km 정도 떨어져 있지요.”

"엄청나게 먼 거리에 떨어져 있군요?"

 

광속으로 비행하는 하늘자동차를 타면 금방이지요.”

"그러면 이제 학교에 나가 도통수업도 받아야 하지 않소?"

"학교수업도 받아야지요. 하지만 샤르앙과 함께 보내는 지금의 모든 순간들도 도통수업의 연장이랍니다. 지구에서, 우주여행을 할 때 UFO에서, 그리고 샤르앙과 함께 하고 있는 틈틈이 전자책을 통해 보고를 하고 있는 내용들이 학교수업의 연장이랍니다. 물론 며칠 내로제가 등록되어 있는 학교를 방문하고 제 스승인 이이스도 만나 뵈어야 되겠지만..

그 때 샤르앙을 제 스승에게 소개해 드릴게요."

그러면 저야 영광이지요. 그런데 도통학교에 다니는 신선학생들의 정상적인 수업시간은 하루 몇 시간 정도 되는지 궁금하오.”

“5시간이랍니다. 학생들의 도통공부 시간과 도통신선들의 봉사활동시간은 5시간씩 똑같아요."

이런 대화를 나누며 너사미 신선마을 상공을 천천히 날며 배회를 하고 시찰을 하는 중에, 쉬지 않고 떼 지어 날아다니는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늘자동차들은 날개가 없고 타원형, 세모형, 둥근형 등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늘자동차들의 크기는 자가용으로 사용하는 소형의 경우 길이가 3, 4미터, 대형은 50미터 이상, 초대형은 200미터나 300미터가 넘는 것들도 있었다. 대형이나 초대형 하늘자동차들은 대부분 화물이나 단체인력을 수송하는데 이용하고 있었다.

초대형 하늘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거대한 빌딩이 날아가는 현상 같았고, 아무리 큰 하늘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녀도 시끄러운 소음 하나 들리지 않고 조용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신선들은 구름을 타고 다닌다고 하지만, 샤르별의 신선들은 하늘자동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우주첨단문명을 즐기고 있었다.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들은 소형이나 대형을 막론하고 광속의 속도로 날아다니기 때문에 아무리 먼 거리라도 순간 이동을 하듯 도착할 수 있었다. 때로는 구름처럼 느리게도 날고 애드벌룬처럼 공중에 멈추기도 하면서 다양한 곡예비행을 하는 비행체가 춘우셔시 하늘자동차였다.

광속운행을 하는 춘우셔시 때문에 샤르별은 멀고 가까운 곳이 없는 한 집안과 같은 세상이기도 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아디뇨미 꽃밭에서 맺은 아니와의 약속

 

츠나음이 연구소는 천하의 절경들이 어우러진 깊은 자연 속에 위치하고 있어서 마치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별천지로 느껴지는 곳이었다.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진 장소를 발견했을 때 '신선이 살 것 같다.' 란 표현을 사용하지만, 츠나음이 연구소 주변 전체의 경관이 선경세상이요. 무릉도원이었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연구소의 분위기는 너무나 조용했고, 보이는 것은 꽃과 열매요, 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뛰어 다니는 동물들의 천진난만한 모습들뿐이었다.

그리고 구름바다처럼 이어지는 복사꽃의 물결.

그렇게 조용하고 아름다운 선경세상에서 아니와 나는 신선과 선녀가 따로 없을 정도로 신선놀음을 즐기며, 단둘이 오붓하게 지내는 생활은 무한한 꿈속을 헤매는 듯한 행복한 시간들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소중한 시간의 순간들을 한 조각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영원히 영원히 붙들어 두고 싶은 시간들이기도 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들 속에서 문득문득 스쳐 가는 지구 생활들의 슬픈 기억들이 마음에 떠올라 어두운 감정에 사로잡혀질 때도 있었다.

아니와 나는 어느 날 복사꽃 물결이 만발한 연구소 뒤편의 언덕으로 올라가 서로 몸을 기대고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맑고 푸른 하늘에는 흰 구름이 둥둥 떠가고 태양은 그 위에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복사꽃 숲속에서 불어오는 향기로운 바람결이 옷깃 속으로 스며들어 기분을 상쾌하게 해 주었고, 그 바람결에 아니의 고운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나부끼고 있었다. 참으로 순수무구한 아니의 표정 속에 어두운 그림자라고는 그 무엇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의 아름다운 표정과 연구소 정원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지구의 하늘 아래서는 도저히 느끼고 체험해볼 수 없었던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그 평화로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주변의 요소들도 많았다.

눈 앞에 펼쳐진 풀밭에는 수많은 종류의 야생화들이 피어 지천에 널려 있고, 화려한 색상의 날개를 가진 나비떼는 꽃향기에 도취되어 환상의 군무를 연출하고 있어 평화의 잔치에 더 큰 몫을 했다.

우주진화의 유전법칙은 인류의 문명뿐 아니라 자연세계의 질서에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렇게 꽃의 색깔과 꽃향기까지 그리고 꽃향기에 도취되어 살아가는 나비떼의 태성들까지 지구의 자연환경과 다르게 진화되어 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꽃과 나비뿐만 아니라, 풀밭에 뛰노는 동물들, 작은 연못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 숲에서 지저귀는 산새들을 비롯한 자연의 요소들이 아름다움과 평화의 질서를 깨트리지 않았다.

곧 우주진화의 영성적 목표는 평화와 아름다움이고, 우주는 위대한 영성의 힘을 샤르별의 선경세상에서 완성시켜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조된 평화와 아름다움의 분위기 속에서 영혼이 느끼는 황홀경은 극치에 달하는 것 같았다. 우주에 신선들이 살아가는 세계가 있다면 그곳의 필수적 요소가 고차원적으로 진화된 평화와 아름다움의 분위기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샤르별이 바로 선경세상으로서의 완벽한 요소를 지닌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런 평화로운 기분에 깊게 도취되어 갈수록 내 마음은 반대로 깊은 우울증에 빠져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지구와 샤르별의 인류들은 같은 우주 속에 살고 있으면서 왜 이렇게 서로 다르게 진화된 환경을 물려받아야 하는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지구 인류들은 지구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불행을 겪어야 하고, 샤르별의 존재들은 샤르별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선경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억울하기도 했다.

샤르별의 평화로움은 잠시 내가 겪을 수 있는 현상일 뿐 시간이 흐르면 나의 소유에서 영원히 멀어질 환상들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더욱 마음을 서글프게 했다.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땅, 다시 누릴 수 없는 우주의 축복, 그 구름같은 환상을 지금 손에 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더욱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지금 이 순간 느끼는 황홀함과 평화로움의 극치는 꽃보다 아름다운 향기를 소유한 아니가 곁에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의 환경이 있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다 할지라도, 지금 당장 아니의 향기가 곁에서 사라지면 허탈한 현상들로 바뀌고 말 것이다.

샤르별의 청춘남녀들이 겪게 되고 저처우린이 겪었던 초춘기의 우울증을, 샤르별을 떠나 아니와 이별한 후 내가 영원히 겪을 것이란 두려운 생각이 앞서기도 했다.

그러한 슬픈 생각들을 하면서 나는 나의 어깨에 기대어 앉아 행복한 기분에 젖어 있는 아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녀의 이름을 슬픈 목소리로 불렀다.

"아니.... 아니?"

뜻밖의 슬픈 목소리에 그녀가 놀라는 표정으로 토끼 같은 눈망울을 반짝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 샤르앙? 샤르앙의 목소리가 갑자기 왜 그렇게 슬퍼졌어요?"

그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또 이렇게 말했다.

저 하늘을 좀 봐요. 아니...."

"하늘을 보라니요? 우리 이제까지 함께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과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샤르앙은 지금 우리들이 바라보고 있는 하늘에서 뭐 새로운 것이라도 발견했어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눈부신 태양...."

그러한 것들이 어떻다구요?"

"우리 지구를 감싸고 있는 하늘과 샤르별의 하늘은 너무 닮았다고 생각되지 않소?"

꼭 닮았지요. 저도 보았지만 지구의 하늘도 우리 샤르별의 하늘만큼이나 참 높고 푸르렀어요. 그래서 파란 하늘을 보니까 금세 지구의 고향이 그리워지나 보지요?"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무엇때문에 슬퍼진 거에요?"

"아니의 말처럼 샤르별의 하늘이나 지구의 하늘이나 똑같은데, 그 하늘 아래서 살아가는 삶들은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곳에 존재하는 평화는 왜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고 이곳에 존재하는 축복은 왜 지구에는 존재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들로 마음이 슬프오. 우주에서 똑같이 태어난 자연세계를 우주는 너무 다른 방향으로 진화시켜 왔다는 불공평한 생각이 드오. 그보다 더 슬픈 생각이 있소."

"어떤 생각이요?"

"아니와의 만남은 나에게 가장 큰 우주의 선물이지만, 우리는 왜 이별의 운명을 전제로 만나야 했었소?"

이 말을 마치자 내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흘러내렸고, 닦아도닦아도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어머, 샤르앙! 울고 있군요. 뚝뚝 떨어지는 이 눈물을 좀 봐. 이걸 어쩌나?"

아니는 그녀의 소맷자락으로 나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어서 그녀는 이런 부탁을 했다.

샤르앙이 슬퍼하는 마음을 알겠어요. 그래요 우주에서 태어난 존재는 모두가 한 형제 한 생명들이면서, 어떤 별에서 태어난 존재들은 축복과 평화로운 선경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하면, 어떤 별에서 태어난 존재들은 하루하루 고통스런 삶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우주의 질서가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렇지만 샤르앙.... 샤르앙이 지구의 불행을 슬퍼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달라질 것이 없어요. 차라리 슬픈 생각이 들수록 샤르앙은 이번 여행을 통해 마음을 굳게 다지는 각오를 다짐해 보세요."

어떤 각오를 다짐하라는 게요?"

"우리 샤르별의 선경세상에서 펼쳐지고 있는 평화의 씨앗들을 많이 모아서 지구로 돌아간 후 뿌려보세요.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싶으면 그 꽃씨들을 따다가 뿌려야 하듯, 우리 샤르별에서 평화의 씨앗들을 많이 따 모아서 지구로 가져가 뿌려보세요. 그러면 지구의 땅에도 진화된 아름다움과 평화의 꽃송이들이 가득 피어나게 될 거예요."

그 평화의 꽃씨들은 무엇이오?"

"우리 샤르별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아름다운 정신세계에서 펼쳐지는 향기로운 사상들이지요. 우주의 진화는 영혼들의 정신세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요. 영혼의 정신세계가 아름답게 진화하면 자연세계의 모습도 덩달아 아름다운 질서로 진화되고, 영혼들의 정신세계가 악하게 퇴화되면 자연의 모습도 똑같이 사악한 모습으로 퇴화되어 갈 수밖에 없어요.”

"영혼의 정신세계가 바뀌면 자연세계의 질서도 다르게 바꿔지는 것이 사실이오?"

"영혼들의 정신세계와 자연세계의 질서는 실과 바늘 같은 관계이고, 진화하면 함께 진화하고 퇴화하면 함께 퇴화하는 것이 우주불변의 원칙이에요. 그러므로 샤르앙이 샤르별의 선경세상을 지구에서 재생시키고 싶거든 이곳 선경세상의 아름다운 신선정신을 많이 배우고 가는 것이 유일한 수단이에요."

"난 당연히 샤르별의 방문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샤르별 신선들의 아름다운 정신을 많이 배워갈 것이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많은 것을 배워가도, 지구 인류들 중 몇 명이나 내 말을 믿어주고 따라주겠소. 그야말로 물질도 명예도 그 무엇도 가진 것 없는 제 말을 업신여기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이오."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지구에서 힘없는 샤르앙의 말을 듣고 따라 줄 대상들이 없을 것이란 뜻이군요?"

"당연하지 않소?"

그런 걱정 말아요. 물질의 힘보다 큰 우주의 권능이 샤르앙을 도와서 모든 뜻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우주의 권능이란 어떤 힘이오?"

"위대한 영성이 담겨 있는 우주의 파워이지요. 그 힘이 우주 삼라만상을 창조하고 우주의 섭리를 발휘하지요. 지구가 아무리 물질만능주의 세상이라 해도 우주의 그러한 권능 앞에서 누구도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곧 우주의 지혜와 우주의 영감이 샘솟는 우주의 무한한 잠재력을 빌리면 이루지 못할 일들이 없어요. 우주에서 태어난 존재들의 본성은 신선이요, 신선은 무소불능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그 무한한 우주의 잠재력을 어디서 빌릴 수 있다는 뜻이오.”

다른 데서 빌리지 않고 샤르앙의 자아에 내재된 힘에서 빌리면 되지요. 태초부터 존재한 우주창조의 힘, 그 무한한 잠재력이 샤르앙의 가슴 속에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샤르앙의 가슴 속뿐만 아니라 우주에서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의 가슴 속에 그 힘이 살아 있어요. 앞으로 샤르앙이 우리 샤르별에서 펼쳐지는 4차원 문명세계의 현상들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체험할 수 있겠지만, 우주의 잠재력이 우주의 다양한 문명세계에 얼마나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지 확신하게 될 거예요. 샤르별의 존재들이 선경세상이라고 하는 4차원 문명세계를 창조한 바탕은 다름 아닌 모든 영혼의 가슴 속에 존재하는 우주의 잠재력이에요. 그 위대한 우주의 힘을 축적하고 축적해서 지구 인류의 삶을 혁신시킬 수 있는 무기로 삼기 바래요."

"아니의 설명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우주의 잠재력과 우주의 힘을 마음만 먹는다고 축적될 수는 없지 않겠소? 그 힘은 제가 얻고 싶지만 하늘의 무지개처럼 멀리 있는 상상의 대상이라는 생각이 드오."

샤르앙은 이미 자아의 내부에 많은 우주의 힘이 축적되어 있어요. 우주를 여행하면서 새롭게 체험하고 느낀 과정에서 샤르앙의 의식구조는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앞으로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더 많은 의식구조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해요. 우주의 힘이란 다른 현상이 아니라, 얼마나 깊이 깨닫고, 의식구조가 변하며, 자아의 깊은 곳에 위치한 잠재력이 활성화 되느냐에 달려 있어요. 우주의 권능과 우주의 힘은 다른 곳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아의 내부에서 잠들어 있는 잠재의식 세계에서 발생하거든요. 그러므로 샤르앙이 앞으로 우리 샤르별을 방문하는 기간 동안, 우리 샤르별의 위대한 선각자들과 성자들과 정신세계의 지도자들을 만나보면서 새롭게 깨닫는 진리들도 많을 것이며, 4차원 문명세계에서 직접 몸으로 느낀 의식구조의 변화도 클 거예요. 그리고 날마다 쉬지 않고 몸 속에 우주 에너지를 증폭시키면 샤르앙의 자아에 머물고 있는 잠재의식의 놀라운 힘들이 저절로 눈을 뜨기 시작할 거예요. 그러한 과정 속에서 우주의 위대한 지혜와 영감을 발휘할 수 있는 우주의 힘을 기르게 된답니다. 그렇게 길러진 우주의 힘을 발휘하여 샤르앙은 앞으로 지구 인류들에게 놀라운 삶의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확신해요. 단지 샤르앙은 지금까지 자아의 내부 속에서 축적되어지는 우주의 힘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에요. 당신의 영혼은 우주창조의 모든 비밀과 세상의 이치를 이미 알고 있는 무한능력의 소유자란 사실을 명심하기 바래요."

"나의 영혼과 나의 자아는 우주창조의 모든 비밀까지 이미 알고 있는 존재라구요?"

"우주의 모든 영혼은 누구나 창조주의 분신이며 새끼들이에요. 그러므로 그 유전인자를 몽땅 물려받고 세상에 태어나 살고 있지요. 그러한 유전인자를 활용해서 우리들 세상의 존재들은 빛의 나라 선경세상을 펼쳐 놓고 신선이 되어 불로장생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지구 인류들이라고 하여 다른 유전인자로 태어나지 않았으며, 지구 인류의 조상이 우리 샤르별의 인류이며, 지구에도 반드시 불로장생의 선경세상이 펼쳐질 수 있어요."

"지구 인류들도 누구나 불로장생의 신선이 되어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오?"

"지구에도 원래는 신선들이 살고 있었고 하늘의 신선들이 지구에 내려가 천시를 펼치며 선경세상을 이루고 살아갔어요. 그 선경세상은 지구의 동방에 존재했고, 동방의 신선나라에는 지구열방의 왕들이 금은보화를 싣고 와 경배를 드렸으며, 샤르앙 당신의 몸에는 거룩한 신선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래요. 그 신선의 도가 후대에 끊어져 지구 인류들의 역사 속에서 사라진 사실이 슬프기는 하지만요. 신선의 길을 선도라고 하며 그 신선의 길을 샤르앙이 지구에 돌아가서 펼치길 바래요. 그러면 지구에서 반드시 불로장생의 선경세상이 다시 펼쳐지게 될 거예요."

 

저와 우리 지구 인류의 유전인자 속에 그렇게 위대한 잠재력이 숨쉬고 있었다니요?"

"그래요. 지구 인류 중에는 하늘에서 내려 온 신선들의 위대한 혈통을 간직한 후손이 살고 있어요. 그 신선의 후손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잊고 살아가지만, 때가 되면 처음의 신선국가를 다시 세울 것으로 확신해요. 샤르앙이 우리들과 함께 생활하고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 그러한 잠재력이 서서히 눈을 뜨고 자각을 갖기 시작했을 거예요."

"아니의 눈에도 달라진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나요?"

"그렇답니다. 샤르앙은 이미 예전의 샤르앙이 아니에요."

"아니의 설명을 듣고 나니 벌써 제 자아의 내면에서 전율하는 우주의 힘을 느낄 것 같소. 그러면 저는 그렇게 길러진 우주의 힘과 권능을 바탕으로 맨 먼저 무엇부터 실천해야 지구 인류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샤르별에서 자라고 있는 평화의 씨앗들을 싹틔우게 할 것 같소?"

"가장 좋은 방법은, 신선의 나라에서 펼쳐지는 우주정신세계의 교본을 만들어 지구 인류들에게 전파하는 일이에요. 우주정신세계의 교본을 통해 지구 인류들의 정신세계가 크게 바뀌어 갈 수 있어요. 지구 인류들의 정신세계가 바뀌면 저절로 우주의 아름다운 진화가 이루어질 거예요. 그러한 내용을 글로 써서 지구 인류들을 바르게 계몽하는데 앞장서세요."

"우주정신세계의 근본 이상이 무엇일까요?"

"우주를 품에 안은 우주의식과 우주자유자로서의 신선의식이지요. 즉 신선의 길이라고 하는 선도를 담은 것이 우주정신세계의 핵심적 내용이지요."

"선도가 담긴 우주정신세계 교본은 어떤 방법으로 쓸 수 있소?"

 

"샤르앙이 선경세상인 샤르별에서 체험한 내용들을 책으로 써내면 그것이 바로 우주정신세계의 교본이 되는 거예요. 책 속에 선경세상의 아름다운 소식을 가득 담아 지구 인류들에게 알려주면 닫힌 마음들이 열리어 우주를 호흡하게 되겠지요. 우주를 호흡하기 시작한 지구 인류들은 저절로 고정관념들이 바뀌고 삶에 대한 자세도 바뀌기 시작할 거예요. 삶의 자세가 바뀌면 이기심과 물질적 탐욕에 눈이 어두운 지구 인류들의 정신세계에 많은 변화가 나타날 거예요. 그러한 변화와 함께 선경세상의 아름다운 사상과 평화정신이 서서히 싹 트고 선도의 틀 속에서 우주적 아름다운 진화가 일어나리라 확신해요."

"아니의 제안은 훌륭한 발상이라 느껴지지만, 책이란 아무나 쓰는 작업이 아니지 않소. 더구나 지구 인류의 정신세계를 장악할 내용을 펼친다는 것은 제 능력으로 부족할 것 같소. 저는 본래 글을 쓰는 재주도 없고, 굳게 닫힌 영혼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만한 말재주는 더욱 없소. 또 영혼을 감동시킬만한 책을 쓰려면 그만큼 깊은 지혜와 높은 학식과 넓은 안목의 지식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오. 그러나 제게는 그럴만한 지혜도, 학식도, 아무런 지식도 갖추고 있지 못하니 무슨 재주로 인류의 삶을 변화시킬 만한 책을 쓸 수 있겠소? 그러니 책을 써서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라는 아니의 제안에는 무리가 있는 듯 하오. 그렇지 않소?"

샤르앙에게 책을 쓰라고 하는 부탁은 우주의 영감과 우주의 지혜를 빌려서 하라는 뜻이지, 인간의 상식과 인간의 얄팍한 재주를 이용해하라는 제안이 아니에요. 그리고 인간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훌륭한 책은 반드시 글 쓰는 재주가 있어야만 쓰는 것이 아니에요. 샤르앙이 우주와 4차원 문명세계를 직접 체험하면서 느끼고 깨달은 우주정신세계의 진실을 그대로만 전하면, 샤르앙이 가지고 있는 글재주는 미약하다 할지라도 지구 인류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는 교본으로 자리 잡을 거예요. 그리고 이 아니가 지구 인류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는 훌륭한 책을 만들 수 있도록 적극 도와줄게요. 샤르앙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동생분과 함께 학교에서 공부를 했고, 글 쓰는 학문도 배웠다고 제 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었어요. 샤르앙은 겸손하게 말하지만 샤르앙에게는 영혼을 움직일 수 있는 글 솜씨가 있다고 믿고 있어요. 샤르앙이 꼭 좋은 글을 써서 지구 인류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제가 힘이 되어 줄게요."

"아니가 어떤 방법으로 책 쓰는 일을 도와주겠소? 제가 샤르별을 떠나면 아니와 저의 관계는 영원한 이별이며 끝이 아니오?"

샤르앙이 지구로 돌아갈 때 지구 인류들의 정신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비법들을 모아서 정리해 드리도록 할게요. 그러한 비법들과 함께 책을 만들면 지구 인류들에게 닫혀져 있는 마음을 열게 하고 감겨진 눈을 뜨게 하는 묘책이 될 것으로 믿어요. 영혼과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여러 말이 필요하지 않고 한 마디 말로 가능해요. 지구 인류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눈을 뜨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어요. 그 눈만 뜨게 해주면 지구 인류들은 순식간에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 샤르앙의 뜻에 호응하게 될 거예요.”

"그러면 지구 인류들을 위해서 책 쓰는 일은 제 혼자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니와 공동작업으로 하게 되는 셈이 아니오?"

"그렇게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아요. 또 샤르앙이 지구로 돌아간 후에도 제 영혼이 함께하며 도울게요. 샤르앙은 앞으로 지구 인류들의 마음만 변화시킬 것이 아니라, 병든 몸을 재생시켜 주고 불로장생의 길을 열어주는 일들도 겸해야 해요. 죽어가는 생명들이 살아나고, 고칠 수 없는 병들이 치유되며, 병든 몸이 회복되면 상처난 영혼들이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되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날 거예요. 그러면 사방에서 샤르앙을 만나기 위해 구름떼처럼 몰려오게 될 거예요. 제 영혼이 샤르앙과 영원히 함께하며 샤르앙의 일을 도울게요. 그러므로 지구로 돌아가더라도 혼자라는 생각을 버리고 큰 뜻을 펼치도록 하세요."

"아니의 영혼이 저와 함께 한다는 뜻은 마음이 함께 한다는 뜻이오? 아니면 다른 뜻이라도 있소?"

"마음도 함께 하지만 영혼의 힘도 함께 해요. 지금 제 몸에서 피어나는 향기를 기억하면, 나중에 지구로 돌아간 후 아니의 영혼이 샤르앙과 함께 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거예요."

"아니의 체향이 어떤 증거가 될 수 있소?"

지구로 돌아가서 저의 향기가 샤르앙의 코끝에서 느껴지거든 아니의 영혼이 주변에서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믿으세요.”

"아니가 죽어서 영혼으로 저를 찾아온다는 뜻이오?"

"죽은 영혼이 찾아가지 않고 살아 있는 영혼이 찾아갈 거예요. 제 몸에는 샤르앙의 정보를 느낄 수 있는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고, 샤르앙의 몸에는 이 아니의 정보를 느낄 수 있는 안테나가 열려 있어 두 영혼의 교류는 항상 가능할 거예요. 그러므로 저의 살아 있는 영혼의 힘으로 샤르앙이 책을 쓰고 큰 뜻을 펼치도록 도울게요."

아니가 그렇게 영적 힘을 빌려 도와준다면 자신있게 책을 쓰는 일과 지구 인류의 생명을 살리는 일들에 도전해 보겠소. 저 혼자가 아닌 아니와의 합작이라면 큰 용기와 자신감이 생길 것 같소."

꼭 그렇게 해 주세요. 그리고 지금 저와의 약속을 변치 말아 주세요."

 

"변치 않고 지키겠소."

샤르앙은 이제부터 지구 인류들에게 신선의 도를 가르칠 우주정신세계 교본을 쓰기로 마음먹었으면, 좀 더 깊게 성찰하는 마음으로 샤르별을 방문하고 여행하세요. 우리 샤르별의 선경세상에서 펼쳐지는 고차원 정신세계와 4차원 문명세계 그리고 우주선진문명세계에는 지구 인류들의 고정관념을 변화시킬 무궁무진한 정보들이 수두룩해요. 이 놀라운 정보들을 알뜰하게 챙겨갈 수 있도록 샤르앙에게 모든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을게요. 그러므로 샤르앙도 우리 샤르별에 머물면서 더욱 깊고 넓은 안목으로 새로운 세계의 지식을 축적하는데 노력을 기울이세요. 샤르앙은 아직도 샤르앙의 정신세계에서 많은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해요. 샤르앙의 잠재의식 속에 뿌리박혀 있는 물질세계의 고정관념들을 뿌리 뽑고 발상의 대전환이 이루어진 후에, 진정으로 샤르앙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의식혁명이 발생할 수 있을 거예요. 샤르앙은 먼저 샤르앙 자신의 큰 변화를 얻은 후에 지구 인류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좋은 책을 쓸 수 있으리란 믿음을 가져주기 바래요. 무엇보다 샤르별은 지구에 비해서 무한이론이라고 하는 모순의 법칙이 크게 작용하는 세상이에요. 그 모순의 법칙을 바탕으로 샤르별에서 4차원 문명세계가 싹텄어요. 모순의 법칙들은 무엇도 간과하지 말고 책의 기초 줄거리로 삼기 바래요."

"그 점은 염려 마오, 4차원 문명세계에 존재하는 모순의 법칙을 최대한으로 살려서 책을 완성하도록 하겠소. 그리고 깊게 성찰하고 모순을 이해하는 안목도 넓히겠소. 그렇지 않아도 이번 우주여행은 제 삶의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샤르별까지 여행을 왔는데, 지구 인류들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책까지 만들어야겠다는 목표까지 세우게 된 이상 새로운 결심을 다지지 않을 수 없소. 제의식세계에서는 이미 수많은 발상의 전환들이 전개되고 있으며, 앞으로 당신의 별나라에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달으면서 제 삶의 변화는 더욱 큰 혁명이 이루어지리라 확신하오. 그러므로 아니도 더욱 세심한 배려와 관심으로 제 정신세계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도와주오."

걱정하지 말아요. 샤르앙! 샤르앙이 있는 곳에 이 아니의 마음이 있어 정성을 다하여 그대의 뒷바라지를 마다하지 않을게요. 그리고 샤르앙이 지구에 돌아가더라도 이제부터 혼자라는 생각은 마세요. 그대의 마음속에 이 아니의 의식과 영혼이 함께 작용하여 위로와 격려의 힘이 되어드릴 거예요. 이 아니는 이미 그러한 각오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앞에서도 그대가 말했듯이 지구는 유한이론이라고 하는 극심한 물질 만능주의 세상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보다 훨씬 큰 힘의 지혜들을 깨닫도록 도와줄게요. 그 지혜의 힘으로 샤르앙이 품고 있는 이상을 멋지게 달성해 보세요. 우주의 큰 권능으로 샤르앙은 틀림없이 우주의 키큰 나무로 성장하리라 확신해요. 우주의 모든 존재들은 지혜가 정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쉬지 않고 진화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샤르앙은 앞으로 더욱 진화된 지혜로서 우주의 진리와 영감을 발휘하게 될 거예요. 우주가 진화되어 그 결실로써 우주 삼라만상의 모습들이 태어났듯, 영들의 사상이 진화되어 더 큰 영감을 꽃피우게 될 거예요. 그래서 지구의 모든 존재들이 신선의 세상에서 함께 살도록 샤르앙이 노력해 줄 수 있겠지요?"

"노력하겠소. 그리고 정말 중요한 가르침을 제게 주었소. 아니의 그런 정성과 후원만 뒤따른다면 저는 불길 속에라도 뛰어들어 목표를 달성할 자신이 있소."

"그래요, 샤르앙! 제 뜻을 받아줘서 고마워요. 우리 영들은 새롭게 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중요해요. 이처럼 아름다운 이상의 세계가 우주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구 인류들이 알게 되면 의식부터 달라질 것이 확실해요. 의식이 달라지면 자연히 행동도 달라지고 그러면 살아가는 모습들도 달라지겠지요. 그러기 위해서 샤르앙이 지구 인류들에게 앞장서서 신선운동과 우주정신세계운동을 펼쳐나가길 바래요. 그러면 이제부터 샤르앙이 있는 곳에 이아니가 있고, 아니가 있는 곳에 샤르앙도 있어 언제나 분신처럼 행동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이제까지는 제 아버지의 목소리가 항상 샤르앙을 인도했지만, 이제부터는 이 아니의 영혼이 샤르앙과 영적교류를 나누며 지켜주도록 하겠어요. 그러므로 이제부터 제 이름은 아니가 아닌 샤르비네로 불러주세요."

"아니를 샤르비네란 새 이름으로 부르라니요? 이름을 개명하기라도 했나요?"

. 이제부터 제 이름을 샤르비네로 불러 주세요."

어떤 의미에서 아니의 이름을 샤르비네로 개명했소?"

언약의 이름이지요."

언약의 이름이라니요?"

"샤르앙과 일심동체가 되겠다는 언약의 이름이에요. 제 영혼과 의식이 그대의 마음속에 깃든다는 것은 일심동체의 사이에서 가능해요. 우리 둘의 영혼이 이제 하나로 결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구요. 샤르앙이 만약 저의 언약을 받아주겠다면 우주가 소멸된 후에도 그 약속을 어기면 안돼요. 어때요? 제 언약을 받아주시겠어요?"

 

"샤르앙과 샤르비네의 일심동체, 무언가 의미 있는 암시가 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드오. 아무튼 저는 아니의 어떤 언약도 수용할 각오가 되어 있소. 고마운 마음으로 아니의 언약을 받아들이겠소.”

고마워요. 그러면 이제부터 저의 이름을 샤르비네라 불러 보세요. 가장 먼저 샤르앙의 입에서 그 이름을 듣고 싶어요.”

부탁대로 할게요. 샤르비네! 샤르비네! 부를수록 좋은 기운이 느껴지고 정감이 가네요. 샤르비네의 이름을 내가 처음으로 부르게 되어 영광이오. 샤르비네!"

저도 샤르앙에게 저의 새 이름을 처음으로 듣게 되어 영광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억제할 수 없네요. 고마워요. 이제부터 이 아니는 그대의 일심동체인 샤르비네로 다시 태어났어요. 이제부터 샤르앙의 아픔은 제 아픔이 될 것이며, 이 샤르비네가 행사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은 샤르앙이 행사할 수 있을 거예요. 샤르앙은 지구에서 살아가고 샤르비네는 샤르별에서 살아가더라도, 이 샤르비네는 샤르앙의 삶을 눈동자처럼 지켜줄 거예요. 샤르앙과 샤르비네의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지구와 샤르별의 운명적인 인연. 이 운명적인 만남과 인연에 동참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

이렇게 말하는 샤르비네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고,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그녀의 마음을 스쳐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약을 마친 후 그녀는 나를 어디론가 손목을 이끌고 갔다.

아디뇨미란 꽃들이 불처럼 타오르는 장소인 꽃불무덤이었다. 아디뇨미란 꽃은 '절개' 란 꽃말을 가진 여러해살이 꽃이었는데 꽃잎이 피처럼 붉고 향기가 짙은 것이 특징이었다.

 

아디뇨미 꽃동산을 샤르별에서는 <언약의 동산>이라고 불렀다. 샤르별 신선들은 중요한 약속을 할 때 반드시 아디뇨미 꽃동산을 찾아가는 전통이 있었다.

즉 부모형제나 친구사이를 막론하고, 누구와의 사이라도 중요한 약속을 가질 때는 반드시 아디뇨미 꽃이 피어 있는 언약의 동산을 찾아서 언약식을 갖는다고 했다. 그래서 샤르별 신선인류들이 살아가는 마을이나 공원 같은 장소에는 반드시 아디뇨미 꽃동산을 가꾸고 언약의 장소로 이용한다고 했다.

샤르비네가 나를 데리고 일심동체의 언약식을 갖기 위해 아디뇨미꽃동산에 도착했을 때, 다른 커플들도 몇몇 씩 꽃그늘 사이에서 경건한 언약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디뇨미 꽃동산에서도 유난히 꽃그늘이 무성한 곳을 찾아가 자리를 잡은 샤르비네는 나에게 두 손을 펴서 내밀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의 두 손바닥을 나의 손바닥 위에 포개어 얹은 후 하늘을 향해 기원을 시작했다.

기원의 내용은 우리들이 맺은 일심동체의 언약을 하늘이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그 언약이 빗나가지 않도록 보호해 달라는 간절한 염원이었다. 하늘을 향해 올리는 기원이 이상하게 나의 심금을 향해 울려왔다. 하늘을 향해 올리는 기원이 나의 영혼을 향해 호소하는 절규처럼 들렸다. 그때 영혼까지 전율하는 감정이 일어나기도 하고, 코끝이 찡해지는 큰 감동이 전해졌다.

그 순간 내 가슴은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샤르비네의 따뜻한 체온이내 몸의 혈관 속으로 전류처럼 퍼지는 현상을 경험했다. 그리고 코끝으로 진하게 스며드는 라일락 같은 꽃향기가 코끝에서 기도를 타고 폐속으로 들어와 온몸에 물결처럼 퍼져 들어가는 현상도 나타났다. 그리

4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고 마치 그녀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하나로 연결된 듯한 현상을 느꼈으며,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느낌들이 내 마음속에 전이되는 듯한 현상도 느꼈다. 그때 내 마음은 무한한 황홀경에 도취되어 가는 느낌을 얻었는데, 몸이 땅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중에 붕 떠서 구름을 타고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언약의 기원을 마친 샤르비네에게 금방 겪었던 느낌들을 들려주었더니 그녀는 이런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방금 샤르앙의 가슴에 전해진 따뜻한 체온은 바로 이 샤르비네 영혼의 체온이며 제 몸 속에 흐르는 기운의 에너지라고 생각하세요. 마찬가지로 코끝에 전해진 향기도 이 샤르비네 영혼의 향기라고 생각하세요. 언약의 기원을 올릴 때 제 가슴도 역시 뜨거워졌고 저의 코끝에서도 그러한 꽃향기를 맡을 수 있었답니다. 우리들이 나눈 언약은 서로에게 진실이 통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모든 영혼들은 누구나 그 영혼만이 가진 고유의 향기가 있는데, 앞으로 제 영혼의 향기가 그대의 코끝에 전해지거든 샤르비네의 영혼이 가까이 다가온 것으로 믿어주기 바래요. 앞으로 샤르앙이 제 이름을 부를 때 이 샤르비네가 당신곁에 다가감의 표시는 바로 그 제 영혼의 체온과 향기일 거예요. 제영혼의 체온과 향기가 당신 곁에 머물거든 샤르비네의 영혼이 그대 곁에 머물러 있음을 믿어주세요. 그리고 제 마음은 항상 샤르앙의 마음속에 투사되어 기쁨이든 슬픔이든 함께 누리며 살아갈 거예요. 저도 역시 샤르앙과 멀리 떨어져 살아가더라도 샤르앙의 체온과 영혼의 향기를 느끼며 살아가게 될 거예요. 우리 사이 일심동체의 언약이 진실할 때까지, 영원한 순간까지라도 말이에요."

 

"알겠소, 샤르비네. 제 육체와 정신세계의 모든 감각들은 이제 충분히 샤르비네의 모든 기운들을 다 기억하게 될 것이오. 말하자면 제생명의 자율신경 속에 샤르비네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감각이 탄생했다고 확신하오. 앞으로 그대와 헤어져 살더라도 제 생명의 감각들은 그대가 가까이 다가오는 영혼의 향기를 느끼며, 절망하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서서 힘찬 새 출발을 시작하게 될 것이오."

그래요, 우리는 이제부터 우리들 영혼의 감각 속에 우리들 서로의 생명력과 영혼을 느낄 수 있는 자율신경이 생겨나고 말았어요. 우리들 생명의 감각은 우리들 서로를 느낄 수 있는 자율신경으로 영원히 서로를 기억하며 살아가게 될 거예요.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더욱 확실한 일심동체가 되었네요. 우리들의 언약을 하늘의 샤스미(천지만물을 주관하는 조물주란 뜻의 이름)께서 내려다보며 축복을 내리는 것 같네요."

샤르비네와 내가 이렇게 서로 속삭이고 있을 때 붉은 아디뇨미 꽃들은 더욱 붉게 타는 듯 했고, 하늘의 태양은 더욱 찬란한 광채로 우주를 비추는 것 같았다. 샤르비네와의 일심동체 언약식은 어두운 내 마음속에 무한한 힘과 용기를 불어넣는 촉진제가 아닐 수 없었다.

이제까지 세상에 태어나 샤르비네와 맺은 약속만큼 황홀하고 가슴벅찬 느낌은 없었다.

이후로 나는 샤르비네와 일심동체의 사이가 되어 이제까지 느낄 수 없었던 더욱 깊은 믿음과 사랑을 느끼며 하루하루 행복한 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지구로 돌아와서도 샤르비네 영혼의 향기는 코끝에서 느낄 수 있었고, 포근한 샤르비네 영혼의 기운은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샤르별에서 맺어진 일심동체의 언약은 지구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랑의 언약도 아니었으며 남녀간의 혼인과 같은 부부의 언약도 더욱 아니었다.

일심동체의 언약이란 영혼과 영혼이 맺어지는 독특한 의식이었는데, 그 언약은 사랑의 언약이나 혼인의 언약보다 더 강렬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일심동체의 언약은 영혼과 영혼이 맺을 수 있는 진실의 언약이었다.

샤르비네는 나와 맺은 일심동체의 언약을 측요스 신선을 찾아가 고했다. 우리들의 언약식을 승인 받기 위해서였다.

"아버지! 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그래, 사랑하는 나의 선녀 아니야! 무슨 말이든 어서 하렴."

조금 전에 우리들은 아디뇨미 꽃동산에서 일심동체 언약식을 가졌어요. 그래서 샤르앙과 일심동체가 된 제 언약의 이름을 샤르비네로 고쳐 부르기로 했어요."

"샤르비네로 이름을 바꿨다구?"

, 제 이름을 이제부터 샤르비네로 부르기로 했어요."

"! 그랬단 말이냐? 그것 참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구나. 너희들의 일심동체 언약은 내게 기쁜 소식이요, 네 아버지도 충분히 그럴 것이다. 네 아버지와 나는 이미 예견했던 일로 샤스미께서도 너희들의 진실을 기꺼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너희들의 언약식을 승인하겠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하늘이 인정한 일심동체가 되었노라.”

 

고맙습니다. 아버지의 승인은 제 친아버지의 승인으로 믿고, 저희들의 언약을 목숨 바쳐 수행하도록 노력하겠어요. 그리고 저희의 언약을 승인해 주신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갈게요. 이제부터 샤르앙은 저의 분신이고 샤르비네는 샤르앙의 분신으로 다시 태어났으니 그 성스러운 약속은 우리들의 생명이 다 한 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그러한 저희들의 삶을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지켜보고 말고. 너희들의 순결한 언약은 우주 끝까지 이어질 것을 나는 믿는다."

이로써 샤르비네와 나의 일심동체 언약은 샤르별에서 공인된 셈이었다.

샤르별에서는 남녀의 사랑, 혼인, 일심동체 언약식 같은 중대사를 부모에게 고하고 승인 받는 절차를 갖게 되는데, 그 승인은 부모를 대신해서 부모처럼 생각하는 친지에게 대신 부탁할 수도 있었다. 그러한 승인은 유효하고 사회로부터 공인 받을 수 있었다.

샤르별에서는 우주성인이 된 후 모든 중대사의 승인을 부모에게 요청할 수 있었고, 부모는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우주성인으로 성장한 신선자녀의 승인요청을 거절하지 않는 전통이 있었다. 우주성인이 되면 신선으로서 기본 틀을 완성한 셈이었고, 그러한 신선자녀들이 책임 못질 삶을 살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사회가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샤르별에서 우주성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나이는 26(우주나이)였다. 26세가 되면 샤르별에서 실시하는 신선훈련이 종료되고 우주성인으로 대접을 받는다.

샤르별 존재들은 우주나이 3세부터 26세가 될 때까지 신선으로서 지켜 나아갈 훈련을 받게 되고 수행을 마친 후 신선의 대접을 받게 된다. 신선의 대접을 받는다는 의미는 우주성인의 대접을 받는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신선수업이 끝난 27세부터 56세까지 각자의 자질과 연관된 전문교육을 마치게 되는데 다른 말로 표현하면 도통공부와 같다. 신선수업과정 속에 신선의 품격 형성에 필요한 훈련이 일체 포함된다. 그래서 샤르별에서는 신선교육을 마친 26세가 되면 남녀 누구나 떳떳한 신선이며 우주성인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

샤르비네의 나이는 우주나이 29세였고 우주학문을 전공하고 있는 예비 우주전문가였다. 우주학문 전공을 마치면 우주에 대해 도통을 하고 그 분야의 대가로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샤르비네는 당당한 우주성인으로서 나와의 일심동체 언약을 승인 받았던 것이다.

이후부터 샤르비네는 나를 진짜 자신의 분신으로 여기며 더욱 정성을 다해 돌보아 주었다. 일심동체의 사이가 되면 서로에게 감추고 지낼만한 비밀의 벽은 존재하지 않았다.

함께 알몸으로 목욕도 하고 침실생활도 함께 하는 것은 일심동체 언약식 이전부터 실천하고 지냈던 보편적인 일상사였지만, 그녀는 더욱 자상하고 알뜰살뜰한 보살핌으로 나를 대해 주었다.

샤르별에서의 관습은 일심동체의 언약보다 앞선 순결은 없었다.

샤르별 존재들은 몸을 순결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순결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마음을 가진다는 의미는 모두를 얻는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샤르별 사람들은 몸을 차지하려 하지 않고 마음을 차지하려고 했는데, 나는 샤르비네의 마음과 영혼을 다 차지한 셈이었다.

저처우린도 우리들의 일심동체 언약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했다. 그러한 저처우린과 나 사이를 샤르비네가 의남매 결연을 맺도록 주선해 주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무릉도원 샤르별의 밤하늘

 

샤르별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느꼈던 기분은 대기의 공기가 달콤하게 느껴질 만큼 너무 맑다는 것이었다. 특히 푸른 숲과 복사꽃으로 뒤덮여 있는 연구소의 공기는 너무 맑다 못해 향기롭기까지 했다. 마셔지는 공기가 모두 복사꽃의 향기이기도 했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결에 꽃향기와 수풀의 향기가 섞여서 전해 오니 연구소의 맑은 공기가 더욱 향기롭지 않을 수 없었다.
공기가 맑기 때문에 하늘은 더욱 높고 푸르렀으며 그래서 하늘에서 빛나는 태양이 더욱 싱그럽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샤르별에 도착한 후 처음으로 밤을 맞이했을 때 밤하늘에 찬란하게 빛나는 별빛들은 너무나도 깊은 첫인상을 남겨 주지 않을 수 없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높은 밤하늘에 보석들을 뿌려 놓은 듯 수없이 반짝이는 수많은 성좌와 별들의 얼굴, 그것들은 지구의 지상에서 바라보던 별자리나 성좌의 모습들과는 달랐지만 낯설게 느껴지는 얼굴들은 아니었다. 그 초롱초롱하고 빛나는 성좌들 사이로 희미하게 흐르는 은하수의 모습도 보였다.
지구의 밤하늘에 빛나던 카시오페아 자리나 전갈자리도 보이지 않았고, 북극성이나 샛별도 보이지는 않았지만,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별빛들의 모습은 다르지 않았다.
지구의 지상에서 바라보던 은하수의 모습이나 샤르별에서 바라보는 은하수의 모습이나 크게 달라 보이는 현상은 없었다. 망원경을 가지고 자세히 관찰하면 분명히 지구에서와는 달라 보이는 은하수의 모습이겠지만, 희미하게 흐르는 현상은 조금도 다른 점이 없었다.
밤하늘의 성좌들과 은하수를 바라보면 저절로 마음이 울렁거렸다. 수없이 반짝거리는 성좌들 중에 지구의 모습이 어딘가에 섞여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지구가 속한 은하수는 우주 저편의 100억 광년의 먼 거리에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리 밝은 눈으로도 바라볼 수 없는 까마득한 세상에 불과했다.
어떻든 샤르별의 밤하늘과 은하수의 흐름은 아름다웠다.
샤르별의 밤하늘이 아름답고 신비스런 이유 중의 하나가 밤하늘의 찬란한 별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온 세상을 대낮처럼 밝혀 주는 인공달의 마력과 특이한 현상 때문이기도 했다.
인공달은 샤르별의 25 km 거리의 상공에 떠 있었는데, 인공달은 다른 달처럼 둥글게 뜨는 것이 아니라 마치 바다 위에서 다니는 항공모함하고 비슷한 모습으로 뜨는 달이었다. 전체적인 모습은 길쭉하고 가운데 부분은 개미허리처럼 잘록하며 앞부분과 뒷부분은 양쪽으로 날개처럼 벌어져 있는 것이 인공달의 모습이기도 했다.
인공달이 발산하는 빛은 단순하게 밝지만 않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우주광선들을 지상에 뿌리면서 현란한 빛의 연출을 마력처럼 발산시키고 있었다.
은은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쏟아지는 인공달빛의 마력은 마음과 영혼을 변화시키는 작용이 있는 것 같았다. 인공달을 바라보면 저절로 마음이 황홀해지기도 하고 영혼이 숙연한 기분 속에 싸여지는 것 같기도 했다.
인공달의 밝은 빛은 영혼을 원격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공달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샤르별 존재들은 그 신비한 빛의 작용 때문에 저절로 고상한 정신세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신비한 인공달빛을 받으며 무릉도원의 자태는 더욱 요염한 자태로 신선들의 마음을 유혹하고, 구름을 두른 것 같은 신선복 차림으로 달밤의 풀밭을 산책하는 신선과 선녀들의 모습도 황홀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밤마다 아름답고 신비한 달빛을 가득 선물해 주는 인공달을 샤르별의 인류들은 너무나 사랑하고 아끼는 것 같았다. 그 인공달이야말로, 4차원 문명세계를 창조하여 신인류문명의 신기원을 이룩한 샤르별의 상징물이기도 했으니, 그 인공달의 정체가 바로 샤르별의 우주상공에 건설된 하늘도시 우주타운이었던 것이다.
우주타운이 햇빛을 받아 반사하기 때문에 샤르별의 지상에서 볼 때는 달처럼 보였다. 샤르별의 우주상공에는 지상에서 25 km 떨어진 궤도에 하늘도시 우주타운의 제국이 건설되어 있는데, 그 우주타운은 샤르별의 궤도를 따라 돌면서 밤이면 달처럼 샤르별의 지상을 비추고 있었다.
64.4차원 문명세계의 메시지
샤르별의 위성인 진짜 달들은 인공달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38km 50 km 상공에 떠 있어서 인공달의 밝기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샤르별에서는 인공달이 진짜 달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고, 4차원 문명세계를 주도하는 자신들의 모든 역량이 집약된 우주타운에 대한 애정이 깊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샤르별의 신선인류들은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인공달을 쳐다볼 때마다 자신들의 이상과 꿈을 더욱 소중하게 가꿀 수밖에 없었고, 우주를 향한 마음의 다짐을 날마다 새롭게 한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샤르별의 불청객인 내 자신마저도 인공달의 신비로운 빛을 바라보면 저절로 우주의 영감이 마음에 떠오르는 듯도 하고, 우주에 대한 이상이 깊어지는 자아를 체험하곤 했던 것이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츠나음이 외계문명연구소에서의 망중한

 

샤르별에 도착한 후 처음 며칠 동안은 어떤 공식일정도 계획하지 않은채 한가한 시간을 보내면서, 아니와 저처우린을 대동하고 츠나음이 연구소의 정원을 산책하는 일들로 소일했다.
공원처럼 넓은 연구소 뜰은 걸어서 며칠 간 둘러보아도 다 구경할 수 없을 만큼 큰 규모였다. 춘우셔시 비행체를 타고 돌아보면 순식간에 둘러볼 수 있었지만, 나는 일부러 발품을 팔아 걸어 다니며 연구소 뜰에 펼쳐진 자연의 숨결들을 피부로 느끼려고 애썼다.
그러한 나의 마음을 아니와 저처가 이해하고 적극 동조해 주었다. 아니와 저처의 두 선녀를 동반한 채 다정하게 손을 잡고 꽃향기 어우러진 정원과 새소리 들리는 숲 속을 거니는 기분은, 천상에서 신선놀음 그대로였다.
우리들이 숲속을 거닐고 있노라면 우이브라고 하는 사슴처럼 생긴 짐승이 다가와서 아는 체를 하려고 고개를 내밀기도 했고, 토끼 같은 펀니들이 팔딱팔딱 뛰어와 재롱을 떨었으며,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새들이 날아와 손등에 내려앉아 기쁨을 전해주기도 했다.
어떤 짐승들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고, 짐승들은 다른 짐승들끼리 서로 만나도 싸우거나 다투는 일을 보지 못했다. 한 마디로 힘이 센 짐승이나 힘이 약한 짐승이나 서로 정겹게 잘 어울리며 선경세상의 평화를 만끽하고 있었다.
쥬스니라 산자락의 깊은 밀림에 위치한 츠나음이 연구소 정원의 주변은 온통 복사꽃으로 만발하고, 무릉도원이 어딘가 했더니 바로 그곳에서 무릉도원을 만날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무릉도원은 츠나음이 연구소 뿐만 아니라 샤르별 전체가 무릉도원처럼 복사꽃으로 뒤덮여 있는데,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 있는 복사꽃의 물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신선이 아니라도 저절로 신선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샤르별의 자연세계는 지구와 거의 흡사한 환경 같은데, 자세히 살펴보면 차원 높은 모습으로 진화가 이루어진 현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짐승들은 사자처럼 무섭고 호랑이처럼 위협적으로 생긴 맹수들도 있었는데, 실제로는 성질들이 너무 온순해서 사람들과 아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사자의 입에 손을 넣어도 무사하고 호랑이와 껴안고뒹굴어도 안전한 세상. 말하자면 사람과 동물 사이에 어떤 적대감이나 긴장감도 없이 서로 친구처럼 가족처럼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그곳에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짐승들이 본래부터 온순했던 것이 아니라 신선들이 어떤 도술을 부려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한 마디로 맹수도 양처럼 순하게 살아가는 세상..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샤르별 신선들은 본래부터 육식을 하는 습관이 없다고 했다. 다시 말해 살아 있는 생명을 살상하여 그 고기를 잡아먹는 버릇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샤르별 신선인류들은 짐승을 해치거나 사냥할 필요가 없고, 그러한 분위기 탓으로 짐승들이 선천적으로 신선인류들을 무서워할 습관이 생겨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샤르별의 동물들에게 신선인류들의 존재는 적이 아니라 동족과 같은 관계로 발전해 있었다.
지구의 그림 중에 신선이 호랑이를 애완동물처럼 곁에 두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신선도 그림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신선도 그림의 내용이 샤르별에서 실제로 재현되고 있었다.
숲을 거닐고 있는 신선들 곁에 나타나 어린애들처럼 장난을 치거나 애교를 부리는 맹수들. 전혀 사람에게 겁을 내지 않는 귀여운 동물들. 나뭇가지에서 놀다가 지나가는 사람의 어깨나 손바닥에 내려와 놀다 가는 작은 새들……. 그러한 장면들은 지구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현실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 신선들은 맹수의 등에 타고 숲속을 산책하기도 하고, 어떤 선녀들은 맹수를 곁에 앉혀 놓고 나무의 열매를 먹여주기도 하며, 근심도걱정도 없이 망중한을 즐기는 신선인류들을 바라보노라면, 구경하는 마음까지 저절로 평화가 찾아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사람과 동물과의 평화로운 관계는, 긴 세월동안 인간들이 동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작은 생명체조차 헛되게 다루지 않는 질서 속에서, 인간과 동물사이에 적대적 관계가 청산되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크고 작은 동물들이 인간을 무서워하지 않고 친구처럼 잘 따르는 분위기를 바라보니 평화라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동물들이 인간을 무서워하고 적으로 알며 가까이 접근하기조차 꺼리는 현상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위도 자랑거리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생명체 하나조차 인간의 의지대로 마음껏 사랑하고 귀여워해 줄 수 없는 현실이라면, 인간이 어찌 만물의 영장이라고 큰소리 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크고 작은 동물들과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츠나음이 연구소 주변의 정원과 숲 속의 분위기는, 인간에게 어떤 근심도 자아내지 않게 하는 평화로운 낙원이 아닐 수 없었다.
선경세상과 무릉도원이 따로 없고, 그곳이 바로 신선들이 살아가는 선경세상이요 천상의 무릉도원이었던 것이다.
지구에서는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조차 대립과 경쟁의 연속이고, 내가 남을 넘어뜨리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던가. 그 비정한 삶 속에 진정으로 인간이 만끽하며 누리고 싶은 이상이나 가치가 무엇일지 반문해 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정말로, 정말로. 인간이 좀 부족하고 풍족하지 못하게 살더라도.서로 대립하지 않고 다투지 않고 오손도손 다정하게 한 평생을 살다갈 세상이 있다면, 어떤 부와 명예라 한들 다 포기하고 그 세상을 택할 것이란 것이 나의 간절한 염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샤르별이 선경세상이요, 신선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그곳의 존재들도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는지, 저처우린의 우울증을 대하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부터 고독과 외로움에 시달려 온 선녀 저처우린은 우리들과 잦은 접촉으로 얼굴에서 그늘이 가셔졌고, 처음과는 딴판으로 명랑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영혼의 외로움을 털고 나니 새로운 활력과 생기가 넘치는 저처우린의 모습이었다. 저처우린과 나는 이미 영적 수반자로서의 변치 않을 우정을 약속했다.
아니는 초시가 맺어준 영혼의 선물이요. 저처우린은 아니가 맺어 준영혼의 선물이었다.
저처우린의 우울증이 사라진 후 아니와 나는 마음의 부담을 덜고 단둘만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저처우린은 그녀 나름대로 주어진 임무가 있고 측요스를 보필하며 수행해야 할 과제가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우리들과 어울릴 순 없었다. 아니와 나는 공식적인 일정이 잡힐 때까지는 츠나음이 연구소 주변을 산책하며 신선놀음을 즐기는데 시간을 보냈다. 연구소에서 야외로 조금씩 벗어날수록 빽빽한 원시림과 계곡의 온천수와 변화무쌍한 자연의 경관이 펼쳐지고 있는 무릉도원의 산책을 즐기는 일이 신선놀음이었다. 저처우린도 가끔씩 우리와 함께 동행했지만 연구생으로서의 신분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외계인선녀 저처우린의 우울증

 

연구생 저처우린과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면서 접촉이 잦았다. 그녀는 수시로 우리들 침실을 드나들면서 필요한 내용들이 없는지 점검해주었고, 그때마다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자주 나눌 수 있었다.
저처우린은 우리들 침실을 방문할 때마다 향불램프를 새로 갈아주는 일을 도맡아 했다. 향불램프는 밤이든 낮이든 항상 침실에 켜져 있었다. 한번 불을 붙이면 하루 종일 꺼지지 않고 타는데, 초롱불보다 작은 불꽃인 향불램프의 향기는 다양했다. 어떤 향기는 기분을 매우 황홀하게 만들어주고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도 했다. 황홀한 향불램프의 향기를 맡으며 아니와 나는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는데, 저처우린도 가끔 우리들과 함께 춤추는 파트너가 되어주곤 했다.
저처우린은 참으로 맑은 눈과 고운 피부를 가진 미모의 선녀였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는 언제나 아름다운 향기가 배어나고 있었다. 함께 춤을 추며 저처우린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맡는 것도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저처우린이 우리의 침실을 방문할 때마다 이상한 점을 느꼈는데, 그 아름답고 고운 저처우린의 표정에서 알 수 없는 그늘을 발견하곤 했기 때문이다. 저처우린은 본래 명랑하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이기는 했지만, 문득문득 그녀의 눈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우수어린 표정을 발견하였다. 저처우린의 마음에 숨겨져 있는 그늘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아니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저처는 우리들과 어울릴 때 항상 밝고 명랑해 보이는데 가끔씩 그녀의 표정에 스치고 지나가는 어두운 그늘을 이해할 수 없소. 아니는 그 내용을 알고 있소?"
그러자 아니는 뜻밖의 대답을 했다.
저처는 외로움의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는 나는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연구소에는 부드럽고 다정한 직원들이 가득하고 이 연구소 환경은 너무나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는데, 이런 곳에서 저처가 외로움의 병을 앓고 있다는 의미가 이해되지 않소. 이렇게 행복한 신선놀음을 즐기면서 외롭다니요?"
이어서 아니는 대답했다.
친구는 많고 삶은 행복하지만 깊은 마음을 토로할 상대가 없어 저처의 마음에 외로움의 상처가 생겼어요. 지구 인류들에게는 상처도 되지 않을 아픔이 우리 샤르별에서는 큰 상처의 아픔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어요. 아마도 샤르앙이 듣기에는 행복에 겨운 사치 때문이라고 판단될 거예요. 그렇죠?"
"사실 그러한 느낌이 드오. 외롭지도 않게 보이는데 외롭다고 느끼고 불행한 그림자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세상에서 우울함을 느끼는 심리가 지나친 마음의 사치처럼 느껴지오. 아니도 저처우린처럼 외로움의 우울증을 앓아본 경험이 있소?"
"당연히 저도 마찬가지이지요."
"지금도 그렇소?"
"지금은 아니랍니다. 샤르앙과 함께 제 영혼의 모든 비밀들까지 털어놓고 이야기하며 순수한 우정을 나눌 수 있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답니다. 예전에 앓았던 우울증의 흔적들은 지금 내 마음에서 찾아볼 수 없어요."
"고차원의 정신세계에 도달해서 살아가는 존재들은 외로움이나 불행 따위의 느낌은 지워버리고 살아가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가보오. 샤르별의 신선인류들은 여자이든 남자이든 그리고 연령에 상관없이 저처우린처럼 우울증을 자주 겪으며 살아가오?"
그렇지는 않아요. 신선의 남녀 초춘기에 찾아오는 현상인데, 초춘기에는 누구나 한번쯤 겪게 되는 사랑의 열병이지요."
"초춘기란 무슨 뜻이오?"
나무로 말하면 한창 물이 오르는 시기라고 설명할 수 있지요. 지구인류들이 겪는 사춘기 같은 현상과는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구요. 초춘기의 현상은 마치 영혼의 짝을 기다리는 향수병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아요. 샤르별의 존재들이 빠르면 20대 초반 늦으면 30대 초반에 그 시기가 찾아오지요."
샤르별 인류들의 초춘기는 육체의 짝을 기다리는 시기가 아니라 정신세계의 동반자이며 영혼의 파트너를 갈구하는 시기라는 뜻이군요?"
그러한 표현이 적절하네요. 저도 다른 젊은이들에 비해 조숙한 편이어서 20대 초반에 들어서자마자 초춘기의 우울증을 겪었어요. 우주여행을 떠나 새로운 세상들과 만나면 그러한 우울증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것 같았어요. 지구 해저기지에서 생활할 때도 마찬가지였지요. 그 순간 샤르앙을 만났을 때 너무나 반갑고 행복했어요. 샤르앙과의 만남은 우주여행에서 얻은 가장 값진 선물이에요.”
"신선의 영혼도 고독을 느낀다는 의미군요?"
신선놀음도 상대가 있어야 즐겁지요. 삶과 죽음을 초월한 신의 경지에 도달해서도 고독과 외로움은 견디지 못할 거예요. 혼자서 외롭게 우주의 절대자이면 뭐하겠어요. 아무리 고차원의 정신세계에 도달한 영혼이라도 상대가 없으면 불행의 늪에 빠져요.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도 지구 인류들의 삶에 비하면 엄청난 축복과 풍요로운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지구 인류들보다 오히려 고독과 외로움의 불행은 감당하기 힘들어요. 조물주도 그러한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만물을 창조하고 그것들과 대화를 나누어가지요."
아니의 설명을 들어보면 그럴 듯한 설득력이 있소. 그러면 저처는 지금 초춘기의 적령기에 접어들어 영적상대자를 찾지 못해 외로움의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지요?"
알아보나 마나 그러한 증세가 틀림없어요. 제가 이미 겪었던 현상이기 때문에 저처의 표정만 보아도 직감으로 느껴지지요."
그 말을 들으니 저처에게 오히려 미안한 생각이 드오. 우리 둘만 행복하고 다정한 모습을 보여 저처의 고독한 영혼을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앞서오."
"그러한 생각보다는 저처의 외로움을 달래주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당한 도리에요."
어떻게 하면 저처의 우울증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겠소?"
"샤르앙이 보다 깊은 관심으로 저처에게 마음을 열어주고 그녀도 깊
은 마음을 열고 가까이 다가올 수 있도록 배려해 주세요.”
저더러 저처우린에게 영적인 역할을 맡으라는 뜻이오?”
"그렇게 해주세요."
내 영혼의 짝은 아니 혼자라고 생각하는데. 더구나 이 연구소에만 보아도 너무나 고상하고 멋진 젊은 남성의 신선들이 근무하고 있소. 그런데 저처럼 볼품없는 존재에 대해 저처가 영적 파트너로서 호감이나 가지고 있겠소?"
"샤르앙은 결코 볼품없는 존재가 아니에요. 우리 샤르별의 젊은 남성의 신선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고상함과 영적 신비로움이 묻어나오는 존재랍니다. 저처는 이미 샤르앙에 대해서 깊은 호기심을 품고 있어요. 샤르앙은 저의 소중한 영적 반려자이지만, 저처와 그 소중함을 나누어 갖고 싶어요."
그러면 아니의 마음이 불쾌해지지 않소?"
그런 속 좁은 마음은 우리 샤르별 선녀들에게 존재하지 않아요. 우리 샤르별 선녀들 사이에서는 서로의 우정을 위해 사랑을 나누어 갖는 일들로 해서 마음에 시샘을 느끼거나 불쾌한 생각을 갖지 않아요. 그러므로 마음 편하게 저처우린에게 가까이 다가가 영혼의 깊은 수발자, 수행자가 되어 주세요."
그 후로 아니는 일부러 우리들의 거처로 저처를 자주 초대했고, 침실에서 함께 생활하기도 했으며, 숲속을 산책하거나 온천수에서 목욕도 함께 하는 등 다정한 시간들을 함께 보내게 했다. 그러한 아니의 배려 때문에 저처와 가까워지고 허물없는 사이로 변해갈 수 있었다.
그러는동안 저처우린과 마음속 깊은 대화가 수없이 오고갈 수있었다.
아름다운 여성 저처는 마음에 품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끝없이 털어놓을 때가 많았다. 수다스럽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털어놓는 그녀의 실타래 같은 이야기들 속에는 밤하늘의 별과, 정원의 꽃송이들과, 풀섶에 속삭이는 바람결 같은 정서들이 향기롭게 펼쳐지는 것 같았다. 그런 향기로운 속삭임을 털어놓지 못해 저처가 외로움을 앓고 있었다니, 그녀의 그늘진 병이 차라리 아름답고 순결하게만 느껴졌다.
저처의 말 중에 잊혀지지 않는 한 마디는 "꽃에도 나비들이 찾아와서로 즐겁게 희롱하며 음양의 조화를 나누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자신의 처지가 너무 고독했어요."라는 일성이었다.
4차원 문명세계에서도 음과 양의 조화를 이상적인 삶의 법칙으로 여기며 우주철학적 사상을 품고 살아가는 면모를 발견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샤르별의 신선인류들은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것을 중요시 여겼으며, 남녀청춘의 사이에서도 육체를 욕심내지 않고 깊은 마음을 욕심내는 관습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저처는 나에게 실타래 같은 영적 이야기들을 털어놓은 후 한결 밝아지는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러한 그녀의 모습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내 기분의 의미는 무엇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빛의 나라 샤르별 신선들은 지구 사람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평화와 풍요로운 삶을 만끽하고 있지만, 의외로 고독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불행도 다반사로 겪고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너무 풍족하고 너무 행복에 겨운 나머지 겪게 되는 마음고생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마음고생은 우리 지구 인류들의 안목으로 바라볼 때 사치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4차원 문명세계의 이기들

 

내가 1년 동안 샤르별에서 머물게 될 거처는 츠나음이 연구소였다. 아니도 내가 샤르별에 머무는 동안 숙식을 함께하며 생활하도록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측요스로부터 미리 배정된 우리들의 거처를 소개받았다. 피라미드 건물의 3층이었는데 방이 넓고 전망이 매우 좋았다. 방 안에는 샤르별의 존재들이 사용하는 4차원 문명세계의 이기들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었다.

말하자면 아니와 내가 사용해야 할 방은 각각 따로 배정 받은 것이 아니라, 같은 방에서 함께 지내며 침실까지 함께 사용하도록 꾸며져 있었다.

우주를 여행하면서 1년 동안 UFO 선실에서 같은 침실을 사용해 온아니와 나 사이였기 때문에, 연구소에서도 같은 침실을 사용한다고 하여 불편하거나 어색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샤르별의 존재들은 남녀간의 문제에 대하여 아주 관대한 세상이었다.

고도의 윤리의식으로 훈련된 샤르별의 존재들은 타인의 삶에 대해 관여하거나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일들이 없었고 철저하게 타인의 인격을 신뢰하는 세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니와 나는 같은 침실을 사용하고 지남철처럼 함께 붙어 다니는 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불편을 겪는 일들은 없었다.

구속받거나 구속하는 일은 샤르별의 존재들이 지향하는 신선의 길이 아니었다. 고도의 윤리의식으로 숙련된 자유분방함이 신선의 길이었고, 샤르별의 존재들은 모두 그 길을 가고 있었다.

그래서 남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던 이유를 달거나 간섭하는 일이 없고, 아니와 내가 같은 거처에서 동거를 하더라도 흉이 되는 일이 없었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를 만끽하며 살수 있다는 자체가 평화요 행복이었다.

아니와 내가 사용할 방은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인 3층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츠나음이 연구소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장소였다.

피라미드 건물의 벽은 겉에서 볼 때는 안쪽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데, 안에서 보면 투명하게 바깥이 모두 보였다. 투명한 건물의 벽을 통해 보이는 외부의 모습들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는 기분이었고, 외부의 신선한 공기도 그대로 느껴지고 넓은 정원에 화들짝 피어 있는 꽃들의 향기까지 그대로 느껴지는 침실 구조였다.

밀폐된 공간이면서 자연의 신선한 환경을 피부 가까이 느끼면서 살 수 있는 건물의 설계가 4차원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창문도 없고 출입문도 없는 침실. 그러나 침실은 밀폐된 공간이 아니었다. 출입문이 없지만 자유롭게 외부와 출입이 가능하고, 창문은 없지만 밖으로 손을 내밀면 외부의 물체들이 모두 손에 만져졌다.

꽃을 만질 수도 있고 나뭇잎을 만질 수도 있고 흘러가는 바람을 느낄수도 있고....

4차원 공간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을 연구소 실내의 침실에서 느낄 수 있었다.

즉 외부에서 볼 때는 단단한 벽으로 막혀 있는 공간인데, 내부에서는 투명한 공간이 되어 외부와 완전히 개방된 것과 같은 현상의 실내구조.... 이런 현상은 현대판 선경세상에서나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문명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건물의 이런 특수 구조 때문에, 침실에 앉아 있어도 꽃과 열매가 주렁주렁한 자연의 품속에 앉아 있는 기분과 다르지 않았으며, 실내의 모든 분위기는 자연과 일치한 정서 속에서 평화로운 기운이 한없이 고조되는 듯 했다.

우리들의 침실에는 샤르별의 모든 인류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4차원 문명세계의 이기들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었다. 포스머스 영상장치(가상공간 영상장치), 통신장치(가상공간 영상통화장치), 4차원 의학의 진수인 시스며 총괄의료장치와 그 외, 몇 가지 신변의 필수품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실내의 공간은 매우 넓고 높았으며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는 10미터 정도에 이르렀다. 그 넓은 침실에는 아름다운 꽃과 향기들로 장식되어 있었고, 벽 가까이는 밖을 내다보며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푹신한 의자와 탁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어떤 장치에서 들리는지 모르는 음악소리도 계속 흘러나왔다.

아주 간편하고 고급스런 분위기가 연출되는 침실의 분위기였다. 옛날 신선들은 구름을 타고 다니며 무릉도원에 머물며 살아간다고 들었지만, 우주 저편의 신문명세계에서 살아가는 신선들은 초첨단의 문명을 누리며 살아간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침실에 놓여 있는 침대는 아주 특이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침대는 바닥에 놓여 있지 않고 높은 공간의 공중에 떠 있었는데, 침대는 사람의 지시에 따라 바닥에 내려앉기도 하고 공중에 뜬 채 이리저리 이동하기도 했다. 즉 비행식 침대였다.

비행식 침대는 넓은 침실공간의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원하는 위치로 이동이 가능했고 공중고정도 가능했다. 그래서 잠을 잘 때는 침대가 공중에 뜬 상태에서 포근한 수면을 취할 수 있었고, 침대에 누우면 달콤한 잠을 청하게 하는 수면 음악도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침실의 공중에 떠 있는 물건은 침대뿐만 아니라 포스머스 영상장치나 시스며 의료장치 같은 문명의 이기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것들은 무엇이나 실내 바닥에 너저분하게 놓여 있지 않고 높은 천장에 매달린듯 붙어 있었다.

천정에 붙어 있던 물건들은 필요할 때 마다 원하는 장소로 이동시켜서 사용할 수 있었다. 모든 기기들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기능들이 숨어 있었고, 사람의 지시에 따라서 편리하게 움직여 주었다.

그래서 어린아이든 노약자이든 몸이 불편한 불구자라 할지라도 실내에 놓여 있는 문명의 이기들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물건들이 공중에서 떠다니고 천정에 붙어 있는 것은 기기 내부에 바차시라고 하는 부력장치(무중력 유도장치)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바차시 기능이란 무거운 물체가 무중력 상태로 변하여 풍선처럼 가벼워져서 공중으로 떠오르는 현상의 기능이었다. 그래서 바차시 기능이 내장된 모든 물건들은 대부분 바닥에 놓이지 않고 공중에 뜬 상태로 이용되고 있었다.

침대에도 바차시 기능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때문에 침대를 방바닥에 놓지 않고 공중에 뜨게 한 상태에서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침대의 바차시 기능을 작동시키면 침대가 공중에 고정되어 있을 수도 있고 공중에 뜬 채로 왔다갔다 움직이게 할 수도 있었다. 침실의 방안 구조는 천장 높이가 10미터에 이르고 공간의 넓이도 마당처럼 넓어서 방이 아니라 실내정원에서 생활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큰 방에는 너절하고 복잡한 생활용품이나 가재도구는 전혀 없었지만,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을 만큼 모든 준비물들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한마디로 4차원 문명세계의 초첨단 문화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침실의 분위기였다. 침실은 잠만 자는 단순한 공간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신선문화를 즐기고 휴식을 취하며 건강을 증진시키는 종합생활공간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이렇듯 샤르별의 여행이 시작되는 첫 순간부터, 4차원 문명세계의 초첨단 문화를 만끽하며 지낼 수 있는 멋진 침실을 제공받게 된 기분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공간에서 아니와 함께 1년 동안 생활하며 아기자기한 우정을 싹틔워 갈 일들을 생각하니 미리부터 가슴이 벅차기만 했다.

한마디로 측요스의 배려로 제공받은 우리들의 침실에 대한 기분은 대만족이었다.

측요스는 멋진 침실을 우리들에게 제공해 준 이후부터는 아니와 나의 활동에 대하여는 일체 관여하는 바가 없었다. 모든 활동이나 생활의 스케쥴은 아니와 내가 결정하는 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잠을 자는 일들이나 산책을 하는 일들이나 멀리 여행을 떠나는 일 등 무엇이나 자유스럽고 누구로부터 행동의 제약을 받는 일도 없었다.

인조인간 다미스와 코미스도 우리들 침실에서 함께 생활하며 시중을 들었다.

요스나 연구소 관계자의 그 누구도 우리들의 활동에 대하여는 일체 간섭하는 일도 없었고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그 무관심의 배려들이 너무 고맙고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무관심의 배려는 신선의 행동지침 1호이기도 했다.

그렇지 않고 시시콜콜한 일들까지 연구소 측의 지시를 받고 감시와 제약을 받는다면 하루하루의 생활이 너무 위축되고 불편할 것 같았다.

연구소에는 수시로 많은 내방객들이 들락거렸고, 그 중에는 나이가 젊은 방문객도 있었고 나이가 많은 방문객도 있었으며, 연구소와 관련된 업무 때문에 방문을 한 내방객과 연구소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일로 방문을 한 내방객 등 다양했다.

어떤 내방객이 연구소를 방문하더라도 그들은 연구소의 주인으로 행동했고, 연구소 직원들의 간섭을 받거나 행동의 제약을 받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신선의 복장을 한 내방객들은 대부분 인조인간 비서들이 수행하고 다니는 모습들이었는데, 인조인간 수행원들은 마치 팔방미인이라도 된 듯이 처음 찾아간 장소에서도 서투른 일들이 없었고, 주인의 마음을 족집게처럼 읽으며 수행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래서 연구소를 찾아온 내방객들은 연구소 직원의 안내를 받고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한 인조인간 비서들의 도움을 받으며 필요한 업무를 마치고 돌아가곤 했다.

아무나 연구소를 찾아와서 내 집처럼 지내다 돌아가는 모습들이 너무 자유롭고 편안해 보였다. 아니와 나도 그와 똑같이 연구소에서 서투른 일이 있으면 연구소 직원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수행하고 다니는 인조인간 비서의 도움을 받아서 처리했다.

인조인간 비서만 같이 다니면 아무리 낯선 장소를 찾아가도 길을 헤매거나 어려운 일에 봉착할 필요가 없는 것이 샤르별 존재들의 일상생활인 것 같았다.

세상의 존재들은 누구라도 남의 간섭을 받기 싫어할 것이다. 처음 보는 장소나 집을 찾아가더라도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지내다 돌아올 수 있다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남의 집을 방문했을 때 아무리 반갑고 친절하게 대해 주더라도 자기집처럼 편하지는 않다. 보이지 않는 제약과 서투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지구인으로서 처음 찾아간 연구소의 분위기였지만, 무엇 하나 어떤 행동을 할 때도 몰라서 서투른 행동을 한다거나 연구소직원의 도움을 받아야만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냥 내 집처럼 편안하고, 낯설고 불편한 일이 없다는 점이 신기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이 점에 대하여 아니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이곳 연구소에서 새삼스럽게 확인한 느낌의 소감이긴 한데……. 샤르별의 존재들은 누구의 일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거나 관여하지 않고 무관심의 배려로 일관하는 습관들이 너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소. 이러한 분위기는 이곳 연구소에서만 느꼈던 일이 아니고, UFO를 타고 여러 승무원들과 함께 여행을 할 때도, 샤르별 상공의 우주타운을 방문할 때도 한결같이 느꼈던 소감이오. 무관심의 배려란, 당신이 주인이니 누구의 간섭도 받지 말고 편히 지내시오.' 라는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오. 이러한 분위기는 샤르별의 어떤 장소나 어떤 대상들을 만나도 똑같은 현상이오?"

"우주의 존재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샤르앙은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보군요. 당연히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어떤 장소를 찾아가도 무관심과 무간섭의 대접을 받으며 살아가지요. 손님이나 낯선 신분이라면 남에게 불편한 관심의 시선을 받을 수도 있고, 간섭이나 행동의 제약을 받을 수 있겠지만, 주인이라면 그러한 불편을 겪을 필요가 없겠지요.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누구나 샤르별의 주인이고 샤르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모두의 공동재산이기 때문에 남의 눈치를 보면서 행동할 이유가 없지요. 그뿐이 아니지요. 우주에서 태어난 존재라면 누구나 우주의 주인이고, 우주에서 하나뿐인 자아의 존재로서, 소중하고 보배로운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요. 우주의 영들은 본래부터 자유요, 신선의 신분이니까요. 그러므로 샤르앙은 앞으로 우리 샤르별에서 지내는 동안 어떤 장소를 처음 방문하더라도 기가 죽거나 마음 불편한 일을 겪지 않아도 될 거예요.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수행비서가 있고, 수행비서가 모든 일을 불편하지 않도록 도와주니까 서투르고 생소해 할 불편도 겪지 않을 거예요. UFO를 타고 우주를 여행할 때처럼 말이에요."

츠나음이 연구소에는 많은 남녀직원들이 근무하거나 생활하고 있었다. 그래서 연구소 주변을 지나다닐 때 낯선 직원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연구소 직원들에 비하면 내 모습은 상당히 왜소하고 피부나 얼굴 모습까지 차이가 났다. 그러나 처음 마주친 연구소 직원들은 나에게 필요이상의 관심은 가져주지 않았으며 이상한 눈초리를 보내오는 경우가 전혀 없었다. 오다가다 마주치면 서로 정중하고 다정한 표정으로 스스럼없이 인사만 나눌 뿐이었다.

그 점이 내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했고 고마운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연구소 직원들이 생소하고 낯설게 생긴 나에 대해서 외계인이란 이유로 큰 관심과 흥미를 가져준다면 얼마나 불편하고 곤혹스러울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구 사람들 같으면 낯선 외계인이 자신들 곁에 찾아왔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무슨 동물원의 큰 구경거리라도 생긴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 일이 뻔했을 것이다.

내가 샤르별에서 그러한 신세가 된다면 즐겁고 행복한 샤르별 여행의 출발이 아니라, 불쾌하고 부담스런 여행이 되고 말았을 것이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더구나 그림자처럼 수행하며 모든 일들을 척척 알아서 보조해주는 인조인간 때문에 신선놀음을 하며 샤르별의 모든 방문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어떻든 우주 저편의 먼 곳에서 샤르별을 방문한 외계인인 내가, 샤르별에서 구경거리가 되지 않는 것이 너무나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고, 자신들과 똑같은 동족으로 맞아주는 마음들이 너무나 고맙게 느껴질뿐이었다.

행동의 제약이나 아무 부담도 없는 연구소 생활을 시작하면서, 아니는 연구소 내부의 이곳저곳 부서들을 찾아다니며 연구소 직원들에게 나를 소개하고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연구소 직원들과 부담 없이 가까워지면서 의미 있는 샤르별 여행의 첫 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4차원 문명세계의 첫 방문지, 외계문명연구소

 

샤르별은 지구에서 100억 광년 떨어진 멀고 먼 우주의 별이었다. 우주속도 200억 광속체 UFO에 몸을 싣고 천태만상의 조화가 펼쳐지는 우주를 체험하면서, 1년 만에 도착한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에는 상상을 초월한 또 다른 인류의 삶이 꿈처럼 전개되고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산봉우리들은 구름바다 위에 뾰족뾰족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구름 위로 솟아난 산봉우리들은 마치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하늘의 섬처럼 보이기도 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초원은 바다처럼 땅을 뒤덮고 있고, 초원의 한복판으로는 맑은 강물이 끝없이 흘러가며,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꽃송이들은 초원 위에서 물결처럼 어우러지며 피어 있었다.

신선인간들이 살고 있는 주변에는 수풀들이 잘 조성되어 있고, 수풀 사이로 지붕이 보일 듯 말 듯 지어져 있는 집들은 동화 속의 성 같기도 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형태의 철학적이고도 형이상학적 모습으로 다자인된 건축물들이었다.

그리고 샤르별의 하늘에는 춘우셔시 비행체들이 고추잠자리 떼처럼 날아다니며 사람을 실어 나르고 있었는데, 빨강, 노랑, 파랑 등 별의별색상과 모양을 띤 춘우셔시들의 비행 모습은 4차원 문명세계의 특성을 대표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아무튼 처음 방문한 우주의 딴 세상 샤르별은 꿈의 요람처럼 이방의 우주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우리가 우주로부터 푸스효시 우주항공장에 도착한 후, 춘우셔시에 갈아타고 샤르별의 첫 목적지에 도착한 장소는 츠나음이 외계문명연구소였다. 외계문명연구소는 샤르별의 지붕인 3 5m 쥬스니라 산자락의 밀림과 경계를 이룬 초원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연구소는 높이 30m쯤 되는 피라미드 모양의 본 건물과 다양한 우주건축양식이 접목된 부속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부속 건물들은 본 건물과 인접해서 수풀 사이사이에 지어져 있었는데, 형이상학적이고 기하학적으로 디자인 된 건축양식들이 특이했다. 츠나음이 연구소의 건물들은 숲속의 큰 성 같기도 하고, 우주와 끝없는 교류가 이어지는 가상공간 세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연구소 건물의 주변에는 잘 가꾸어진 수풀 속에서 아름다운 과일들이 별처럼 반짝거리고 있었고, 공원처럼 다듬어진 정원은 초원처럼 넓었다.

연구소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깊은 밀림의 숲이 나타나고, 숲속의 계곡에서는 맑은 온천수가 쉬지 않고 흘렀다.

초원처럼 넓은 연구소 정원에는 아름다운 화초들이 잘 가꾸어져 꽃의 천국을 이루었고, 화초들이 피어 있는 사이사이에 거울처럼 맑은 연못들이 고여 있기도 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연못들은 작은 수로를 따라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수로와 연못에서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떼 지어 다니며 헤엄치고 있었다.

물 속에서 뛰어 노는 물고기들의 모습은 지구의 종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고, 물가에서 자라는 수초들도 지구의 종들과 거의 흡사했다.

아니와 나는 타고 온 춘우셔시 비행체를 연구소에서 멀리 떨어진 풀밭에 세워두고 천천히 걸으며 넓은 연구소 뜰을 산책했다. 그때까지 우리를 마중 나온 이방세계의 존재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우주를 여행할 때 UFO 선실에서 시중들던 인조인간 다미스와 코미스만 우리 뒤를 그림자처럼 따르며 수행했다.

우리가 타고 온 춘우셔시 비행체 외에도 다른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다른 춘우셔시 비행체들이 연구소 뜰의 풀밭에서 쉴 새 없이 뜨고 내렸다. 춘우셔시 비행체들이 뜨고 내리는 장면은 개미 기어가는 소리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잠자리가 풀잎에 내려앉는 모습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어릴 때 하늘에 날아다니는 헬리콥터를 보고 잠자리 비행기라고 불렀는데, 진짜 잠자리 비행기는 샤르별의 하늘에서 날아 다니고 있었다.

또 여기 저기 풀밭 위에서 조용히 주인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춘우셔시들의 모습도 많이 목격되었다. 샤르별의 모든 신선인류들은 개인 자가용으로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연구소 풀밭에 내려앉아 있는 춘우셔시들은 연구소 직원이나, 연구소를 드나드는 내방객들이 운행하는 것들이었다.

그러한 춘우셔시 비행체들은 질서 있게 나란히 정열되어 있지 않았고, 여기저기 나무그늘이나 연못가 또는 꽃밭 같은 장소에 편리하게 세워져 있었다. 무질서하지만 오히려 자연스럽고 평화로워 보이는 장면이었다.

춘우셔시에서 하선한 내방객들이나 연구원들이 멀리서도 우리에게 반갑다고 손을 흔들며 아는 체를 했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도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그들에게 답례를 보냈다.

서로가 누구인지 몰라도 먼저 보는 쪽에서 반가움을 표시하는 것이 그곳 신선들의 예의였다. 연구소를 찾아오는 내방객이나 연구원들의 몸차림은 하나 같이 신선복장이었다.

옷자락이 땅에 끌릴듯 말듯 구름 위를 걸어가는 모습처럼 가벼워 보이는 몸동작들이었다. 샤르별에서 만나는 누구도 신선복 차림의 신선이 아닌 외계인들은 없었다.

샤르별의 신선들은 내가 우주 끝 외계에서 찾아온 이방인이란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런 내색도 없이 자연스럽게 반기고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그 세상 존재들의 모습은 누구에게서나 신선이나 선녀 같은 분위기가 풍겼고, 그 세상의 모습은 선경세상이 아니면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뽐내고 있었다.

연구소에서 만난 존재들은 누구의 얼굴에도 그늘이 없었고, 얼굴마다 온화하게 번지는 미소는 어두운 마음까지도 환하게 밝혀주는 힘이 있었다.

아니와 내가 다미스, 코미스란 이름을 가진 두 인조인간 수행원을 데리고 천천히 화초들이 피어 있는 풀밭을 거닐면서, 이방세계의 첫 방문지 연구소의 풍경에 도취되어 갔다.

작은 연못 옆을 지날 때는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구경하기도 했고, 또 귀여운 동물들을 만나면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동물들은 사람을 무서워하는 표정이 없었다.

누구를 만나든 신선복 차림이 아닌 존재들이 없었고, 신선의 걸음걸이, 신선의 말투, 신선의 행동이 그대로 묻어나는 존재들이었다. 말 그대로 선경세상이요. 신선들의 세상이 샤르별이었다. 신선복 차림을 한나 역시 신선이었다.

나는 곧 사람이 사는 세상을 구경하러 온 것이 아니라 신선들이 살아가는 선경세상을 찾아왔던 것이다.

아니는 연구소에 도착해서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도 아직 누구를 만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어딘가를 찾아가려는 눈치도 아니었다. 그냥 연구소의 아름다운 정원을 구경하러 온 선녀의 한가로운 모습이었다.

나와 그녀는 무엇이 바쁠 것도 없고 아쉬울 것이 없는 천하태평의 신선과 선녀일 뿐이었다.

이곳을 찾아온 목적을 잃어버린 표정으로 나를 데리고 연구소 뜰의 산책을 즐기는 데만 열중하는 아니는 마치 심부름 갔던 아이들이 본래의 목적은 머릿속에서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처음 보는 것들의 구경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모습이었다.

아니는 멀리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반가움에 고향 같은 연구소 분위기에 빠져 있었을 것이고, 나는 처음 만난 선경세계의 모습에 도취되어 정신을 팔고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어딘가를 찾아가서 아름다운 풍광을 발견하고는 '신선이 머물 것 같다'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샤르별의 전경이 그러한 모습이었고 처음 도착한 연구소의 정원이 그러한 분위기였다.

얼마만큼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게 아니와 나의 신선놀음이 무르익고 있을 때, 그러한 우리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그곳의 한 존재가 있었다. 우리들은 그러한 사실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신기한 물고기와 동물과 화초들의 매력에 빠져 웃고 떠들고 장난치며 즐거운 시간을 만끽했다.

우리를 지켜보던 존재는 그러한 우리들의 행복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지 조용히 지켜보며 기다려 주었다. 처음 방문한 우주의 이방세계연구소 뜰의 분위기는 그렇게 저절로 모든 마음을 앗아갔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하듯, 선경세상 연구소의 정원은 바로 그런 분위기의 장소였다.

많은 시간을 지체한 후에야 우리를 지켜보던 존재가 더 기다릴 수 없다는 듯 먼저 다가와서 아는 체를 했다.

"아니야! 아니야!"

그 남자가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에 깜짝 놀란 우리는 고개를 돌렸다.

자상하고 인자한 표정을 한 신선이었다.

신선은 선량한 표정으로 웃음을 참지 못하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아니는 그제야 정신이 드는 지 신선의 품으로 뛰어가서 안겨들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어머! 아버지.(샤르별의 젊은이들은 다른 사람의 아버지한테도 그렇게 불렀다.) 언제 와 계셨어요?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산책만 즐겼어요."

신선의 이름은 측요스였고 츠나음이 연구소의 총지도자라고 했다. 츠나음이 연구소에는 탁월한 영감을 지닌 신선과 선녀들이 외계의 문명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었고, 그 숫자는 300여 명이었다.

그 신선들의 대장인 측요스는 샤르별 특유의 가벼운 통옷 의상을 걸치고 신선의 용모를 드러내며 신비로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신선 측요스는 일부러 볼 맨 목소리로 어린이처럼 아니에게 투정을 했다.

"너희는 이 아버지를 만나러 온 거냐? 산책을 온 거냐? 너희들이 춘우셔시에서 내려서 걸어오는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렇게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곁에 서 있는 나를 알아차리지도 못하더구나. 나는 너희들의 신선놀음을 방해하기 싫어서 쭉 지켜보기만 했다만 섭섭한 느낌은 감출 수 없었다는 점 분명히 밝히노라."

그러자 아니는 더욱 애교를 떨며 측요스의 기분을 달랬다.

"아버지, 미안! 미안! 사실 우리는 아버지를 빨리 만나러 가려고 했는데……. 저 화들짝 피어 있는 꽃송이들과 수로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과 풀밭에서 뛰노는 펀니(토끼와 비슷한 작고 귀여운 동물)들이 어찌나 반기고 말을 걸던지... 하마터면 우리 아버지 만나는 일조차 잊을 뻔 했어요. 하지만 이 아름다운 선녀는 측요스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었어... 용서해 주실거죵?"

애교 덩어리 아니의 재롱에 측요스 신선도 끝내 화통한 웃음을 참지 못하고 아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우리들이 츠나음이 연구소를 찾아온 목적은 신선 측요스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측요스는 지구인인 내가 샤르별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이미 전해 듣고 있었고, 내가 샤르별에 머무는 동안 모든 거처와 일정을 그가 준비해 두고 있었다.

신선 측요스는 초시의 친구였는데 아니를 친딸처럼 생각한다고 했다.

다정하게 아니를 품에 안은 측요스는 반가운 말을 잊지 않았다.

"우주기운 충만, 사랑하는 딸, 아니야! 네가 우주여행을 떠난 지 엊 그제 같은데 벌써 수년의 세월이 흘렀구나. 그동안 우리 아니가 더욱 성숙하고 어엿한 선녀가 되었네?"

나에게도 가까이 다가와서 포옹해 주며 허물없이 다정하게 맞아주었다.

"우주기운 충만! 사랑스런 츠나별의 아들이여, 나는 벌써 나의 친구 초시를 통해 자네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다네. 나의 친구가 자네를 아들처럼 생각한다니 나 또한 자네를 그렇게 생각하겠네. 아무튼 우주 저 멀리서 우리 빛의 나라 샤르별을 찾아 준 츠나별의 아들에게 우리 샤르별의 모든 존재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환영하네.”

측요스의 다정한 모습을 대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치 잠시 떠났던 고향에 되돌아온 느낌이기도 했다.

우리를 반겨주는 것은 측요스 뿐만 아니고, 푸른 숲과 꽃과 풀밭으로 덮여 있는 츠나음이 연구소의 평화로운 정경이었을 것이다.

측요스의 따뜻한 영접을 받고도 나는 여전히 연구소 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모처럼 만난 신선 측요스와 선녀 아니는 천천히 풀밭을 거닐면서 그동안 마음에 쌓아 두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는데, 그런 이야기들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나는 오로지 연구소 뜰의 풍경을 구경하는 데만 몰두했다.

지구 어딘가에 무릉도원이 있고 하늘 어딘가에 선경세상이 있다 해도, 처음 도착한 샤르별의 외계문명연구소의 풍경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화초들의 화사한 꽃잎마다 벌과 나비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며 꽃가루를 뭉치거나 꿀을 따고 있었고, 풀밭에서 뛰노는 펀니(토끼처럼 생긴 작은 동물), 누수스츠(강아지처럼 생긴 동물), 너슈스스(고양이처럼 생긴 작은 동물) 등등의 애완용 동물들이 우리를 보자 맘껏 재롱을 피우기 시작했다. 토끼나 강아지를 닮은 귀여운 동물들은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도 두려운 기색이 없이 안겨들고 천진난만한 눈망울을 굴리는 것이 깨물고 싶도록 귀여웠다.

지구에서 살고 있는 동식물의 종들을 변종시켜 놓은 듯한 모습이었지만, 거의가 지구와 닮은꼴을 한 식물과 동물들의 모습이었다. 그만큼 샤르별의 생명체들과 지구의 생명체들은 그 생김새나 살아가는 모습이 비슷했다.

어쩌면 지구에서 살고 있는 식물이나 생명체의 종들은 모두 샤르별의 씨앗이 옮겨와서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도 들었다.

샤르별은 지구에서 끝도 없이 멀리 떨어진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두 세계의 자연과 생태계의 모습이 너무 흡사하다는 점에 대하여 신비한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어떻든 처음 방문한 샤르별의 파란 하늘에는 태양이 빛나고 있었으며, 숲 속에서는 쉴 새 없이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와 우리를 환영하는 노래를 불렀고, 숲 속에서 불어오는 향기로운 바람결에 꽃잎과 풀잎들이 함께 춤을 추며 반겨주고 있었다.

지구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햇볕과 부드러운 바람과 신선한 공기를 빛의 나라 샤르별에서도 느낄 수 있었지만, 다르게 느껴지는 점이 있다면 평화로운 기운이었다. 지구의 자연세계에서 느껴지던 평화로운 기분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한마디로 이처럼 평화롭고 아늑한 빛의 나라 샤르별의 츠나음이 연구소를 찾아드는 순간, 이제까지 우주여행에서 지친 심신의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감당할 수 없는 행복감과 평안한 마음에 젖어들며 전혀 낯선 곳을 방문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선경세상이 따로 없었고 그 선경세상의 땅을 밟고 있는 순간부터 스스로 신선이 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한마디로 연구소 주변의 풍광은 '신선이 머물 듯한' 표현의 그대로였으며, 그 아름다운 풍광에 푹 빠져 정신을 놓고 있을 때 측요스와 모처럼의 정담을 나누던 아니가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샤르앙!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어요? 누가 붙들어 가도 모르는 사람처럼...."

이곳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 아니라 신선들만 살고 있을 것 같은 별천지에 온 기분이 들기도 하고, 혹시 꿈이라도 꾸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정신이 멍해지는 것 같소.”

 

나는 여전히 깊은 감동에 젖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아니가 다시 한마디 거들었다.

벌써부터 정신이 빠질 정도면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해요? 4차원 문명세계의 체험은 아직 시작도 안했어요. 이곳은 샤르앙의 말처럼 신선의 나라이기도 하고 빛의 땅이기도 하니까요. 샤르앙은 신선을 만나고 싶나요? 그러면 측요스 아버지를 바라보세요. 우리 땅에서 살고 있는 아버지들은 모두 신선이에요. 선녀를 만나고 싶나요? 저를 바라보세요. 우리 땅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이 누구나 선녀예요. 그래서 우리샤르별을 빛의 나라요 신선의 땅이라고 믿어도 됩니다.”

측요스도 곁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 아니의 말이 맞네. 우리 샤르별은 츠나별에 비해서 자연세계의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지겠지만, 이 정도의 것들로 정신이 나갈 일이 아니지. 우리 샤르별에 살고 있는 존재들이 신선이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지구에서 생각하는 선경세상이요 무릉도원이라서, 지구 인류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다른 점이 많이 있을 게야. 사실은 신선이란 별게 아니지. 신선의 생각을 가지고 살면 신선이요, 짐승의 생각을 가지고 살면 짐승일 뿐이지. 우리들 세상의 사람들은 누구나 신선의 의식으로 살아가며 불로장생하기 때문에 선경세상이 따로 없고 바로 여기가 선경세상이니 마음껏 신선의 삶을 즐기도록 하게."

나는 여전히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에 정신이 매료되어서 신선 측요스와 아니를 향해 대답했다.

신선님의 말씀이 아니어도 샤르별의 풍광은 지구와 닮은 듯하면서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샤르별의 신선들이 발명한 4차원 문명세계의 삶은 지구의 해저기지에서부터 시작하여 UFO를 타고 우주를 여행할 때 많이 체험하여 이제 더 놀랄 일들은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샤르별에 첫발을 디디면서 느끼기 시작한 평화로운 기운들은 제 마음을 너무 사로잡고 있어요. 선경세상은 항상 마음속으로만 동경해 왔던 곳인데 이곳에서 만나 볼 줄은 상상하지 못했어요. 제 영혼이 송두리째 이곳의 신비로운 풍광에 녹아드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정신을 놓고 두 분의 대화에는 관심 없는 게 사실입니다.”

측요스는 껄껄 웃으며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또 한 마디 거들었다.

"우리 샤르별에는 샤르앙의 마음을 빼앗을 신비로운 기운만 넘치지 않고 새로운 창조의 기운과 삶의 활력소들이 용광로처럼 넘치고 있다네. 샤르앙은 이미 4차원 문명세계의 현상들을 체험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깊은 맛은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걸세. 앞으로 1년이라는 짧은 일정동안 샤르별의 명예시민으로 활동하면서, 신선도 만나고 선녀들도 만나면서 이곳 선경세상의 삶을 피부 깊숙이 체험해 보게. 그러면 진실로 마음을 빼앗길 일들이 무엇인지 다시 느껴지기 시작할 걸세. 자네는 우리 샤르별에 첫 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신선의 신분이란 사실도 잊지 말게."

"그러면 제가 불청객이나 구경꾼의 자격으로 샤르별을 방문한 것이 아니라 샤르별 신선들과 동등한 자격을 가진 주인의 자격으로 이곳을 방문했다는 말씀이세요?"

자네는 샤르별에 첫발을 디딘 순간부터 손님이 아니라 주인의 신분이라네. 주인 신분에 걸맞는 모든 혜택은 앞으로 샤르별 주인들과 동등하게 부여될 것이니 그리 알게. 샤르별의 주인으로서 4차원 문명세계의 모든 권리를 누리기 시작할 때 자네는 더욱 큰 감격적인 충동들을 느끼기 시작할 거네. 신선이란 어디서나 주인이며 우주의 어떤 새로운 땅에서도 그 자격은 잃지 않으며 우주의 자유자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네.”

나는 요스의 설명을 듣는 순간, 관광객이 아닌 샤르별의 명예시민과 주인된 신분으로 초대받았다는 사실에 마음의 감동이 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한없이 행복한 생각이 밀려왔다.

나의 감동받은 마음을 눈치 채고 아니가 또 한마디 거들었다.

"측요스 아버지의 말씀은 샤르별을 대표한 말씀이에요. 측요스 아버지의 말씀대로 샤르앙은 지금부터 샤르별의 주인된 신분이에요. 우리샤르별의 인류들은 누구도 샤르앙을 외계인으로 대하지도 않고 손님으로 대하지도 않을 거예요. 앞으로 그러한 권리를 당당하게 누리면서 계획된 일정들을 아름답게 마무리 하도록 해요."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언제 날아 왔는지도 모를 큰 나비 몇 마리가 우리들 주변을 서성이며 맴돌더니 아니의 머리 위에도 나의 어깨 위에도 내려 앉아 예쁜 날갯짓을 시작했다. 아니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나비는 마치 예쁜머리장식을 해 놓은 모습 같았다. 작은 새처럼 큰 나비들인데 색깔들이 예뻤다. 특히 황금나비, 흑나비의 자태가 환상적이었다. 측요스의 손등에도 나비가 앉아 있는데, 손을 움직여도 놀라거나 쉽게 날아갈 생각을 안했다.

요스는 손등에 앉아 있는 나비의 모습을 다정한 눈빛으로 들여다보면서 소년처럼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리들 몸에 앉았던 나비들이 날아가면 다른 나비들이 또 날아와서 앉고 했다. 연구소 뜰은 꽃의 천국이면서 나비의 천국처럼 수많은 종류의 벌과 나비들이 꽃향기에 유혹되어 날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꽃과 나비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장면 같았다. 황금나비, 흑나비, 청나비를 비롯한 형형색색의 크고 작은 나비들이 수없이 떼를 지어 꽃향기에 어우러지는 장면은 황홀경 자체였다.

요스는 이처럼 나비의 축제와 꽃향기 어우러진 풀밭을 앞장서서 걸으며 우리를 안내했다. 우리가 걸을 때 풀밭에 뛰어 노는 동물들이 가까이 다가와서 재롱을 부리다가 떠나기도 했다. 그렇게 연구소의 넓은 정원과 풀밭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걸어 다닌 거리가 몇 km 남짓한 것 같은데 피로한 느낌이라곤 전혀 들지 않았다. 연못의 물고기들도 구경하고, 향기로운 꽃송이들도 어루만지고, 뛰어다니는 동물들도 쓰다듬어 주느라 시간가는 줄도 잊을 것 같았다.

드디어 우리는 측요스의 안내를 받으며 외계문명연구소 본관 앞에 도달했고 연구소 본관은 30m정도의 높이로 이루어진 피라미드 건물이었다.

피라미드 본관 건물은 보라색으로 빛나며 햇빛에 반사되고 있었는데, 햇빛이 반사되는 각도에 따라 건물의 색상이 수시로 바뀌어 갔다. 건물 주변으로는 많은 화초들과 관상목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피라미드 건물의 꼭대기에는 안테나 같은 뾰족탑이 높게 솟아 있어 푸른 하늘의 창공에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구름이 걸려 있는 뾰족탑 끝에서는 쉬지 않고 우주의 어디론가 교신신호를 보내는 것 같은 불빛이 반짝거렸다. 여러 가지 색깔을 내는 불빛은 환한 낮인데도 등대불처럼 멀리까지 뻗어갔다. 우주의 조난자들이 길을 잃고 방황할 때 안전하게 찾아오라는 신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피라미드 건물에는 어디에도 창문이 나 있지 않고 출입문도 보이지 않았다. 온통 벽으로 막혀 있는 밀폐된 건물 같았다. 주변에 딸려 있는 다른 부속 건물들도 똑같은 모습이었다. 창문이 없는 밀폐된 건물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증이 밀려왔다.

측요스의 안내로 건물들의 주변을 다 둘러보았지만 건물의 어디에도 작은 출입구 하나 발견되지 않았다. 건물의 벽은 투명한 유리재질로 만들어져 있는 것 같은데 내부도 들여다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신기한 일이 있었다.

밀폐된 공간 같은 건물 속에서 누군가 밖으로 들락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투명한 인간들이 단단한 건물 벽을 통과하며 들락거리는 모습 같기도 했다. 무엇을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두 눈을 비벼보기도 했지만 틀림없는 장면이었다.

그 수수께끼 같은 현상의 실마리를 금세 풀 수 있었다.

건물 주변을 모두 구경시켜 준 측요스가 우리를 데리고 본관 건물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가자 밀폐된 건물의 벽에서 저절로 출입구가 보이며 나타났다. 출입구는 안개 빛의 터널 같은 현상이었는데 그곳을 통과할 때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는 것 같았다. 연구소 출입문을 통과할 때 안에서는 은은한 우주음악이 낮게 흐르며 내방객을 맞고 있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밖에서 생각했던 거와는 달리 내부 공간이 넓고, 투명한 벽을 통해 외부의 모습이 훤히 내다보였다. 외부에서 볼 때는 내부가 밀폐된 것처럼 보이고 내부에서 볼 때는 외부의 모습이 투명하게 보이는 건물구조였다.

벽은 투명했지만 창문은 없었는데 그래도 외부의 공기와 실내공기의 환기가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밖에서 불고 있는 바람과 꽃향기가 그대로 투명한 벽을 통과해서 안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투명한 벽을 통해 뜰의 화초나 나뭇잎들이 손에 잡혀질 듯 다가오기도 했다.

즉 실내에 앉아 있어도 뜰의 풀밭에 앉아 있는 기분 그대로였다. 연구소 건물은 외부에서 볼 때는 형체가 있지만 내부에서는 외부와 차단된 건물의 벽이 사라져 버리고 투명한 공간에 머물고 있는 현상과 다르지 않았다.

건물 내부의 넓은 공간에는 여러 가지 용도에 맞도록 방들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모든 방들의 칸마다 투명한 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내부의 모습들이 다 들여다보였다.

건물 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존재들끼리는 어떤 비밀도 프라이버시도 숨겨두고 살지 못할 것 같았다.

측요스는 그처럼 투명한 방이 여럿 딸려 있는 통로를 지나 자신의 집무실로 우리를 안내했다. 측요스 집무실에 들어갔을 때 잔잔한 선율의 음악이 흐르고 고상한 향기가 풍기고 있었다.

넓은 공간의 집무실에는 책상 같은 것은 없고 요스가 연구중인 자료들만 잘 진열되어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측요스는 집무실로 들어와서 밖의 전망이 좋은 자리를 택해서 우리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자리에 앉자 멀리 솟아 있는 높은 산봉우리들과 울창한 밀림들 그리고 푸른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들이 손에 잡힐듯 한눈에 다가왔다. 넓은 뜰에 활짝 피어 있는 화초들이며 나무마다 매달려 있는 열매들, 풀밭에서 뛰노는 동물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방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정원의 뜰을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잠시 후 한 젊은 여성이 나타나더니 우리에게 꽃 한 송이씩을 전해주며 따뜻한 포옹까지 해 주었다. 환영하고 반긴다는 의식이었다. 선녀의 의상을 한 여성의 몸에서는 고상한 향기가 물씬 풍겼다. 여성이 입고 있는 선녀의 의상은 그림에서 보아왔던 그대로였다. 당장이라도 하늘을 향해 날아갈 것 같은 의상을 하늘거리며 걸어 다니는 여성은 한 폭의 그림이었고 선녀였다.

"우주기운 충만! 찾아주셔서 기쁩니다.”

꽃을 건네 준 그 여성은 또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우주기운 충만!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들도 답례했다.

 

처음 보는 여성이지만 조금도 낯설거나 서먹한 느낌이 없었다. 그 여성도 우리를 허물없는 사이처럼 대해 주었다.

그 여성은 측요스 업무를 보조하는 연구생인데 아니와 비슷한 나이또래였으며 이름은 저처우린이라 불렀고 평소의 애칭은 저처였다.

샤르별에서는 남녀 구분 없이 우주나이 23세가 될 때까지 학교에서 기본교육을 받은 후 56세가 될 때까지는 각 분야의 연구생으로 활동하며 전문교육 과정을 밟는다고 했다. 그래서 아니도 우주학문 분야의 전문교육 연구생 신분이었고, 저처우린도 마찬가지였다. 샤르별의 학생들은 매일 학교에만 출석하여 학문교육을 받지 않고 담당 스승의 지도하에 다양한 분야의 현장에서 실습을 겸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우리들과 인사를 마친 저처우린은 잠시 자리를 뜬 후 예쁜 잔에 담긴 음료수 한 잔씩을 따라와 권했다. 규시아라 부르는 향료수였고 우스시어 생단도 한 알씩 함께 권했다.

우스시어는 신선들이 먹는 식사였고, 우주식사라고 하는 콩알만한 알약 하나가 전부였다. 지구 인류들이 먹는 식사량과 비교하면 병아리 눈물 같은 분량의 식사량이었다.

우주를 여행할 때도 똑같은 식사를 하고, 샤르별의 신선들과 매일 똑같은 식사를 하며 지냈는데, 그들의 밥상에는 진수성찬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랜만에 귀한 손님이 왔다고 해서 따로 대접하는 음식도 전혀 없었다. 밥은 물론이고 과일, , 과자 그 무엇도 신선들은 먹고 살지 않았다.

먹는 재미가 없는 세상이었다.

저처우린이 전해 준 우스시어 한 알과 규시아 향료수 한 잔을 마신 것이 샤르별에 도착해서의 첫 식사인 셈이었다.

우스시어도 향기로운 식품이었지만 규시아 향료수는 더욱 향기가 그윽한 음료수였다. 규시아 향료수가 목으로 넘어가자 향기로운 기운이 싸~하게 온몸에 퍼지며 기분이 좋아지고 활력이 넘쳐나는 듯 했다.

규시아 향료수는 다르게 표현하면 신선들이 즐기는 신선주요, 불로장생의 신약이기도 했다.

사실은 저처우린만 선녀의 복장을 하지 않고 아니가 입은 의상도 선녀 의상이었으며 측요스와 내가 입은 복장도 신선의 의상이었다. 연구소내에서 근무하는 모든 연구원이나 직원들의 모습도 신선의 의상을 입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신선의 의상은 구름을 두른 듯 가볍고 옷자락이 땅에 끌렸지만 거추장스럽거나 활동하는데 불편하지는 않았다. 옷을 입고 있는지 벗고 있는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저처우린은 우리들과 자연스럽게 잘 어울렸고 스스럼없이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으며 오랜 지기를 만난 듯 시간이 지날수록 허물없는 사이가 되어 갔다. 저처우린과 우리들이 잘 어울리며 지내는 장면을 목격한 측요스는 잠시 자리를 떴다.

신선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저처우린과 우리는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담소를 나누었다. 저처우린과 아니는 똑같은 우주학문의 연구생들이기 때문에 의사소통도 잘 이루어졌다.

아니가 지구를 다녀온 이야기와 우주를 여행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자 저처우린은 한없이 흥미를 느꼈다. 아니의 전자책에 저장된 자료들도 그 자리에서 저처우린의 전자책에 전송시켜 주었다.

휴식이 끝난 후 측요스는 우리들에게 각종 진귀한 연구자료들을 열람시켜 주었다. 가장 눈에 띄는 물건들은 별별 희한하게 생긴 각종 서적류들이었다. 집무실 진열장에 가득 채워져 있는 서적들은 모양도 가지각색이고 문자의 모습들도 다양했으며 서적의 재질들도 별별 가지였다. 그러한 서적들은 대부분 샤르별에서 만들어진 책이 아니라 우주의 다른 문명세계에서 수집해 온 것들이라 하는데, 그 중에 지구에서 수집해 온 서적 종류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샤르별의 인류들은 우주를 여행하고 다른 인류의 문명이 살고 있는 세상을 방문할 때 그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문자나 서적들을 수집해 오는 일이 중요한 임무라고 했다. 그러한 자료를 통해 다른 세상의 문명을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우주의 외계에서 다양하게 수집해 온 서적들은 이 츠나음이 연구소에 보관해 두고 외계의 문명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었다.

신선 측요스는 외계의 문명을 연구하는 총책이면서 다른 세상들의 다양한 정보를 이해하고 있는 대가였다. 우주의 다른 공간에 무수히 존재하는 문명세계들, 그 세계들의 정보를 손바닥처럼 들여다보며 샤르별의 정신세계를 이끌어가는 신선이 측요스이기도 했다. 샤르별의 존재들은 대부분 우주나이 200세가 지난 후에 학교나 연구소 같은 기관의 총책을 맡을 수 있지만, 이제 겨우 150세에 달한 측요스가 외계문명연구소 총책을 맡는 일은 흔한 경우가 아니라고 했다. 그만큼 측요스는 외계의 문명을 이해하는 탁월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측요스는 샤르별에서 누구보다 우주의 외계문명들에 대한 지식을 폭넓고 광범위하게 소유하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요스에게는 우주를 이해하고 우주의 문명들을 해독하는 신통력으로 유명했지만, 그 중에서도 우주에서 수집해 온 외계의 서적들을 완벽하게 번역하는 불가사의한 힘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측요스는 아무리 난해하고 처음 보는 외계의 문자나 문서들이라도 못 읽고 해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었고, 그렇게 습득한 외계의 지식을 샤르별에 전파하는 임무도 수행하고 있었다.

요스의 노력으로 샤르별의 존재들은 우주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질적인 외계의 문명을 친근감으로 대하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그 중에 지구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 덕분에 샤르별의 누구라도 츠나별이라고 하는 지구에 대해 생소하게 느끼고 있는 존재는 없었을 것이다. 세상을 모르는 어린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외계문명연구소에 소장된 서적류들은 모두 종이에 새겨져 있지는 않았고, 특수한 장치나 기구 속에 빛으로 저장된 것, 파장이나 에너지화된 것 등 형태가 다양했다.

측요스 업무실에 소장되어 있는 지구의 서적들 중에는 지금은 지구의 지상에서 구경할 수 없는 희귀한 자료들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었다. 지구의 지상에서 사라져 버린 기호나 문자들로 써 있는 고서들이었다. 그러한 고서들을 지구의 인류들이 이해하고 해독할 수 있을 지의문이지만 측요스는 그러한 내용들을 완벽하게 해독하고 번역해서 외계의 문명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었다.

요스가 우주의 외계문명들을 해독하고 연구한 내용들은 다시 샤르별의 학계에 전해지고, 샤르별의 각종 공중매체들을 통해 샤르별 전체에 알려진다고 했다. 그래서 샤르별의 존재들은 광범위한 우주의 정보들을 섭렵하면서 살아간다고 설명할 수 있었으며, 그 때문에 샤르별의 존재들은 우주의 어떤 존재들보다 우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우주의 큰 정신세계를 마음에 담고 살아간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지구 인류들은 지구만 알고 샤르별의 존재들은 우주 전체를 알고 있다는 생각의 차이가 삶의 방식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꿔 놓았을 것이다.

 

측요스는 나에게 우주의 다양한 문명세계와 우주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가사의한 내용들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우주를 이해하면 영혼의 생애와 시작과 끝을 이해할 수 있으며 영혼의 생애를 이해하면 영생불멸의 법칙을 이해할 수 있단다."

측요스의 설명을 듣고 궁금한 점이 있어 질문했다.

"우리들 영혼과 생명의 본질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많아요."

영혼의 본질은 빛이며 모든 생명체는 빛의 기운으로 태어나며 살아간단다. 영혼과 육체는 둘이 아니라 하나이며, 마음의 작용으로 육체가 형성되고 육체의 작용으로 영혼이 다시 태어난다고 설명할 수 있지. 마음은 빛의 에너지로 우러나오고, 마음의 작용이 영혼의 모습이며 무사청정한 육체를 바탕으로 청아한 마음, 고결한 영혼이 길러진단다. 그래서 신선의 길이란 무사청정한 몸을 갖는 것이 가장 근본됨이란다."

신선이 되는 길은 먼저 무사청정한 몸을 만드는 일이 급선무란 뜻"이기도 하군요?"

"당연한 법칙이지. 그래서 우리 샤르별 사람들은 날마다 아름다운 육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그 결과 모두가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며 우리들 세상을 선경세상으로 가꾸어가고 있단다."

"마음을 수행하여 신선의 경지에 오르지 않고 몸을 먼저 가꾸어야 신선의 경지에 오른다는 말씀이군요?"

몸과 마음은 서로 일체이나 마음으로 몸을 다스리기는 쉽지 않단다. 마음수행 천년이라도 몸이 따르지 않으면 헛수고이지. 몸에서 마음이 우러나오니, 더러운 오물에서 향기가 피어오르기를 기다림보다 어리석음이 없을 것이다. 무사청정한 몸이란 몸 속의 더러운 오물이 다 치워진 상태를 말하니, 그 속에서 청아한 마음이 떠올라 비로소 신선의 모습을 갖추게 한다는 사실을 바르게 이해하길 바란다."

샤르별의 존재들은 몸 속에 오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먹지 않고 살아가게 되었나요? 아니면 신선의 몸을 만들기 위해 먹지 않고 살아가려고 애썼나요?"

둘 다 맞는 말이다. 먹지 않으면 몸 속에 오물이 만들어지지 않고 오물이 쌓이지 않는 몸은 가볍고 불로장생한다. 가벼운 몸으로 불로장생하면 누구나 신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신선의 경지에 오르는 일이 어렵지 않군요?"

"육체를 가진 자가 먹지 않고 사는 일이 쉽지 않다.”

"우스시어 우주식사와 규시아 향료수가 신선의 몸을 만드는 식사가 아닌가요?"

"맞다. 우스시어는 신선단이요, 규시아는 신선주다. 신선단과 신선주가 신선의 몸을 만드는 신선식단이다.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태어나서부터 신선식단으로만 살아가기 때문에 누구나 신선의 몸을 만들어 살아간다."

저도 우주여행을 하면서 지금까지 신선식단으로만 생활했어요.”

"그래서 자네도 신선이지.“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

지금까지 겪어 온 일

 

지구인 청년 하리는 우연한 기회에 우주의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 채널링을 시작했고, 채널링을 통해 우주의 다양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의 대화를 통해 우주는 다차원의 세상으로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억억조조 헤아릴 수 없는 별들이 떠 있는 우주에는 지구보다 앞선 고차원의 문명세계와 정신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게 된 주인공은 다름 아닌 빛의 나라 샤르별이라고 하는 4차원 문명세계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의 이름은 초시라고 불렀다.

초시는 자신들이 살아가는 샤르별이 지구와 100억 광년 떨어진 곳에 떠 있는 별이라고 했으며, 자신들은 1만 년 전부터 200억 광속체인 UFO를 타고 지구를 왕래하며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 왔다고 했다.

그래서 UFO를 타고 지구를 왕래하는 외계의 존재들은 지구 인류들보다 더 정확하게 지구의 역사를 알고 있었고, 자신들과 지구 인류의 일부는 한 핏줄을 이어받은 형제사이라는 소식도 들려주었다.

채널링을 통해 보이지 않는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던 하리는 나중에 초시를 직접 만나 UFO를 타게 되었고, UFO를 타고 지구 태양계 가까운 우주공간을 여행하면서 UFO의 신출귀몰한 비행솜씨를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UFO 선실에는 4차원 문명세계라고 하는 우주첨단문명의 이기들이 탑재되어 있었고, 우주두뇌 560수스의 기능으로 변신과 탈바꿈이자유스러운 비행체이기도 했다.

수스탸 단위는 지능지수를 나타내는 단위였고, 우주두뇌 20수스탸를 지구의 지능지수로 계산하면 IQ 180정도 이므로 560수스탸는 신의 경지에 도달해 있는 지능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적으로 샤르별의 외계인들이 보유한 평균지능은 60수스탸라고 했다.

샤르별의 외계인들은 이처럼 놀라운 지능을 발휘하여 물질적 법칙의 유한이론에 상대되는 무한이론이라고 하는 우주학문을 창조하여 UFO와 같은 신출귀몰한 물건을 만들어내고 우주광역을 주름잡는 주인공으로 등장했으며, 지구의 해저에 그들의 기지를 설치하고 상주하면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초시와 함께 UFO에 동승한 하리는 지구 곳곳의 오지들을 방문하고 탐사했으며 그 결과 지구 인류들의 다양한 실상을 파악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UFO로 물 속을 잠수하며 해저에 가라앉아 있는 다양한 지구의 유물도 탐사하게 되었다.

UFO는 하늘을 비행하는 물체일 뿐만 아니라 물 속이나 땅 속에서도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한 무소불능의 물체이기도 했다.

급기야는 외계인들이 상주하고 있는 해저기지를 방문하게 되었고, 해저의 넓은 지하공간에는 4차원 문명세계로 이루어진 샤르별의 실체가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었다.

그곳 해저기지에는 지구에서 상주하며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외계의 존재들이 상당수 거주하고 있었고,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세계에서 처음 보는 식물들이 자라고 맑은 공기가 흐르고 있었으며, 처음보는 우주의 시설들이 쾌적한 환경 속에서 호흡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해저기지 암염 동굴 속에는 지구의 유물들이 박물관처럼 보관되고 있었고, 지구의 지상에서는 구경도 할 수 없는 유물들이 수두룩했다. 그러한 유물들을 통해 지구의 고대국가 시절에도 현대문명보다 우수한 역사가 전개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리는 외계인의 해저기지에서 6개월 동안 머물며 우주시민으로 살아가게 될 훈련을 받았고, 그러한 과정에서 초시의 딸인 아니라는 외계인 여성을 만나게 되었다.

아니는 백옥처럼 고운 피부와 미모를 자랑하는 외계인 여성이었는데 신체적 나이는 하리와 비슷했고, 그래서 하리와 아니는 가까운 친구사이가 되어 우정을 쌓아가게 되었다.

하리는 아니로부터 샤르앙이라고 하는 새로운 이름을 선물 받고, 이때부터 하리는 외계인들로부터 샤르앙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려지며 아름다운 인연을 쌓아가게 되었던 것이다.

해저기지에서 샤르앙에게 6개월 동안 훈련을 시킨 지도자는 우주나이 250세의 시디바였으며, 시디바는 놀라운 초능력을 보유한 신선이었고, 우주와 하늘과 땅과 영원한 시간 속에서 진행되는 우주의 역사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보유한 자이기도 했다.

4차원 문명세계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을 모두 마친 샤르앙은 급기야 지구와 100억 광년 떨어진 샤르별로 초대받게 되었고, 200억 광속체 UFO를 타고 1년이란 시간 동안 외계인들과 함께 동승하며 우주여행을 시작했던 것이다.

UFO를 운행하는 선장은 초시였고 동승자는 아니였으며, 그 외 또다른 외계인 승무원들과 다수의 인조인간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인조인간들은 인간이 창조한 모조생명체로서 인간과 똑같이 말을 하고 감정을 나타내기도 했으며 어떤 위험한 상황에서도 불사신처럼 움직이며 인간인 주인들을 보필하는 충실한 수행원들이었다.

UFO의 모든 승무원들에게는 각각의 인조인간 수행원들이 배당되었고, 하리에게도 두 명의 인조인간들이 배당되어 손과 발의 역할을 해주면서 아무 불편함이 없이 우주여행을 하도록 도와주었던 것이다.

4차원 문명세계의 대표적인 이기인 UFO 560수스탸라고 하는 놀라운 우주지능을 발휘하여 신출귀몰한 비행솜씨로 탈바꿈과 변신을 거듭하며 무한이론의 초물질적 법칙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었으며, 그처럼 신출귀몰한 비행솜씨를 자랑하는 UFO를 타고 1년간 우주공간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우주세상을 만나고 다양한 현상들을 체험하며 목적지인 샤르별에 도착했던 것이다.

 

우주를 여행하면서 지구 청년 샤르앙과 외계인 여성 아니는 돈독한 우정을 쌓아가게 됐으며, UFO선실에 마련된 실내 수영장에서 함께 알몸으로 수영도 즐기고 침실도 함께 사용하면서 스스럼없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UFO는 자유자재로 분열을 일으키며 새끼 UFO를 만들어 내는 재주가 있어 샤르앙과 아니는 자주 새끼 UFO에 갈아타고 둘만의 오붓한 우주여행을 즐길 수 있었고, 우주의 다양한 세상들을 방문하며 신비의 베일에 감추어진 우주의 비밀들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우주는 벗겨도 벗겨도 다 벗기지 못할 양파껍질 속에 감추어진 세상과 같았고, 물질적 법칙으로 이루어진 유한이론의 상식으로는 납득하지 못할 현상들이 우주공간에 다양한 모습으로 숨 쉬고 있었던 것이다.